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246
248화. 원로원의 원주인 마사
요행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기의 순간 대에 내몰린 처지였다.
활시위를 당기고 있자니 힘에 겨웠다.
저절로 팔다리가 후들거려 견딜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천마의 공격이 이뤄지기 직전이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서 활시위를 당긴다는 사실을 숨겼다.
천마가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죽을 맛이었다.
죽음도 걷어 간다는 촉성전임을 감춰야 성공이다.
이중적인 자세를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힘은 두 배로 들고 있었다.
천마는 앞으로 걸었다.
인간 장막이 소귀가 앉아 있는 곳까지 쫙 길이 열렸다.
저만큼 멀지만 가깝다.
소귀는 겹겹으로 쌓인 시체에서 개처럼 떨고 있었다.
“아―허!”
천마풍도를 쥔 손이 천천히 허공으로 치솟았다.
서로의 시선이 복잡하게 얽혀들었다.
십여 장의 거리다.
천마풍도에선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공격하라는 신호였을까?
소귀의 시선이 꺾였다.
천마의 입가에 악마와 같은 미소가 걸렸다.
손에 들린 천마풍도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이었다.
“안―돼요……?”
천마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휘―잉!
핏물을 대신해서 머릿결이 싹둑 잘렸다.
천마의 몸이 휭하니 회전되었다.
거칠어진 호흡 소리…….
보름달에 우뚝 올라선 천마풍도가 멈춰졌다.
천마가 놀란 표정으로 상대를 쳐다봤다.
여자였다.
그것도 그냥 여자가 아니었다.
임신한 여자다.
만삭의 여인이 무릎을 꿇고 빌고 있었다.
“안 됩니다. 터줏대감님 소녀를 봐서라도 살려주세요.”
천마의 뺨에 경련이 일어났다.
이해할 수가 없어서다.
“당…당신이 어떻게?”
“흑흑흑! 공자님 그는 바로 동생인 소귀입니다.”
여인의 말에 천마의 몸이 휘청거렸다.
“소린, 그게 무슨 말이오?”
“그이는 뱃속의 아비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놈이 오동이 아니라 소귀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천마가 부정하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저놈은 귀곡산장을 공격했단 말이오.”
“흑흑흑! 알고 있습니다. 모든 죄는 소첩이 질 것입니다.”
천마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는 순간이다.
투―웅!
소귀의 발에 걸렸던 촉성전이 발사됐다.
푸―욱!
촉성전이 천마의 옆구리에 그대로 꽂혔다.
“개새끼! 죽어, 죽어버려라.”
소귀가 벌떡 일어섰다.
소린이 나뒹굴고 천마는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의 옆구리에는 촉성전이 박힌 상태로 살대가 떨렸다.
소귀가 화살을 비틀어서 쑤셔대고 있었다.
소린이 놀라서 소귀의 발을 붙잡았다.
“여보! 이러지 마세요.”
“흥? 말을 삼가시오. 난 당신이 필요 없단 말이오.”
천마는 멍한 표정으로 소귀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놈만 뒈지면 만사는 해결되니 비키란 말이오.”
“공자 이러면 안 됩니다. 서로가 피를 나눈 형제입니다.”
소귀가 천천히 흔들리는 천마의 몸을 잔인하게 다뤘다.
“내가 이놈을 잡았고 이제부터 나는 천마교 장로입니다.”
천마는 잔인하게 구는 소귀의 손을 붙잡았다.
촉성전에 부시독(腐屍毒)을 묻힌 것 같았다.
화살이 박힌 살결에 거품이 일었다.
천마가 부시독을 맛을 보면서 말했다.
“나는 금강불괴라 이따위 상처에 죽지 않는다.”
“개새끼! 네놈이 죽지 않아도 내공을 사라질 것이다.”
천마가 소린을 쳐다보며 말했다.
“소린! 이래도 살려줘야 하오?”
“흑흑흑! 공자. 차라리 소첩을 죽여주세요.”
