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comedic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18
제121화
태양마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아이라 멀린은 이번에 신축된 건물의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많은 교수가 그녀를 변호해줬고 그 결과 그녀는 비록 에서만 한정된다지만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를 위해 애써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야지!’
아이라는 다짐했다.
이 신축 건물은 티아가 제국과의 제휴를 위해 들여놓은 건물이라고 했다. 줄곧 티아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해야 했던 의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이 건물이 정확히 뭘 위한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아이라가 각오를 다졌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과연. 역시 아이라 교수님도 있으셨군요.”
주변 온도가 한층 내려가는 듯했다. 그 차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보인 건 목소리보다도 훨씬 싸늘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는 푸른 눈동자.
오즈 쿼바디스.
“엑…….”
아이라는 안다.
그는 오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그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고 있다.
그는 한없이 싸늘한……. 마치 업신여기는 듯한 눈빛을 보인다.
그래, 지금이 그렇다.
“어째서……?”
왜 자신이 다짐하자마자 이런 꼴이 되는 거지?
아이라는 처음으로 자신이 순찰하던 건물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오, 오오, 오지 마세요! 오즈 님. 여, 여기는 학생 출입 금지에요!”
“알고 있습니다.”
“아, 역시……!”
혹시 실수로 찾아온 게 아닐까 싶었던 아이라는 울상을 지었다.
도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단 건가. 어째서 이런 자연재해 같은 시련을 감당해야 하는 건가.
“저, 저도 원로급 마법사예요.”
“압니다. 저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으니까요.”
오즈는 불안증세를 띠기 시작한 아이라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을 내디뎠다.
애초에 그에게는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여유로울 수 있었지만……. 그의 발이 한발 한발 떨어질 때마다 아이라는 영문모를 공포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딱히 아이라 교수님과 싸우려고 온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 말과 달리 오즈의 눈빛은 점차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오즈로서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디스크레의 모습을 잡아내기 위해 [관조]를 활성화한 것뿐이지만 아이라가 보기에는 달랐다.
입학시험 때의 일이 플래시백 되며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또 그런 식으로 저를 시험할 생각인 거죠!”
줄곧 그녀가 당해온 게 있다.
그마저도 대부분 그녀의 착각이었지만 아이라가 그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오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감이 있었다.
그간의 트라우마가 너무 짙었다.
“다, 다가오지 마세요.”
“그럼 그냥 돌아가겠…….”
“움직이지 마욧!”
“네, 멈췄습니다. 그러니 일단 진정하시고 이야기라도…….”
“거짓말! 또 그런 식으로 저를 시험할 생각인 거잖아요?! 알거든요? 이젠 알아요! 저는 이제 방심하지 않을 거예요!”
“……어쩌라는 건지.”
오즈는 지팡이를 겨누며 공황상태에 빠져든 아이라를 보며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저런 상태의 사람을 건들어봤자 좋을 꼴 못 본다.
애초에 오즈에게는 명분도 있었지만 상대가 그걸 들어줄 만한 상태조차 되지 못한다.
‘계획이 이렇게 틀어진다고?’
예상치도 못했던 방향이다. 상대의 정신상태가 이상했다.
설마하니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정상적인 판단조차 불가능할 상태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 긴장감 어린 대치 상황이 이어지던 때였다.
“이런, 조금 늦었군요. 아이라 교수님. 오즈 학생은 저와 만날 일이 있어서 찾아온 겁니다.”
“디스크레 교수님……?”
디스크레가 나타나며 둘 사이를 중재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런 식으로 또 저를 시험할 생각인 거군요?! 이번엔 디스크레 교수님까지 합세해서!”
“…….”
하지만 아이라의 불안상태는 그걸 초월했다.
앞으로는 평생 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상당히 피폐해져 있었던 거다.
“둘다 움직이지 말아요! 저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거든요?”
“뭐를 말입니까?”
“뭐든지!”
쏘겠다는 소리일까?
오즈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해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설마 디스크레가 진짜로 나올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디스크레의 위치를 확정 짓는다는 계획은 그가 직접 나타남으로써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시간을 끌어야 했으니 아이라 교수의 공황상태가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 움직였나요?”
“……아뇨.”
조금 문제가 있다면 불안하다는 것일까? 작은 반응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아이라를 보며 오즈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그녀와 오랜 세월 같이 일해온 엔 교수밖에 없다.
“꺅?!”
하지만 디스크레의 행동은 과감했다. 그는 아이라가 오즈에게 신경을 집중하는 사이 순식간에 접근해서 그녀를 기절시켰다.
디스크레는 쓰러지는 아이라를 구석으로 치워둔 후 오즈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진짜로 나와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말이야.”
“당신은 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가만히 돌아갈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즈 왕자.”
“그걸 잘 아는 놈들이…….”
