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310)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나?”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전에도 여소광이 이런 식으로 접대를 강요했을 거잖아?” 약란은 깜짝 놀랐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에도 놀랐고, 소교주가 여소광의 뒤를 캐려 한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권력 싸움에 휘말리면 죽게 될 거다. “내 신분으로도 네 입을 열 수 없구나.” 감히 누구 앞이라고 대답을 거부하겠는가? “아니에요. 다만 제가 말한 것을 여 단주가 알게 되면…… 고향에 있는 제 가족까지 죽일 거예요.” “그자가 가족까지 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나?” “네.” “그때 기분이 어땠지?” “무서웠어요. 그리고 화가 났어요.” 상대가 지엄한 마교의 소교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저 깊은 눈빛 때문일까? 고민했어야 할 대답이 어렵지 않게 나왔다. “그래, 화내야지.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놈에게는 화를 내야 하는 법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여소광에게 협박을 받았다. 술자리에 나오라면 나오고, 술을 따르라면 따르고. 잠자리까지 강요받았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여소광은 그녀의 목숨이 아니라 그녀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잡았다. 아픈 아버지에 어린 동생들을.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놈은 어린 소녀를 협박하고 세뇌했다. 세상이 원래 이런 거라고. 권력 옆에 붙어 있으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거라고. 약값을 더 보내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고. 그녀는 싫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술 시중을 드는 일은 정말 죽도록 싫었다. 몇 번이나 자결을 생각했지만, 가족들 때문에 죽을 수도 없었다. 이제 멈춰달라고 여소광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애초에 순수한 어린 소녀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들은 검무극이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잠시 그녀를 응시하던 검무극이 나직이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늦게 왔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치밀어 올랐다. 왈칵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 더 나올 눈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한 번 눈물이 흘러내리니까 계속 나왔다. 눈물을 그치려 했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검무극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왜 이제 왔냐고? 왜 이제 왔냐고. 어린 시절의 그녀였다면 그렇게 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때의 어린 소녀는 없다. “……죄송해요.” 피해자이지만 사과하는 그녀만이 있을 뿐이다. 다음 순간 그녀의 고개가 저절로 들리며 부드러운 기운이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운 기운에 그녀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용기를 내어 궁금했던 한 가지를 물었다. “왜 제가 억지로 끌려 나왔다고 생각하셨나요?” 분명 여소광은 소교주를 보고 싶어 한 무희로 자신을 소개했었는데. “내 앞으로 걸어와서 나를 바라보던 네 눈빛 때문이다.” “제 눈빛 때문이라고요?” “네 눈에 담긴 분노를 보았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부드럽게 바라본다고 봤는데. 그 속에 담긴 자신의 마음을 읽었단 말인가? “내 오른팔도 처음에 그런 눈빛으로 나를 봤다. 조직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분노와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지.” 약란은 이제 앞서 두려움에 떨던 얼굴이 아니었다. “여 단주에 관해 말씀드리지 않으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그냥 풀어줄 거다.” “정말요?” “그래.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지. 어차피 뒤가 구린 자라서 결국 죗값을 치르게 할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 거다.” 약란은 여전히 망설였고, 검무극은 더는 그녀를 밀어붙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이 대화를 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면 된다. 놈의 죗값은 꼭 치르도록 해주마.” 검무극이 나가려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잠깐만요.” 검무극이 돌아보자 그녀가 물었다. “저와 같은 눈빛이었다던 분, 그분은 지금 어떻게 되었나요?” “황천각주 자리까지 올라갔다.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을 벌하는 자리지.” 약란의 눈동자가 떨렸다.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놀랄만한 말이 흘러나왔다. “기다리세요, 지금 나가시면 소교주님의 정력을 의심할 거예요.” 이런 농담을 할 줄 몰랐기에 검무극은 눈을 크게 떴다. 검무극 성격에 이런 농담을 그냥 넘길 수는 없지. “넌 천마신교 소교주의 가장 중요한 명성을 챙겨준 최초의 여자다.” 검무극의 농담에 약란도 웃었다. “저는 춤을 추다 무대에서 죽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런 미친 짓을 하다 죽게 되겠네요.” 그녀가 탁자로 걸어가 그곳에 있던 종이와 붓으로 이름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사람부터 적는데 거기 검무극도 알만한 이름이 있었다. 혈수검. 그를 접대했다는 사실만으로 여소광이 이번 일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되었다. 물론 그는 온갖 핑계를 다 대겠지만, 상대가 검무극인 이상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혈수검 이외에도 여러 유력한 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당한 일도 상세히 적었다. 자기 일을 적는다는 것은 이번 일에 목숨을 걸었다는 의미다. 약란이 종이를 검무극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제 목숨이에요.” “아니다. 이건 네 새 목숨이다.” 이제부터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검무극은 삼호를 들어오게 했다. “소저를 모시고 통천각으로 가라. 그쪽 무인들에게 소저를 고향으로 모시게 하고. 아프신 아버지도 치료할 방도를 찾도록.” 약란은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 감격스러운 일이라 오히려 믿기지 않았다. “저분이 저를 따라가서 우리 가족까지 다 죽이는 것은 아니겠죠?” 농담 반, 두려움 반 질문에 검무극이 차갑게 삼호에게 말했다. “자, 이 소저 집안을 몰살시키고 돌아오도록!” 그러자 삼호가 무뚝뚝한 어조로 약란에게 말했다. “얼마 전에 삼 년 만에 어머니를 찾아뵈었소.” 약란이 놀라 삼호를 쳐다보았다. “그사이 많이 연로해지셨더군요. 돈도 중요하지만… 더 늦기 전에 찾아뵈시길.” 검무극이 삼호를 보며 옅게 웃었다. 삼호란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잠깐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 약란에게 검무극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걱정을 했다면, 애초에 이걸 써주지 않았어야지. 그리고 본교가 네가 알려주지 않으면 고향 집을 못 찾아낼 것 같으냐?” 약란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그를 벌할 건가요?” “그래.” “저도 보고 싶어요. 그자가 죽는 모습을요.” 그가 죽더라도 그녀의 상처는 평생 남을 것이다. 어차피 남는다면. “그럼 나도 보고 싶은 게 있다. 그자가 죽으면 네 춤을 보여다오.” 약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교주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시체 앞에서 잘 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검무극과 약란이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호위들이 경외의 눈빛으로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처음 그녀를 안고 뛰었을 때는 깜짝 놀랐지만, 방안의 대화를 들은 그들은 또다시 감탄했다. 검무극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들의 충성심은 깊어지고 있었다. 검무극이 약란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네 표정에 내 정력의 명성이 달렸다.” 약란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세요, 저는 무대에 서는 사람이랍니다.” 두 사람이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검무극은 당당히 가슴을 펴고 걸었고 약란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뒤따랐다. 여소광이 검무극 옆에 바짝 붙으며 넌지시 물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검무극은 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싱긋 웃었다. “오늘 내 인생에서 제일 멋진 춤을 보게 될 거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