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69)
1169화 재앙은 바다에서 왔다. (5)
“제국의 악마들이 온다!”
이공 후작의 예상처럼 소문은 징벌함대보다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라로셀이 어떤 꼴이 났는지 소문을 들은 비스케이만 해안 지역의 주민들은 모두 공포에 빠졌고, 도시와 마을들은 공황 상태가 되어 버렸다.
“빨, 빨리 짐 싸!”
“오늘이라도 제국의 악마들이 올지 몰라;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해!”
제대로 된 항구도 없는 작은 어촌의 주민들조차 이성을 잃고 세간살이를 꾸려 낭트로 향하는 피난길에 올랐다. 이렇게 피난길에 오르는 피난민들이 넘쳐나면서 낭트 지역의 치안은 점점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해안 지역에서 피난은 주민들로 인해 낭트와 인근 지역의 주거 환경은 엉망이 되어 버렸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해안 지역에서 낭트로 향하는 길에는 도적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몰려온 ‘전문’ 도적들이 증가한 것도 큰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인근 농촌의 농부들이 도적으로 변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와 인근의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들이 병사들을 내보내 치안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프랑스 남쪽부터 혼돈의 장이 열리고 있을 때, 브레스트 항구 근처에 징벌함대와 포르투갈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브레스트는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항구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향의 개입으로 틀어진 역사로 인해 브레스트는 더욱 이른 시점에서 대형 항구로 바뀌었다. 목재로 대충 만들어졌던 선착장은 어느새인가 대량의 석재를 사용해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더해 브레스트로 들어가는 해협 통로 좌우로 거액을 들여 해안포대를 건설했다. 석재로 만든 성벽 외부에 흙으로 언덕을 쌓아 방어력을 추가한 해 안포대를 건설한 프랑스는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브레스트는 난공불락이다!”
그리고, 브레스트를 코앞에 두고 함장들과 지휘관들을 기함에 부른 이공 후작은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과연 난공불락인지 확인해 볼까?”
“재미있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부터 작전을 시작하도록 하지. 선봉은 날틀 부대다.”
* * *
다음날 아침, 동이 틀 무렵.
날틀 모함 청해진에서 신천옹들이 날아올랐다.
함대 상공을 맴돌며 편대를 구성한 신천옹 편대는 곧장 브레스트의 해안포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다시 한번 장대욱을 태운 신천옹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 오늘은 멀미 안 하십니다?”
“포기했더니 몸이 익숙해지더군….. 그리고, 이제는 비행이 즐겁다네.”
징벌함대의 뒤를 따라오던 포르투갈 해군의 병사들과 지휘관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바라봤다.
“저거 프랑스 놈들이 말하는 비행기 맞지?”
“맞아. 그런데 그게 배에서 뜬다고?”
“저 배가 저런 용도였어?”
병사들과 지휘관들이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을 때, 생각이 많은 몇몇 지휘관들은 표정이 심각해졌다.
“날틀은 정찰에나 요긴하다고 했었는데 아니었단 말인가?”
날틀에 관한 발표가 나왔을 때, 각국의 군 고위층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평가했었다.
-정찰용에나 가치 있는 병기.
매우 부정적인 평가였고, 이는 제국군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현은 거의 강제에 가깝게 날틀 부대를 징벌함대에 편입시켰고, 날틀 부대의 지휘관들도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 * *
브레스트에 도착한 신천옹들은 곧 패를 나누어 항구로 향하는 해협 좌우에 자리한 해안포대들을 타격했다.
석재를 사용해 두껍게 성벽을 쌓고, 그것도 모자라 흙까지 덮어 방어력을 높인 해안포대였지만, 하늘에서부터의 공격에는 무력했다.
신천옹에서 투하한 폭탄에 제대로 명중당한 해안포대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붕괴되었다.
점점 다가오는 징벌함대를 상대하기 위해 대포 주변에 쌓아 두었던 대량의 포탄과 화약이 연쇄 폭발을 일으킨 탓이었다.
규정대로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었고, 프랑스 병사들은 그 규정을 어긴 대가를 치른 것이었다.
향이 ‘너무 느리고, 너무 낮게 난다.’라며 불만을 표했던 신천옹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탁월한 명중률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명중률과 프랑스 병사들이 규정 무시 덕분에, 단 한 번의 폭격으로 해협 좌우에 자리한 해안포대의 8할이 단번에 정리되었다.
