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313
313화 – 외전 25. 귀환
터덜터덜.
한 사내가 백호를 타고 서안(西安)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복장이었다.
무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보라색 원단에 뭔지 모를 고양이 그림이 점점이 찍혀 있는 쫄쫄이. 그리고 옆면에 빨간색과 검은색이 길게 늘여진 줄무늬, 하지만 그 위에는 분명 무림인의 복장이었다. 낡디낡은 청의 무복.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또한 그게 매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기이한 남자였다.
그의 얼굴에는 고단함이 그득했지만, 얼굴에 있는 모든 근육을 다 이용해서 웃고 있었다.
광대가 승천하고 치아가 드러나고 양입꼬리가 올라가고 콧노래가 흐르고 눈꼬리가 가볍게 처진 그.
물론 그는,
“드디어 돌아왔구만.”
단유성이었다.
낯익은 풍경이 그의 곁에 펼쳐지고 있었고, 익숙한 강호의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게 뭐냐고 하면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이 쿰쿰하지만 상쾌한 냄새는 무림이 아니라면 맡기 어려운 향취였다.
단유성이 다가오자, 멀리서부터 지켜보던 서안 남문의 감문위사들이 경계태세를 취했다.
말이 감문위사지 성문도 없었다.
천소소가 맹주가 된 이후, 아니 더 정확히는 대맹봉환 이후 무림맹의 대도무문의 전통이 민간에까지 내려온 것이다.
그 너머로,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분명 전부 개벽대혈전 이후 건설된 것이니 낯선 광경이긴 했다.
건물도, 풍경도.
하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낯익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지 않은가.
목소리도, 생김새도, 하물며 그들이 풍기는 냄새와 향기까지도 소중하고 그리웠다.
‘긴 여정이었다.’
인생이 여행이었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한 평생을 이어 온 여정.
힘겨울 때도, 피 흘릴 때도, 지칠 때도,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차원을 넘나드는 대장정의 끝.
마침내 그 여행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최초의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제자들은 이 무림에 같이 오지 않았지만, 뭐 이미 둘 다 다 컸으니.
신경 안 써도 되리라.
총이랑 미네르나도 둘과 함께 하고 있고 말이다.
“후-.”
옆에서 주주도 그르렁거린다.
녀석도 다시 돌아온 고향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와 주주는 웃으며, 저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나아갔다.
사박사박, 저벅저벅, 성큼성큼.
점점 커지는 보폭.
“역시 나는 무림이 좋아.”
단유성은 미소 지었다.
그의 발길은 어느새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끼이익.
옛날 집이다 보니 문은 삐걱거리며 열렸지만, 내부는 어찌 된 일인지 깨끗했다.
좁디좁은 마당은 여전했고, 다 말라비틀어진 복숭아 나무 한 그루도 그대로였다.
단유성은 구석에 있는 평상에 가서 벌러덩 누웠다. 뭉게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랜만이네.”
맑디맑은 하늘.
그리고, 그리고,…….
아아.
느껴지는 익숙한 인기척.
아아, 바쁜 와중에도 네가 여길 관리했구나.
아아, 이제 알겠다. 네가 혹시나 해서 여길 계속 치웠구나.
저쪽 세상에 있으면서도 항상 그리워했다.
꿈을 꿀 때도 항상 저 인기척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깨고 싶지 않았을 만큼 그리운 사람.
단유성은 가만히 누워 햇살을 온전히 받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저쪽에서 그 인기척이 멈칫하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멈칫은 길지 않았다.
곧, 그의 얼굴에 겹쳐지듯 드리워지는 예쁘디예쁜 그늘.
“알긴 아네.”
몇 가지 세상을 돌고 돌아왔지만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저 얼굴.
역시 다시 봐도 확신할 수 있었다.
나한테는 쟤가 꿈이고 인생이고 삶이라는 걸.
비로소 꿈을 찾았고 인생을 찾았고 삶을 찾았다.
