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Warlock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소악마가 먼지가 되어 사라지자 연회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특히 암살 시도가 성공한 줄로만 알았던 창천의 지도자는 너무 놀라 기절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어떻게는 개뿔이. 대놓고 다 보이더만.”
한참 동안 헤매다 튀어나온 한마디에 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는 흑룡을 뭐라 생각하는 거냐? 최강의 국가라는 건 그만큼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거다. 강한 능력, 좋은 아이템, 높은 제작 기술. 이 세 개가 합쳐지면 보안도 당연히 좋아지지 않겠냐?”
“이 개새끼가! 다 알면서 놀린 거였냐!?”
“당연히 놀린 거지. 너 같으면 이런 재미있는 이벤트를….”
콰앙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허공에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동시에 창천의 지도자는 연회장 끝까지 날아가 벽에 쳐박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윤준휘가 얼떨떨해할 때였다.
“폐하께 공격을 하려다 날아간 거다.”
“예?”
“놈은 방금 무기를 꺼내 바로 옥좌를 향해 도약했다. 그리고 폐하께서는 닿기도 전에 바로 요격해서 날려버렸지. 나도 아주 흐릿하게 봤을 뿐이다만.”
“…!”
아버지인 윤도준의 해설에 그제야 사정을 알 수 있었다.
눈으로는 따라잡기도 힘든 찰나에 도약과 공격, 요격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니.
대체 레벨이 얼마나 되면 저런 공방이 가능하단 말인가?
“새끼야,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 질문 해놓고 왜 갑자기 춤사위야? 낮술 먹었어?”
“아아아아악! 죽여버린다!”
푸화악
필사의 공격조차 춤사위로 넘겨버리는 비아냥에 창천의 지도자는 눈이 돌아갔다.
동시에 벽에 박힌 놈의 몸에서 아우라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그 광경에 연회장에 있던 어느 개척자가 기겁하여 소리쳤다.
“아바타라! 이런 미친!”
아바타라라는 소리에 윤준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시적이지만 폭발적으로 전투력을 증폭시켜주는 크루세이더의 비기.
하루에 단 한 번 쓸 수 있지만, 지속 시간 동안은 10레벨 차이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들었다.
3차 전직까지 마치면 한층 더 강해져서 어지간한 보스급 몬스터와 1대 1로 싸우는 것조차 가능할 터.
‘위험하다!’
저도 모르게 윤준휘의 고개가 왕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윤준휘의 고개가 돌아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창천의 지도자가 튀어나갔다.
3차 전직을 마친 성기사가 아바타라까지 쓰자 보여준 속도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놈은 왕에게 닿기 전에 번쩍이는 빛을 마주해야 했다.
콰지지직
“끄어어어어어!”
“짖지 마라. 시끄럽다.”
하늘로 높이 날아간 창천의 지도자는 그대로 오른쪽 천장에 처박힌 채 돌가루를 날렸다.
자줏빛 번개는 놈을 메다꽂은 것도 모자라 마치 후려치는 주먹처럼 표적을 패대기치며 밀어냈다.
그 광경을 본 윤준휘의 전신에 소름이 쭉 돋았다.
저 번개의 스파크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침이 되어 창천의 지도자를 내부에서 찢어발기는 것 같았으니까.
‘부, 분명 폐하께서는 아무런 영창을 안 하셨을 텐데.’
마법사가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주문을 외우는 과정인 ‘영창’이 필요하다.
이 영창을 생략하는 방법은 무영창이라는 스킬을 추가로 습득하는 것뿐.
매우 희귀한 스킬이지만 가끔 스킬북에서 나오기에 최상위 개척자들은 익힌 자가 소수 있다고 들었다.
왕이라면 익히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무영창으로 마법을 사용할 경우 본래의 위력을 반절이나 감소시킨다는 사실만 뺀다면.
‘저게 반절이나 감소한 위력이라고? 3차 전직을 마친데다 아바타라까지 쓴 성기사를 한 방에 제압하는데?’
이상한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법사는 막강한 화력에 비해 신체 능력이 전사보다 못할 터.