‘향도(響導)’의 임무와 더불어 폭격 성과 확인 임무까지 담당했던 강재욱은 귀환 도중 살수의 함교를 향해 발광 신호를 보냈다.
-8할 정리.
이어서 청해진에서 살수로 발광 신호를 보냈다.
“2차 폭격을 허가해 달라고 합니다.”
“흐음…..”
잠시 고민하던 이공 후작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허가한다.”
약 반 시진(약 1시간) 후, 청해진에서 다시 신천옹들이 날아올랐다.
* * *
2차례의 폭격을 통해 브레스트 입구를 방어하는 해안포대들이 정리되자 구축함들을 선두로 징벌함대가 입구에 들어섰다.
해협을 통과한 구축함들이 주변을 경계하는 동안 살수와 화력지원함들이 뒤이어 들어섰고, 도전자급 전선들과 해응급 전선들은 입구 바깥에서 혹시 모를 프랑스 해군의 반격을 경계했다.
브레스트 항구 앞바다에 자리를 잡은 살수와 화력지원함들은 준비가 끝나자마자 브레스트 항구에 불의 비를 쏟기 시작했다.
* * *
징벌함대는 참으로 집요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브레스트를 파괴했다.
브레스트 항구와 해군 기지의 모든 시설물들이 가장 먼저 파괴되었고, 뒤이어 조선소가 폐허로 바뀌었다.
부두의 선착장을 제외한 항구 전체와 조선소를 폐허로 만든 징벌함대는 그 포구를 항구 뒤편의 민간인 거주구역으로 돌렸다.
징벌함대의 포격은 사흘 동안 이어졌다.
사흘에 걸쳐 이어진 포격은 살수와 화력지원함만 전담한 것이 아니었다.
브레스트 항구로 들어오는 입구를 지키던 도전자급 전선들과 해응급 전선들도 교대로 들어와 포격에 가담했다.
그것도 모자라 청해진 소속의 신천옹들은 브레스트와 연결된 철로망과 통신망을 파괴해 버렸다. 그렇게 브레스트의 거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 징벌함대의 전선들은 그때까지 남겨 놓은 선착장과 계류 시설에 배들을 대고 보급을 진행했다.
보급이 끝나자, 징벌함대는 라로셀에서와 마찬가지로 선착장과 계류 시설까지 모조리 날려 버리고는 브레스트 항구를 빠져나왔다.
항구를 빠져나오자 징벌함대는 둘로 나뉘었다.
창고가 비어 버린 수송선들은 해응급 전선들의 호위를 받으며 지브롤터로 향했고, 징벌함대의 본진은 느긋하게 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프랑스를 향한 징벌은 대서양 쪽만이 아니었다.
지브롤터 주둔 제국 함대도 지중해에서 흉포하게 날뛰고 있었다.
에스파냐의 지중해 방향 출구인 발렌시아를 날려 버린 지중해 주둔 제국 함대는 프랑스의 툴롱을 다음 목표로 삼았다.
툴롱은 프랑스의 지중해 쪽 출구였다.
이곳을 통해 수에즈와 오스만으로 물류가 이동하고 있었다.
이곳이 막히면 프랑스의 지중해 통로가 완전히 막혀 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지브롤터 주둔 제국 함대는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툴롱을 박살 내 버렸다.
3번에 걸쳐 끈질기게 두들겨 댄 덕분에 툴롱은 돌조각 하나 제 자리에 있지 못하는 폐허가 되었다.
* * *
지브롤터 함대가 툴롱을 두들기고 있을 때, 북진한 징벌함대는 르아브르와 옹플뢰르를 두들기고 있었다.
브레스트에 이어 대서양으로 향하는 또 다른 관문이 르아브르와 옹플뢰르였다.
역사는 옹플뢰르가 더 오래되었지만, 입지는 더 좋았던 르아브르는 한창 성장하고 있던 항구 도시였다.
그런 두 항구 도시가 두들겨 맞으면서 파리는 진짜 비상이 걸려 버렸다.
아니, 프랑스 전역이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해안 지역만 난장판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륙 지역까지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제국 육군이 에스파냐에서 벌인 지상 작전 때문이었다.