단유성은 그녀를 뚫어지라 올려다보았다.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그녀, 천소소가 밝게 웃었다.
우리가 시작된 그날처럼.
“아, 예쁜 얼굴 뚫어지겠네? 너 나 좋아해?”
담담하다. 그래서 좋네.
“누가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그런 거거든?”
소소가 웃었다. 맑디맑다.
“쳇, 말이나 못하면.”
단유성은 일어나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그를 흘깃 보고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아무튼 나 좋아하지 마.”
“뭐, 좋아할 마음은 없다만. 왜?”
“임자 있는 몸이거든.”
단유성이 고개를 내려 그녀의 옆얼굴을 보았다.
어느새 다가온 주주도 소소의 종아리에 얼굴을 비비고, 그녀도 단유성을 바라보며 주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임자? 그게 누군데?”
“어떤 놈이 하나 있는데, 그놈 때문에 내가 무림맹도 버리고 여기 와 있잖아.”
“무림맹을 버릴 정도라니. 제법 괜찮은 놈인가 보네?”
“아니, 별로야. 매번 금방 온대놓고 몇 년이나 기다리게 하고. 한 세대 건, 만 세대 건 함께 하자더니 이번엔 아주 오랫동안 깜깜무소식이었어. 그래서 이번에 돌아오면 아주 다리를 분질러서 다시는 못 쏘다니게 하려고.”
“……진심은 아니지?”
“진심인데?”
그러곤 들어올리는 왼손.
그녀의 왼손 약지에서 원앙지환이 반짝이고 있었다.
단유성이 활짝 웃었다.
“아, 그 자식 그거 쓰레기구만. 감히 우리 소소를 기다리게 하다니.”
“쓰레기는 아냐. 무공도 좀 하는 것 같고…….”
소소가 그의 볼을 손으로 매만지며 웃었다.
“그래도 돌아왔거든.”
그도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 이렇게 끝내주는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응!”
……하는데, 간지러운 느낌이 입술을 토독 덮쳤다.
해묵은 입맞춤은 달았다.
역시…… 이 맛에 고향으로 돌아오는가 보다.
● ● ●
“무슨 생각해?”
“네 생각.”
퍽.
가슴팍이 울린다.
역시 소소답다. 주먹이 맵다 매워.
“맞을래?”
“이미 때려놓고 할 말은 아닌데?”
“그래도 다리는 안 분질렀잖아?”
“고오맙다. 하하.”
하하. 역시 소소답다.
나는 가볍게 웃고는 다시 이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무슨 생각하냐고 한 그 질문.
“너 처음 봤을 때.”
“응?”
“너랑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고.”
“어땠는데?”
“예뻤지.”
순간 주변의 풍광을 다 잡아먹을 듯 환하게 웃는 소소.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짓궂게 농담을 건넸다.
“지금이랑은 달리.”
퍽.
이번엔 옆구리다.
역시나 맵다 매워.
역시 소소네.
“무슨 이렇게 예쁜 여자가 다 있지?”
“응?”
소소가 봉목을 크게 떴다. 그리곤 초승달처럼 눈매를 휜다.
맞네. 이런 대답을 기대한 건가 보다.
“그래서 이제부터, 그래 이제부터 매일 해주려고. 질릴 때까지.”
“…….”
“이렇게 예쁜 사람이 내 사람이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말이야.”
“…….”
“사실 널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계속 고민했거든.”
“고민? 무슨 고민?”
소소가 소소답다면, 나도 나다워야한다.
단유성. 유성이라면 직진이다.
“너한테 어떻게 고백할까.”
“……고백?”
“근데 널 보니까 왜 고민했나 싶다.”
“…….”
“뽀뽀해도 돼?”
“멋대가리 없이 그런 걸 왜 물…… 아!”
둘의 신형이 뉘엿뉘엿 지는 노을 아래 진하게, 아주 진하게 겹쳐졌다.
