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85
“!!!”
“당신들은 정말이지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네요. 뭐, 괜찮아요. 장생종인 우리 엘프에게 시간은 넉넉한 재화랍니다? 한 달? 두 달? 짧은 시간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잘 해 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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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사실 다크 엘프 여왕에 대한 에피소드를 본편에 넣을까 했는데.
당시 몸도 별로였고, 넣을 타이밍이 애매해서. 에필로그로 뺐습니다.
다크 엘프이지만 마법사.
다크 엘프는 지극히 하얀 엘프 입장에서 본 명칭이고 다크 엘프를 먼저 만났다면 엘프가 화이트 엘프라고 불리지 않았을까요?
에필로그 06 ― 다시 전쟁이다.
285. 에필로그 06 ― 다시 전쟁이다.
차원 관리자 연회.
차원 관리자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던 나였기에 이런 연회가 열린다는 것 역시도 금시초문이었다.
그래서 화려한 무슨 귀족 같은 연회를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자자. 회원 여러분. 이번에 새로운 관리자님이 생긴 거 아시죠? 새로 관리자가 되신 이요한 씨가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오오오오!!”
“관리자?! 신입이라며? 신입 맞아?”
“이야! 후광이 저 정도라면 카르마 포인트가 엄청 많다는 뜻인데?!”
“잘 생겼다아아!!”
…
무슨 이름만 등산 동호회지 등산은 대충하고 내려와서 막걸리가 목적인 동호회 회식에 참석한 같은 풍경이다. 실제로 투박한 잔과 어딘가 정겨운 음식들이 한 상이고.
다만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 그냥 몸만 나온 건 아니었다. 카르마 포인트를 풀어 스탯을 좀 올렸다.
어비스 랭크에서 스탯 하나를 올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매번 다르다. 스탯이 상승할수록 카르마 포인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10 단위였을 때는 신체 스탯 하나에 2 PC였다. 2천조 카르마 포인트 말이다.
20 단위가 되었을 때는 10 PC다. 1경.
30 단위에서는 100 PC다. 10경이지.
그래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현재 스탯은 41을 찍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단순히 16일 때와 41일 때의 나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다른 존재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아마 이전의 내가 열 명이 있었어도 지금의 나와 싸우면 5초면 끝날 거다. 내 승리로.
카르마 포인트가 모자랄 것 같았는데, 차원 공방 동맹을 맺고 파견을 보내면서 〈지구〉 소속 원군이 각자 개인이 취득하는 카르마 포인트에 22.5%가 내게 수수료로 돌아오고, 공방 동맹 협약으로 승리할 때, 카르마 포인트가 수천 단위의 PC로 들어와서 오히려 전보다 더 많아졌다.
그래서 〈지구〉의 여러 가지 환경이 변하긴 했다. 쌍둥이와 로운이가 카르마 포인트도 없이 벽을 넘은 것은 내 아이들이 천재인 것도 있겠지만, 〈지구〉의 마력의 질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전보다 열 배 이상 강해졌다.
그렇기에 왁자지껄하며 자기들만의 분위기가 팽배한 이 공간에서 열 명의 시선이 모은 상황에서도,
“반갑습니다. 새롭게 차원 〈■■■■〉의 관리자가 된 ■■■■■■■■입니다.”
전과 달리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
“하하하.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자신의 차원 이름을 당당하게 꺼낼 줄이야. 어차피 서로 어떤 차원을 관리하는 중인지 알 수 없지만요. 반가워요. 저는 오래된 작은 차원을 관리하는 ■■■ ■■ ■■■■■■라고 해요. 역시 안 들리죠?”
“네. 안 들리네요.”
가장 먼저 나를 소개하기 위해 여기 모인 관리자들의 시선을 모았던 여우 가면을 쓴 존재가 다가오며 자신을 소개했다. 당연히 내게 이름이 들리진 않았고.
“아마 여기서 일어나는 일로 관리자끼리 서로 차원을 통한 전쟁을 바라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편하게 A라고 불러주세요. 모임에서 가장 오래된 관리자거든요. 그쪽은 아마 K씨가 되겠네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니셜이 K가 됐네. 역시 한국 사람. K국뽕 만세?
그나저나 저쪽 세계에도 알파벳이 있는 걸까? 나는 친절한 그의 설명을 들으며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둘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이들이 가면무도회에 온 사람처럼 동물 가면을 쓴 인간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나를 자신의 종족의 외형으로 보고 있단다. 내게 말을 건 A는 내가 상의를 탈의한 머메이드처럼 보인다나?
서로의 정보를 최대한 알지 못하게 한다. 관리자끼리 다툼에 크게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관리자끼리 다툼이 그렇게 큰일일까?
“예전에 내가 P로 불릴 때가 있었어요.”
“P요?”