“보시오. 촉성전으로 나를 죽이려 들었단 말이오.”
소린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애원했다.
“흑흑! 아비 없는 자식은 낳고 싶지 않으니 죽여주세요.”
“저놈이 귀곡산장을 배신한 죄는 용서할 수 없소.”
천마가 소귀를 쳐다봤다.
소귀는 천마의 억센 손에 붙잡힌 팔을 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한번 붙잡힌 손은 빼낼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용을 써보았으나 허탕 치고 말았다.
그때야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소귀였다.
“네놈의 내공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다.”
“미친놈, 내가 내공을 연성하지 않은 사실을 잊었느냐?”
“……”
“네놈은 살려둘 수 없다.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죽어라.”
천마가 분근착골을 소귀의 몸에 펼쳤다.
“몸뚱이가 쪼그라드는 만큼 모두에게 용서를 빌어라.”
“아―후!”
소귀의 몸이 조금씩 쪼그라들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소귀였다.
“이놈! 나는 배신하지 않았다. 네놈이 계획한 음모로 나에게 모함을 씌우다니 네놈이야말로 죽어야 한다.”
천마가 소귀의 악다구니에 이를 악물었다.
“마귀 같은 놈! 몸에 박힌 촉성전이 알고 있다.”
천마가 주술을 외우면서 촉성전을 바라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천마의 몸에 박혔던 촉성전이 뽑히면서 허공을 날았다.
“이놈아! 귀술을 펼치면 촉성전이 알아서 네놈의 몸을 관통할 것이다.”
천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다.
허공을 날던 촉성전이 소귀의 몸에 박혀 들었다.
푸―악!
소귀가 신음을 터뜨리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이놈! 안 된다. 네놈이 감히 소귀를 죽이려 들다니 용서하지 못하겠다!”
소귀의 몸에 박힌 촉성전을 뽑아 드는 여인이 있었다.
바로 백색 복면을 뒤집어 섰던 당과였다.
모자가 작당해서 천마를 죽이려 들었지만 실패했다.
그녀는 지금 소귀가 위험에 처하자 등장한 것이다.
당과는 서두르고 있었다.
분근착골의 수법을 제거하고 응급처치를 시도했다.
명문혈에 장심을 붙이고 내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당과는 금천공주로 변신해 그동안 약령지체술을 익혔다.
그래서다.
금방 백회혈에서 진기가 무럭무럭 뿜어졌다.
독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기에 부시독을 제거했다.
소귀의 안색이 점차 회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진기를 삽입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내공이 하나도 없는 거야?”
소귀는 천마에 의해서 내공을 탈취당한 상태였다.
진기가 남아있을 리가 만무했다.
당과도 또한 마찬가지다.
넘치던 진기가 소귀의 몸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소귀의 상처를 치료하느라고 몰랐다.
그러다가 내공이 절반쯤 줄어든 다음에 눈치 차렸다.
“악랄한 새끼! 동생을 죽이지 못해 안달했구나.”
당과가 만천화우란 암기 수법으로 천마를 공격했다.
푸―슛!
천마는 너무 가깝게 있었기에 암기를 피하지 못했다.
전신에 암기가 새까맣게 박혔다가 퉁겨졌다.
천마가 금강불괴를 연성한 사실을 잊은 것이 실수였다.
암기가 퉁겨지면서 당과를 덮쳤다.
“아―악!”
당과가 꼬치가 되어 뒹굴었다.
소린이 놀라서 당과를 얼싸안았다.
몸에 박힌 암기를 뽑아내며 천마에게 빌었다.
“소주 공자님, 어머니를 용서해주세요,”
소린이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용서를 빌었다.
“소첩이 이렇게 빌겠습니다. 두 분을 살려 주세요.”
천마는 한숨을 쉬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면서 어둠이 물러가고 있었다.
“흥? 소린을 봐서 내공을 없앴으니 그리 알아라.”
천마가 돌아서다가 멈칫했다.
