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247
249화. 응징(膺懲)
금강불괴의 몸을 쪼갠다고 알려진 벽사신검의 일부였다.
그것이 중요한 사혈에 박힌 상태였다.
천마는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금강불괴라서 혈도는 사라지고 없었다.
눈에서 횃불을 연상케 만든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잔상법술을 펼쳐서 사방을 훑어봤다.
눈길에 잡히는 물체가 없었다.
그래도…….
시신이 널려진 속을 훑고 지나다가 한곳에 정지했다.
중년 서생이었다.
거미줄 같은 안면이 보였다.
고색창연한 고검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천마를 향한 채로 눈을 감고 실눈을 떴다.
각진 얼굴에 메마른 입술.
고독한 야수처럼 두 눈에서 살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여유 있고 절제된 동작.
고검에 메인 수실이 천마풍도에 영향을 받은 듯싶었다.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군주, 많이도 컸구나. 살기로 상대를 베다니 놀랍다.”
천마의 굵직한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형검기(無形劍氣).
검기로 상대를 벤다고 알려진 비천 수법이었다.
그는 내기를 발동한 상태였다.
손에 들려진 고검이 바르르 떨렸다.
천마를 향해 일차적으로 검편으로 공격했다.
천마풍도의 환이 일으키는 살기를 갈라낸 뒤였다.
상처보다 귀환이 깨지자 조금은 놀란 듯싶었다.
신형을 들어낸 상태였다.
천마는 움직임 없는 상대를 쳐다봤다.
자신을 단숨에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사내.
원로원의 원주인 마사…….
꿈에서조차도 잊은 적이 없는 원수였다.
저놈은 천마교의 원로원을 장악한 놈이다.
무공은 전설로 알려진 천마장을 연성한 자였다.
바늘 끝처럼 허점만 보이면 그것으로 끝장날 것이다.
그는 호흡을 끊고 있었다.
저승사자처럼 침묵 속에서 살기를 돋우고 있을 뿐이었다.
천마는 그를 죽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때려죽여야 속이 시원할 터였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놈은 금강불괴를 연성했다.
자신처럼 혈도가 없었다.
어떤 무공으로도 놈을 죽일 수 없었다.
모가지를 자르지 않는 한에는 죽지 않을 것이다.
무형신검은 가르는데 적합한 무기였다.
천마풍도라도 마찬가지였다.
모가지를 효수하는데 훌륭하지만 자르지는 못할 터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칠살탈명도로 기습하고 놀라면 무형천도로 공격하면…….
그래, 그것이면 충분하다.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지옥도라 기대가 됐다.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생각이 길면 꿈이 사납다.
천마가 천마풍도를 검처럼 잡았다.
앞쪽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원주가 연성한 절기를 깰 수 있는 지옥도의 수법이다.
번―쩍!
칠살탈명도가 허공을 격하고 환영이 일어났다.
원주는 움직임이 없었다.
어깨에 메고 있던 고검이 뽑혔다.
벽사 신검이다.
금강불괴를 깨트리는 악마의 검이었다.
천마가 일으키는 칠살탈명도의 환영을 갈라냈다.
창―창!
처음이다.
원주가 놀란 듯싶었다.
신형이 비틀거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꼽친 등에 숨겨졌던 무형천도가 허공을 갈랐다.
“카―악!”
원주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천마는 망설이지 않고 천마풍도로 놈의 목을 잘라갔다.
쓰―걱!
옷깃이 갈라지고 원주의 신형이 비틀거리고 말았다.
천마가 재차 무형신검으로 머리를 정면으로 갈랐다.
번―쩍!
천마의 연이은 공격에 원주는 고스란히 당했다.
첫수부터 무형살기를 펼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싶었다.
그러나…….
원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환영을 일으키면서 비술을 일으키며 신형을 드러냈다.
번―쩍!
원주의 등에서 벽사 신검이 허공을 갈랐다.
무자비한 검기였다.
단순하게 섬광이 번쩍였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온몸을 베면서 지나갔다.
천마의 몸이 흔들렸다.
피가 촉촉하게 흘러내렸다.
옆구리에 박힌 촉성전이 남긴 상처에서 뼛골이 드러났다.
천마가 몸을 세웠다.
꼽친 등에 만월이 휘영청 밝다.
원주가 조금 놀란 듯싶었다.
회수된 고검에 남겨진 자국을 확인해 봤다.
“뭐냐? 뭔데 벽사 신검에도 잘리지 않았더냐?”
원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천마를 다시 쳐다봤다.
천마가 질리게 웃으며 걸었다.
저벅저벅!
천마의 신형에는 방향이 없다.
몸뚱이는 제자리에 있지만 벌써 몸은 움직인 상태였다.
환영이 일어났다.
동서남북 어디에서도 천마의 신형이 드러났다.
물론 원주가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진 않을 터였다.
“뭐냐? 뭐가 너를 예전과 달리 보호해주고 있느냐?”
천마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꼽친 등에 무형천도가 숨겨진 사실을 눈치 차릴 터였다.
번―쩍!
세 번째의 공격이다.
칠살탈명도가 원주의 몸을 꿰뚫은 상태였다.
퍽―퍽!
원주의 사지에서 섬광이 일어났다.
막을 수가 없는 지옥도였다.
천마의 수법은 그만큼 강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무적검법으로 변한 지가 오래였다.
원주의 몸이 비틀거리는 방향 쪽이다.
천마의 무형천도가 원주의 목을 향해 진격했다.
치―꺽!
베었다.
놈의 목에서 핏물이 튀었다.
원주가 놀라서 몸이 비천해 날랐다.
