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98
3
두 명의 까뮤가 텅 빈 공허 속을 지나고 있었다.
그 뒤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비키르가 보인다.
마도의 심연.
텅 빈 공허 속을 떠도는 가스와 먼지, 별무리들이 뒤로 아득히 멀어져 간다.
저쪽의 까뮤가 말했다.
“이곳에서 마나륜은 배의 타륜(舵輪)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이야.”
“그렇군. 마나는 연료와도 같은 역할인가. 마나륜을 통해 분사할 수 있겠어.”
이쪽의 까뮤가 대답했다.
두 명의 천재 대마도사는 마치 한 몸인 양 손발이 착착 맞았다.
실제로도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사이니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비키르가 물었다.
“……이 공간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심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두 명의 까뮤에게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가. 그렇군. 오랫동안 궁금해했던 마도의 수수께끼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었어. 식과 해답, 풀이과정까지 상세히 나와 있다니. 이건, 이건 정말 대단하군!”
“그래! 그랬었어! 시간은 물체의 운동에 따라 다르게 흐르는 거였어! 모든 존재에게는 공간적인 마나와 시간적인 마나가 공존하기에 이 두 가지 요인의 마나를 동시에 분석해야 술식의 오차를 줄일 수 있는 거였다고!”
“마법진 또한 공간과 시간의 적용을 동시에 받고 있었구나. 이 두 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동일한 마법진들 사이에도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게 되고, 이 때문에 완전소생의 술이 늘 실패했던 거였어. 시공간의 상대성을 간과했던 거야.”
“이곳은 천국이야! 정보의 바다라고! 떠도는 먼지 한 올 한 올마저 모든 마법사들이 평생에 걸쳐 염원하던 진리의 구결들이잖아!”
그녀들은 마도심연을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입자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진리의 체득(體得).
그것은 마도의 심연에 미쳐 사는 괴짜들 중에서도 특출난 괴짜들만이 가능한 것이었기에 비키르로서는 당연히 이해되지 않을 만도 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군.”
뭐든 잘 모를 때는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얌전히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러면 최소한 반이라도 갈 테니까.
비키르는 그냥 잠자코 두 까뮤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영체 상태로 전진하고 있는 두 명의 까뮤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도의 심연’은 ‘윤회의 고리’와도 비슷해. 결국은 다 궁극적인 표상을 지칭하는 추상적 명칭들에 불과하지.”
“이곳을 여행하며 얻은 단상들을 잘 조합한다면 ‘완전소생의 술’을 완성하는 것도 더 이상 꿈이 아니겠군.”
“그렇지. 그렇게 되면 스승님을 뵐 낯도 생길 것이고.”
“자꾸 스승님 스승님 하는데, 왜 그렇게 스네이크 대의원을 따르는 것이냐? 그는 팔번시 세에레와 계약해 시체의 왕이 되었던 자일 터인데?”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안 그랬어. 그분은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셨던 은인이라고. 우리가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것도 다 그분이 남긴 연구결과 덕분이고.”
“……그런가? 스네이크가 그랬다고? 믿을 수가 없군.”
“그렇다면 내가 왔던 세계에서 팔번시와 계약했던 사람이 누구일 것 같아? 참고로 모르그 가문 소속이야.”
“흥. 모르그 가문 내에 그딴 멍청한 계약을 할 만한 사람이 또 있다고? 나는 믿을 수 없다.”
두 명의 까뮤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 가고 있었다.
가끔 언쟁이나 다툼이 격해질 때면 뒤에 있던 비키르가 중재를 해 주었기에 별다른 소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들은 마도의 심연 깊숙한 곳을 지나기 시작했다.
끝이 없는 역설의 여로(旅路).
그들은 시작점과 종점의 중간점에 도달했다.
그 이후 그들은 중간점과 종점의 새로운 중간점에 도달한다.
그 이후 그들은 또다시 중간점과 종점의 새로운 중간점에 도달한다.
