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92)
나의 이름은 (7)
츠츠츠츳!
나는 의식을 가속시키며, 기묘성심전으로 비율과 정신을 연결하여 그를 내 가속한 정신세계로 끌어들였다.
‘공법을 설명해 봐라.’
비율은 하나하나 공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은람마공은,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상고시대의 마공입니다. 대성한다면 합체기의 영역을 천인기 수준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고 하지요. 다만 기원을 알 수가 없으며, 전해 들리는 말로는 어떤 고대 존재가….]‘기각.’
나는 비율의 말을 끊고 은람마공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고대 존재와 연결되어 있고, 기원을 알 수 없다?
척 봐도 태산열제공이나 적뢰천겁공처럼 진선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태산열제공도 내가 익힌다기보단 수계에 내려가서 얻은 구결을 해석하기 위해 얻으려는 것이었지, 수상한 존재와 직접 연결되고 싶어 안달이 난 게 아니었기에 익힐 계획은 없었다.
수 있으며, 양강지력을 지니고 있어 음한계열 공법에는 천적이며, 양강계열 공법의 공격도 반감됩니다.]
‘호오….’
이건 꽤 매력이 있어 보였다.
딱히 설명에 누군가를 희생시킨다는 것도 없고, 특히나 연공 속도가 수십 배 빠르다면 범재에 불과한 내게 있어 상당한 이득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주아주 사소한 부작용이 조금 있긴 합니다.]‘뭐지?’
[우선 첫째. 공법의 양강지력이 너무 강하게 분출되다 보니, 피부가 자줏빛으로 변합니다.]‘흐음… 그래서 자양(紫陽)이 이름에 들어가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둘째.]‘부작용이 또 있나?’
피부색이 변하는 것 정도야 큰 문제는 아니었다.
피부가 자주색이 되는 건 겉보기에야 괴상해 보이지만 해결할 방법 자체는 많았기 때문이었다.
[자양광마공은 상단전을 자극하기 때문에, 모발이 빠지게 됩니다. 창시자가 여기에 주술적인 의미까지 부여했기 때문에 모발이 있으면 오히려 공법이 약화되지요. 즉, 대머리가 됩니다.]‘….’
피부는 자줏빛에, 머리는 대머리….
곰곰이 생각해 보며, 나는 거기까지도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번째….]‘또 부작용이 있다고?’
[양기를 수련하는 공법이기에, 극양(極陽)의 성질이 체내에서 들끓어 정욕이 미친 듯이 들끓는다고 합니다.]‘….’
나는 그 말에 침음성을 흘렸다.
‘성욕이 들끓는다면, 정려 같은 녀석들을 상대할 때 번잡해지겠군….’
내 의지력이라면 정욕쯤은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정려 같은 계열의 적이 작정하고 정욕을 증폭시키기 시작하면 버티기가 힘들 터였다.
‘어쩔 수 없지. 저것도 어떻게든 고환을 뽑아서라도 버틴다면….’
[네 번째 부작용.]나는 이어지는 부작용들에 비율을 흘겨보았다.
부작용들이 이렇게 많은 공법을 추천했단 말인가?
[자양광마공은… 동자공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정(精)을 배출하게 된다면, 모든 법력을 잃고 폐인이 되어 버립니다.]한 마디로.
피부는 자줏빛에, 머리는 어떻게든 벗겨지고.
정욕은 끓어오르는데, 정작 동자공이라 정을 분출하면 폐인이 된다.
[때문에 자양광마공을 익힌 이들은 분출하지 못하는 정욕에 점차 머리가 이상해지다가 광마(狂魔)가 되어 버린다 하여 자양광마공이라 불립니다.]‘…왜 이런 걸 내게 추천한 거지?’
[그야 귀인께서는 명부의 위대한 존재시니, 하찮은 정욕 따위에 지배당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나는 비율이 모르도록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내가 명부의 사신의 강림체라면 걱정이야 없겠지만, 나는 아직 정려에게도 고환을 뽑지 않으면 정신을 못 차린다.
