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6
166
NBA는 미국을 반으로 갈라 동부와 서부 컨퍼런스로 나뉜다.
시기마다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서부 컨퍼런스가 실관람률이나 시청률이 높은 편. 대중적인 인기가 앞섰다.
특히 최근 10년간 플레이오프 우승을 10번 중 8번이나 서부에서 했기 때문에, 실력면에서나 흥행력면에서나 압도하는 상황이었다.
NBA의 판도가 이렇게 된 것은 아무래도 전통적인 강호 LA와 샌프란시스코 팀 간의 라이벌 구도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모으는데 성공한 덕이 컸으나, 그만큼 서부의 잔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 동부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밀워키.
스몰마켓의 팀의 반란을 일으키며, 지난 10년 중 8번을 서부팀이 우승을 넘겨주어야 했다면, 그나마 남은 두 번을 가져온 것이 바로 밀워키팀.
어떻게 보면 언더독을 더 응원하게 되는 스포츠 판에서는, 단일팀으로 가장 많은 팬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는 곳이라고 볼 수 있었다.
“모두들 알다시피 다음 상대는 밀워키. 비록 이번에는 플옵 파이널에서 미끄러졌으나, 그 이전 두 번을 연달아 우승한 강팀이다.”
경기를 앞두고 가진 마지막 전술 훈련. 감독은 큰 기대하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몇몇 멤버의 교체가 있었다고 해도, 센터와 포인트가드의 콤비는 10년째 합을 맞추고 있어 팀 컬러는 여전하다.”
현재 밀워키의 핵심 전력이라 일컬어지는 둘.
센터의 블레이크 록웰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전형적인 만능형 센터.
우리 팀의 랄프 어윙과는 매우 반대되는 역할로, 골밑보다는 외곽으로 나와 있고, 볼 운반을 맡거나 경기 운영까지 적극적으로 해 포인트가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어서 여러 팀을 골머리 썩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 키랑 덩치도 커서 뭔가 피지컬로 농구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철저하게 지능캐여서 반전미가 있는 선수야. 지금 너랑 비슷한 플레이를 보인다고 할까? 자기가 돋보이는 것보다 최소한의 움직임, 불필요한 동선을 극도로 줄여서 예술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 선수야.
지미는 나 기분 좋으라고 나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라고 표현했으나,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는 상위호환이었다.
나는 기껏해봐야 대학 레벨에서 블레이크 록웰을 흉내냈다, 는 것이 전반적인 여론이었으니까.
그만큼 그는 이미 정규 리그의 깡패로써, 지난 10년 서부 컨퍼런스 Top 5에서 빠지질 않았고… 유일한 약점. 즉 플레이오프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고질적인 비난을 지난 3년간 깨끗하게 씻어버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탑레벨 선수였다.
‘명예의 전당 입성은 당연하고, 어쩌면 전설로 남을 선수.’
뒤에서 경기를 지배한다는 뜻에서 퍼펫마스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블레이크 록웰.
그리고 그와 함께 10년간 합을 맞추며, 골이면 골, 수비면 수비, 블레이크와 한 사람인 것처럼 무시무시한 호흡을 보여주는 브렌든 폴.
나머지 선수들은 비록 롤 플레이어긴 하나, 자신의 역할만큼은 120% 소화해,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한 팀과는 차원이 다르긴 했다.
“지금까지 의외로 잘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밀워키를 상대로 이겨주길 바라는 건 아니다. 정규 리그는 무려 82경기를 뛰어야 하니… 홈경기라고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만큼만 하도록.”
“……”
감독의 힘 빠지는 소리에 아무도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원래 감독의 말이 법인 대학 농구와는 달리, 프로에서는 선수의 힘이 제법 크기 때문에… 선수들이 이렇게 보란 듯 무시를 해도 큰 제지는 없었다.
‘어차피 케빈 브라이언이 돌아올 때까지 자리만 지킬 생각이라지만…’
그걸 내버려둘 나도, 구단주도 아니었다.
어쨌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우리는, 이후 공격 전술 코치의 지시 사항을 기다렸다.
“오늘 경기에서 랄프는 센터 자리를 유지한다. 담당하는 수비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골밑을 사수해 다가오는 이를 상대. 필요한 경우 주변 수비수들이 증원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알겠습니다.”
일종의 존을 지키라는 말로, 센터이면서도 외곽에서 주로 활동하는 블레이크 록웰의 전담 마크를 포기하라는 뜻이기도 했지만, 자존심이 상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블레이크 록웰은 로한이 전담 마크한다. 키와 힘에서 밀리겠지만, 운동 능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고… 설마 농구 지능 싸움에서 지진 않겠지?”
나는 코웃음을 쳤다.
