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기사는 대대적으로 그동안 남연수와 성지훈의 불화관계를 보도했던 것은 부정하고, 이에 대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쓰여 있었다.
스테이지 기사들 사이에서 이 기사가 아주 화제라고 했다.
한대호가 이럴 인물이 아닌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고.
“가은이 넌 뭐라고 생각해? 개과천선? 아니면, 남연수나 성지훈의 팬이 된 걸까?”
아마 기자들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는 가설 중 하나인 듯했다.
그 말에 이가은은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한대호? 기레기잖아. 누구한테 꼬리라도 밟혔나 보지.”
하지만, 이가은과 스테이지의 기자들은 모르리라.
이가은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이 말이 사실과 가장 근접하다는 것을.
짧게 대꾸해버린 이가은은 다시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뭐야? 누구를 취재하러 가길래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쓰는 거야?”
의아한 동료의 말에도 이가은은 자료조사에 집중하느라 답이 없었다.
결국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이가은의 동료가 슬쩍 몸을 기울여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최근 한시우의 동향과 전문가들의 견해, 그리고 관련 기사들이 잔뜩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옆 다른 모니터에서 일목요연하게 그 내용이 정리된 창이 떠 있었고 말이다.
“아- 한시우 만나러 가는구나?”
“맞아. 그러니까 조용히 좀 해. 곧 출발해야 한단 말이야.”
“지극정성이다, 지극정성이야……. 유난히 가은이 너는 한시우 인터뷰하러 갈 때 열심이더라?”
그 말에도 이가은은 묵묵부답이었다.
빠르게 자료를 살펴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동료는 재미없다는 듯이 입을 비죽 내밀고 드르륵 의자를 당겼다.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동료는 근데, 그렇게 할 만하지…… 라고 중얼거렸다.
***
바다 엔터테인먼트 1층에 위치한 카페에는 오늘따라 상당한 수의 인원이 몰려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촬영 허가를 미리 받았기 때문에 일반 손님을 받지 않는 데에도 그랬다.
“아! 거기, 거기! 반사판 하나 더 놔주시고요. 이쪽 창가를 향해 이렇게- 이렇게- 놔주세요. 지금 조금 왼쪽으로 치우쳐져서 너무 기울어져 있거든요?”
이가은은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직접 스태프들에게 열심히 지도하는 중이었다.
보통 기자나 리포터들이 이 정도까지 유난을 떠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온 스테이지 직원들은 그녀가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잘 알기에 군말없이 그녀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저쪽 창가에서 스냅샷 찍고 올까요? 시우는 이쪽에서 찍어야 더 잘 나올 거 같아요. 아아, 물론 어디로 찍어도 예쁘긴 한데요.”
조명을 다 점검한 이가은이 이번에 향한 곳은 카메라 감독.
영상과 스냅을 모두 찍기로 한 날이기에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역시 바쁘게 체크하며 이것저것 지시를 하고 있는데, 이가은이 그 옆에 찰싹 붙어서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이 기자. 인터뷰 준비 안 해? 내가 알아서 예쁘게 찍어줄게.”
갑자기 등장한 이가은의 참견에 카메라 감독은 지겹다는 듯이 말했다.
열정적인 것은 좋다만, 한시우의 일만 되면 더욱 극성이 되는 이가은의 모습을 이제 모든 스테이지 직원이 알 정도였다.
“알죠, 감독님 실력. 그래도 시우는 이쪽으로 이 각도로 네? 이렇게 찍어야 예쁘다고요.”
“에휴, 그래그래. 널 누가 말리냐. 이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러던 중, 스태프들에게 구원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한시우가 등장한 것이다.
카메라 앵글에 한시우가 잡히자 참견을 하던 이가은이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시우 군!”
“아, 이 기자님.”
내가 반갑다는 듯이 방긋 웃자, 이가은은 잘 지냈냐며 살뜰하게 물어왔다.
“그럼요, 기자님은요?”
“저도 잘 지냈어요. 시우 군 차기작 소식을 듣고 설레서 잠도 못 잘 정도라고요.”
“하하, 아직 개봉하려면 멀었어요.”
준비된 자리에 앉은 나는 이가은이 미리 준비해온 질문지를 읽는 중이었다.
역시 이가은 기자의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감사하게도, 판타지에라는 장르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한 티가 나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준비 많이 해오셨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우 군 인터뷰하는데, 이 정도 정보도 없으면 인터뷰해달라고 할 수 있겠어요?”
오 년도 안 되어서 톱스타 반열에 오른 내 인기를 지적하며 이가은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왜요, 저 이 기자님이면 언제든지 오케이인데.”
“말만으로도 고마워요. 후훗, 사실 편집장님이 저만 믿고 있긴 해요.”
이가은은 그렇지 않았더라면, 스테이지처럼 작은 곳에서 내 단독 인터뷰를 절대 따지 못했을 거라고 하소연을 했다.
근데 진심이었다.
나는 항상 이가은 기자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요청을 한다면, 외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이가은이 그저 빈말로 듣는 것 같아 아쉬워할 무렵, 카메라 감독의 우렁찬 목소리가 카페를 울렸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자리에 앉아 있던 우리는 자세를 고치고 바로 인터뷰에 들어갔다.
“의 이가은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나보는 배우 한시우 군을 모셔봤어요.”
“안녕하세요.”
내 소개에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프랑스에서 돌아오고 나서 한국 팬들께는 처음으로 소식을 알리시는 거죠?”
