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248
250화. 제압(制壓)
천마가 비행하는 침을 눈짓으로 이정수를 가리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침이 이정수의 혈도에 꽂기 시작했다.
하나씩 천천히 장난치듯이 그렇게 꽂았다.
“아―윽! 대체 무슨 말을 하라는 것이오?”
“누가 말했지. 침이 혈도에 꽂히면 미친다고 했었지.”
천마가 무표정한 이정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의 별호가 비천안이라 했다지?”
이정수가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촉성은 진법이 설치되어 도망칠 수 없는 곳입니다.”
“누구냐고 물었다.”
“저… 저! 그게.”
“저런 모르는 모양이군. 그러면 눈알이 필요 없겠지.”
천마가 행동에 옮기기도 전이었다.
이정수가 급하게 소리쳤다.
“무… 무왕이 원주와 짜고 그랬습니다.”
“무왕?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노인네인가?”
“군주가 이곳에 온다고 하면서 소문을 냈습니다.”
“좋아. 네놈이 배반을 밥 먹듯이 하는 놈이구나.”
천마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에 침을 꽂았다.
“우―아악!”
이정수의 눈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다시는 눈으로서 구실을 하지 못할 터였다.
“네놈의 눈은 없어도 그만이니 차라리 봉사로 살아라.”
천마는 이정수에게 미련 없다는 듯이 돌아섰다.
대신 문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문관, 노인네를 데려오시오.”
“여보시게, 군주. 우리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보세나.”
천마가 고개를 삐딱하게 올렸다.
“누명도 벗었으니 힘을 합쳐서 천마총을 들어보세나.”
문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히―힝! 인간 백정인 저놈을 살려주잔 말인가?”
천마가 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봤다.
아니 쳐다볼 필요가 없었다.
잔상법술로 이미 상대를 봤다.
늙은이였다.
그것도 폭삭 늙었다.
새하얀 검미(劍眉)가 어깨까지 내려왔다.
등은 굽었으며 손에는 바둑판을 들고 있었다.
천마가 말했다.
“무릎을 꿇어라!”
천마가 교주의 촉성전을 들어 올렸다.
교주의 신표이면서도 천마총을 들 수 있는 열쇠였다.
무왕이 비웃듯이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나는 천마 교도가 아니라서 복종은 없다.”
“그렇다면 죽어야 하겠다.”
“저승 동무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군.”
바둑판에서 광채가 번뜩이고 있었다.
“네놈이 아무리 설쳐도 운명은 어쩔 수가 없단 말이다.”
천마는 바둑에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진법에 대해선 도사였다.
바둑으로 펼쳐진 진법을 대하는 순간이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천마가 가만히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타―아!
천마가 무형살기를 일으켰다.
사방에 날고 있던 침을 회수해서 반격에 나섰다.
삼백육십의 방위에서 침과 바둑돌이 부닥쳤다.
퍼―직!
천마가 귀영무형을 펼쳤다.
수백의 그림자가 형성되면서 신형이 흔들렸다.
허실의 구분이 없었다.
허공에 펴졌던 바둑돌이 하나로 뭉쳤다.
회오리가 일어나는 순간에 천마의 신형이 불쑥 등장했다.
퍼―엉!
섬광이 번쩍였다.
회오리가 깨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퍼―직!
천마는 무왕이 신형이 드러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바닥으로 뒹굴면서 혈혼심도를 펼쳤다.
일곱 개의 무지개가 번쩍였다.
노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바둑알이 깨지는 순간에 자황기검을 펼쳤다.
바둑판이 무기였다.
공격을 시도했다.
두 번째로 이어진 맞대결이 일순간에 끝났다.
“커―응!”
“으―음!”
바둑돌과 대침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았다.
모두가 내공을 일으켜 막아내기 급급했다.
이어서 터진 신음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노인은 뒤로 약간 밀렸다.
천마는 털썩 주저앉은 상태였다.
“퉤!”
천살타다
그것도 송곳니였다.
“커―억!”
무왕이 핏물을 닦으며 대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자네가 천하제일의 무사이며 교주일세.”
무왕이 그 말을 남기고 비틀거리며 사라졌다.
그러나 그는 얼마 가지 못하고 고꾸라지고 말았다.
천마는 앉은 상태로 피를 토했다.
“우―엑!”
공교롭다.
세우(細雨)처럼 뿜어지는 핏물이 허공으로 날았다.
이정수가 이때를 기다린듯싶었다.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천마를 쇠사슬로 칭칭 동여맸다.
그리고 소리쳤다.
“이건 명백히 상관 모독죄와 살인죄를 추가함과 동시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증거 제 삼호로 추가하는 바입니다.”
