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63
파앗-!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산산이 조각난 병.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던 손님들이 우리 쪽을 주시했다.
방금까지 경매에서 날아다니던 나였으니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 모양이다.
“뭘 그렇게 쑥덕거리나, 쥐새끼들이.”
양원송이 이를 아득아득 갈며 위협했다. 치아 부딪히는 소리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너희. 대체 뭐야? 돈 쓰는 폼을 보니, 유어론 사장 아래에서 발 닦던 새끼들은 아닌 것 같고. 박항오 쁘락치냐?”
나쁘지 않은 추론이지만 헛다리 짚었다.
몽두와 깜장이 나를 쳐다봤다.
네가 경매했으니, 네가 말해 보라는 표정.
이 사람들이 진짜···
나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앞으로 나섰다.
“유어론 사장 발 닦던 애들은 아니고, 그놈이 우리 발을 닦았지. 내가 누군지 말하면, 믿어주기는 할 건가?”
“아니. 그냥 다 죽여버리지 뭐.”
사장의 눈짓에 옆에 서 있던 야쿠자들이 죄다 사시미 칼을 꺼냈다.
손님들을 배려하는 건지, 정장 상의로 은밀하게 가렸지만.
서슬 퍼런 날이 절로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조용히 따라와라.”
그때 가까이 서 있던 야쿠자 한 놈이 깜장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바로 손목을 비틀어 내동댕이치는 깜장.
뚜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놈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굴렀다.
“으아아악!”
“뭐, 뭐야. 무슨 일 있어?”
주위에 있던 손님들이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모두 나갈 것 같은 분위기.
나는 도박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 일찍 문 닫을 건가 봐?”
“뒤지려고 환장을 했군. 뭐해! 안 끌어내리고!”
“はい!”
양원송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몽두와 나는 차치하고, 깜장을 상대하려면 맨손으로 힘들 것이라 생각한 모양.
그들은 손님들이 보든 말든 사시미를 빼 들었다.
“이, 이봐. 오늘은 그만 가자고.”
“그래. 날이 영 아니네.”
“뭐야. 아까 경매에서 돈 쓴 사람 아니야?”
그와 동시에 우르르 일어서는 손님들.
양원송의 이마에 핏대가 서기 시작했다.
“오늘 손해 본 것까지 죄다 빨아먹을 테니, 기대해라.”
칼을 든 야쿠자들이 천천히 간격을 넓히며 포위해 들었다.
깜장과 몽두는 몸을 낮추고 준비 자세를 취했고.
손님들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팽팽한 긴장감. 나는 그것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단 한마디로.
“100억.”
나가던 손님들이 멈칫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야쿠자들이 꼿꼿하게 세우던 칼의 각도도 땅을 향했고, 굳었던 양원송의 얼굴에는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뭐?”
“100억이라고. 100억 걸 테니까 게임 한판 하지.”
나는 중앙의 링을 향해 턱을 들었다.
“저기서 하는 격투 게임 말이야. 이기면 건 돈의 두 배를 준다며. 대신 지면 판돈과 목숨 날리는 거고.”
“병신들. 우리가 그걸 왜 하냐? 그냥 죽여 버리면 되는데!”
앞에 서 있던 일당 중 한 명이 비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몽두가 재빨리 그의 손목을 잡았고, 깜장이 있는 힘껏 목을 주먹으로 쳤다.
남자의 목 굵기만 한 주먹.
난생처음 들어보는 마찰음과 함께, 녀석이 쓰러졌다.
“크억!”
숨이 안 쉬어지는지 컥컥대는 모습.
깜장이 웃으며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 죽여 버리면 되지. 내가 널.”
“크억···컥!”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뒤로 물러선다.
양원송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아까와 달리 조금 진정된 말투였다.
“진짜 뭐냐. 너희.”
나는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 흔들었다.
앞면은 안 보이게끔. 궁금하면 콜 하라는 식으로.
그리고 그의 발치에 내 카드와 황금 칩을 던졌다.
“뭘 말하든지 안 믿을 것 같으니. 믿을만한 걸 보여주려고.”
돈이 세상 전부인 녀석들이게 돈만큼 확실한 것이 있을까.
그는 나를 보며 가벼운 헛웃음을 터트렸다.
“게임. 게임이라. 100억이란 말이지. 아까 경매로 집안 기둥 다 삶아 먹은 거 아닌가?”
“그거야 조회해 보면 알겠지. 상대 패를 보려면 돈을 걸어야 하는 법. 도박의 기본일 텐데.”
구경꾼의 술렁임이 점차 커졌다.
끝없는 메아리처럼 ‘100억’이라는 단어는 계속해서 도박장에 떠다녔다.
“야. 100억이래. 오늘 뭔 일이다냐.”
“링에서 게임 열리는 건가? 오늘 일정 없잖아.”