“네, 그렇게 됐네요.”
이가은은 아까보다 톤이 올라간 활기찬 목소리로 내 근황부터 묻기 시작했다.
“프랑스 렌에서 열린 세계연극제는 성공리에 끝났다는 소식 들었어요. 그 뒤로 국내에도 순회공연이 열렸죠. 매일매일이 매진이라던데, 들으셨나요?”
“네. 항상 소식 전해 듣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다음 스케줄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죄송스러워서요. 이렇게라도 소식 듣고 중간중간에 응원도 보내드리고 있어요.”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아무래도 최근에 내가 세계연극제에 올렸던 의 소식이었다.
현재 서울을 거쳐 대구까지 내려가 공연 중이라고 들었다.
지역을 바꿀 때마다 간식이나 커피 같은 걸 소소하게 보내는 터라 그들의 소식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팀이라서 그런가요? 정말 끈끈한 것 같아요.”
“하하, 요즘 가끔 지훈이 형하고도 전화해요. 지방 공연은 공연하는 것보다 이동하는 게 힘들다고.”
성지훈은 나와 순회공연을 하지 못하는 게 퍽이나 속상한지, 때때로 전화를 해왔다.
가끔은 남연수랑 겹쳐서 서로 통화 중이 계속 뜬 탓에 배틀을 벌인 적도 있었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자, 다음으로는 모두가 궁금해하시는 소식인데요.”
“네.”
그리고 아마 이 질문이 오늘 인터뷰의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단독 인터뷰로는 처음으로 입을 여는 것이니까.
“한시우 군의 차기작 소식이에요. 무려 판타지 영화를 차기작으로 택하셨다는데.”
“맞아요. 이번 작품 시나리오를 정말 우연히 얻게 되어서 읽어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사실 임수호가 팬사인회에 와서 시나리오를 줬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것부터가 이미 영화 같지 않느냐고.
인터뷰에서 이 말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임수호가 죽어도 안 된다고 도리질을 쳐서 그건 관두기로 했다.
왜 그러지.
어차피 언젠가는 하게 될 말인데 쑥스러움이 참 많은 감독님이다.
“와, 정말요? 그런데 한편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톱스타라 불리는 배우들도 잘 도전하지 않는 장르가 판타지잖아요?”
“하핫, 아무래도 그렇죠.”
역시나 항상 나오는 레퍼토리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미 김민석에게 너무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나는 여유롭게 이가은의 질문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우 군이 차기작으로 판타지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전의 다른 판타지 영화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어떤 점이 다른가, 라…….
이 질문은 꽤나 신선했다.
다들 그냥 내가 판타지 영화를 선택해서 눈에 띄고 싶어 하는 거 아니냐.
여기서 초점을 맞추곤 했는데 말이다.
“으음, 우선 임수호 감독님의 작품은 마냥 환상적인 요소만 있는 게 아니에요. 영화 속에서 환상요소가 인간의 마음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식이라 흥미로웠어요.”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는 판타지……?”
우선, 임수호의 작품은 현대가 배경이다.
아예 판타지 세계 속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집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비밀스럽고 환상적인 이야기.
그게 임수호 작품의 배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첫 장을 넘기자마자 그 스토리라인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네. 마냥 밝고 활기차고 꿈만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무섭도록 현실적인 면이 대조적으로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생각보다 조금 어두운 분위기일 것 같아요. 그래도 환상적인 분위기이긴 하지만요.”
“와…… 설명만 들어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네요. 벌써 기대되는 것 같아요.”
나는 최대한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끔 말을 아끼면서 임수호의 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피력하는 데 힘썼다.
“그래서, 이 영화, 을 선택한 것 같아요. 판타지다, 아니다를 떠나서 영화나 작품들이 보여주는 본질은 같다고 보거든요. 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찍고 싶었을 뿐이에요.”
“너무 멋진 대답이네요. 휴, 그나저나 이번에도 시우 군의 답변은 예상하지 못한 게 많아서. 시우의 답변으로 벌써 질문 몇 개를 뛰어넘게 됐네요.”
이가은은 한숨을 쉬면서 가져온 큐카드를 여러 개 휘리릭 넘겼다.
내가 방금 한 질문 다음에 도저히 덧붙일 수 없는 질문이었나 보다.
이가은과 인터뷰를 하면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뭐, 다른 기자들보다 이가은이 꼼꼼하게 질문지를 작성하는 까닭도 있었지만 말이다.
“진짜요? 이거 괜히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이래서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해도 항상 부족한 것 같아요. 시우 군 인터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가은 기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시지 않았다.
그 뒤로도 그렇게 인터뷰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
이가은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그 뒤로는 본격적으로 차기작을 위한 준비가 이어졌다.
CML이 개입해서 어마어마한 규모가 된 제작발표회를 시작으로.
나와 김선우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확정된 후 대본 리딩의 나날이었다.
“어, 어… 잘 부탁드립니다! 임수호라고 합니다.”
임수호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보다 평소 팬심을 가지고 있던 배우들이 가득 모인 대본 리딩장에서 더 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긴 했지만, 무탈하게 영화 촬영을 위한 준비가 갖춰져 갔다.
나와 김선우는 대본 리딩이 아닌 날에도 바다 엔터 연습실에서 만나서 각자가 생각하는 캐릭터를 공고히 해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9월, 의 첫 촬영일이 훌쩍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