“허허허! 제법이다만 아직 멀었다.”
원주의 눈에서 살기가 일어남과 동시였다.
아직, 그랬다.
원주의 공격이 뒤늦게 검기로 변화하며 쏟아지고 있었다.
창―창!
벽사 신검이 무형신검과 부닥치면서 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래도 원주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조각난 검편이 하나로 붙어서 채찍처럼 휘둘려졌다.
그러나…….
천마의 몸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숲속으로 신형이 미끄러지듯이 사라진 다음이다.
“흐흐흐! 글쎄! 내 손에서 과연 도망칠 수가 있을까나?”
원주가 천마장을 일으킨 듯이 보였다.
천마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달랐다.
고려군의 진중으로 이동되고 있었다.
천마풍도가 출렁거렸다.
천마의 신형을 따라서 공격하고 있었다.
“아―악!”
“커―억!”
검이 스치고 지난 자리였다.
고려군들이 줄지어 맥없이 쓰러졌다.
천마의 노림은 바로 이것이다.
원주의 검으로 적군을 벤다.
천마의 경황없는 눈가에 그나마 안도감이 깃들었다.
원주의 검에는 살기가 전이된 상태였다.
스치기만 해도 베어버리는 특징이 강했다.
천마의 몸이 원주가 도주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한번 잡은 기세다.
놓칠 수가 없어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물론…….
원주가 일으킨 검편이 천마를 추적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위치를 잘못 선정했다.
고려군의 모가지가 떨어져 나갔다.
이런!
원주의 미관이 절로 찌푸려지고 말았다.
“흥? 제법이지만 어림없다.”
원주의 몸이 허공으로 날았다.
천마는 원주가 일으킨 일격에 타격을 받았다.
퍽―퍽!
원주는 아주 급했다.
검이 아니라 원주의 신형이 먼저 숲에 도착했다.
뒤를 따르던 천마를 베면서 검편이 날고 있었다.
백중지세였다.
서로가 금강불괴라 죽지도 않았다.
이대로 싸움이 길어지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원주였다.
고려군의 정체가 드러나서 귀곡산장이 반격할 터였다.
벌써 처마 끝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원주가 잠시 지체하는 순간이다.
천마의 무지막지한 공격이 개시됐다.
타―앙!
원주의 미관이 찌푸려지고 말았다.
회수된 벽사 신검을 다시금 날리는 순간이다.
원주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알 수 없는 뭔가가 모가지를 훑고 지나갔다.
이런…….
호신강기가 뚫린 가슴을 내려다봤다.
피가 흘러내리다가 진기의 영향으로 멈췄다.
드러난 물체가 눈길에 잡혔다.
촉성전…….
실수였다.
금강불괴도 깨뜨린다는 촉성전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흥?”
그러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모가지가 뜨끔거렸다.
상처가 제법 깊어 보였다.
핏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원주는 자신이 상처를 무시했다.
고검이 아직도 숲속으로 진격했다.
원주의 몸은 허공으로 떠올랐다.
천마가 사라진 방향으로 이동되고 있었다.
“흐흐! 내 손에서 죽음만이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원주의 몸이 흔들렸다.
그의 손에는 몸에 박혔던 촉성전이 들려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는 도망쳤다.
천마의 추적이 시작되었다.
저벅저벅!
천마가 신형을 날리는 뒤에서 소맥의 호통이 들려왔다.
“그대로 천마교로 진격하라. 아비가 뒤를 따르겠다.”
귀곡산장의 고수들이 뭉쳤다.
승리의 환호보다는 천마교를 점령하기 위해서다
* * *
천마교의 본관.
원로와 장로들이 모인 자리였다.
수사관 이정수가 요마를 신문하고 있었다.
요마가 얼마나 시달렸는지 뼈만 남을 정도였다.
“이것으로 군주의 난을 도운 요마를 사형에 처합니다.”
이정수의 논고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본관의 문이 열림과 동시였다.
철로를 필두로 무복을 걸친 용사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철로가 무관의 예를 갖추며 소리쳤다.
“천주께서 드시니 모두 예를 갖춰라.”
모두가 놀라서 대문을 쳐다보는 순간에 해당했다.
천마가 들어섰다.
백팔염주에 천룡법의를 걸쳤다.
가사가 부풀러 올라서 허공에 나부끼고 있었다.
하늘에서 천신이 하강한 듯싶었다.
눈동자에선 횃불을 연상시키는 광채가 번뜩였다.
천마가 원주의 모가지를 회의장 깃발에 달았다.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두가 천마의 당찬 모습을 보고는 웅성거렸다.
“네놈은 아직도 건방지구나!”
천마가 말을 끝내고 이정수의 모가지를 움켜쥐었다.
“말하라! 누구냐? 누가 나를 범인으로 몰았는지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한테 한 것처럼 똑같이 해줄 것이다.”
천마의 호통에 이정수는 정신이 없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천마가 손을 쳐들었다.
요마의 몸에 꽂힌 녹수정이 허공으로 날았다.
일곱 개의 녹수정이 이정수의 사혈에 그대로 꽂혔다.
“으―아악!”
이정수가 비명을 터뜨리면서 몸부림을 쳤다.
천마가 같잖다는 듯이 피실 웃었다.
앞으로 다가오려는 문관을 향해 머리를 흔들었다.
“자네가 무죄임을 증명했네. 그러니 살생은 피하세.”
문관의 말에 철로가 쌍심지를 씰룩이며 말했다.
“문관 말을 삼가라! 앞으로 천마교를 이끌 천군이시다.”
철로의 말에 모두가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둘 중에 하나다. 복종하든지 아니면 여기서 죽는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