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68)
1168화 재앙은 바다에서 왔다. (4)
제국 육군과 스위스군이 지상 작전을 통해 에스파냐 육군에게 파멸을 선물하고 있을 때, 징벌함대는 리스본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공 후작은 구축함을 먼저 리스본으로 보내 자신들의 방문을 알렸다.
이에 포르투갈 국왕 아폰소는 기겁해 함대를 출항시켰다.
“당장 최선을 다해 영접하도록 하시오! 설령 저들이 무례하게 굴더라도 무조건 예의를 지켜야 함을 명심하시오!”
“예, 전하!”
아폰소 국왕의 명령에 바로 답한 포르투갈 함대의 종사령관은 바로 대답하고 함대로 달려갔다.
“직접 가실 겁니까?”
참모의 질문에 총사령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제국의 황족이 사령관으로 있는데.”
본진보다 앞서 도착한 구축함에는 이공 후작의 친서가 실려 있었다.
-제국의 동맹국인 포르투갈 국왕께 안부를 전합니다.
(중략)
따라서 본 함대의 입항과 정박,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제국 해군 제독, 제국 후작 이공 드림.
서한 마지막에 적은 보낸 이의 서명 때문에 포르투갈 국왕과 정부에 비상이 걸려 버린 것이었다.
제국의 후작.
제국에서 공작, 후작의 작위를 가진 이들의 9할은 황족이었다.
그것도 황제의 형제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작위였다.
당금 황제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지금 입항을 요청하는 후작은 선대 황제의 형제일 것이 확실했다.
당연히 포르투갈 해군의 총사령관이 나가서 영접해야만 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이공 후작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이끄는 함대가 더욱 문제였다.
지브롤터에서 분쟁이 벌어진 이후, 포르투갈은 최대한 많은 간자들을 지브롤터 인근에 뿌렸다. 거기에 더해 세우타에서도 정탐선을 내보내 끊임없이 전황을 살폈다.
-제국이 유리한 것은 명약관화. 문제는 어느 순간에 끼어들어야 최대한 생색을 낼 수 있느냐다.
이런 포르투갈의 속셈은 징벌함대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틀어져 버렸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연합함대가 전멸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푸에르토레알에서 전서구들이 떼로 날아들었다.
푸에르토레알 인근에 숨어 있던 간자들이 보낸 전서구의 다리에는 모두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카디스와 푸에르토레알 소멸.
“소멸?”
“소멸이라고?”
이때부터 포르투갈 국왕과 정부는 공황 상태에 빠져 갈피를 못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이공 후작의 서한이 도착한 것이었다.
* * *
“견시로부터 보고입니다. 먼저 보낸 아군 구축함이 포르투갈 함대와 함께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부장의 보고에 함장과 이공 후작은 망원경을 들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포르투갈 함대를 살피던 이공 후작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주 단단히 겁을 먹은 것 같군.”
징벌함대를 향해 다가오는 포르투갈 함대 소속 전함들이 포혈(砲穴)은 모두 단단히 닫혀 있었다. 전함에 얹는 화포들의 위력이 강할수록 화포들의 무게도 비례해 무거워졌다. 또한, 포혈을 가리는 덮개 또한 파도를 견뎌야 했기 때문에 두껍고 무거웠다.
때문에, 포혈의 덮개를 치우고 포구를 내밀어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저렇게 포혈을 단단히 닫았다는 소리는 기습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몸짓이었다.
“그렇지만, 규모가 상당합니다. 리스본에 있는 배들을 모조리 끌고 나온 것 같습니다.”
함장의 지적에 이공 후작은 여전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함장도 알지 않나? 개가 겁을 먹으면 먹을수록 요란하게 짖는다는 것을 말일세.”
두 함대가 서로 접촉하자, 포르투갈 해군 총사령관은 바로 살수에 올라 이공 후작과 인사를 나누었다.
“후작 각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포르투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환영에 감사하오. 국왕께 알현을 청하고 싶은데 입항해도 되겠소?”
“국왕께서도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지만…..”