아버지인 소맥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지켜보고 있었다.
눈에선 복잡함이 깃들어 있었다.
“장하다. 많이 성장했구나.”
“아… 아버지.”
“저놈이 배신했다고 했느냐?”
천마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소맥의 표정에 그리움이 머물다가 사라졌다.
“그렇다면 저놈을 죽여라,”
소맥의 냉정한 말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당과와 소귀도 소맥을 발견한 모양이다.
소귀가 엉금엉금 기어서 소맥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아버지 살려주세요. 저놈이 나를 죽이려 합니다.”
소맥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네놈은 죽어도 싸다.”
소귀가 죽어가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저놈이 내 팔을 잘랐습니다.”
“못난 놈! 내가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소맥이 소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처벌하든 너에게 맡기겠다.”
소귀는 냉정하게 돌아서는 아버지의 말에 몸을 떨었다.
“아버지, 살려 주세요. 소자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소귀가 몸을 울부짖는데 그렇게 처참할 수가 없었다.
소맥이 말했다.
“그동안 네놈이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용서할 수가 없다. 당장에 내 손으로 네놈을 때려죽이고 싶지만 참는다.”
소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린에게 말했다.
“당신은 뭐하시오. 아버님께 인사드리지 않고?”
소귀는 끝까지 비겁했다.
만삭의 소린을 끌어드려서 위기를 넘기려고 획책했다.
소린이 소맥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했다.
“아버님, 손주를 생각해서라도 그이를 살려주세요.”
소맥은 말없이 소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욱하고 용을 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소맥의 팔이 와드득 부서지며 떨어져 나갔다.
핏물이 사방으로 튀면서 소맥이 휘청거렸다.
천마의 표정에 복잡함이 얽혀들었다.
“아…아버지.”
“아들을 잘못 키운 대가이니 아비를 원망하라.”
소맥이 대전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천마가 움찔거렸다.
살기였다.
전신을 옥죄면서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소맥의 돌아서는 순간에 기습이 이뤄진 상태였다.
천마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죽어라!”
누군가가 소리쳤다.
천마를 향해 덮쳐들며 공격해 갔다.
번개에 버금갈 정도로 빠른 검기였다.
상대방이 보이지 않았다.
무섭도록 압박하는 살기가 연신 이어졌다.
쏴아아!
그는 바로 주공의 명령을 받았던 후광이란 자였다.
뒤를 이어서 공격하는 자는 수수하게 보이는 노인이었다.
물론 그는 천마를 죽이려고 벼르던 황금가면이 분명했다.
퍼―직!
천마는 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스란히 일격을 맞고 말았다.
천산 갑주가 갈라지고 설핏 피가 보였다.
천마의 몸이 휘청거렸다.
우두둑!
후광의 목이 천마의 의수에 잡혀서 모로 꺾였다.
딱 부릅떠진 눈동자.
자신의 공격이 실패한 것이 믿어지지 않는 듯싶었다.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살수들의 사용한 필사지검이 그의 등에 박혀 들었다.
“아―악!”
천마풍도가 허공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딸랑딸랑!
천마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었다.
어이없게도 죽임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느껴가고 있었다.
“흐흐―흐흐흐!”
사내는 눈물 대신에 고통으로 웃는다고 했다.
웃음.
싸늘한 웃음에는 처절한 아픔이 숨겨진 듯싶었다.
승리의 기쁨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스러운 웃음이다.
천마가 공격을 멈추고 몸을 세웠다.
일도직시(一刀直視).
칼끝으로 상대를 주시했다.
숨결도 끊은 듯싶었다.
몸에선 미세한 떨림도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
천마풍도에 매달린 환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멈춰졌다.
천마의 천산 갑주가 열리며 피가 흘러내렸다.
소귀가 마지막으로 발사했던 촉성전이 박혔던 허리였다.
천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갈라진 살점에 이질적인 광채가 번뜩거렸다.
바로 벽사신검의 검편이었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