P면 알파벳으로 열여섯 번째다. 그의 앞에 열다섯이나 되는 관리자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네. 그리고 그때 전쟁이 일어났어요. 시작은 정말 사소한 거였어요. 그때는 이렇게 서로 종족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보안이 유지되지 않아서 서로 어떤 종족인지 알 수 있었거든요. 그때 N이랑 새롭게 합류한 S가 사이가 좋지 않은 종족이었고, 여기서 만났고, 관리자가 취할 수 있는 술까지 마련되었다는 정도?”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어떻게 된 건지 바로 이해가 됐다. 둘이 술 취해서 투덕거리다가 싸움으로 번졌다? 이 정도인가?
“둘이 싸웠다는 겁니까?”
“아니요.”
“네?”
“둘만 싸운 게 아니라, 둘이 경쟁적으로 관리자들을 끌어들여 차원 대전쟁이 일어났죠.”
“아……!”
빈약한 내 상상력이여! 왜 난 둘이서 투덕댄다고 생각했을까? 그랬다면 여기 더 많은 관리자가 남아 있어야 할 텐데.
“그때 진짜 어마어마했죠. 차원 관리 시스템의 3할이 출동하고, 나중에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등장해서 강력하게 경고했는데, 다들 무슨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듣질 않아서 관리자 직을 박탈당했어요.”
“그럼 그때부터 이렇게……?”
“네. 보안이 강화된 거죠. 아마 우리가 나중에 우연히 어딘가에서 만나더라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 걸요?”
“그렇군요. 그럼 굳이 이렇게 다 가리고 만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 관리자가 되신 지 얼마 안 됐다고 하셨죠?”
얼마 안 된 건가? 벌써 차원 공방 동맹을 일곱 건이나 맺었는데? 관리자가 된 지 16년이나 지났는데?
“이곳에서 우리는 여러 정보를 교환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일명 침공군 진영의 차원에서 전쟁을 준비 중이라는 것 같은?”
“전쟁입니까? 어디랑 하는 거죠?”
“제놈들끼리 하는 전쟁이라는 게 여기서 중요한 정보죠.”
“…네?”
〈지구〉를 침공한 악의 고리처럼 침공군이라고 무턱대고 다 때려부숴! 이러면서 사방팔방 날뛰는 게 아니다. 제법 체계를 갖추고 달려든다.
그런데 지들끼리 투덕거리는 것도 아니고, 전쟁을 한다고? 전투가 아니라?
“음……. 제가 정보를 드렸으니, 저랑 좀 어울려주세요. 제가 원래 이렇게 대화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 K씨. 내부에 강력해진 힘과 문제들을 외부를 침략하는 것으로 발산해고 해결하는 나라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 나라에서 침략을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음…….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다르겠네요? 이전에 몇 번 침략을 성공했다면, 한 번 실패한 것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요?”
“오! 역시 관리자라 그러신지 통찰력이 있으시네요. 함정이 있는 질문이었는데.”
“하하.”
자기도 관리자면서 저런 말을 하는 건 자기 얼굴에 금칠을 하는 건가? 굉장히 특이한 화법이다.
“그렇죠. 한 번 실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생각보다 오랜 시간 그들은 성공을 거뒀으니까요. 그런데 만약에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라면? 그것도 짧은 기간에 두 번 이상 실패했다면?”
“음. 그러면 제법 큰 리스크가 있겠네요. 차라리 약탈 경제 초기라면 모를까. 오랜 기간 침략에 성공해서 약탈 경제에 익숙해져 있으니, 내부에서 생산적인 활동이 줄었을 텐데. 그런 식으로 연이은 실패를 한다면? 어휴. 휘청휘청하겠는데요?”
“맞아요! 맞아! 하하하하!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관리자가 없어서 엄청 아쉬웠는데. K 씨는 정말 마음에 드네요! 그런데 생각 해보세요. 그놈들은 본래 습성이 약해 보이는 게 있으면 잡아먹으려는 놈들이란 말이죠?”
“그렇겠죠.”
“그런데 어라? 나만큼 피를 본 놈들이 있네? 응? 내가 잘 아는 놈들이네? 어라? 이거 되겠는데? 사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는 겁니다.”
“아…….”
솔직히 저런 사고의 흐름 따위 이해가 안 된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데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리치 군주나 그린스킨 황제라는 놈도 그랬지.’
솔직히 그 새끼들이 끈끈한 전우애 같은 거로 묶여 있었으면 차원 공방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 놈들은 오히려 상대가 약해진 틈이 보이니까 잡아 먹으려고 병신 짓을 해댔다.
‘〈지구〉는 당연히 자신들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랬겠지만.’
“음.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원래 차원 공방전 같은 걸 하려면 뭔가 계약서 같은 것도 쓰고 그러지 않나요?”