그리고 애초에 고환을 뽑는다 해도, 자양광마공 같은 동자공은 정욕과 법력이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멋대로 고환을 뽑다가는 법력에 큰 손실이 올 수도 있었다.
‘기각하겠다.’
나는 시식(屍食)이라는 제목을 들으며 벌써부터 눈살이 찌푸려지는 걸 느꼈다.
‘혹시 이건 시체를 먹는 부류의 공법인가?’
[예, 맞습니다.]‘기각.’
[하, 하지만 정말 강력한 마공입니다만….]‘됐다. 다음.’
[알겠습니다. 그럼 안혼진결은… 흑색귀골곡의 양대 기본공인 귀도진경(鬼導眞經)과 안혼공(安魂功) 중 안혼공을 진화시킨 공법입니다. 귀도(鬼道)의 기본은 위령(慰靈)과 안혼(安魂)임은 알고 계시겠지요?]‘뭐… 일단 알고는 있지만, 네 이해를 보고자 하니 설명해 봐라.’
[영광입니다…! 귀신을 다루는 것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일종입니다. 구천을 떠도는 귀혼들이 명계로 가는 것을 돕겠다는 약속이 귀혼들을 부리는 핵심이지요. 안혼공이 귀혼들에게 명계로 가는 길을 알려 주는 제의를 지낸다면, 안혼진결은 거기서 더 나아가 귀혼들의 고통과 감정을 위로해 주는 제의입니다.]나는 설명을 들으며 뭔가를 깨달았다.
‘안혼진결은… 마공이 아니군.’
[예. 오로지 귀신과 더더욱 깊게 교감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공법이지요.]‘흐음….’
마공이 아니라는 점은 가장 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효용성 측면에서, 안혼진결은 기묘성심전의 하위 호환이었다.
‘귀신과의 교감’이라는 부분에서야 기묘성심전보다 조금 나을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측면에서는 기묘성심전에 완전히 밀린다.
거기에 귀신을 부리는 것 자체는 지금처럼 음혼귀주문만 있어도 충분했기에 굳이 더 필요치도 않았다.
계륵 같은 공법이었기에 나는 익힐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기각.’
[다음은 염마비전의입니다. 명계의 사신이자 판관 중 한 분인 염라(閻羅)의 호(號)를 외쳐 힘을 빌리는 마공으로….]‘기각.’
[다음은 비혼진마공입니다. 원혼을 체내에 흡수시킨 후, 명계로 돌려보낼 최소한의 혼만을 남겨 두고 원혼의 혼백을 소모시켜서 어마어마한 위력을 내는 마공으로….]‘기각.’
내가 내보이는 공법마다 전부 퇴짜를 놓자, 비율은 자신감이 없어진 듯 쭈그러들어 마지막 추천 마공을 들이밀었다.
[마지막은 귀선규마결입니다. 귀기를 끌어모아 자신의 원영을 귀왕화(鬼王化)시킴으로써 자기 자신을 하나의 귀물(鬼物)로 천천히 제련시키는 공법이지요.]나는 비율이 들려주는 귀선규마결의 구결을 들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귀선규마결이란 것도 원혼을 잡아먹어 힘을 키우는 공법이 아닌가?’
[그런 방법도 있지만, 비혼진마공이 원혼의 혼백 그 자체를 먹는다면, 귀선규마결은 혼백도 조금 흡수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혼백에 쌓인 죽음의 기운을 주로 빨아들입니다.]‘흠…?’
‘호오….’
그렇게 되면 마공이라기보단 그냥 공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추천한 공법 중 귀선규마결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에 사축기까지 익힐 수 있는 공법서군….’
나는 의식의 가속을 풀고, 비율이 추천해준 마공서 중 귀선규마결을 집어 들었다.
그런 후 서고지기인 송길을 찾아가 공법서를 내밀었다.
“저는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흐음, 귀선규마결?”