“타고난 키야 어쩔 수 없지만… 힘에서도 밀리는 일은 없고, 머리 싸움을 걸기 시작하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런 자신감 좋다. 밀워키라고 쫄 필요 없으니… 우리 LA의 진면목을 보여주자고.”
“넵!”
이후 우리는 밀워키를 대비해 몇 가지 무기를 준비했고, 나의 자신감은 곧 선수들에게까지 전염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
4경기 – [밀워키 vs LA]
우리의 네 번째 경기이자, 홈경기로 진행되는 밀워키전.
케빈 브라이언이 떠나고 나서 티켓이 안 팔릴 거다, 저지 판매량이 역대 최저로 떨어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 더 빌런!! 모두 죽여버려!!
– 빌런은 무슨… 드래곤 앞에서 인간은 모두 하찮은 동물! 드래곤 블레이크 앞에선 로한도 평등한 인간임을 보게 될 거야!!!
우리는 벌써 4경기째 전석 매진이 되었다.
악플러들은 그게 초반에 잠깐 반짝이는 효과라고 이 악물고 무시하지만… 글쎄, 나는 관객들이 줄어드는 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 오늘 경기는 우리에게 첫 패배를, 어쩌면 망신을 안겨줄 거라고 평가를 받는 현존 최강의 팀 중 하나. 밀워키전이라서 그런지 경기장의 열기가 평소보다 3~4배는 더 뜨거웠다.
“모두 위치로.”
경기 시작을 위해 점프볼 포지션을 잡았다.
지금까지 랄프 어윙이 점프볼에 나섰는데, 오늘은 내가 상대 센터인 블레이크를 전담하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우리 둘이 점프볼을 하게 되었다.
“고생이 많군.”
블레이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나를 내려봤다.
체구도 좋은 편이고, 나보다 10cm는 큰 상대.
‘나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군.’
일종의 기싸움은 아니었다.
블레이크는 원래 농구광으로써, 승패를 중요시하기보단 농구 자체를 즐기는 편.
퍼펫마스터처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팀원들을 조종할 때. 여러 선수가 정말 하나의 육체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때 희열을 느낀다고 인터뷰를 했던 것처럼, 그는 살짝은 뒤틀렸지만 어쨌든 순수하게 농구를 하는 선수로 다른 팀과의 신경전이나 트래쉬토크는 별 관심이 없기로 유명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전형적인 쿨찐이긴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여유로워 보이나… 블레이크도 게임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특유의 캐릭터를 벗어던진 적이 몇 번 있다.
오늘은 그의 가면을 좀 빨리 벗겨볼 생각이었다.
삑 – !
경기의 시작을 알리며 심판이 농구공을 우리의 중앙에서 높이 던진다.
살짝 블레이크를 향해 쏠린 공.
이 정도의 핸디캡은 있어야지.
나는 완벽한 타이밍에 힘껏 점프를 해, 공이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곧바로 랄프 어윙에게 쳐냈다.
“……!”
비록 블레이크의 키가 더 크다고 해도, 반응속도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데다, 리치는 차이가 더 적기 때문에 너무 손쉬운 승리.
뒤늦게 반응한 블레이크는 겨우 내 팔꿈치 정도에 도달했을 때 이미 승부가 갈려서, 나름 굴욕적인 모습이 연출되었다.
“고생이 많군.”
나는 살짝 굳은 블레이크를 지나치며 그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뛰어 랄프에게 눈짓을 했다.
높이 올라가는 앨리웁!
나는 아슬아슬하게 두 손으로 공을 잡아 그대로 링을 내리찍었다.
콰 앙 – !
– 와아아! 인사는 역시 투 핸드 덩크지.
– 푸하하하하, 블레이크 얼굴 봄? 늘 한량처럼 세상 한가한 표정인데, 오늘은 시작하자마자 구겨지네?
– 미친놈. 우리 드래곤을 자극해?? 어차피 경기 이기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지. 지금 마음껏 좋아하라고.
“……”
블레이크는 피식 웃으며 커다란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루키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쳐서 좋단말이야.”
“오, 그럼 오늘 처참하게 져도, 내 에너지 받아서 기분은 좋으시겠어.”
“아니, 그럴수록 밟는 맛이 좋아서…음?”
말이 너무 길어서 더 들어주기 귀찮아졌다.
나는 천천히 드리블하며 느긋하게 오던 블레이크의 공을 그대로 스틸해, 굳이 뒤에서 오던 랄프에게 패스했다.
내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한 랄프는 또 한 번 똑같은 위치로 앨리웁을 던졌고,
콰 앙 – !
나는 조금 전과는 다른,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백핸드 덩크를 이어서 성공시켰다.
커다랗게 휘청이는 백보드.
“너무 기분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
“……”
어느새 블레이크 특유의 만사가 귀찮은 표정이 사라졌다.
“조언 하나 해줄까? 시즌 초부터 너무 힘 빼지 마. 아직 갈 길이 멀어.”