* * *
엘펠라요에서 벌어진 전투를 통해 에스파냐 육군을 패퇴시킨 제국 육군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퇴하는 에스파냐 육군의 뒤를 쫓는다며 제국 육군과 스위스군은 에스파냐의 남부지역을 초토화 시키고 있었다.
제국 육군의 지상 작전은 참으로 교묘했다.
제국 육군과 스위스군은 후퇴하는 에스파냐군과 하루나 이틀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추격을 계속했다. 그렇게 에스파냐군의 뒤를 쫓으며 마을이나 도시를 만나면 제국 육군은 바로 사자를 보냈다.
-2시간을 주겠다. 지금 즉시 떠나라.
그렇게 주민들을 쫓아낸 제국 육군과 스위스군은 그 일대를 모조리 초토화시켰다.
농토를 비롯한 모든 것들을 불에 태웠고, 건물들을 무너뜨렸다.
이를 막기 위해 에스파냐 육군은 후퇴를 멈추고 제국 육군과 스위스군에 덤볐다. 하지만, 그렇게 벌어진 전투는 다시 ‘처절한’ 패배로 끝났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다급한 마음에 벌인 전투였기에, 전투가 벌어진 지역은 세비야의 평야 지대였다. 에스파냐군은 열심히 참호를 파 방어했지만, 제국 육군의 포병 전력과 돌격차들은 이를 가뿐하게 분쇄했다.
크게 대패한 에스파냐군은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제국 육군과 스위스군은 느긋하게 뒤를 쫓으며 에스파냐의 남부를 유린했다.
후퇴를 지휘하던 알바 후작의 명령에 따라 세비야에서 수도 바야돌리드로 이어지는 철로가 파괴되었다.
“철로를 파괴했다고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제국 놈들이 철로를 이용해 바로 바야돌리드로 갈 수 있어. 그러면 더 큰 욕을 먹을 것이다.”
후작의 명령에 따라 철도망이 끊겼지만, 이를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이체 공작은 이탈리아에 철도 자재를 주문해 놓고 있었다.
이탈리아로서는 뜻밖의 횡재였다.
이탈리아에서 보낸 철도 자재를 세비야에 쌓아 놓은 제국 육군과 스위스군은 열심히 에스파냐의 남부 지역을 망가트리고 다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바야돌리드로 가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안 할거야.
-왜인지 알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겠지?
바야돌리드에서 보고를 받은 섭정 페르난도 2세는 이를 박박 갈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잔인한 놈들!”
이는 파리도 마찬가지였다.
파리의 샤를 8세도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돌아봤다.
“몽골의 재래인가? 동방은 다 이렇게 싸우는 것인가?”
샤를 8세의 말에 옆에 있던 루이 12세가 대답했다.
“몽골보다 잔인하지는 않지만, 몽골보다는 확실하게 비정합니다.”
-점령하지 않는다.
-무고한 살상도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확실하게 파괴한다.
-이것이 제국이 내리는 징벌이다.
“후우~.”
루이 12세는 한숨을 내쉬고는 샤를 8세에게 말했다.
“항복해야 합니다. 이번 판에서 우리는 확실하게 졌습니다.”
“항복하라고? 나보고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하라는 것이오?”
“이미 프랑스의 과거는 사라졌고, 지금은 프랑스의 미래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멈춰야 합니다.”
“아아.”
비탄에 잠겨 한참을 탄식하던 샤를 8세는 명령을 내렸다.
“사자를 보내시오. 정전을 논의해 보자고 제안하시오.”
“알겠습니다.”
이에 급히 사자가 르아브르로 향했다.
사자를 통해 샤를 8세의 제안을 들은 이공 후작은 코웃음을 쳤다.
“흥! 정전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사자에게 일갈한 이공 후작은 참모에게 물었다.
“보급은 끝났나?”
“끝났습니다.”
“그러면 다시 내려가면서 두들기도록 한다. 올라오는 도중에 가치가 없어 보여서 그냥 지나친 곳들 모두 지도에 표시했지?”
“옛!”
“이번에 내려가면서 그곳들을 부순다!”
“옛!”
참모의 대답을 들은 이공 후작은 통역관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남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지 모르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제대로 해서 다시 오도록! 이 작자를 내보내라!”
이공 후작에게 내쳐진 사자는 다급히 파리로 향했다.
“당장 전해야 해! 체면 따질 때가 아냐! 외교적인 줄다리기는 이제 의미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