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84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자비로우시니까요. 진심으로 신실하게 믿으면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뽀얀 피부의 작은 체구의, 검은 거인의 입장에서는 머리 크기 정도의 이로운이 해맑게 웃으며 하는 말에 검은 거인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주, 주, 죽여라!!”
“아니에요. 당신은 조금 가망이 보여요. 생각이라는 건 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보았어요. 제가요.”
“아, 아니야! 아니라……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래요. 그렇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아버지의 힘을.”
이로운이 차원 공방 동맹 협약에 따라 차원 〈탐닉의 상아탑〉에 도착하고 이 년이 되었을 때, 〈탐닉의 상아탑〉의 80%가 넘는 차원민이 ‘펠리타교’로 개종했다.
이로운이 뭔가 대단한 말솜씨를 부렸냐고?
아니다.
이로운은 그저 열심히 전도를 했을 뿐이다.
다만 그 대상이 〈탐닉의 상아탑〉 차원민이 아니라, 차원을 침공한 침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펠리타교로 개종했냐고?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보자.
지구인의 입장에서도 이로운은 아직 어려서 작은 키이지만, 평균 신장이 3m에 달하는 〈탐닉의 상아탑〉 차원 주민 입장에는 엄청 작은 이로운이 전선을 밀리게 만든 원흉인 검은 거인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고, 쉽게 생포하고, 신성력으로 괴롭히다가 죽인다. (사실 이로운은 진심으로 전도를 한 거지만).
그걸 보고 있는 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무섭지. 섬뜩하기도 할 거고. 하지만 차원 공방전이 시작되고 최소한 한 명 이상의 가족이나 친지를 검은 거인에게 잃은 〈탐닉의 상아탑〉 차원민은 통쾌함과 후련함을 느끼면서 검은 거인이 목이 쉬도록 비명을 지르게 하는 저 힘을 자신도 갖길 원했다.
그렇게 이로운이 차원 〈탐닉의 상아탑〉에서 전투와 신앙 전파를 병행했을 때,
“그것 보세요! 제가 될 거라고 했죠? 환영합니다. 형제님.”
그는 진짜로 마기를 다루는 전투 병력인 검은 거인을 신성력으로 정화해 개종시키는데 성공했다.
이건 차원 관리 시스템 역사에도 매우 드문 일이라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등장해서 축하와 업적 보상을 안겨주기까지 했을 정도의 일이 벌어진 거다.
“헤헤헤헤. 역시 아버지는 대단해요!”
성스러운 하얀 미소.
이로운이 〈탐닉의 상아탑〉 차원 공방전이 시작되고 4년이 되었을 때 얻은 이명이자, 차원 시스템 사이에서 퍼진 이명이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성스러운 신성력을 발현해 마기를 다루는 존재를 정화해 개종시키는 성자 이로운.
“히힛. 거봐요. 요제프 이모. 제가 될 거라고 했죠? 아버지는 못하시는 게 없어요.”
‘그건 대장도 못할 것 같은데? 차라리 죽이는 게 낫지?’
요제프가 어떤 생각을 하거나말거나 왕자님은 오늘도 웃으면서 자신이 개종시킬 이들이 달려오는 전장으로 뛰어나간다.
‘어휴. 이건 역시 보고하지 말아야겠다. 그나저나…….’
누나인 쌍둥이는 다크니스 프린세스.
동생은 성스러운 하얀 미소.
‘대장이 알게 되면 혹시 뒷 목 잡고 쓰러지는 거 아닐까? 절대 비밀로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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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사실 다크 엘프 여왕에 대한 에피소드를 본편에 넣을까 했는데.
당시 몸도 별로였고, 넣을 타이밍이 애매해서. 에필로그로 뺐습니다.
다크 엘프이지만 마법사.
다크 엘프는 지극히 하얀 엘프 입장에서 본 명칭이고 다크 엘프를 먼저 만났다면 엘프가 화이트 엘프라고 불리지 않았을까요?
에필로그 03 ― 공주님들의 외출은 이유가 있다.