그런데 왕은 창천의 지도자가 달려드는 걸 정확히 파악하고 먼저 반응해 요격했다.
저레벨이라지만 전사직인 윤준휘조차 잔상이 제대로 안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체 폐하께서는….’
윤준휘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갔다.
이제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 들어온 왕의 전설은 무엇 하나 거짓이 없었다는 걸.
아버지 세대가 왕을 무서워하는 건 그 모든 걸 직접 눈앞에서 봤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만에 하나 흑룡이 천재지변으로 멸망하더라도 왕 한 사람만 남아 있다면 국가와 대적할 수 있겠지.
“끄으윽…!”
창천의 지도자는 몸을 경련시키면서도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고통 때문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으나, 그 상태에서조차 놈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흐으으… 나 하나 죽인다고, 끝날 것 같아…?”
“유언의 시작이 좋구만. 더 해봐.”
“나만 너 같은, 개새끼에게, 학을 뗀 게 아니야. 다들 너만… 너만 죽일 수 있다면 된다고, 나한테 말했다….”
“그러시겠지. 그래서 은밀히 군대도 모은 거 아냐. 여차하면 기습으로 영지 몇 개 뒤엎고 시작하려고.”
“…!”
“차라리 끝까지 그대로 밀고 나갔으면 될 텐데 암살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괜히 도박이나 하다 다 망쳤네? 심지어 잘 숨어 있는 병력 움직이느라 집결지까지 다 들켰으니 이게 무슨 망신이야?”
왕의 말에 억지 미소를 짓던 놈이 눈을 부릅떴다.
입만 뻐끔거리는 게 너무 놀라 할 말조차 잊은 것 같았다.
왕은 피식 웃으며 창천의 지도자와 눈을 맞췄다.
“뭘 기대하는 거야? 그놈들 진즉 토벌했다. 기다려봤자 아무 일도 안 일어나.”
“거짓말, 이다.”
창천의 지도자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흑룡의, 군대가, 안 움직였어. 미리, 살펴봤….”
“멍청한 소리 하는구만. 그야 내가 혼자 갔으니 군대가 안 움직였지.”
왕 대신 옆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죽거리며 앞으로 나온 근육질의 중년 남성은 윤준휘도 아는 얼굴이었다.
삼공작 중 하나이자 용살자, 성문파쇄기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박상구 공작.
용의 비늘만큼 단단한 피부 때문에 공격한 적들이 베고 베고 또 베다 결국 지쳐 죽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왕의 힘을 본 윤준휘는 이제 그 소문도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옛다. 네 친구다.”
툭
박상구 공작은 지금껏 들고 있었던 상자 하나를 던졌다.
주인의 손을 떠난 상자는 바닥을 구르더니 이내 뚜껑마저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동그란 머리가 나와 놈의 앞에 멈춰섰다.
창천의 지도자는 그 머리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익숙한 얼굴이지? 군대를 맡긴 거 보니까 꽤 신뢰하는 것 같던데, 친구냐? 아니면 가족?”
“….”
“어느 쪽이건 상관은 업다만. 어차피 창천은 이제 싹 쓸어버릴 생각이니까.”
그 말에 창천의 지도자만이 아니라 모든 개척자들이 기겁했다.
싹 쓸어버린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하지만 왕은 눈썹 하나 까딱 안 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럼 이만한 규모의 개척자를 모으고도 연좌가 적용 안 될 거라 생각했냐? 적어도 창천 출신이라면 뭔가 수상쩍은 기색을 눈치챘을 텐데 아무도 밀고를 안 했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이 새…!”
푸화악
창천의 지도자가 욕설을 내뱉기도 전에 푸른 불꽃이 그의 몸을 휩쓸었다.
눈부신 불꽃은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치솟았다가 1초 만에 사라졌다.
그 후에 남은 건 잿가루뿐.
곧 남겨진 잿가루가 뭉치며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지만, 그 전에 왕이 손가락을 튕기며 중얼거렸다.
“재활용하기도 아까운 놈.”
파스스
형상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잿가루는 그 자리에서 바스러지더니 이내 허공으로 흩어졌다.
