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다행이네요. 저도 영어가 편해요.”
다행히 호미야는 영어가 되는 사람이었다.
이것도 못 알아들으면 옆 대기실에 가서 통역사를 불러와야 하나 잠깐 고민했는데 말이다.
“영어를 잘하시네요? 그리고…… 영국 발음도 너무 멋있으시고.”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잠시.
내가 살짝 놀라서 묻자, 호미야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영국 유학 경험이 있답니다. 그래서 시우 군이 나오는 도 재밌게 봤어요.”
“와, 정말요?”
어쩐지.
일본 공항에서 만난 직원의 영어 발음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쪽은 꽤나 정돈된 영국 악센트여서 알아듣기가 아주 쉬웠다.
“오히려 놀란 쪽은 접니다. 시우 군은 영국 유학 경험이나 영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던데요? 실제로 들으니 상상 이상이군요. 제 영국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고 싶을 정도예요. 그 친구들이 오히려 시우 군한테 영어 발음을 배워야 할 것 같군요.”
“하하, 과찬이세요.”
확실히 영국 유학을 길게 다녀온 사람이 맞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런 쾌활한 성격의 일본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약간은 과장된 제스처와 함께 높은 텐션으로 와다다 말을 뱉는 호미야다.
코는 왜 찡긋거리며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있어봐, 굳이 일본을 떠나 이런 성격은 한국에도, 영국에도 잘 없던 것 같긴 한데.
“저는 정말 시우의 팬입니다. 꼭 한번 만나 보고 싶었어요.”
“벌써 팬미팅이 시작된 줄은 몰랐는데요.”
공항에서 만난 팬처럼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호미야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팬이어서 만나고 싶어 하는 엔터 대표가 있다는 말만 들었을 때는 그냥 겉치레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의 눈을 보니까 진심인 듯싶었다.
“하하! 제가 성격이 좀 급해서요. 지인 찬스를 쓰고 말았군요. 제가 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아서 그만. 장진홍 감독님을 너무 괴롭혔거든요.”
“감독님한테 대표님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제 흉을 본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그럴 리가요.”
“아, 앉아서 얘기하시죠. 내 정신 좀 봐. 너무 반가워서 시우 군에게 앉으라는 소리도 하지 못했네요.”
이곳은 특이하게 신발을 벗고 좌식으로 앉을 수 있게 대기실이 꾸며져 있었다.
나는 호미야의 인도로 신발을 벗고서 다다미로 꾸며져 있는 대기실에 올라가서 앉았다.
“제가 을 보고 나서 시우 군의 작품이란 작품은 다 찾아봤답니다.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까지 전부 말이죠.”
“와아, 이거 영광이네요.”
호미야는 그러면서 에 나오는 촬영지도 찾아갈 생각이라며 극성팬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래서 돈 많은 사람이 팬이 되면 든든하다고 하는 건가.
내가 말만 하면 무슨 선물이든 줄 것 같은 기세였다.
“게다가 그 RUN의 조니 연기. 그건 또 그거대로 대단하더군요. 저 역시 일본의 RUN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만…… 시우 군의 조니 연기를 뛰어넘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정도로는 모자랄 지경이에요.”
진지하게 손을 내젓는 호미야를 보면서, 나 역시 반격을 시작했다.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이런 대단하신 분한테 칭찬을 듣다니 영광이네요. 저도 모리 엔터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어요.”
사실 며칠 찾아본 게 다이지만, 이게 다 사회생활 아니겠는가?
나중에 더 필요하면 타츠키한테 연락해서 더 물어보지 뭐.
“오우, 과연 어떤 말을 들으셨을지 조금 긴장되는데요?”
“좋은 인상을 받았으니 걱정 마세요. 자유롭고, 개방적인 회사라고 들었어요. 무엇보다 대표님이 아주 배우 뺨치는 외모에 센스 넘치는 사람이라는 기사도 봤는걸요.”