284. 에필로그 05 ― 그러니까, 잘 해봐요. 우리?
어머. 오셨군요? 드디어 만나게 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란 메이아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모르는 분들이 계시겠네요. 저도 무려 가신(家臣) 중 한 명인데 말이죠.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푸른 별의 마법사, 다크 엘프 여왕 사란 메이아입니다.
놀라셨나요? 그렇겠죠? 이상하게 이곳, 〈지구〉라는 차원에서 다크 엘프라는 소개를 하면 다들 놀라시더군요.
뭐랄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다고 할까요?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나쁘기도 했고요. 사람이 인사를 하고 종족을 밝히면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니까요. 하지만 〈지구〉에 도착하고 열흘 정도가 지났을 때,
“여왕님!”
“아아―!!”
“여왕이시여.”
…
저희 왕국민과 만나면서 나빴던 기억은 뇌리에서 사라졌어요. 잃었던,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을 만났는데, 날 보며 어려워하는 이들의 행동이 뭐가 그리 대수겠어요?
최악의 경우 〈지구〉라는 차원이 다크 엘프를 혐오하는 차원이라면, 제 낭군님께 청해 따로 나가서 살아도 되니까요.
아. 낭군님 말씀이신가요? 현재는 차원 관리자가 되셨죠? 이요한 님이 제 낭군님이세요.
아……! 아직도 낭군을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네요. 신비한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태연하게 ‘같이 가자’라고 하는데 심장이 쿵!
세상에! 어머어머! 있죠, 이백칠십 평생 그렇게 박력 있는 고백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니까요?
나중에 낭군께 들었어요. 지구의 문화? 소설? 같은 것들 때문에 엘프와 다크 엘프가 서로 적대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던지. 다시 생각해도 실소가 절로 나오네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사실 우리는 우리를 엘프라고 불러요. 엘리아나 본부인 같은 종족을 화이트 엘프 혹은 우드 엘프라고 부르고요.
차원 관리 시스템도 인정한 건데요. 아마 제가 엘리아나 본부인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면, 저희 종족을 엘프라고 표기하고, 뒤늦게 나타날 엘리아나 본부인 종족을 화이트 엘프라고 표기했을 거래요.
어쨌든, 제 말은 초반에만 그랬다는 거예요. 이제 제게 고향 차원은 〈지구〉랍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구〉는 조금 이상한 차원이에요. 생각보다 주 행성인 지구가 엄청 넓은 건 아님에도 주 종족인 인간이 한 때 75억이 넘었다면서요?
1억만으로도 엄청나다고 느낄 법한데. 단명족이라서 그럴까요?
아무튼, 그랬던 차원이 멸망 직전까지 갔다는데 아직도 1억 명이나 넘게 살아남았다면서요? 그것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주관하는 ‘상태창’이라는 걸 다루는 이상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전투 병력이죠?
제가 여왕 출신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위정자 혹은 지배자는 다른 뜻을 품기 마련이에요. 하다못해 차원 확장 정도는 생각하기 마련이에요. 그렇잖아요?
하지만 낭군께서는,
“확장? 어휴. 됐어. 〈지구〉조차도 손댈 곳이 한두 곳이 아니야. 그리고 차원 확장이라는 건 결국 뭔가 다른 영역을 침범해야 하는 거지? 됐어. 귀찮아. 우리가 침공 받았던 사람들인데, 그 고통을 남에게 주는 거? 그거 좀 그래. 못 할 건 아닌데. 굳이?”
이런 소리를 하면서 내실을 다지신다고 한 1년을 〈지구〉 관리에 몰두하셨다니까요?
우리 낭군 엄청 괜찮죠? 후후. 제가 생각해도 그렇답니다.
하지만 전 곧 낭군께서 차원 확장에 참여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고요? 으음……. 에이,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자리니까 다 터놓고 말할게요.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잖아요.