그 이후 그들은 또다시 또다시 중간점과 종점의 새로운 중간점에 도달한다.
그 이후 그들은 또다시 또다시 또다시…….
허무와 공허만이 가득한 무간지옥.
점과 점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찰나(刹那)들의 사이에 갇혀 버린 존재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희망찼다.
“유한한 수를 무한 번 더하면 어떤 종류의 무한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생각해 봤지.”
“관측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을 나눈다고 했었지?”
“응. 무한에도 서열이 있다는 것이지. 구분이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까뮤의 말에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들은 여행길에 오르던 도중 묘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있는 한 악마의 육신이었다.
차가운 공허 속을 부유하고 있던 악마의 머리통이 눈을 떴다.
[……이곳까지 오는 녀석이 또 있을 줄이야. ‘그’의 후손들인가.]“너는 바알이지?”
저쪽의 까뮤가 물었다.
이쪽의 까뮤와 비키르는 바알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알이라 호명된 존재는 쓸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을 아는가?]“알다마다. 네 부하들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죽도록 고생했거든.”
[내가 그곳에 남겨 놓은 것은 껍데기, 허상뿐이다. 진짜 나는 이곳에 갇혀 오랜 시간 생각에 빠져 있는 중이지.]바알은 생각했다. 이제는 정확히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오래 전의 일을 말이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오거든 이 장소로 와라.’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바알은 직감했다.
[……그렇군. 이정표(里程標)인가. 내 역할은 이것이었는가.]바알은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체념했다는 듯 눈앞에 있는 비키르와 까뮤를 향해 말했다.
[이곳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너희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고 난 다음에도, 너희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가 원하는 바이니까.]그것이 바알의 마지막 말이었다.
“악마는 죽인다.”
이윽고, 비키르가 아홉 개의 이빨을 허공에 그려 냈다.
이쪽의 까뮤 역시도 아홉 개나 되는 마나륜을 굴려 뜨거운 불길을 직조해 낸다.
…콰콰콰쾅!
바알은 소멸했다.
끝끝내 마신(魔神)이 되지 못한 마선(魔仙), 그는 결국 붉은 먼지가 되어 허무만이 가득한 공간을 부유하게끔 되었다.
“한데 이정표라는 것이 무슨 뜻이지?”
“……소멸시켰으니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야. 가자.”
비키르와 까뮤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갔다.
바로 그때.
그들에게 있어 처음으로 위기가 닥쳤다.
츠츠츠츠츠츠……
마나륜의 크기가 점차 작아지는가 싶더니 사출되는 마나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으음. 지금의 경지로는 마나륜의 개수를 더 늘리기가 어려운데. 수행이 부족했어.”
저쪽의 까뮤가 분하다는 듯 두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그때.
탁-
그녀의 어깨를 짚는 손길이 있었다.
이쪽의 까뮤가 고개를 들어 복잡미묘한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인류 멸망 이후, 지금껏 아무도 믿지 않고 살아왔다.”
이쪽의 까뮤가 전해 오는 진심이 피부에 절절하게 와 닿는다.
“하지만 바로 지금. 나는 남을 믿지 않을 수가 없군. 어쩌다 이렇게 남에게 의지하는 처지가 되었나 기가 막히고 우습지만…….”
그때, 저쪽의 까뮤가 이쪽 까뮤의 어깨를 마주 짚었다.
“남이 아니야.”
“…….”
“나는 너고, 너는 나다.”
“…….”
“그리고 우리는 우리야.”
까뮤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우린 해낼 수 있어.”
그러자 까뮤 역시도 피식 마주 웃었다.
“누가 뭐랬냐. 이견은 없다.”
“암. 생각이 갈릴 리가 없지.”
“하지만 이 점에서는 판단이 조금 달랐나 보군. 살아온 환경의 차이인가.”
“……?”
저쪽의 까뮤가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순간.