이정수가 겨우 정신을 차린 배심원을 쳐다봤을 때였다.
한참이나 멍청한 놈처럼 앉았던 무관이 핏물을 들이켰다.
꿀꺽― 꿀꺽!
모두가 핏물을 섭취하는 무관을 쳐다봤다.
멍청한 눈동자에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뒤늦게 정신 차렸다.
피를 흘리는 천마를 바라보면서 괴성을 질렀다.
다람쥐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곁에 있던 문관이 팔을 붙잡아 말리고 있었다.
“무관 자중하시오. 지금 논고가 다시 진행될 것입니다.”
이정수가 핏대를 올리며 무관을 노려보는 순간이었다.
흐릿했던 무관의 눈에서 돌연 시뻘건 혈기가 창출했다.
그리고 어디서 그런 힘이 돋았는지 몰랐다.
문관의 가슴에 손을 찔러넣더니 간을 꺼내서 씹었다.
냠냠― 쩝쩝!
문관이 뒤늦게 방어에 나섰으나 때는 늦었다.
자신의 간을 씹어 먹는 무관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비천도 배다리가 소리쳤다.
“혈랑수다.”
모두가 어이가 없어서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관이 배다리의 외침에 놀랐는지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첫발에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둘에는 혈기가 형성되면서 몸뚱이가 사라졌다.
셋에는 골상이 보이면서 해골로 변해 버렸다.
그런 상태로 천마에게 덤벼들었다.
천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 톨의 기운도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당할 천마가 아니었다.
귀영무형신법을 펼쳤다.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천마가 틈새를 이용했다.
백팔염주를 휘둘러 무관의 모가지게 걸어 놓았다.
무관이 몸부림을 치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동의 얼굴에서 천마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녹수신군 녹수가 소리쳤다.
“골기다. 저놈이 일도는 죽인 골기란 말이다.”
회의장은 금방 난장판으로 변하고 말았다.
괴인으로 변한 무관을 피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무관은 닥치는 데로 사람의 간을 뽑아서 먹었다.
그중에 이정수도 섞여 있었다.
그는 유달리 비명을 질러대며 허둥거렸다.
핏물을 사방에 흘리면서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천마의 곁에 쓰러지면서 핏물을 토하고 있었다.
“군주! 사… 살려 주시오.”
천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살고 싶단 말이지?”
“그…·그렇소.”
“이미 간을 뽑혔는데, 어떻게 살지?”
이정수는 그때야 간이 뽑힌 사실을 인식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길로 무관을 가리키는 순간이었다.
사방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오살이 오추검살진을 펼치면서 공격했다.
“이놈! 꼼짝하지 말아라!”
오살의 공격은 거칠었다.
그동안 수없이 오추검살진을 연마한 결과였다.
단번에 오행의 검기가 쏟아졌다.
골기의 형상이 갈라지고 있었다.
몸이 수십으로 쪼개지는 순간에 해당했다.
천마가 짊어진 천마풍도에서 칠살탈명도가 뿜어졌다.
“끼―아아!”
공격이 퍼부어졌다.
섬광이 골기를 갈라 내고 있었다.
그래도 괴인은 죽지 않았다.
몸이 갈라졌으면 죽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분신술을 사용하는지 갈라진 몸에서 새롭게 등장했다.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몸뚱이가 갈라지는 순간에 오살의 공격도 멈추지 않았다.
오추검살진에 골기를 몰고 퇴로를 차단하는 순간이었다.
“호호호! 네놈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구나.”
홍옥주였다.
그녀의 등장은 구름과 함께였다.
검지와 중지를 합친 손가락으로 골기를 가리켰다.
번―쩍!
먹구름에서 섬광이 번뜩이며 골기를 강타했다.
꽈―꽝!
골기가 벼락을 맞고는 놀라서 달아나며 천마를 공격했다.
천마가 부월대도를 휘둘러 골기의 몸을 갈랐다.
찌―꺽!
골기의 공격이 주춤거렸다.
몸을 정상적으로 돌리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순간에 오살의 공격이 있었다.
섬광이 허공을 가르면 골기의 몸을 조각내고 있었다.
홍옥주는 바로 그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먹구름에서 섬광이 번뜩이며 골기의 뼛골로 파고들었다.
꽈―꽝!
골기가 비틀거리며 신음을 터뜨렸다.
“끼―아아!”
골기가 벽 쪽으로 달았다.
백팔염주의 영향으로 신형이 느려졌다.
벽에 머리부터 디밀고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골기가 놀라면서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의 입에는 오색의 구슬이 물려있었다.
