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16
– 김태수 씨가 이슈의 중심이 되는 게 싫은가 봐요. 그동안 신중하던 입장에서 전략을 완전히 바꾼 듯해요.
“혹시 위험한 일은 없었습니까? 이전 와타나베처럼요.”
– 다행히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태수 씨가 한국에 있으면 더 든든할 것 같기는 해요.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했어요.
“네, 잘하셨어요.”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일본 쪽 일에 대해서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아직 해결 못 한 일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 일들이 작게 느껴졌다.
최초의 던전을 둘 얻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유럽 원정의 성과가 결코 작지 않았던 셈이다.
116화. 일본의 반격 (1)
유럽에서 보낸 시간이 결코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을 휴가로 보낸 탓에 여운이 남기도 했지만, 막상 한국에 오자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역시 집에 좋다고 할까?
공항에서 내려서 한국 공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메건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집을 떠나있었던 셈인데, 미국이 그립지 않냐고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이 있는 곳이 내 집인걸요.”
데이먼이 들었다면 상당히 섭섭할 만한 말이었지만, 나로서는 이 이상 기쁜 말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곳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곧 이 아파트는 텅 비게 될 테니까.
아파트 앞의 버려진 던전을 개인 용도로 사용할 거라서, 이 근처 대지는 거주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곳 주민들은 하나둘 집을 매각하고 이사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잘못한 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시세에 맞게 처리해주었다.
관련된 일은 DW가 맡아서 해주었고.
아파트가 비게 되면 허물고 새 건물을 지을 생각이었다.
관련 특별법이 처리 중이었고, 어렵지 않게 통과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특별한 존재이니까.
행정부와 입법부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 여행으로 유명인이 돼 버렸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스페인에서의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독일에서 일어난 일은 정말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니까.
독일이라는 나라와 극단주의 세력의 결합은 역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사건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독일 국민이 가장 민감했을 것이다.
나는 먼저 정연희에게 연락해 내 귀국 사실을 알렸다.
다행히 일본 쪽 헌터들의 추가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곧바로 연락하라고 말해두었다.
따로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도 강철구에게 연락이 왔다.
– 회장님, 귀국하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비밀이 없네요. 이제 막 집에 들어왔는데.”
– 휴식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긴급하게 알려드리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인데요?”
– 사실 근래 일본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본래 일본은 헌터들이 실권을 잡고 있었는데, 그걸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암암리에 알 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에 법 개정을 했어요. 명실상부 S급 헌터들의 모임이 행정부보다 위에 존재하게 되었죠. 국가 비상사태 때 그들이 결정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형식적으로 보면 국왕, S급 헌터 최고 회의, 행정부 순이죠.
“골때리네요.”
– 일본만 이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남미나 아프리카 쪽은 이미 이렇게 하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됐으니까요. 아시아도 점점 그런 추세가 확산 중이고…… 미국에서까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보면 한국에 회장님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정철구는 그렇게 말했다가 정정했다.
– 스페인과 독일에서 하신 일을 생각하면 인류의 행운이라고 해야겠네요.
“그럴 생각으로 그곳에 갔던 건 아닙니다. 사건에 휘말렸다고 보는 게 맞아요.”
예상치 않은 일에 휘말려서 최초의 던전 2개를 얻었으니 결코 손해가 아니었지만.
– 용에 대해서 묻고 싶지만 당장은 회장님을 너무 귀찮게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일본 쪽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용은 저도 모르는 일이에요.”
– 하하하. 일본이 갑자기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은 자기네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계획이요?”
– 본래 일본은 한국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습니다. 헌터 쪽으로만 국한하면 자기네가 숫자 면으로나 실력 면으로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일찍부터 미국과 협력해온 관련 산업의 규모도 한국보다 훨씬 큽니다.
“와타나베를 보니 꼭 그렇지도 않던데요?”
– 와타나베는 일본 안에서도 논외로 치던 인물이었습니다. S급이니까 나름대로 중책을 맡고 있었지만, 기분 나쁜 캐릭터쯤으로 치부되었죠. 일본이 아시아에서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오로지 중국이었습니다. 중국만 컨트롤할 수 있다면 아시아는 자기네가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죠.
“장악이요? 전쟁이라도 벌일 생각이었답니까?”
– 비슷합니다. 문제는 지금도 진지하게 그런 계획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거죠. 미국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일본과 협력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회장님의 존재가 미국 쪽에서도 상당히 변수가 돼버린 셈입니다.
얘기를 듣고 있자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원래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국제 정세나 해외 뉴스도 나와 관계없는 일로 여겼고.
하지만 정철구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일본도 미국도 나를 자기네들의 거국적인 플랜의 변수로 여기고 있었다.
– 일본이 움직일 겁니다. 그들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회장님을 거꾸러뜨리는 거니까요. 어쩌면…….
“미국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건가요?”