퍽-
이쪽의 까뮤가 두 손을 뻗었다.
저쪽의 까뮤와 비키르는 엉겁결에 등을 떠밀려 앞으로 나아간다.
동시에.
파아아앗!
이쪽의 까뮤는 자신의 모든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저쪽의 까뮤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어엇!? 지, 지금 뭐 하는……!”
“네가 진짜로 나라면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알겠지.”
“…….”
“알면 괜히 사양하지 말고 받아라. 힘 낭비하는 거 싫다.”
이쪽의 까뮤는 가진 힘 전부를 저쪽의 까뮤와 비키르에게 실어서 앞으로 밀어 버렸다.
그리고 마치 제 역할을 끝마치고 떨어져 나가는 부속 추진체처럼 뒤로 멀어져 간다.
한 번 더 강한 추진력을 받은 저쪽의 까뮤와 비키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앞으로 쏘아졌다.
저 뒤로 멀어져 가며, 이쪽의 까뮤가 말했다.
“완전소생의 술. 못 알아내면 돌아올 생각 말라고.”
“…….”
저쪽 까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눈물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다음 말 때문이었다.
“그리고. 비키르라고 했던가?”
“…….”
“당신은 위험하다 싶으면 언제든 되돌아와도 좋아. 나에게로.”
비키르를 향해 눈을 찡긋해 보이는 이쪽의 까뮤.
그것을 본 저쪽의 까뮤는 맹렬히 분노했다.
“이게 감히 누구 남편한테 꼬리를 쳐!?”
“나는 너고~ 너는 나고~ 우리는 우리라며~ 그러니까 우리 남편도 되는 것 아니냐 이거지~ 호호호~”
이렇게 웃어 보는 것이 몇 년, 아니 몇십 년 만이더라.
이쪽의 까뮤는 마지막까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진한 웃음기가 섞여 있는 말을 남기고는 심연의 어둠 저 너머에 파묻혀 버렸다.
이윽고, 오로지 비키르와 까뮤만이 이 광활한 공허 속에 단둘이 남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럼 갈까?”
“……응.”
두 남녀는 아득하게 미어지는 시간의 지평선, 인식의 피안을 넘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온통 어둠만이 가득하던 둘의 시야로 무언가가 들어온다.
“과연. 이것이 마도의 심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가.”
“와아- 엄청나네.”
두 남녀가 도달한 곳은 ‘마도심연의 저수지(貯水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을 다 합친 것의 140조 배나 되는 물이 담겨 있는 구름이었다.
쩌억-
별을 삼켜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물고기 하나가 구름의 표면에 치는 물결 너머로 뛰어오른다.
그것은 지느러미 끝에 작은 새끼들을 무수히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비키르와 까뮤는 구름을 뚫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그들은 태양보다 수천 배는 더 큰 검은 구멍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이는 중력의 극점이었다.
“……이것이 마도심연의 본체인가?”
“그래 보이는데. 일단 어마어마하게 크잖아.”
하지만 그들은 일단 한번 의심해 보기로 했다.
“으음. 마도심연의 본체가 이렇게 작을 리 없다.”
“그럴 수도 있겠네. 크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작으니까. 어쩌면 함정일지도 몰라.”
그들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구멍을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살짝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한 시간이 지나갔다.
비키르와 까뮤는 공허 속의 어둠에 몸을 파묻고 있는 떠돌이별들을 지나갔다.
그중에는 눈, 코, 입이 달린 채 신음하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저들도 한때는 우리처럼 이곳을 여행하던 존재였을지도 모르겠군.”
“머뭇거렸다가는 우리도 저 꼴이 될 수 있지. 얼른 가자고.”
비키르와 까뮤는 계속해서 마나륜을 굴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파앗-
어느덧 눈앞이 환하게 밝아진다.
아니, 밝아지다 못해 뜨거워진다.