오즈는 싸늘한 눈빛으로 디스크레를 노려봤다.
“내 뒤통수를 그렇게 쳤나?”
지금부터는 한순간이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 * *
터무니없는 녀석이다.
아이라 교수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했기로서니 저렇게 기절시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원로급 마법사다. 그런 마법사의 허를 찌른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디스크레는 그걸 해냈다.
할 수 있냐를 따지기 전에 그 행동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방심하면 나도 아이라 교수와 똑같은 꼴이 될 거다.
“내 뒤통수는 쳐놓고 말이야, 아무 해명도 없었지.”
“그건 죄송하다는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군요. 죄송합니다. 황녀님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이 터진 건 그래, 이해는 하겠어. 그런데 최소한의 보상도 없나? 변명조차 하지 않고 도망가는 게 그쪽의 방식인 건가?”
최대한 내 이미지에 걸맞게.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오로지 불만만을 토로한다.
내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쪽 체면도 있겠지만 어떻게 된 건지 적어도 상황 설명은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
디스크레의 무감각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였지만 그 눈동자 안에서 미약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뭔가가 있다. 대충 던져본 말이었지만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 독단적인 행동으로 폐를 끼친 요원은 직위 해제하겠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정보가 있다면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죠. 그리고 끝으로 정보를 누설하는 일도 일절 없도록 하겠습니다.”
“뭐?”
“이 정도로 부족하십니까?”
“나는 루시아의 직위 해제 따위에는 관심 없어. 그보다 직접 만나봐야겠는데? 그게 네 말대로 독단적으로 저지른 행동이라면 당사자를 만나봐야지. 안 그래?”
“안 됩니다.”
단호한 대답이다.
역시 디스크레는 루시아를 만나게 해줄 생각이 없다.
그 이유가 뭔지는 지금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루시아가 를 떠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게 디스크레가 루시아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네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안 된다고 해서 내가 그냥 물러날까?”
“…….”
“말했을 텐데? 설명이라도 해보라고. 그런 식으로 죄다 덮어두고 안된다고 하면 내가 만족하겠어?”
디스크레를 살핀다. 그 행동거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확인한다.
녀석의 공격한다면 그건 순간이 될 거다. 그 순간을 캐치하지 못한다면 초전에 바로 박살이다.
이 거리라면 디스크레에게 유리하다. 그렇다고 거리를 벌리기에는 녀석의 모습 자체를 놓칠 수도 있으니 감수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건 나지 저쪽이 아니다. 나는 녀석을 잡아둬야 한다.
“그렇군요…….”
스칵─!
움직였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행동이 이뤄진 다음이었다.
디스크레의 검이 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정면, 그것도 사선을 깊게 베어내는 공격이었다.
죽이기 위한 공격. 하지만 그 공격이 닿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상대도 이번 공격을 통해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거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그걸 증명해 냈다.
“저를 이 자리에 잡아두는 게 당신의 목적이었군요.”
초월급 마법
[프로메테우스]디스크레의 검은 불꽃으로 화한 내 몸을 그대로 통과했다.
터무니없는 담력이다. 만약 내가 사전에 [프로메테우스]를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어쩔 생각이었을까?
“잘 숨긴다고 숨겨봤는데 이걸 또 눈치챘나 보네.”
“당신은 오만한 듯 보이지만 의외로 주도면밀하죠. 그걸 모를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하긴 정보 조직을 상대로 허세를 부리는 게 통할 리가 없지.”
태세를 바로 정돈한다.
들킨 이상 전투는 피할 수 없다. 저쪽에서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해도 나한테 걸린 시간제한을 생각해 보면 싸워서 제압해야 한다.
“양동……. 다른 한쪽은 엘레노아 공주겠군요.”
“그래, 이번 일은 당사자인 엘레노아와 루시아가 마무리 지어야 하거든. 나는 그걸 도와줄 뿐이야. 물론 나도 한소리 해줄 거지만.”
“어린 생각입니다. 너무 무모한 방법이었습니다.”
“실제로 어린 걸 어쩌겠어?”
오로지 감정에 몸을 맡긴 엘레노아의 방식. 그게 어떤 결과를 부르게 될지는 모른다.
보통 그렇게 생각 없이 들이받다 보면 상황이 악화되겠지만…….
“그걸 책임져 주는 게 보호자가 아니겠어? 네가 정녕 루시아를 가족으로서 생각한다면…….”
디스크레는 다소 강압적이다.
“조금은 헤아릴 줄 알아야지.”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나는 엘레노아의 마음을 헤아릴 생각이었고 끝내 그걸 보조하기로 했다.
“……황제 폐하께서 루시아를 스테시아 전하를 위해 쓰려 합니다.”
“물건을 다루는 말투네.”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제야 알겠다. 디스크레가 루시아를 저렇게 꽁꽁 싸매고 있는 이유는 엘레노아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악조건이 겹쳐서일 뿐이다.
