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오디션이 끝난 후, 내가 직접 뽑은 배우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날.
“허어…….”
나는 묘한 감정과 함께 한 건물 앞에 서서 위아래로 건물을 훑었다.
원래 극단이 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롭게 자리한 비상철또 777의 극장…아니 건물.
이사를 하면서 원래 있던 건물을 허물고 아예 건물을 새로 지었다.
덕분에 비상철또 777의 간판을 단 건물을 아주 깔끔하고 멋들어졌다.
예전하고는 다르게 이제 대학로에서 이 건물이 가장 감각적인 건물일 듯했다.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건 내가 알던 극단이 아닌데…….
나는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지이잉, 소리 없이 열리는 자동문조차 너무 이상했다.
무거운 문을 끙차, 하고 밀고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지…….
“어서오세요, 시우 군. 극단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한 안내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왔다.
새로 지은 비상철또 777의 극장은 지하에 300석 규모의 극장이 하나.
위로는 소극장 두 개.
그 외에도 회의실과 사무실, 연습실 등을 고루 갖춘 규모의 극장이 되었다.
그야말로 연극인들에게는 꿈만 같은 공간이 될 것 같다.
“시우야!”
낯선 곳에 온 것처럼 새로워진 로비를 두리번거리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내 현실감각을 일깨워주는 듯한 김상철이 보였다.
김상철은 언제나처럼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었다.
“새로운 극장 멋지네요.”
“그렇지?”
비상철또 777은 바다 엔터에게 투자를 받아 작가와 연출도 더 늘리고, 극장 건물까지 새로 지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강용휘 밑으로 연출을 배우는 지망생들도 많아졌단다.
“가자. 새로운 비상철또를 소개해주지!”
“히히, 좋아요.”
나는 김상철의 뒤를 따라 건물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예전과는 시설이 너무 좋아져서 달라진 연습실과 극장을 보고 있자니 내가 다 뿌듯했다.
“여기는 이제 대형 연습실이다. 저기 옆에 작은 연습실도 몇 개 더 만들었어. 아무래도 이제 여러 공연을 올릴 수도 있으니까.”
“우웅, 진짜 좋네요.”
김상철이 가리키는 연습실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뒤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 선배님……!”
선배님……?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복도를 내다보니 10대 후반, 많아 봐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애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사하는 그들을 보고 내가 누구냐고 김상철을 스윽 쳐다보았다.
“하하! 시우 너는 처음 보겠구나. 우리 배우 지망생들이다. 연출 지망도 있어. 네가 온다고 들었는지 구경나왔나 보네.”
“헤에.”
정말 내 후배들이잖아?
나는 뿌듯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살레살레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꺄악! 소리가 나며 좋아서 동동 발을 구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 참, 가끔 비상철또 777에 들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제 들어가야지.”
“네.”
김상철의 안내에 따라 대형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여기 시설도 말도 안 되게 좋아졌다.
무대처럼 아예 천장에 조명이 달린 구역도 있었다.
저기를 간이 무대로 활용하면 되겠네.
마루도 새 거라서 그런지 아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까부터 김상철의 기분이 하늘을 찌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어, 작가님 오셨는가.”
“안녕하세요.”
내 등장에 가장 먼저 강용휘가 아는 체를 해왔다.
내가 인사를 하며 들어가자 안에는 강용휘와 함께 오디션에서 봤던 배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보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제 막 모인 건지 어색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배우들이 나를 보고 각이 잡혀 인사를 건넸다.
어디 보자…… 이게 바로 우리 공연을 올릴 나카모토 팀이렷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그들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
“여기는 아시다시피, 이번 의 작가이자, 주연을 맡을 배우 한시우.”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출을 맡게 된 강용휘입니다.”
우리 두 사람의 소개에 총 7명인 나카모토 팀 단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7명 모두 우리가 직접 오디션을 보고 뽑은 이들이기에 얼굴이 익었다.
그중 두 명은 특히 반가웠다.
내가 연극 무대에 데뷔했을 때부터 함께 해온 비상철또 777 극단의 기존 식구들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나랑 같이 무대에 선 적은 없지만, 오다가다 같이 연습도 하고 회식도 했다.
“음, 그런 저…… 작가님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7명의 배우들 중에 가장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이가 먼저 나서서 난처하게 말했다.
아, 내가 주연이기도 하고 작가이기도 한데다 나이도 어리니 호칭 정리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강용휘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나를 한번 힐끗 볼 뿐이었다.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시우라고 불러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어린 나이이지만, 극본을 쓴 작가이기도 하고 경력도 있어서 다들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뭐, 이런 거리감은 어차피 연습을 하면서 차차 나아질 부분일 것이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비상철또 777 출신의 두 명 빼고 다섯 명은 전부 오디션 때 보고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중 세 명은 일인 다역을 할 예정이었다.
연극이라서 최대한 인물을 줄여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되지 않았단 말이지.
내 극본을 보고 노백찬이 웃으면서 이건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칭찬이 아닌 것 같다.
“시우 군, 정말 극본 잘 봤어요. 연기도 잘하는데 설마 극작까지 잘할 줄이야.”