● ● ●
“기후랑 신똥, 대몽이 녀석들도 잘 지내지?”
순간, 소소의 얼굴에 어색한 웃음이 맺혔다.
“걔네들, 못 참고 너 찾으러 갔어. 내가 곧 올 거 같다고 가지 말랬는데.”
“어? 날 찾으러 가? 어디로?”
“달.”
“뭔 소리야? 걔네들이 무슨 수로 달에 가?”
“있어. 아포로(蛾砲路)라고.”
아포로?
그게 뭔지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친우들을 오랜만에 만나보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 녀석들 정도면 어딜 가서든 걱정할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돌아오면 그때 회포를 풀지, 뭐.
“그나저나 배고프네.”
“먹고 싶은 것 있어?”
“학식.”
“학식?”
“어. 우리 무림대학관에서 먹던 학식. 갑자기 그게 당기는데?”
소소가 웃었다.
“그럼 고민할 필요 없네. 먹으러 가자.”
“화산까지?”
“문제있어?”
“아니. 내가 좀 빨라서 네가 따라올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지.”
“훗. 너 기억 못 해? 용봉시 때 달리기는 내가 일 등이었거든?”
“하하. 나는 안 달려도 되거든.”
“반칙 금지. 무조건 뛰어.”
“오케이.”
“오케이?”
“알겠다는 표현이야.”
소소가 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밀린 이야기가 많겠다.”
“어. 그렇지.”
“어떻게? 목표는 달성했어?”
나는 웃었다.
“이제 내가 있어도 이곳이 평화로울 수 있을 정도?”
소소가 마주 웃었다.
“그래. 그거면 됐네.”
“어.”
“지는 사람이 밥값 내기!”
“어?”
나타풍화륜을 탄 소소가 이미 저만치 점으로 사라지고 있었고, 그 옥음(玉音)만이 장내에 남아있었다.
“반칙하지 말자며.”
나는 가볍게 웃고는 주주 등에 올랐다.
커허허허허헝!
포효와 함께 주주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무릎을 굽혔다.
[압보(鴨步)의 신화경(神化境)]
압보시, 공격속도/이동속도/모든 능력치 99할 상승
뭐, 나만큼은 아니지만 주주도 꽤 된다.
곧,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주주 녀석이 두 쌍의 무릎을 폈다.
쌩-.
그리곤 단숨에 소소를 따라잡아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길고 긴 거리를 돌아 원앙지환이 하나로 합쳐졌고.
쐐애애액!
하나로 합쳐진 우리들은 석양을 등지고 화산으로 날아올랐다.
● ● ●
화산에 도착했더니.
어떻게들 알았는지.
반가운 얼굴들이 잔뜩 이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를 아끼는,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사람들.
멀리서 윤란과 천기자, 그리고 초려혜, 제갈선아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매청운과 이시홍, 진혼진인, 선우포우 등은 커다란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있기까지 했다.
강호의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구성원들이었다.
전대황제, 유성화산단주, 차세대 무림제일인 무풍질주단주와 그 수제자들, 신무림대학관주, 강호제일의 거부 뇌벌상단주, 남무림의 최강세력인 남해응창문의 문주이자 여중제이인.
무림동맹의 쌍문상, 무한투귀만 있었다면 무림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어마어마한 인물 면면이었다.
그들 모두가 모인 이유?
그리웠던 한 사람을 보기 위해서였다.
다행이다.
내가 그토록 돌고 돌아 여기까지 돌아온 이유가 있다면, 그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좀 쑥스럽지만…….
모두 사랑합니다.
모두, 모두…….
그리고.
나는 그들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서 환하게 웃고는 아버지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고개를 드니 아버지께서 두 팔을 활짝 벌려 안아주셨다.
“이제 뭘 할 생각이냐?”
나는 소소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아버지께 손주 안겨드려야죠.”
그렇게 고생 끝, 행복이 시작되었다.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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