그곳에는 왕방울 일등병이 등장해 주술을 걸었다.
중얼중얼―
골기의 입에 물린 구슬에서 오색의 기체가 타올랐다.
그러는 순간에 오살의 공격이 다시금 펼쳐졌다.
몸이 수십 조각으로 갈라졌다.
홍옥주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섬광이 번뜩거리며 뼛골을 갈랐다.
그 위로 칠살탈명도가 섬전(閃電)처럼 날고 있었다.
“망한 놈아! 네놈은 이제 끝났으니 저승에 들라.”
왕방울 일등병이 천마를 살펴보며 말했다.
“소불알 이등병은 음양비술로 공격하시기 바랍니다.”
천마는 철로가 쇠살을 풀기가 무섭다.
몸을 일으키며 무형살기를 펼쳐서 공격하며 소리쳤다.
“아미타불! 괴인은 지옥에 들지어다.”
골기가 괴로워 몸부림을 치다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천정을 통해서 밖으로 도망치려는 수작이었다.
그런데 방향을 잘못 골랐다.
그곳에는 쌍방울 상등병이 대기하고 있었다.
“허허허! 어서 오시게나.”
그는 초혼단지에 담긴 핏물을 쏟아냈다.
펑!
핏물을 뒤집어쓴 괴인이 염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옥의 불길이 그러할 터였다.
골기가 움직일수록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천마는 그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팔염주로 염화를 하나씩 거두고는 목탁으로 후려쳤다.
타―닥!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관세음보살!”
천마가 불호를 외우는 순간이다.
골기의 몸에서 타오르던 염화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런 틈새를 홍옥주가 음양비술로 공격했다.
찌―꺽!
뼛골이 갈라졌다.
왕방울 일등병이 도술을 부려서 오색의 구슬로 지져댔다.
“끼―아아!”
왕방울 상등병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염화를 단지에 담아버렸다.
그때야 골기로 변했던 무관의 모습이 원래대로 회복했다.
몽롱하고 멍청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 순간에 홍옥주가 부적을 무관의 이마에 척 붙였다.
천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쇠사슬을 이용해 몸을 칭칭 감아버렸다.
물론 백팔염주를 목에 걸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때야 철로가 부관들에게 명령했다.
“오늘부로 천마교를 접수하고 저들을 재판에 넘겨라!”
원로들과 장로들이 반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었다.
* * *
혹독하게 추웠던 그해 겨울.
눈보라가 펑펑 쏟아지는 날이다.
동짓날에 풍월폭포가 내려앉은 경비초소였다.
사람이 들었는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헤헤헤! 자자― 마시자고 마셔요,”
“호―호호호! 그래― 마시고 취해 보자고.”
“푸―하하하! 좋아―오늘로 촉성도 안녕이다.”
“오―흐흐흐! 좋소― 좋다고 앞으로 잘해보라고요.”
“좋소이다. 오늘만큼은 실큰 처먹고 뻗읍시다.”
“내일은 드넓은 세계로 펄펄 날아가는 거다.”
와글와글―
“하하하! 교주가 된 막내의 앞날을 위하여…·,”
“호호호! 다음 생의 교주는 나니까 넘보지 마라.”
“낄낄낄! 내가 한번 하고 싶었는데 틀렸군요.”
시끌시끌―
“그런데 큰형님! 거세했다고 했는데 어찌 말짱하오.”
“으―응! 이거 다시 붙였지.”
“뭐―뭐요? 그런 비술도 있소?”
“왜? 너도 떼버리고 싶어?”
“싫소, 난 떼버리고 싶지 않소.”
“그렇다면 교주 짓이나 열심히 해봐라.”
“호호호!”
“하하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술타령이 밤새도록 이어졌다.
―작가의 후기(後記)―
절대악인을 집필하면서 고민에 빠졌었다.
예전에는 무협이면 협의를 펼치는 영웅이 대부분이었다.
악당을 무찌르고 약자를 돕는 주인공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고리타분한 글을 싫어하고 화끈한 주인공을 좋아한다.
양산화되어서 그냥 한번 읽고 버려지는 소설들…….
그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뭔가가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주인공이었다.
무협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인물은 바로 천마다.
무소불위의 능력을 지닌 천마는 당연히 악당이 분명했다.
그를 어떤 악마로 서술해야만 좋을지 솔직히 몰랐다.
천마를 무작정 강하게 혹은 약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뭔가 독특한 주인공을 만들고 싶었는데…….
악마처럼 혐오의 글이 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절대악인에는 천기누설에 해당하는 비술을 많이 적었다.
그것이 일상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