“하지만?”
잠시 마른침을 삼킨 총사령관은 말을 이었다.
“현재 리스본의 항구에 여유가 없어서 맞은편 알마다에 정박하셔야 합니다. 아! 각하의 기함은 리스본에 정박하시면 됩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매는 총사령관의 모습에 이공 후작은 그 속내를 알 수 있었다.
‘나 같아도 왕궁의 코앞에 외국의 함대가 버티고 있으면 겁나지. 문제는 이 살수 하나만으로도 리스본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지만.’
그런 속내를 숨긴 이공 후작은 표정을 정리한 다음 대답했다.
“알겠소. 귀국의 협조에 감사하오.”
이공 후작의 말에 총사령관은 과장된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우리는 동맹 아닙니까! 동맹!”
* * *
포르투갈 함대의 호위 아닌 호위를 받으며 징벌함대는 테주((Tejo)강을 거슬러 올라 리스본에 도착했다.
예인선들의 안내를 받으며 살수는 리스본의 항구에 배를 댔고, 함대의 나머지 배들은 맞은편 알마다 지역에 만들어진 항구에 닻을 내렸다. 먼저 내려 준비한 해군 군악대가 ‘제국 행진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후작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포르투갈 귀족들과 관리들은 점점 주눅이 들었다.
‘저 제국 행진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사람을 짓누르는 느낌이야.’
‘음악만이 아니야. 저 시꺼먼 복장들은 어떻고…..’
‘후작은 언제 나오는 거야?’
묵직하게 사람들을 압박하는 행진곡이 거의 끝나 갈 즈음, 이공 후작이 살수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향에게서 시작해 이제는 제국 황실 전용인 된 검은색의 제국 군복을 걸친 이공 후작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포르투갈 관리, 군인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왕궁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 * *
“어서 오시오. 먼 길을 와서 전쟁을 수행하느라 수고가 많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군인이 되어서 어찌 수고를 따지겠습니까?”
나름 훈훈한 인사가 오가고 아폰소 국왕이 슬슬 본론으로 넘어갔다.
“며칠이나 머무실 생각이오?”
“사흘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비와 보급, 병사들의 휴식을 생각하면 그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바로 프랑스로 올라갈 생각이오?”
“그렇습니다.”
“혹시 포르투갈 군대의 힘이 필요하오?”
“우리만으로도 가능합니다만, 도와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막힘 없이 나오는 이공 후작의 대답에서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 모습에 아폰소 국왕은 자신들이 최선이라 생각한 제안을 이야기했다.
“프랑스를 상대하려면 상당히 많은 육군이 필요할 텐데, 지금 우리 포르투갈의 상황으로는 육군을 지원하기 힘드오. 하지만, 함대는 가능하오.”
이는 포르투갈의 현실이었다.
에스파냐와 국경을 마주한 상황에 가뜩이나 모자란 육군을 내줄 수는 없었다. 용병을 구하면 될 일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아폰소 국왕의 제안에 이공 후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하께서 주시려는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벌일 작전에 육군은 필요 없습니다.”
“필요 없다? 프랑스 영토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는 소리요?”
“제국의 영토는 이미 충분합니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징벌’입니다.”
“징벌?”
아폰소 국왕이 의문을 표하자, 이공 후작은 단호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이번 작전에서 제국군은 프랑스에 상륙하지 않을 것입니다. 프랑스 영토를 점령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대신, 잊지 못할 교훈을 남길 것입니다.”
“잊지 못할 교훈이라…..”
이공 후작의 대답을 곱씹던 아폰소 후작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카디스와 푸에르토레알의 소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소리로 구나!’
알현을 끝낸 이공 후작이 돌아가자, 아폰소 국왕은 바로 군 지휘부와 고위 관리들을 소집해 비상 회의에 들어갔다.
이공 후작의 말처럼 알마다에 정박한 징벌함대의 병사들은 같이 온 수송선에 실린 물자들을 옮겨 싣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리스본에 모인 호사가들의 관심은 리스본 항구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 살수에 집중되었다.