술술 흘러나오는 내 칭찬에 호미야는 머쓱한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이거 참, 기자들은 왜 그렇게 배우들 뺨을 때리는지 모르겠네요. 진짜 배우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까 너무 쑥스러운데요.”
나에게 미친 듯이 칭찬을 퍼붓던 호미야는 정작 본인을 칭찬하는 말에는 약한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이건 호미야를 칭찬하기 위한 빈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호미야는 인맥도 엄청나고, 실력도 좋아 회사를 물려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인정을 받은 인재 중의 인재라는 평가를 봤으니 말이다.
이 기회에 겸사겸사 알아두면 좋은 인맥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서로를 바라보며 훈훈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호미야가 호탕하게 웃더니 기습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저를 봐주시니 아주 영광이네요. 그럼…… 시우 군. 혹시 저희 회사는 어떠신지? 같이 일해보고 싶은데 말이죠.”
그 말에 나는 순간 표정 관리를 못하고 멈칫했다.
뭐지, 이거……?
설마 나를 보자고 했던 이유가, 스카우트 제안인 건가?
호미야의 질문에 내 눈이 살짝 커지자, 호미야가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 이런. 아닙니다. 제가 오해를 할만하게 이야기를 꺼냈군요. 소속사를 옮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나중에 일본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저한테 부담 없이 연락을 달라는 이야기죠.”
내 표정을 보고 호미야는 안심하라는 듯이 두 손을 펼쳐 들고 말했다.
갑자기 일본 엔터에 발을 들일 뻔했네.
“아아……. 그런가요.”
“네, 꼭 한번 시우 군이랑 같이 위대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으니까요.”
그 정도면 뭐.
나한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 일본에서 성공한 걸로 보아하니, 일본 팬도 많이 확보됐겠다, 언젠가는 일본에서 활동할 일도 있을 것이다.
“네. 좋아요.”
“하하, 좋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상관없으니 편하게 연락 주시면 됩니다. 어디 보자…….”
나는 당연히 호미야가 명함을 꺼내줄 줄 알았다.
그런데 호미야가 대기실에 있던 종이 냅킨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뭐 하는 거지?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호미야가 무얼 하는지 지켜보았다.
그는 종이 냅킨에 무언가를 휘갈겨 적더니 빠른 손놀림으로 휙휙 냅킨을 접어 끝을 꼬았다.
“여기, 제 마음을 담은 선물입니다.”
호미야는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종이 냅킨을 솜씨 좋게 장미꽃으로 접어 내밀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나는 피식 웃었다.
갑자기 뭘 하나 했더니 덩치 큰 남자가 앙증맞게 휴지로 종이를 접어서 주다니.
나는 웃으면서 기꺼이 그 꽃을 받아들었다.
“안에 제 번호 적어놨어요.”
“고마워요. 제가 꼭 연락드릴게요.”
“열심히 기다려야겠군요.”
똑똑-
호미야가 접어서 준 장미가 신기해서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등장한 것은 장진홍 감독.
“시우야. 둘이 좋은 시간 보내는데 미안하지만, 이제 곧 준비해야 할 시간이야. 진행요원이 우리를 찾아왔어.”
장진홍이 한국어로 나에게 말을 했건만, 호미야가 눈치 빠르게 자리를 정리했다.
“아, 이제 갈 시간인가 보군요.”
“네.”
“이제 막 일본에 도착해서 시우 군도 쉬어야 하는데 제가 시간을 너무 뺏은 거 아닌가 싶네요.”
호미야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를 보내기 퍽 아쉽다는 듯 미련 넘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 팬은 팬인가보다.
“아닙니다.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이것도 감사해요.”
나는 호미야가 접어준 장미꽃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호미야는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라며, 나중에 보자고 인사한 뒤 먼저 자리를 떴다.
그 뒤로 나도 장진홍을 따라 함께 대기실로 돌아갔다.
***
꺄아아아아!
팬미팅이 열리는 홀은 열기로 가득했다.