나중에 세대와 세대를 거듭하면 화폐를 주로 사용하고, 그때는 카르마 포인트 대신 수련으로 경지를 끌어올리는 시대가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당장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허락 아래 생긴 상태창이 있고, 카르마 포인트만 생기면 경지를 올릴 수 있는데 그걸 못하게 한다? 분명히 불만이 나올 거예요. 온갖 추문도 생길 거고요.
그런데 있죠? 신기하게도 아무런 잡음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문득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어쩌면 제가 다스리던 엘프 왕국이 떠올라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궁금증이 일었고, 조사를 시작했죠.
그리고 깨달았어요.
“여왕 폐하. 여긴 좀 뭔가 이상합니다.”
차원 〈지구〉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요.
“여왕 폐하. 놀라지 마십시오.”
“뭔데 그러니?”
“멸망 전에 200개가 넘는 국가가 있었답니다.”
“그게 뭐…….”
“그리고 그중 절반이 넘는 수의 국가에서 왕을 시민이 직접 선출했답니다.”
“응?”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화정 같은 이상한 정치 시스템을 채택한 나라도 역사에 있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 낭군님을 섬기고 있잖아? 신으로 모시기도 한다며?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주도]의 인간 중, 누구도 전과 같은 체계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왜?”
“모르겠습니다. 그놈이 그놈이라서 뽑았다거나, 뽑고 보니 개자식이었다는 소리를 해대는데. 조금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폐하. 여긴 정말 이상합니다.”
최대 5년마다 한 번씩 왕을 갈아치우던 이들이 앞으로 수백 년은 꼼짝없이 한 명의 황제를 받들고 살아야 하는데 그걸 수락한다고요? 이상하지 않아요?
저는 신뢰할 수 없었어요. 혹여라도 저들이 낭군님께 반기라도 들면 어떡해요?
아. 당연히 낭군님께서 패하거나 다치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그런 일로 낭군님이 마음에 아주 작은 상처라도 입으시면 전 그걸 못 볼 것 같아요. 그 상처를 준 놈들을 모조리 산채로 불태울 거예요.
“…제스퍼.”
“네. 여왕 폐하.”
“까마귀 몇 명이나 살아 남았지?”
“까마귀……라면 미명의 까마귀 기사단 말씀이십니까?”
“응. 걔들.”
미명의 까마귀 기사단, 줄여서 까마귀는 저희 엘프 왕국에 유명하면서도 존재 자체는 드러나지 않는 기사단이랍니다.
“폐하께서 무슨 의도로 말씀하신 건지는 저도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폐하. [주도]에는 이미 감시자들이 엄청난 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군께서는 차원의 관리자이십니다.”
“응. 알아. 나는 [주도]를 감시하려는 게 아니야. 〈지구〉의 [영지]가 아닌 곳. 그런 곳을 감시하려는 거란다? 그리고 우리 낭군님은 관리자로서 〈지구〉에 대해 전지하시지만, 생각보다 무르시거든. 그러니까 쌍둥이가……. 아니야. 이건 ‘언급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니까. 아무튼, 박력 있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남자라고 할까? 후후.”
“…명령이라면 따르겠지만, 허락이 먼저입니다. 여왕님.”
이것 보세요. 벌써 제 최측근이자 남자인 제스퍼를 이렇게 홀려 놓으셨다니까요? 우리 낭군님의 매력이 이렇게나 치명적이랍니다? 후훗.
“당연히 그래야지~. 낭군님 뵈러 가야겠다~! 제스퍼! 따라와!”
“네. 폐하.”
그런데 있잖아요. 아, 그쪽 이름이 뭐라고 했죠? 아아. 네. 신기한 이름이네요?
우리 낭군님은 제 걱정을 들으시더니,
“음. 어차피 신앙 스탯으로 판단하는 〈지구〉라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발각될 텐데? 그리고 그런 거 감시하고 그러는 일 귀찮을 거야. 괜찮겠어?”
오히려 저를 걱정해주시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어요. 할 수 있고, 해보고 싶다고요.
“그럼 [숲의 파수꾼]과 [숲의 감시자]에서 진화한 [엘븐나이츠]들이 있거든? 그들을 넉넉하게 지원해줄게.”