그들이 제일 관심을 보인 것은 살수의 주포에 사용하는 포탄이었다.
“세상에…..”
“저렇게 큰 포탄이라니…..”
세워 놓았을 때, 성인 남성의 가슴 높이의 길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포탄의 모습을 보고 경악과 감탄이 홍수를 이뤘다. 한편, 그 포탄을 본 군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저런 포탄들이라면 푸에르토레알이 소멸이라는 결과를 맞은 것도 이해가 가는군…..”
하지만, 이들의 관심을 끄는 존재들은 또 있었다.
바로 날틀 모함과 화력지원함이었다.
“저 배들은 뭐지? 수송선은 아닌 것 같고…..”
“저기 갑판에 잔뜩 놓인 구조물들은 뭐지?”
후작의 명령에 따라 날틀 모함과 화력지원함은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날틀과 대신기전들의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자, 징벌함대는 약속대로 리스본을 빠져나왔다.
서서히 프랑스를 향해 올라가는 징벌함대의 뒤에는 포르투갈 함대가 따르고 있었다.
* * *
북상한 징벌함대가 최초로 ‘징벌’을 가한 곳은 라로셀이었다.
비스케이만의 중심부에 자리한 라로셀은 그다지 크지 않은 항구였지만, 상당히 큰 조선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라로셀의 앞바다에 닻을 내린 징벌함대는 바로 사자를 보냈다.
-1시진(약 2시간)을 주겠다. 라로셀의 모든 주민은 즉시 이곳을 벗어나라.
-이후에 벌어질 일은 책임지지 않겠다.
사자의 통보를 받은 라로셀의 시장은 진땀을 흘리며 사정했다.
“1시간이라니! 너무 촉박합니다!”
“1시간이 아니라 1시진이오.”
“그게 무슨…..”
의문을 감추지 못하는 시장의 모습에 통역관이 나서서 설명을 덧붙였다.
“제국의 1시진은 유럽의 2시간이오.”
“아! 아니지! 2시간은 너무 촉박합니다! 시간을 좀 더 주십시오!”
시장은 계속 사정했지만, 사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라 통보요.”
용건을 끝낸 사자와 통역관은 바로 시청을 나와 함대로 돌아갔다.
잠시 후, 시청을 중심으로 주변의 성당들이 일제히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지금 즉시 이곳을 벗어나시오!”
“2시간 이내에 모두 짐을 챙겨서 벗어나야 하오!”
시청 관리들과 신부들의 외침에 라로셀의 주민들은 다급히 짐을 챙겨 라로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1시진 후.
화력지원함의 포격을 시작으로 징벌함대의 화포들이 라로셀을 향해 불을 뿜었다.
그리고, 반나절이 되지 않아 라로셀이 폐허로 변했다.
라로셀을 소멸시킨 징벌함대는 아직 부수지 않고 남겨 놓은 부두에 순서대로 배를 대며 소모한 물자를 보급했다. 보급까지 끝낸 징벌함대는 뱃머리를 돌려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콰콰쾅!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부두 시설들이 일제히 폭파되었다.
“제국 놈들의 함대가 떠난다!”
징벌함대가 떠났다는 이야기에 돌아온 주민들은 폐허로 변한 라로셀의 모습을 보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들의 터전인 라로셀의 모든 것이 사라진 모습을 본 주민들은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라로셀의 주민들이 좌절하고 있을 때, 징벌함대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프랑스 해군의 최대 군항이 자리한 브레스트였다.
“브레스트에서도 사자를 먼저 보내실 것입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우리 함대보다 라로셀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에 관한 소문이 먼저 도착할 테니까.”
“그렇기는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블랙기 업 조선’을 쓰고 있는 국뽕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공의 작위에 설정 오류가 있어 수정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요즘 이런저런 문제가 겹치면서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독자님들께 실망을 드려 참으로 죄송합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연재에 집중하겠습니다.
독자님들께서는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좋은 날이 이어지시기를 바랍니다.
국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