그러자 송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귀선규마결은… 극악한 난이도로 인해 경원시되는 공법이다. 분명 익히는 데에 성공한다면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지만…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괜찮습니다. 이것으로 주시지요.”
“뭐… 마음대로 하거라. 단, 귀선규마결을 선택한 순간 공법은 바꿔 주지 않으며, 다음에 서고에 들어오려면 흑색귀골곡에 공적치를 100점 이상 쌓아야만 들어올 수 있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이윽고 공법을 고른 우리는 서고에서 나왔다.
읍연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가 전부 나오자 말했다.
“다 나오셨으니, 그럼 저희 문파의 공적치 제도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공적치 제도는 많은 수도선파에서 채택한 제도이며, 문파의 임무를 수행하면 공적치를 부여하고, 그 공적치로 문파의 서고를 이용하거나 섭명함의 편의 기능, 혹은 귀왕들의 가르침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인들께선 10년에 한 번씩은 의무적으로 문파의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집무각에 가시면 원하시는 임무를 할당받으실 수 있으니, 집무각으로 가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읍연은 우리에게 몇 가지 설명을 더 해 준 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말을 마친 그는 한 줄기 검은 연기가 되어 섭명함으로 날아가 버렸다.
우리 다섯은 각자 동부나 혹은 섭명함 곳곳을 구경하기 위해 흩어졌고, 나는 비율에게 물어 집무각이란 곳을 찾아갔다.
‘공적치 제도라….’
생각해 보면 금신천뢰문에도 그런 게 있긴 했다.
다만 나와 전명훈은 문파의 미래로서 면제받았었다.
창천개벽문은 공적치가 아닌, 오로지 강함으로 승부를 봤기에 서고지기랑 씨름을 해서 이긴다거나, 혹은 사형들과 결투를 이기면 창천개벽문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공적치 제도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해룡궁에서는 서휼의 금고를 털어서 썼기에 딱히 수련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고, 괴군의 꼭두각시로 지낼 적엔 꼭두각시의 몸이라 필요한 것 자체가 없었었다.
즉, 이런 제도를 경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집무각에 도착하니, 곳곳에서 귀곡성이 울리고 있었다.
잡령들이 날아다니며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하나같이 임무들이었다.
잡령들은 내 체내에 깃든 비율의 기세를 느꼈는지 내가 집무각 안에 도착하자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그러나 뭔가 주술적으로 세뇌가 된 건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진 않았다.
[주인님, 임무를 맡고자 하십니까?]‘어떤 임무가 있는지 보려 한다.’
[알겠습니다. 주인님이 알아보시기 편하게 도와드리겠습니다.]꿈틀, 꿈틀….
비율은 내 어깨 위쪽으로 머리통을 드러내더니, 집무각 안에서 크게 외쳤다.
[이리 오너라!!!]천인기 귀왕의 우렁찬 영언에, 사방을 돌아다니며 임무를 외치던 잡령들이 하나같이 이쪽으로 몰려왔다.
그 모습에 집무각 곳곳에서 임무를 고르던 흑색귀골곡 제자들의 시선이 전부 이쪽으로 쏠렸다.
“뭐야, 저놈은?”
“방금 귀곡성은… 천인기 귀왕?”
“천인기급 귀왕을 부린다고? 흑색 원로님이신가?”
“그럴 리 없잖냐. 새로 들어온 음혼 제자겠지. 신입 음혼 제자들은 귀왕을 반년 정도 봉양한 후, 자기가 귀려나 귀보들을 얻어야 하니 저것도 한때지.”
“그나저나 봉양하게 된 귀왕께서 친절한 분이신가 보군. 후배한테 잡령을 몰아주려고 친히 힘까지 쓰시다니….”
그들은 비율의 존재를 눈치채고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안에 있는 의념을 눈치채고 있다.
모두가 나를 깔아보고 있었다.
‘흐음, 다들 체내에 최소 원영기급 귀왕을 품고 있군.’