3차 전직까지 마쳤던 최상위 개척자치고는 더없이 허무한 최후였다.
“….”
“….”
모든 게 끝났음에도 입을 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암살 시도의 시작부터 저지까지는 겨우 십수 분 남짓.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들이 너무 많았다.
창천의 기습 공격 계획과 그 모든 걸 미리 알아내고 진압한 왕의 수완.
여기에 더해 최상위 개척자를 벌레처럼 죽여버리는 무력까지.
왕의 힘을 처음 보는 이들은 물론 미리 알고 있던 사람까지 충격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괘씸한 놈이 죽고 흑룡을 적대하려던 멍청이들도 사라졌다. 나로서는 이대로 해피 엔딩을 외치고 싶다만.”
침묵 속에서 왕의 차가운 어조가 흘러나왔다.
당장이라도 다음 제물을 찾는 듯한 포식자의 목소리였다.
그 포식자가 지목한 제물은 바로 다른 주변국들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창천 혼자서 이런 짓을 벌였을 리가 없다. 아무리 이판사판이라지만 대놓고 자살행위를 할 정도로 멍청한 놈은 아니니까.”
“맞는 말씀이십니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흑룡을 공격하려 했겠지요.”
차분한 목소리가 왕의 말을 받았다.
윤준휘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옥좌 근처에 있던 누군가가 보였다.
삼공작 중 한 사람이자 왕실 근위 기사단의 단장직에 있는 민재윤 공작이었다.
‘대체 어느새?’
분명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연회장의 입구 근처에 있었건만.
그때 한 가지 추측이 윤준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긴급상황이 되면 나서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민재윤 공작 스스로가 그런 판단을 내렸다면 무능하다는 증명이다.
왕을 지켜야할 자가 제멋대로 왕이 감당 가능할 거라 생각한 후 의무를 팽개친 셈이니까.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적을 꾀어내려고 일부러 나서지 말라는 폐하의 명령 때문에 지금껏 나서지 않았던 거라면.
이 모든 게 왕이 만든 한 편의 연극이란 소리 아닌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흑룡은 다른 국가들과 지금껏 사이좋게 지내왔건만, 강하고 부유한 영지에 눈이 돌아가서 이런 짓을 벌였으니 말입니다.”
윤준휘의 추측을 긍정하듯 민재윤 공작은 배우처럼 과장된 어조로 말했다.
왕도 그 연극에 어울리는 것처럼 슬픈 표정을 지으며 오른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흑흑, 그게 사실이라면 마음이 찢어지는구나.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진정하시지요, 폐하. 지금은 슬퍼하실 때가 아닙니다. 일단 저 비열한 창천 놈들부터 벌하셔야지요.”
“그래, 그게 순리겠지. 하지만 오랜만에 벌인 연회를 군대 소집 따위로 망칠 수도 없는 법.”
왕은 우는 척을 그만두고 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얼굴에서 내린 손으로 옥좌의 팔걸이를 후려치면서 소리쳤다.
“와라!”
크아아아아아아!
“흐윽!?”
궁전 전체를 울리는 포효에 윤준휘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마치 보이지 않은 충격파로 가슴팍을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다른 개척자들도 마찬가지인지 저마다 컥컥거리며 허리를 숙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호흡을 정돈할 수는 있었지만, 이번엔 갑자기 연회장이 어두워졌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윤준휘가 창문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
연회장의 한쪽 벽 전체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에 윤준휘는 할 말을 잊었다.
파충류 특유의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은 연회장의 거대한 창들보다 거대했다.
비늘은 가장 단단한 갑옷보다 단단해 보였으며 이빨은 하나하나가 사람을 꿰어버릴 크기였다.
그 거대한 생물이 눈동자를 굴릴 때마다 원초적인 공포심에 다리의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전체적인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저 머리통만 봐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괴물이 날뛰기 시작한다면 누구 하나 막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윤준휘는 그제야 저 괴물의 정체를 눈치채고 중얼거렸다.
“파프닐….”
캬아아아아아아아!
파프닐은 윤준휘의 말에 대답하듯 재차 날카로운 포효를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