“아. 그건 카르마 포인트가 주관하는 차원 공방전이죠. 그 새끼들은 그냥 지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거고요. 이건 그냥 서로 차원 좌표 알고 왕래도 하고 했으니까. 기습적으로 쳐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K씨? 이 멍청한 놈들이 병참 준비한다고 여기저기 정보를 흘리고 다니다가 차원 좌표까지 드러났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흐흐흐흐.”
엄청 재미있는 상황이라는 듯이 실실 웃으며 하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투 종족인 우리 아닌가. 금방 그 의미를 깨달았다.
“그렇다면 누군가 빈집을 털 수 있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을 A라고 지칭한 관리자가 굳이 내게 이 정보를 건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제가 하길 바라시는군요.”
“음……. 한 47% 정도만 맞는 말입니다. 딱히 K씨‘만’ 하시길 원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중에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연이어 차원 공방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는 차원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음.”
언뜻 들으면 다 알고 하는 소리 같은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떠보는 것도 같다. 이렇게 애매할 때는,
“저는 좀 그렇네요. 다들 관리자시니 속내를 터놓는 거지만, 솔직히 아직 관리자로 임명된 지 30년도 안 됐어요. 그래서 카르마 포인트 들어갈 곳은 많고, 차원 내부적으로도 손댈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에요. 여기 참석한 이유도 초기 노하우? 그런 게 있으면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온 거예요. 그런데 어딘가를 쳐들어간다? 어우. 한 100년은 지나야 할 거예요.”
발을 빼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영화 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은가. 잘 모르는 판에 힘 좀 있다고 뛰어들면 호구가 돼서 홀랑 벗겨먹힌다.
“그러니까 관리자 초창기에 하면 좋은 팁 좀 알려주세요. A. 다른 분들도요.”
그제야 눈가에 맺혀 있던 의혹이 사라지고 다시 사람 좋은 선배로 돌아와 이런 저런 설명을 늘어놓는다. A만 그런 게 아니라, 가만히 이쪽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관리자들 역시 끼어들었다.
그렇게 차원에서 일어나는 약탈군 사이의 전쟁을 뇌리에서 지웠다. 다시는 나와 연관이 없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속이 편하다.
‘이상하게 이번 일이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그리고 다시 지구로 돌아와 여덟 번째 공방 동맹을 맺을 차원을 찾는 것보다 관리자 모임에 들은 조언을 적용하느라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저……. 관리자님?】
평소와 달리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지구 차원 관리 시스템 빅시리의 메시지를 본 순간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A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약탈자들의 차원 전쟁?”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혹시 함정이었냐? 정보도 고의로 흘린 거고?”
【……어? 혹시 제가 잠꼬대로 말씀을 드렸던가요?】
“뜬금없이 뭔 엉뚱한 소리야. 정확히 설명해 봐.”
【그러니까요…….】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지구와 차원 공방전을 펼친 세 차원의 경우가 다른 약탈 차원에 모두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그날 들은 내용만으로 단편적으로 계산해도 연관된 차원이 열 이상이다.
내가 상대한 동맹이 넷 이상이었고, 차원 수로는 열여섯 개였으니까.
그들이 갑자기 누가 칼 들고 위협한 것도 아닌데 무턱대고 동맹인 놈에게 칼질부터 한다? 그럴 수 있다. 하나 같이 빡대가리들이라면.
하지만,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혀 있는 놈이 한 놈이라도 있으면 그럴 수 없다는 거지.”
제정신인 놈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딴 짓을 해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마찬가지고 그 끝은 곧 파멸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
【함정은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너무 작위적이잖아? 열이 넘는 차원이 갑자기 그렇게 한다? 그리고 빈집을 털어먹더라도 상황을 지켜보고 여유를 가지고 해야지. 지금 말을 꺼냈다는 건 벌써 시작해서 뭔가 상황이 벌어졌다는 뜻이겠지? 그럼 함정이지 뭐.”
【아……. 네.】
“그래서?”
【네?】
“나한테 그 말을 꺼낸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어…….】
“도와달라고?”
【…네.】
“하아……. 일단 상황부터. 적의 전력. 그리고 동맹의 전력. 다른 관리관도 참석했나? 관리관은 서로 상대 정보를 숨기는 거 아니야?”
【말씀하신 정보는 [행정청]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행정청]에 가신들을 전부 소집해서 그리 길지 않은 회의를 소집하고,
“한다.”
결정을 내렸다. 다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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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07 ― 황제는 은퇴가 마렵다.
286. 에필로그 07 ― 황제는 은퇴가 마렵다.
원정과 참전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고민이 있었다……고 하면 뭔가 다시 전장으로 뛰어드는 것이 있어 보였겠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적의 전력과 참전 보상을 파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장일치로 참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차원 관리 시스템이 전해준 적의 전력이 세 배라고 해도 우리는 사상자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참전해야 합니다.”
“다섯 배 정도면?”
“그렇게 되면 부상자와 사망자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승리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섯 배의 전력이어도 우리가 승리한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적 전력에 대한 정보 신뢰도는 92.75%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