하나같이 자신들의 귀왕과 연계가 끈끈한 것이, 나처럼 사당에서 부탁해서 ‘모셔 온’ 게 아닌, 본인들이 키워 낸 귀왕인 것이 느껴졌다.
‘저게 귀도도려… 귀려인가.’
흑색귀골곡의 제자들이 주로 부리는 주혼(主魂).
제자들의 체내에서 귀도공법의 수련을 도우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귀신을 귀도도려, 즉 귀려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난 잠시 흑마면 너머로 그들을 관찰한 후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잡령들에게 귀를 기울였다.
난 임무들을 둘러보았다.
‘난이도가 높은 임무일수록 보상이 후하군.’
가장 공적치가 높은 임무는 천족 중 하나인 천익족으로 가서, 천익족들을 받아들여 천익족으로 구성된 흑색귀골곡 지부를 만드는 것이었다.
10년마다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임무를 천 년이나 면제해 주고, 공적치도 6만 점이었다.
‘다시 말해, 최소 천 년은 고생해야 하는 임무라는 거지.’
굳이 천익족 영역에서 그쪽 토착 세력과 드잡이질하며 고생할 생각은 없었기에 바로 관심을 끄고 다른 임무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한 잡령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나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흑린어령문에서 흑린어령문 임무를 도와줄 저주술사를 구한다 함… 공적치 400점….]“호오….”
꽤 상당한 공적치에다, 내가 자신 있는 분야였기에 나는 그 임무를 반복하는 잡령에게 손을 뻗었다.
* * *
‘서립은 흑색귀골곡에 잘 적응 중이군.’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서립을 통해 강민희를 찾아볼 요량이었다.
‘그럼 이제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
스르륵….
나는 월수궁무록을 쓰며, 다른 태수들이 알지 못하게 천부산을 빠져나갔다.
며칠 후.
나는 진마계의 입구에 도착했다.
‘인마대전에서는 현재 인족이 진마계 태수들에 의해 밀리는 중이다.’
하지만 인족들은 계멸천공진 계획 같은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준비 중이었다.
최대한 마계에 피해를 주고 퇴각하기 위한 한 수.
‘그렇게 둘 순 없지.’
계멸천공진 계획 같은 쓰레기 같은 계획이 준비되는 이유는 하나였다.
‘본인들에게 퇴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진마계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혀도, 본인들은 광한계로 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딴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못 돌아오게 만들어 주마.’
나는 저물도에서 서휼의 얼굴을 꺼내 내 얼굴에 덮고 월수궁무록을 해제한 채 진마계의 입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마계의 입구를 닫아 버린다.’
철저히 닫지는 않을 것이다.
저쪽에서도 힘을 쓰면 충분히 다시 열 수 있게 만들 예정이었다.
진마계의 입구를 닫으면, 퇴로가 없어진 이상 계멸천공진 계획 같은 건 발동하지 못한다.
그리고 흑룡왕 현음도 이 입구를 통해 진마계로 가서 오현석을 위협한다든가 할 수 없고, 창호자도 마찬가지로 못 넘어가게 된다.
거기에 서휼의 얼굴을 달고 일을 벌이면, 인족 측에서 서휼에게 어마어마한 적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휼의 생존 소식이 규련의 귀에 들어가면, 나를 향한 규련의 분노도 많이 사그라들 터였다.
일석오조의 한 수다.
받아 봐라, 서휼.
“웬 놈이냐!”
진마계 입구를 지키는 사축기 수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며 경계 어린 얼굴로 물었다.
나는 선수(仙獸)의 기운으로 나를 덮으며, 내가 요족인 것처럼 위장했다.
그런 상태에서, 나는 서휼을 흉내 낸 부드럽고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이름은 서휼.”
쿠그그그극!
백색의 안개 같은 힘이 요력과 함께 내 손에 덧씌워지며, 용조(龍爪)의 형상이 나타났다.
“해룡족의 대군이다.”
콰아아앙!
진마계의 입구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