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God Dragon RAW novel - Chapter 199
9화. 조손(祖孫) (2)
소진에게 영화의 말은 아주 깊숙하게 와닿았다.
가족이 있으니 절대 외롭지 않다는 말. 하늘산에서 천마와 도마를 비롯한 마존들, 그리고 여러 성도들이 가족이었기에 소진은 외롭지 않았고, 무당산에 와서도 또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으니 외롭지 않았다.
그래서 다짐했다.
할아버지가 오시면 더 이상 떼쓰지 말고 웃으면서 맞이하자. 세상 누구보다 가장 가슴이 아플 분이 할아버지이시니, 그분이 자신을 보고 슬퍼하는 표정을 짓지 않도록 하자. 소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기특한 후손…… 이로고.』
‘시조님?’
어디선가 천마혼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곧 불어오는 바람에 꺼지는 촛불처럼 아스라이 멀어져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환청이라도 들은 걸까. 소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아랑곳하지 않았다. 천마혼도 같이 정현과 함께 자신에게로 돌아오실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까.
* * *
정현을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고, 소진은 곧장 영화에게 부탁해서 무당산으로 되돌아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정말…… 그래도 되겠니?”
“네. 진아가 그동안 어린아이처럼 너무 많이 떼를 부렸던 것 같아요. 이제는 안 그럴게요. 죄송합니다.”
소진은 예전에 정현에게 배웠던 대로 배꼽에다 손을 붙이고서 꾸벅 구십 도 각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영화는 그런 소진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어린아이처럼’이라는 말이 너무 쓰게 와닿았다. 정말 어린아이가 맞는데……. 이럴 때는 그냥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소진은 무당파로 되돌아가길 희망하고 있었고, 영화는 여기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만 더 서쪽으로 가게 되면 고향인 곤륜산이 나타나게 될 테지만…… 어쩐지 소진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영천, 영산 사형들께는 조금 늦게 사문으로 가겠다고 따로 인사를 드려야겠네. 영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소진이 영화의 손을 붙잡고 무당파로 되돌아온 건, 거의 반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던 건, 소진과 같이 유람(遊覽)도 병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소진은 하늘산 밖으로 나왔던 적이 정현과 함께했을 때 외에는 전혀 없었고, 그마저도 시간 낭비 없이 목적지로 곧장 향하는 정현의 성격 때문에 중원 유람을 거의 하지 못해서였다.
그리고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였으니. 곤륜산에서 이십 년이 넘는 인생을 살았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중원으로 향하던 것도 당문으로 가려는 목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소진을 데려다주고 나면 다시는 중원에 나올 길이 없을지 모르니, 차라리 이 기회에 산천 유람이나 실컷 즐기자는 생각에서였다.
워낙에 친자매처럼 성격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이니 여행도 아주 즐거워서, 무당산에 도착했을 때 즈음에는.
“……진아, 정말 너 맞니?”
진무궁주 청란이 눈을 동그랗게 떴을 정도로, 소진은 살이 많이 쪄 버린 상태였다.
물론, 보기 싫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애당초 그러기엔 소진이 너무 예뻤으니까. 다만, 볼살이 아주 토실토실하게 올라온 것이, 정현이 봤다면 기겁했을 게 분명한 모습이었다.
“네. 맞아요. 헤헤.”
“재미있게 즐기다 왔나 보구나.”
“네. 이제 무당산으로 오면 실컷 먹을 일이 잘 없을 것 같아서요! 영화 언니가 당과도 엄청 사 줬어요!”
청란은 소진이 말한 ‘실컷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별 의미가 없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소진을 데려다준 영화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저희 제자를 여기까지 무사히 데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우리 진아 잘 부탁드릴게요. 진아, 잘 지내렴. 종종 편지할게.”
“언니…… 잘 가요.”
소진과 영화는 서로를 꽉 끌어안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렇게.
첫 번째 이별이 찾아왔다.
* * *
소진은 그 뒤로 무술 단련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진무궁에 콕 틀어박힌 채,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들과 노는 것도 거의 잊어버리고 식음을 거의 전폐하다시피 하면서 오로지 무공만 단련하기 바빴다.
“진아, 괜찮아?”
“무슨 일 있어?”
이따금 한현호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녀를 걱정했지만.
“아냐. 아무것도. 그냥 할아버지가 오시면 진아의 늠름한 모습 보여 드리고 싶어서!”
소진은 아주 당당하게 그렇게 말을 하곤 했다.
그 때문일까? 소진에게 자극을 받은 다른 아이들까지 무공에 몰두하게 되면서, 진무궁은 때아니게 어린아이들이 수련하는 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다운 모습을 보여도 되는데…….”
청란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훗날 사문의 동량이 될 아이들이 저러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끌벅적해야 할 진무궁이 엄숙한 분위기로 바뀐 데에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던 것이다.
여하튼.
그 뒤로 시간은 속절없이 계속 흐르고 흘렀다.