“이번 일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번 일을 빌미로 삼는다면 루시아를 스테시아 전하 곁에서 떨어트려 놓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는 루시아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스테시아가 편입하게 될 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으려는 거다.
그건 루시아가 아직 미숙해서라는 그 나름의 판단. 실제로 루시아는 아직 미숙하고 디스크레는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대로면 너는 결국 퍼니셔 가문의 사람들과 똑같은 거잖아.”
하지만 거기에는 루시아의 결단이 없다.
루시아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던 건 과거 내게 도움을 청했을 때뿐이다.
디스크레의 방식은 루시아의 감정을 무시하고 있다. 그도 다른 이들보다는 나을지언정 결국 퍼니셔 가문의 사람이라는 거다.
“맞습니다. 저는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루시아는 다르지 않습니까. 그 아이는 우리와 달리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수면 밖으로 내보낼 대상을 루시아로 한정 지었다.
그래, 자신은 아니다.
자신은 아직 루시아처럼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모르니까.
“네 고집은 어디서 오는 걸까. 도대체 뭐가 너를 그런 어중간한 상태로 만든 건지, 참 궁금하네.”
“가족으로서 당연한 일이죠.”
“우습네. 참으로 우스운 말이야. 요즘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걸 가족이라 부르나?”
시간은 약 5분 남짓.
그 시간이 지난다면 내 모든 마나를 연료 삼아 타오르는 [프로메테우스]의 지속 시간이 끝난다.
당연하지만 그때가 되면 내 몸에 남은 마나도 없을 테니 디스크레를 상대로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제일 우스운 건 평범한 삶이라는 게 뭔지 이해조차 못 하면서 그걸 강요하고 있는 네 모습이지.”
디스크레는 모른다.
지금 이 상태로 도망치는 게 루시아에게 있어서 얼마나 최악의 일이 될지. 지금 그는 자신과 같은 퍼니셔 가문의 사람을 만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네 목적이 그렇다면 더더욱 루시아를 내버려 뒀어야지.”
“이렇게 내버려 둔다면 루시아는 한낱 버림패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릅니다.”
“네가 말한 평범한 삶이라는 게 그런 거야.”
평범한 삶이라는 게 뭘까?
무슨 시골 한적한 곳에 가서 농사나 짓는 게 평범한 삶인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게 삶이고.”
가령 눈을 떠보니 이세계라던가.
“그걸 감당해내는 건 각자의 몫이지. 누군가가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게 아니야.”
세계를 구해야 한다면 그건 자신의 목적이어야만 한다.
“네가 할 일은 옆에서 도와주는 거지 강제하는 게 아니잖아. 네가 조직의 수장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루시아에게 접근할 생각이라면 적어도 판단은 스스로 내리게 내버려 둬야지.”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이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이 힘의 근원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고자 했을 때 발휘된다.
물론 내가 하는 행동 역시 일방적인 강요일지도 모른다. 나라고 완벽한 건 아니니까 이건 길잡이가 아니라 참견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면 그걸로도 상관없어. 그걸 수용하고 말고도 결국 네 판단이니까.”
하지만 나는 적어도 상대를 바라보며 참견한다.
상대가 하는 행동을 전부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걸 보고 내 나름의 판단을 전할 뿐이다.
“디스크레 퍼니셔.”
내 모든 행동이 일방적인 독선으로 여겨져도 상관없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지?”
“대화와 토론, 거래. 그리고 그걸로도 서로 이해할 수 없다면.”
외면, 혹은.
“전쟁이군요.”
나는 적어도 그 두 사람에게 대화할 기회 정도는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선전포고야. 테네브리스. 오늘 밤 ‘괴도 크리소스’가 루시아를 데려가겠다고 전해달라더라.”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그렇지? 나도 그 자식 센스는 이해할 수 없다니까.”
그래도 그 녀석은 할 때는 한다.
“하지만 네가 외면하고 있을 때 녀석은 오로지 응시하고 있었거든. 어쩌면 가족인 너보다도 더 많은 걸 알고 있을 수도 있겠네.”
엘레노아는 디스크레와 정 반대다. 녀석의 머릿속에는 루시아에게 향한다는 생각밖에 없을 거다.
오로지 그 하나만을 생각할 거다.
정치적인 목적도, 뒷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엘레노아는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자식은 루시아를 위해 제국마저도 적으로 돌릴 수 있을걸? 그러니까 너도 좀 분발해봐. 네가 엘레노아보다 앞서 있는 건 같은 검은 고양이라는 점뿐이니까.”
“수인 혐오적인 단어 선택이군요. 발언에는 유의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마도왕의 후계자.”
“……말하는 걸 보니 둘이 가족이라는 건 확실한 거 같네.”
아주 까탈스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