거대한 불의 궤적 하나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까지 큰 크기는 아니었기에 비키르와 까뮤는 그것을 손쉽게 피해 이동할 수 있었다.
“저것도 한때는 아주 긴 뱀이었겠지.”
“나이를 먹고 늙으면서 길이가 줄어들었을 거야.”
두 남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시커먼 어둠이 응집되어 있는 원판형의 성체(星體)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차가운 납 덩어리들이 주변을 부유한다.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단단하게 굳은 납덩어리들은 마치 중력에 이끌려 오듯 비키르와 까뮤를 향해 접근해 온다.
비키르는 칼을 꺼내들어 날아오는 납덩이들을 쳐 내기 시작했다.
까뮤 역시 불과 꼬챙이를 꺼내 납덩이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납의 소나기를 걷어 냄과 동시에, 비키르와 까뮤는 마주보게 되었다.
마치 창조주의 다섯 손가락처럼 솟구쳐 있는 거대한 기둥들을.
-모든 것들은 마도의 심연에서 태어나 마도의 심연으로 되돌아간다.
-언젠가 별들이 움직이는 운명의 날이 오면 새로운 층위로의 문이 열리고 모든 것들이 필연적 종말을 맞이하게 되리라.
그리고 그것에 적혀 있는 글귀들을 본 순간, 비키르와 까뮤는 번개에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차라라라라락-
머릿속에서 수없이 많은 글자들이 조합된다.
흰 도화지 위에 검은 글자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도서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 이제야 알겠어! 완전소생의 술! 스승님과 나에게 부족했던 부분들을 찾았어! 이제는 모두를 되살려 낼 수 있어!”
까뮤는 정신없이 손을 움직여 허공에 마법진을 그려 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키르는 온 힘을 다해 주변의 납덩이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이윽고.
파앗-
비키르와 까뮤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마도의 심연에서 얻고자 했던 심득(心得)을 모두 얻어 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 * *
“…….”
비키르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뭐야, 바로 돌아왔어?”
이쪽의 까뮤였다.
비키르는 그녀에게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몰라, 나도 방금 깨어나서. 우리 동시에 눈 뜬 것 아니야?”
비키르는 입을 다물었다.
분명 이쪽의 까뮤와 헤어지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흘렀었다.
하지만 그 장대한 시간조차 현실에서는 거의 체감되지 않을 정도의 찰나에 불과했다면…….
그때.
“우리가 마도심연에 갔다 온 지는 약 11분 정도밖에는 지나지 않았어. 정확히는 666초야.”
옆에서 저쪽의 까뮤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완전소생의 술을 전개하기 전에 맞추어 두었던 회중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간의 상대성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체감될 줄이야. 역시 마도의 심연이야.”
“하지만 두 번은 못 가겠더군.”
“그래? 나는 얼마든지 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비키르와 까뮤는 서로를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바로 그때.
“뭐지? 이곳은 암부? 내가 왜 이곳에……?”
저 돌기둥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비키르와 까뮤는 고개를 들었다.
저쪽 까뮤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아…….”
그곳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키고 있는 이는 바로 모르그 스네이크, 까뮤의 스승이었다.
“나는 분명 악마의 유혹을 거절한 뒤 마나 폭주로…… 한데 어째서 아직 살아 있는…… 헉!?”
스네이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별안간 자신의 등 뒤를 와락 껴안는 까뮤 때문에 깜짝 놀라야 했다.
“소, 소가주? 여기는 어떻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까뮤는 스네이크와의 감격적인 재회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녀는 재빨리 비키르를 돌아보며 외쳤다.
“남편! 어서 밖으로 나가보자!”
모르그 스네이크가 되살아난 것으로 완전소생의 술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
비키르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드물게도 설렘이 어려 있는 표정을 지은 채로.
이윽고.
…쾅!
암부의 문이 활짝 열렸다.
비키르와 까뮤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지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개벽(開闢).
두 남녀의 눈에 비친 풍경은 그야말로 새로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