일 년, 이 년, 삼 년…….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볼살이 통통하던 소진은 점차 살이 내리고 그만큼 키도 무럭무럭 자라면서 점차 미모가 빛을 발하게 되었다. 무당산을 찾아왔던 향화객들에게뿐만 아니라, 호북성을 넘어 강북에도 ‘무당파에 어여쁜 아이가 있더라’라는 소문이 쫙 퍼지게 되었다.
물론, 그 소문의 아이를 직접 찾아보겠다는 쓸데없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소문 뒤에는 항상 ‘그런데 검재의 손녀라더라’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으니까.
아무리 검재가 다시 자취를 감춘 지 오 년이 넘었다고 하지만, 당문을 뒤집고 패왕성을 무너뜨린 과격한 모습은 강호인들에게 강한 충격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그를 자극할 생각을 가진 멍청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지나면서 소진이 약관(弱冠,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소옥(素玉)을 옥(玉) 자 배분의 대제자로 임명한다.”
소진은 무당파로부터 ‘대제자’의 직위를 받게 되었다. 소옥은 삼 년 전에 그녀가 정식으로 무당파의 제자로 입문하게 되면서 얻게 된 도명(道名)이었다.
물론, 옥 자 배분 중에 소진보다도 더 나이가 많거나, 먼저 입문한 사형제들이 많았지만. 그녀의 성장 속도가 워낙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터라, 위에서 부랴부랴 그런 자리를 내어 줬던 것이다.
대제자는 차기 장문인이 될 수 있는 자리. 당연히 그 또래에서 가장 명망이 높고 검술 실력이 높은 이가 받는 게 당연했다. 무당파의 역사상 대제자의 직위를 받고도 그 직분을 감히 발로 걷어차 버리고 도망쳐 버린 작자는 정현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소진은 정현의 손녀라고 해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언젠가 다시 정현이 무당산을 찾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때까지 무당산을 아주 예쁘게 꾸밀 수 있겠단 사실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따금 자소궁의 명령이 있어 다른 사형제들과 같이 하산을 하게 될 때면, 마음가짐이나 몸가짐도 반듯하게 가지려고 항상 노력했다.
‘언제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듣게 될지 모르잖아? 그럼 들으시고도 크게 기뻐하실 만큼 자라 있어야지.’
그것이 천마와 정현, 두 할아버지들을 위해 자신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일 테니까.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 가족으로 받아 준 사문인 무당파를 위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 * *
천라옥룡(天羅玉龍).
언제부턴가 소진에게 붙은 별호였다.
하늘을 뒤덮은 그물(天羅)처럼 항상 강호 곳곳에 나타나 정의와 협도를 실행하는, 옥을 빚은 듯이아름다운 용(玉龍). 그래서 천라옥룡이었다.
그녀는 검재처럼 많은 백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영웅인 동시에, 악행을 저지르는 악인과 마두들에게는 염라대왕보다도 더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혹자는 검재의 재림(再臨)이라고까지 부를 정도로, 그녀는 항상 종횡무진 강호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평온하게끔 만들고자 했다.
다만, 검재의 재림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일부 그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기도 했는데, 마(魔)에 물든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모가지를 자르고 보는 게 아니라, 그의 사연을 들어 보고 참작할 여지가 있거나 갱생의 의지가 보이면 목숨을 붙여 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대개 그런 경우에는 단전을 폐쇄하거나 사지근맥을 잘라 팔다리 중 몇 개는 못 쓰게 만드는 손속을 보이긴 했지만.
여하튼 그 덕분에 무당파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져 갔고, 소진도 서른 살이 되지 않은 나이에 최연소로 십대고수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단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업적을 이루고도, 소진은 항상 자신의 이름 앞에다 사문과 검재를 가져다 놓았으니. 자신은 언제나 그분들의 가르침을 따를 뿐이라며 겸양을 보였다. 이런 모습도 검재의 손녀라고 하기엔 그와 전혀 닮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다시 십 년, 이십 년이 지났을 무렵…… 이제 ‘검재 정현’이라는 이름은 옛날 민담이나 전설에나 나올 법한 이름에 불과하게 되어 기억하는 이들도 극히 드물게 되었다.
대신에 그 자리에는 이제 검후(劍后)에서 검신(劍神)이라는 별호를 얻게 된 소진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 * *
“나…… 너 좋아해!”
“응?”
“좋아한다고! 벌써 삼십 년 가까이 짝사랑만 하고 있거든! 나 좋다는 여자들도 다 걷어찼는데, 이제 좀 받아 주면 안 될까?”
그날은 기분이 싱숭생숭하던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새벽에 일어나 충허암에서 수련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자소궁에서 사람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급히 찾는다는 전갈에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가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이만 장문직을 너에게 물려주려 한다. 그러니 석 달 내에 장문령을 받을 수 있도록 차비를 해 두고 있으려무나.
갑자기 장문령이라니!