“그러니까 말이에요. 전 국민이 예상이나 했겠냐고. 작가 이름을 가렸는데도 대상이 한시우라니.”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하도 여러 번 들은 이야기라 이제 얼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받아치게 되었다.
사실… 전생까지 합치면 나는 연기보다는 극작을 오래 한 사람이었다.
그게 이렇게 티가 나버린 거니, 뭐.
어쩔 수 없지.
“저희 정말 기대 중이에요. 이번 기회에 많은 걸 배웠으면 좋겠다고 다들 이야기 중이었어요.”
“네. 같이 좋은 공연 만들어봐요.”
일곱 사람은 다들 무명배우, 혹은 아직 작품을 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었다.
다들 이번 공연이 비록 아주 큰 극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저어, 근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네, 뭐죠?”
강용휘가 얼마든지 물으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극 중에 일본인 순사 역할이나 일본인 역이 나오잖아요. 혹시 저희 중에 진짜 일본 배우가 있나… 해서요.”
한 배우의 말에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오디션에서 각자 어떤 배역을 하고 싶은지 지정해서 오디션을 보긴 했지만, 아직 서로의 배역은 모르기에 나온 질문이었다.
“아쉽게도 일본인 역할도 전부 한국인이에요. 다들 아시다시피 일본 배우들이 이런 극을 하기에는 조금 힘들겠죠. 시대상이 시대상이니……. 하지만 전 여러분들이 충분히 그 역할을 잘해주리라 믿습니다.”
내 말에 배우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덜컹!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주인공이 왔네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문가로 향했다.
거기에는 조금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는, 성지훈이 있었다.
……남연수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공과 사는 철저하게 구분해야지.
***
나카모토 팀이 집합하기 바로 전날, 내 차 안에 나와 남연수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
남연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가 건넨 요구르트를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모두 합격, 불합격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남연수에게는 내가 직접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남연수를 만나러 찾아온 참이었다.
“미안해, 형. 형은 이미지가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었어.”
나는 불합격 소식을 듣고 말을 잃은 남연수를 조용히 달랬다.
그러고서 나는 손가락으로 양 눈꼬리를 찍 잡아 내렸다.
“이거 봐봐. 형은 눈이 이렇게 강아지처럼 생겨서 아무리 쌀쌀맞아도 안 쌀쌀맞아 보이는걸.”
“치, 안 그래도 돼. ……나 괜찮아.”
괜찮기는,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인다.
이러다가 집에 들어가면 이제 내 연락도 안 받을까 봐 걱정이 될 정도로 안 괜찮아 보인다.
“…….”
뭐라고 애를 달래줘야 하나 고심하는데, 남연수가 내가 미안해하는 건 싫은지 괜히 말을 덧붙였다.
“어, 어차피 아빠 몰래 본 거고. 합격했어도 서로 곤란해졌을 거야. 헤헤, 잘… 됐지, 뭐.”
이런 말까지 웃으면서 말하는 남연수는 참… 착했다.
나는 웃는 낯의 남연수가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바로 여기까지 남연수를 찾아온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형은 이 극에서 연기를 하는 것보다, 내가 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어……?”
“이 공연이 올라가면… 꼭 와서 봐줬으면 해.”
비장한 어투로 말하자 남연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 당연히 봐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우 네가 하는 건데. 나 그렇게 속 좁지 않은데…….”
“응, 꼭 봐줘. 내 극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나는 살며시 웃으면서 남연수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앉아 있던 남연수는 곧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성지훈이 연습실에 도착하고, 모든 배우들이 간단히 인사를 마쳤다.
나는 잠시 강용휘를 쳐다보았다.
그와 눈빛을 교환한 후, 간이 무대로 나가 배우들을 둘러보았다.
“그럼, 연습 전에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강기동을 맡은 배우 한시우라고 합니다.”
소개를 하면서 고개를 살짝 숙이자, 배우들이 작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제가 이번 극에서 ‘드라마 트루기’도 맡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몇몇은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고, 몇몇은 그럴 만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드라마 트루기.
드라마 트루기는 작가나 연출가의 의도가 작품 안에서 잘 살아날 수 있도록, 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극작술적인 면에서 조언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처음 나에게 이 제안을 한 건 강용휘였다.
나도 드라마 트루기의 존재는 이미 전생에서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애초에 그런 제안을 강용휘가 먼저 해주어서 반갑기도 했다.
주연으로 공연에 선다고 해도, 이 극의 내용을 써낸 건 작가인 한시우였으니까.
강용휘는 혼자 극작을 하고 연출을 하며 가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자신이 너무 극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나.
다른 배우들도 정말 진정으로 따라주는 것일까.
그래서 이번에는 내의 극본으로 공연을 올리고 자신이 연출을 하게 된 김에, 내 방향성 제안도 받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내 연출 의도가 시우 네가 쓴 극본의 스토리나 예술성을 헤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 않겠냐.’
‘……!’
처음 강용휘가 이런 말을 해주었을 때 느낀 희열감.
단순히 극본이란, 배우란, 연기란…….
이런 이야기를 극작가나 연출가들과 나누었을 때와는 다른 고양감이었다.
나는 지금 앞으로도 강용휘와 전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눌 것 같은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