“음? 힘을 빼다니? 아직 시작도 안 한 건데? 이제 곧 30대라, 체력이 달리나 보지?”
“……”
그러자 블레이크는 아주 좋은 눈빛이 되었다.
‘그래, 승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정규 시즌을 씹어먹고, 플옵 반지에 목을 멜 리가.’
밀워키는 공격 페이스를 점점 높이며 득점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블레이크 록웰이 있었다.
센터이자 포인트가드이기도 한, 규격외의 선수.
이제야 비로소 경기가 재밌어지려고 했다.
*
경기의 중계자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3전 3승으로 두팀의 전적은 똑같지만, 밀워키는 강팀들을 상대로 3승이나 거두고 난후 LA와 쉬어가는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고, LA는 반대로 약팀들을 상대로 3승을 거두고 드디어 밀워키와 본격적인 경기다운 경기다운을 펼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어느새 하프타임.
[밀워키 58: LA 66]하프타임 쇼 패널들은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오히려 LA에게 8점 차로 뒤진 채 하프 타임을 맞이했습니다. 솔직히 겨우 8점차라는 게 안 믿길 정도로 LA에 강력하게 밀워키를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었습니다.] [벌써 NBA 10년 차인 블레이크 ‘드래곤’ 록웰은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인데… 이렇게 로한을 상대로 고전을 치를지 몰랐습니다.] [이거… LA가 케빈 브라이언 가고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지면 그림이 이상해지는 거 아닌가요?] [에이, 저번 시즌은 케빈 브라이언이 부상으로 대부분 빠져 있었는데, 저번 시즌과 이번 시즌을 비교하는 건 아직 너무 섣부르기도 하고, 공정하지도 못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웃기기는 하겠습니다.] [언론이 언제 공정성을 따졌나? 그냥 클릭베이트, 자극적인 제목 때려박고 논란 일으키면 장땡이지. 어쨌든 지금 이 순간 이 경기를 가장 숨죽여보는 건 아무래도 케빈 브라이언일 겁니다? 아닌가요??]방송 내내 패널들은 로한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대학 때부터 수비로 유명한 선수이긴 했는데, NBA에 와서 보니까 더 돋보입니다. 공격을 읽는 눈이 무척 좋고, 반응은 즉각적이에요. 상대 공격수의 경로를 정확하게 읽고 민첩하게 반응하니 굴욕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이가 적지 않죠.] [겨우 4경기 뛰었지만, 당장 올 디펜시브 팀으로 뽑혀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수준급 수비입니다.]항상 여유로운 블레이크 록웰.
하지만 두 쿼터 동안 벌써 스틸을 세 번 당하다보니 드리블도 굉장히 신중해지고, 볼 운반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키는 더 작지만, 리치가 상당히 긴 로한을 상대로 거리감을 제대로 잡지 못해 블록을 당하거나, 패스를 쳐낸 것도 두세 번이라… 로한을 상대로는 샷 클략에 쫓겨 평소의 예술적인 패스를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거기에 보통 블레이크가 외곽으로 나와 있으면, 상대 센터도 덩달아 나와서 골밑에 비교적 틈이 많이 생기기 마련인데… 전통적인 센터 랄프 어윙이 딱 틀어막고 있으니, 밀워키가 좀처럼 제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죠.]블레이크는 외곽으로 상대 센터를 끌고 나오기 때문에, 상대의 골밑을 공략하기 손쉬워졌다.
그걸로 재미를 볼 수 있도록 공격수들을 배치했고, 세컨드 찬스가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니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가 밀워키가 유리해지는 구조였다.
…오늘은 빼고.
*
결국 골 밑을 포기할 수 없었던 밀워키는 블레이크 록웰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 수비에 힘을 실었고, 로한이 외곽에서 공격을 시도하면 블레이크 대신 다른 수비수를 붙였다.
휘익 – !
다만 그나마 더 큰 키로 로한을 붙잡았던 블레이크가 사라지자 로한의 빠른 3점 성공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전체적으로 팀 간의 연계도 훨씬 자연스럽고, 밀워키의 듀오를 기점으로 열심히 LA의 수비수들을 뒤흔들었으나…
이미 로한의 기세에 말려든 밀워키는 결국 LA의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오, 질뻔했네.”
로한은 일부러 블레이크 앞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밀워키 129: LA 133]블레이크는 주먹을 꽉 쥐며 로한의 어깨를 툭 쳤다.
“…다음 보자고, 친구.”
“꽁승은 언제든.”
“……”
*
신경을 쓰지 않는 척하며, 같이 보자는 동료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집에 혼자와서 몰래 경기를 시청하던 케빈 브라이언… 그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설마?’
겨우 한 경기라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연히 무너질 줄 알았던 LA가 이 정도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케빈 브라이언은 다급해졌다.
그는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