계속 강호를 돌아다닐 생각만 하고 있었던 소진으로서는 그것만 해도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난데없이 한현호가 쪼르르 와서는 다짜고짜 저런 말을 내뱉기까지 했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한평생 그를 이성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소진이었기에 그 말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혹시 이 녀석이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싶어서 노려보는데, 한현호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너 진짜구나?”
“너도 바보가 아니면 모를 리가 없잖아.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어떻게 널 어떻게 보아 왔는지.”
“그야 그렇지만…… 어렸을 때야 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거고 또…… 하아! 나 뭐라고 말하는 거니, 대체.”
소진은 이맛살을 꾹꾹 누르면서 짜증 섞인 투로 말했다.
“현호야, 나 지금 이것저것 많이 골치 아프거든? 거기에 대한 건…… 좀 천천히 생각해 보자.”
“아니. 대답은 안 줘도 돼.”
“……뭐?”
“그냥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게 싫어서,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한현호는 그 말을 하고서는 도망치듯이 충허암을 후다닥 빠져나갔다. 뒤돌기 직전 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 같았는데…… 다른 사형제들이며 사질들을 대할 때는 그런 헌헌대장부가 없으면서, 자신 앞에서는 부끄러움이 많은 게 정말이지 어렸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삼십 년 가까이 자신에게 충실해 준 한현호의 마음이 너무 고맙기만 했다.
그렇기에 소진은 여러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그냥 이대로 자소궁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할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싫다면서 산문을 박차고 나가야 하는 걸까? 언제나 하고 싶은 대로 살 뿐이라던 정현의 목소리를 언제나 가슴 속에 품고 살아왔던 그녀였기에 그 말을 다시 되뇌었고.
소진은 결정을 하자마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장문령 임명식을 거행하겠소!”
삼십여 년 전, 무너졌던 무당파가 새롭게 일어났다는 의미에서 이뤄졌던 개파식(開派式) 이후, 처음으로 열린 개파식. 강호의 수많은 명사와 고수들이 축하를 위해 모여든 곳에서 소진은 법복을 입은 채 천천히 중앙대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소진의 선택은 아주 간단했다. 장문인이 되겠다는 것. 그리하여 삼봉진인에서부터 정현에게로 이어지던 무당파의 전성기를 다시 자신의 손으로 끄집어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무당파의 이름은 언제나 환하게 빛나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손에서 빚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소진이 가진 생각이었다.
‘그래야 할아버지가 오실 테니까.’
삼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소진은 여전히 정현이 언젠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씁쓸하게 바라볼 뿐이었지만, 소진은 항상 진지했다.
명확한 근거나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정현이라면 꼭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소진은 어딘가에 있을 게 분명한 정현이 들을 수 있도록 무당파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이 있노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소진은 천천히 자소궁으로 가는 길을 올랐다. 수많은 시선이 이쪽으로 쏟아졌다. 과거에 자신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연모한다고 밝혔다가 차인 사람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러던 중에.
‘……어?’
소진은 도중에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인파 중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아주 잘생긴 얼굴. 순간, 자신도 모르게 멍해져 눈을 끔뻑거렸다. 잘못 보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쪽을 다시 돌아보는데, 눈이 마주친 백발의 사내가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약관을 갓 넘긴 듯 보일 만큼 아주 젊은 얼굴이었다.
제. 법. 인. 데?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개파식을 치르다 말고 갑자기 걸음을 멈춘 소진을 보며 사람들이 왜 그러나 싶어 웅성거렸다. 자소궁에 있던 청 자 배 어른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소진을 돌아보았다.
소진은 글썽이는 눈으로 백발의 사내를 보았다. 그때, 백발의 사내가 다시 입을 벙긋거렸다.
뭐. 하. 냐. 안. 가. 고.
소진은 그제야 자신이 개파식을 치르고 있던 중이란 것을 떠올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감정이 요동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던지, 눈가가 떨리고 호흡이 많이 가빠져 있었다. 물론, 저 허깨비 같은 분이 또 사라지지 않도록 미리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 지. 마. 요.
백발의 사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그러지 않겠다는 얼굴이었다.
소진은 그제야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담감이 가득했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 * *
“할아버지, 할아버지.”
“남들은 시집가서 애를 서넛은 낳았을 나이가 되어서는 아직도 할아버지가 뭐냐? 이제는 고사조라고 부르…….”
“할아버지면 할아버지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
“그런데 왜 이렇게 늦으신 거예요?”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원래 이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뭐가 좀 꼬여서.”
“이야기해 줘요.”
“그게 좀 긴데…….”
“뭐 어때요? 시간도 많은데.”
“그런가. 하여간 이야기 좀 풀자면 천회주 놈을 잡고 나서 우연찮게 스승을 만났었는데…….”
“스승이시라면…… 충허 진인을요?”
“그럴 리가. 진무대제라고 있다.”
이야기는 한참 동안이나 길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