“분위기 봐서는 안 열릴 것 같은데.”
“그래도 100억이면 사이즈가···”
양원송이 입을 굳게 다물고 나를 쳐다봤다.
내가 돈을 갖고 있을 거라는 진위 여부를 포함, 머릿속으로 온갖 계산을 하고 있겠지.
지금 이대로 우리를 죽여서 분노 해소의 쾌락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내 제안을 받아 크게 판을 벌일 것인가.
나는 놈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훤했다.
‘지게 되더라도 자리를 옮겨서 죽이면 된다.’
그리고 이어서,
‘죽여서 돈을 빼앗으면 된다.’ 겠지.
그런데 어쩌나. 나 역시 여차하면 너 체포하고 쨀 건데.
그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다른 생각을 품었다.
한 시간 같은 일분이 흐르고, 양원송은 결정을 내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야쿠자이면서 사업가였다.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입을 제외하지 않았다.
“시합에 관중이 빠져서야 쓰나.”
양원송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도박꾼들로 시선을 옮겼다.
그들은 불구경하듯 한발 떨어져서 수군댔다.
도박꾼들이 하던 도박을 멈춘다?
그것은 더 큰 일확천금의 냄새를 맡았을 때였다.
“이길 것 같은 팀에 돈을 걸고, 맞추면 금액만큼 배당해주는 이벤트를 열지. 나간 손님들 다시 모셔와.”
“はい.”
이기면 100억. 지더라도 큰 손해가 없는 장사.
아니, 오히려 자잘하게 따지자면 이득인 게임.
관중에게서 들어오는 콩고물이 있었으니.
개미들은 단내를 맡았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려나?”
“만약 한다면 나는 파라다이스 쪽에 걸래.”
“아까 저 덩치가 찍어 누르는 거 못 봤어?”
“아이씨! 쩐만 조금 더 있으면 몰빵인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양원송이 입꼬리를 올렸다.
불법도박장이라 해도 결국은 사업체.
고객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이 번창의 1순위였다.
게다가 내가 던진 미끼 100억. 상당히 매혹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중, 양원송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말이 들려왔다.
“이제껏 열린 경기 중에 제일 공평하겠군, 상황 보니 진짜 싸우는 거니까.”
도박장의 제일 큰 부분, 신뢰.
카드를 이용한 도박에서도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데, 스포츠 도박은 그야말로 짜고 치는 연극이었다.
이참에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
여타 도박장과는 공평성이나 스케일에서 차원이 다름을 알릴 기회였다.
“손님들 돈 걷고, 창 내려. 게임 오픈한다.”
“네. 사장님.”
철컥- 지이잉-
곧이어 천장에서 거대한 철창이 내려왔다.
사각 링에 맞춰 세워진 거대한 창살.
한번 들어가면 피를 봐야 나올 수 있다는 기운이 가득했다.
양원송의 눈짓에 야쿠자가 인이어로 무전을 쳤다.
잠시 후 밖에서 들어오는 한 남자.
“呼びましたか?”
다부진 몸매. 동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가슴통. 코를 가로질러 칼자국이 길게 난 남자.
마치 야생의 표범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
덩치로 봤을 때는 깜장과 견줄 만했다.
전체 경비를 책임지는 녀석인지 허리춤에 열쇠와 무전기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이 정도면 체급이 맞겠지. 헤이지. 준비해. 이 새끼들 젓갈로 담가버리려니까.”
“はい.”
그의 등장에 관중이 흥분 섞인 탄성을 질렀다.
“오오. 이거 재밌겠는데.”
“어디 걸 거야? 파라다이스?”
“헤이지라면 소문이 자자하잖아. 선수급이라고 들었어.”
“에이. 선수급이지 선수는 아니잖아. 난 덩치!”
링 반대편으로 움직이려는 양원송.
나는 문득 궁금한 생각에 그들을 멈춰 세웠다.
“잠깐. 하나만 묻자.”
양원송은 눈썹을 한껏 찌푸렸다.
“그런데 이 새끼가 아까부터 자꾸 반말을···”
“대체 셈법이 어떻게 되기에 소액대출 한 사람들 빚이 10억이 넘어가? 어떤 새끼가 계산해서 그렇게 만들었어?”
“그게 마지막 유언이냐?”
“유언이 아니라 묻는 거라니까.”
“하루에 이자가 10%씩 붙거든. 물론 복리로.”
대단하군. 경멸스러운 내 표정을 읽었는지 녀석이 비웃음을 날렸다.
“너도 곧 그렇게 될 거다. 건방진 새끼.”
정기적으로 열리는 스포츠 시합.
인기가 꽤 좋은지 관중의 반응이 뜨거웠다.
직원들도 일 처리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색색의 빨래통을 들고 다니며 돈을 쓸어 담는 모습.