최대 2300명 수용이 가능하다는 신주쿠의 공연 홀은 빈 좌석이 하나도 없이 사람들이 가득했다.
“네에! 잘 봤습니다. 배우분들이 준비를 많이 해주셨나 봅니다.”
방금 끝난 무대는 남태룡, 이희준 그리고 내가 간단하게 준비한 댄스 무대였다.
셋이서 준비를 했다지만 메인은 나였고 두 사람은 옆에서 보조를 조금 맞춰주는 수준이었다.
뮤지컬 영화를 준비하면서 배운 안무 몇 개를 보여주기로 사전에 말을 맞췄다.
매일 같이 연습한 안무이기에 그리 부담이 되진 않았다.
다행히 팬들이 생각보다 더욱 뜨거운 반응을 보내며 기뻐해 주었다.
“우리는 오늘 거의 들러리 같은데?”
“그래도 아까 등장할 때는 시우만큼 함성이 터졌다고.”
이희준과 남태룡이 한국어로 작게 속닥였다.
나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작게 말했다.
“에이, 방금 무대에서도 두 분을 열렬히 쳐다보는 팬들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크흠, 그래?”
아닌 게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여성팬들은 남태룡과 이희준이 뭘 하지 않아도 흐뭇해하며 그들의 이름이 박힌 우치와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럼 다음 코너로 넘어가 볼까요? ”
한시우가 궁금해! 라는 코너로 나를 시작으로 배우들에게 온 질문에 답할 시간이었다.
“그럼 첫 번째 질문부터 나갑니다.”
활기찬 MC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앉아 있는 소파 바로 뒤에는 동시 통역사가 MC의 말을 바로바로 전달해주고 있었다.
“시우 군은 왜 이 이라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죠?”
“제가 장진홍 감독님 전작부터 팬이었는데요. 우연히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 역시! 그래서 이 유명한 오디션 비화가 생겼군요. 원래 시우 군은 주인공 오디션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하던데……?”
“네, 맞습니다. 원래 저는 참석할 예정이 없는 오디션이었는데 제가 막무가내로 찾아가서 한 번만 제 연기를 봐달라고 했었죠.”
“우왁! 이거야말로 쇼킹이네요. 장 감독님 그때의 심정은 어떠셨습니까.”
“하하, 당황스러웠지만 시우 군이 워낙 오래 기다려줬다고 해서 연기나 한번 봐줄 생각이었습니다. 캐스팅을 할 거란 생각은 전혀 없었죠. 물론, 시우 군의 연기를 본 뒤의 제 생각은 완전히 뒤집히게 되었지만요.”
우리의 대답을 들은 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듯 놀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초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질문…… 시우 군의 이상형은? 에에? 잠깐, 잠깐. 이거 NG. 시우 군 몇 살? 이거 누가 쓴 거지?”
이성친구가 있느냐,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이 나오자 MC가 호들갑을 떨며 관객들을 향해 따져 물었다.
그 말에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어휴, 이건 패스. 겨우 8살인 아이에게 물을 질문은 아니지, 아니야. 그러면…… 이 질문 좋네요. 일본 배우 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나요?”
“아…… 혹시 다들 아시려나. 제가 미국에서 오디션을 볼 때 만난 타츠키라는 친구가 있어요.”
“오! 알죠. 일본을 대표하는 아역 배우 타츠키 고쿠!”
“네, 그 친구의 연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작품도 다 찾아봤어요. 제 또래 친구가 있다는 것도 반가운데 연기도 너무 잘하는 친구라서요.”
카와이이-!
내가 유명한 타츠키의 이름을 언급하자 객석에서는 우리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떠들며 귀엽다고 난리가 났다.
그 반응에 타츠키가 진짜로 일본 국민 아역인가보다 싶었다.
“두 천재들의 만남이라…… 언젠가 한 작품에서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싶네요!”
“네, 저도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MC까지 흥분해서 이렇게 말할 정도라니.
나는 팬미팅이 끝나고 정말 언제 한번 연락이나 해볼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