–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중국도 러시아도, 어쩌면 이번에 큰 족적을 남기신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도 회장님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세상의 공적이라고요?”
– 그렇게만 볼 건 아닙니다. 국제 외교는 야생입니다만, 짐승들도 리스크가 크면 함부로 사냥에 나서지 않으니까요. 대부분 국가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겠지만 일본은 다릅니다.
“이런 말씀을 하신 이유가 있는 거죠?”
귀국하자마자 그가 연락했다는 것은 뭔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 최근 일본 S급 헌터 2명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신분을 위장해서요.
“신분 위장이요? 그게 가능합니까?”
– 물론이죠. 일본이 한국을 무시했던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쪽에 그 나라를 편드는 세력이 많거든요. 부끄럽지만 대표적인 것이 DW였습니다. 그쪽으로부터 제가 받은 오퍼가 상당해서 몸값이 꽤 올라갔습니다만, 당연히 저는 회장님과의 관계가 우선입니다.
“감사합니다.”
– 타츠오와 릿카입니다. 몇 주 전에 들어왔는데 별다른 활동 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만 있습니다. 회장님이 목적이라는 강한 예감이 듭니다.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나요?”
– 타츠오는 소환수를 부립니다. 저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뱀이라고 하더군요. 한 번에 수천 마리까지 소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릿카는 닌자입니다.
“닌자요?”
– 헌터가 된 뒤에 관련 기술을 습득한 거죠. 과거에는 실제 닌자가 있었다지만 대부분 그들이 사용했다는 기술은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것이 많죠. 적어도 현대에까지 그 기술을 익히겠다는 사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헌터라면 논외죠.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익힐 실재적 육체 능력과 마나 능력이 있으니까요.
“진짜 골때리네요.”
– 저는 용이 더 신기한데요. 아무튼 조심하십시오.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놈들이니까요. 길게 말씀드린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자들이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국가적 대사를 위해서입니다. 반드시 성공시키려고 하겠죠.
“그 대사가 저를 죽이는 거란 말씀이죠?”
– 네.
“감사합니다. 조만간 꼭 술 한 잔 사겠습니다.”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정연희가 일본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초의 던전을 노린 게 아니라 나를 직접 타깃으로 한 거라서 그녀가 아는 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반면 정철구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DW 입장에서야 내가 죽으면 일본 쪽에 붙으면 되니까 손해볼 게 없다.
사업가적 마인드로만 생각했다면 굳이 내게 정보를 알려줄 필요가 없었겠지.
어쩌면 내가 없는 게 DW로서는 더 나을 수 있다.
버려진 던전 관련 문제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실추된 국내에서의 입지 문제나.
정철구가 선대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소환사에…… 닌자라고?’
당연한 일이지만 박성일도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그로서도 몇 달 만에 집에 돌아온 것이었다.
나와는 다른 의미로 그 또한 유명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그는 막연히 최강자로서 두려움을 자아내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스페인과 독일에서 생긴 일 때문에 친근한 이미지를 많이 얻었다.
한국에 없는 동안 관련 밈이 국내에서 크게 유행했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참 울린 뒤에야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크흐흠, 형님? 안 주무세요? 저는 시차 때문에 피곤해 죽겠는데?
“나는 나이가 많잖아.”
– 그거랑 시차가 관련이 있나요? 왜 갑자기 전화하셨어요? 자고 나서 통화하면 안 되는 일인가요?
“응, 미안.”
나는 정철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간단히 전달했다.
– 오우, 쒯! 잠이 확 달아나네! 이번에는 일본 놈들이 문제라고요?
“나를 죽이려고 들어온 것 같대. 미안하다. 너도 좀 쉬어야 하는데.”
– 아니요~ 지금 잠이 문젠가요? 바로 날아갈게요.
유럽 원정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그곳에서도 박성일을 이길 수 있는 헌터가 없었다.
절대 방어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파트릭은 논외로 하고.
소환사나 닌자라는 클래스는 충분히 의미심장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박성일의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얼마나 든든한 아군인지.
나는 메건에게도 사실을 알렸다.
“집에 돌아와도 안전하지 않네요.”
“새 건물을 지으면 무엇보다 결계에 신경 써야 할 것 같아.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이 다치는 건 원치 않으니까.”
“아버지는 항상 경호원을 곁에 두는데. 태수 씨도 그렇게 하는 게 어때요?”
“생각해 볼게.”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무엇보다 인생의 대부분을 소시민적 마인드로 살아왔던 내게는 경호원을 수십 명씩 거느리고 대저택에서 사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
이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저택을 지으면 그 정도 규모의 집을 충분히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건과 나 둘만의 공간에 다른 직원이나 경호원들을 들이는 것은 논외였다.
물론 웬만큼 직원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경호원들은 좀 불편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보다는 용을 소환해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집을 지키는 더 안전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머리를 흔들어 판타지적인 공상을 몰아내자니, 문득 베란다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