“파라다이스는 이쪽. 반대쪽은 저쪽으로 담으세요.”
“장난질 치지 말고, 제대로 담으세요.”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약 15분 정도 남았군. 이만하면 여차저차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링 입구로 걸어가며, 몽두와 나는 깜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형님. 잘 부탁합니다.”
“100억은 너무 오버 아니냐.”
걱정스러운 그의 말.
나는 전혀 그럴 것 없다는 식으로 손을 내저었다.
“부담 마시고, 어차피 경찰 오면 다 회수할 건데요. 경매금액도 그렇고.”
“아니. 따지고 보면 이게 내 데뷔전이잖아. 후우. 존나 떨린다. 내가 데뷔부터 100억의 사나이라니.”
그런 의미였냐.
나와 몽두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깜장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보였다.
그리고 셔츠에 달았던 소형카메라를 뜯어, 내게 건넸다.
“오질 나게 팰 건데, 증거 남으면 안 되지.”
떨린다는 말과 달리 굉장히 즐거워 보인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링 안으로 들어섰다.
땡-땡-땡앵-
곧이어 시합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깜장과 헤이지는 끝과 끝에 마주 섰다.
심판도, 룰도 없는 싸움.
헤이지가 깜장에게 걸어가며 손을 내밀었다.
입가에 살짝 걸린 미소.
“よろしくお願い···”
“아. 내가 이 말은 알지. 요로시쿠! 잘 부탁한다! 스포츠 정신 좋다야!”
깜장이 그의 손을 붙잡는 순간,
“윽!”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재빨리 손을 뺐다.
깜장의 손바닥에 긴 자상이 나 있었다.
하얀 링 바닥에 흩뿌려지는 피.
“이 새끼가···”
“으아아앗!”
헤이지는 면도날을 낀 손바닥으로 깜장의 얼굴을 후려쳤다.
간발의 차로 피했지만, 긁혔는지 그의 볼에서 피가 흘렀다.
“이 새끼가···스포츠 정신은 어따 팔아먹었어!”
헤이지는 큰 체구에도 몸놀림이 민첩했다.
바닥에 면도날을 버리고 있는 힘껏 휘두르는 주먹.
덩치가 큰 깜장은 피할 새도 없이 얻어터졌다.
“우아아아! 잘한다!”
“가즈아! 나 삼천만원 걸었어!”
“씨발! 야! 덩치! 주먹 좀 휘둘러 봐!”
시작과 동시에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그에 기승하여 더욱 빨라지고, 세지는 헤이지의 주먹과 발길질.
깜장은 상체를 살짝 구부려 가드를 올렸다. 내리꽂히는 주먹에 뒤로 주춤거리는 깜장.
팔에 가려져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아오!”
흥분한 헤이지가 물러서며 포효했다.
의기양양한 표정. 그러자 깜장의 가드가 벌어지며 그의 얼굴이 보였다.
면도칼에 베인 상처로 피가 낭자한 모습. 나와 몽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깜장이···
“웃었다.”
“저거 웃는 거지?”
가드를 올리고 있는 깜장은 분명 웃고 있었다.
퍼억-퍼억-
계속해서 꽂히는 헤이지의 주먹.
지치지 않고 움직이던 몸놀림도 천천히 눈에 익어갔다.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리저리 가드를 올리며 주먹을 받아내던 깜장.
“히아아앗!”
헤이지가 땀방울을 흘리며 기합을 넣어댔다.
악이 뻗쳤는지 지금껏 뻗었던 주먹과 다른 스타일의 공격.
온몸을 가져다가 깜장에게 덤벼들었다.
그때. 틈이 생겼다.
깜장은 묵묵히 묶어두었던 가드를 풀고 재빨리 녀석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으잇!”
헤이지가 발로 깜장의 배를 걷어찼다.
하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손아귀의 힘이 점점 세지는 지 헤이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호로잡놈의 새끼가.”
깜장이 이를 악물고 놈의 얼굴을 잡아 공중에 들어 올렸다.
깜장의 팔뚝에 굵은 핏줄이 튀어나왔다.
자기만한 덩치의 남자를 한손으로 들어 올리다니.
피 칠갑을 한 그는 지옥에서 막 올라온···
“악마네.”
“악마야.”
나와 몽두가 동시에 중얼거렸다.
깜장은 들어 올린 채로 뭐라 중얼거리더니,
타앙-! 타앙-!
그대로 철창에 얼굴을 박아 버렸다.
헤이지의 코에서 뭉근한 핏덩이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힘에 부칠 때까지 녀석의 머리를 잡고 흔들어 젖혔다.
“으어···”
강판에 갈리듯 철창에 밀리는 헤이지의 얼굴.
부딪히는 충격에 위에서 내려온 철창이 조금씩 링 밖으로 밀렸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군중의 고함이, 하늘을 뚫을 듯 했다.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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