이렇게 자상한 남편 본 적 있나요? 특이한 이름의 누구 씨?
처음 2년은 그냥 그랬어요. 소소하게 사고를 치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건 여러 차원 출신의 여러 종족이 모였으니 당연히 지나갈 진통이에요.
그래서 저도 생각했답니다. 아,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에휴. 그래도 덕분에 차원 〈지구〉의 차원 공방전 이전의 문화에 대해서 많이 알았고, 공방전 이후 문화와 환경 그리고 생존자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파악했으니 이득이지 않겠어요?
힘들었다고, 그래도 2년 넘게 노력했고, 고생했다고, 낭군님께 응석을 피울 거리가 생겼으니 손해는 아니잖아요?
“그랬는데 당신들을 발견했네요. 어떤 의미에서는 안타깝게도 말이죠.”
“…빌어먹을 년.”
“흐응~. 사실 저는 한 번도, 빌어먹어 본 적이 없답니다? 태어났을 때 엘프 왕국의 적법한 후계자였고, 낭군님을 만나고는 낭군님의 아내가 되었으니 구걸을 할 일이 없지 않겠어요? 욕이 너무 진부하네요. 이름이 특이한 인간 씨.”
“나는 신이다! 네가 바로 무함마드의 현신이며, 이 땅에 내려온 종말에 대적하는 존재다.”
“네네. 그러니까요. 당신이 그래서 제가 정한 기준에서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알……. 뭐였지? 이름이 엄청 이상하고 길었는데? 뭐, 그냥 알 씨로 할게요. 알 씨.”
“이익?! 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그거 아시나요? 알 씨? 우리 낭군님께서는 차원 〈지구〉를 한정해서는 전지(全知)하시답니다. 하지만 초월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신이 아니기에 상시 전지를 유지하는 건 엄청난 부담이에요. 마력을 개화하지 못한 이간이 24시간 눈을 감지 않고 뜨고 있는 것 같은 거죠.”
“흐으으윽. 흐윽.”
“그렇기에 저는 낭군님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우리 까마귀를 동원할 생각을 했던 거예요. 당신 같은 사람들은 꼭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가만히 두면 빵에 피는 곰팡이처럼 말이에요.”
“그, 그만! 그, 그만해애!! 차라리 죽여어!!”
“어머? 이상하네요. 알 씨. 당신이 조금 전에 그랬잖아요? 본인은 살아 있는 신이라고. 신이 고작 불에 달군 단검에 찔린 것만으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말이 될까요?”
“흐으으윽. 흑흑.”
“물론 제가 마법으로 감각을 증폭시키긴 했지만요. 그래도 신치고는 너무 없어 보이네요. 알 씨. 그러니까 힘을 더 내는 거예요? 우리? 낭군님께 당신과 당신을 따르는 머저리들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으니까요. 알았죠?”
“…….”
“죽지 말아요~? 최대한 버텨보는 거예요? 아셨죠?”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
“죽지 말라는 말은 제가 당신들을 오랫동안 괴롭히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랍니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소개했다시피 전 푸른 별의 마법사랍니다. 고대 마법에 능통한 초월자이고, 그 말을 곧 당신들은 죽어서도 저를 만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육체가 느끼는 고통? 그건 별 게 아니에요. 영혼이 느끼는 고통이야 말로 진짜죠.”
“뭐, 뭐가 궁금한 거, 겁니까? 네?! 지, 질문을……! 끄아아아아아악!! 제, 제발 지, 질문을!!”
“우웅~? 전 궁금한 게 없는 걸요? 당신들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우리 낭군님께 보고를 올렸으고, 낭군님께서는 전지하시다니까요?”
“……그, 그럼 왜?”
“왜 고문을 하느냐고요? 이상하네요. 제가 앞에 말하지 않았나요? 낭군님의 마음에 아주 작은 생채기라도 내는 원인을 제공한 놈들이 나오면 산채로 불태우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