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79
52화
“돼지 편육, 생김치, 육개장이네.”
김소희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김치에 돼지 편육 같이 먹으면 맛있죠.”
“무슨 소리, 돼지 편육은 익은 김치하고 먹어야 맛있지.”
배용수와 황민성이 각자 취향을 얘기하는 와중에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잠시 무거운 눈길로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언제까지…… 가르치면 되겠습니까?”
“사흘 후에…… 쓸 일이 있을 것이네.”
“사흘…….”
사흘이라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게나.”
김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자네도 이만 들어가게.”
“아직 여기 영업이 안 끝났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순례가 자네가 들어오기 전에는 잠을 자지 않네.”
“먼저 주무시던데요?”
“자네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 눕는 것이네.”
“아…….”
황민성이 정말 몰랐다는 듯 탄식을 토하자, 강진이 말했다.
“들어가 보세요.”
“그래도 되나?”
“그럼요. 그리고 이때까지 설거지 많이 하셨잖아요.”
“음…… 그럼 내일 일찍 올게.”
“천천히 오세요. 이제 음식 세 가지만 배우면 되니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는 나왔다.
“그럼 아가씨, 같이 가시지요.”
“내가? 자네와?”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젓고는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작게 웃고는 식구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가게를 나섰다.
“내일 올게.”
“네…… 흠!”
말을 하던 강진이 순간 목이 막혀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했다.
“네, 내일 오세요.”
그런 강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황민성이 웃으며 가게를 나섰다.
황민성이 나가자마자 강진이 잔에 소주를 따랐다.
쪼르륵!
그리고 바로 소주를 한 잔 들이켜는 모습을 보며 배용수가 물었다.
“너 왜 그래?”
“나?”
“메뉴 듣고 나서부터 분위기 안 좋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뉴에 무슨 의미가 있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미역국은 생일이지.”
“그렇지.”
그리고는 배용수가 말했다.
“이번에 배우라고 하신 생김치하고 편육, 육개장은 뭐…….”
말을 하던 배용수가 뭔가 생각이 미친 듯 눈을 찡그렸다.
굳은 눈으로 잠시 있던 배용수가 입을 열었다.
“생김치, 편육, 육개장…… 거기에 아가씨가 민성 형 홍어무침도 배우라고 했었지.”
굳은 얼굴로 말을 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음식이야.”
육개장은 편히 먹는 음식이다. 얼큰하고 고기 들어가고 고사리 또는 숙주가 들어간다.
편히 먹는 음식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빠지지 않은 음식이기도 했다.
장례식장 하면 육개장이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편육, 홍어무침도 마찬가지로 장례식장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다.
잠시 말이 없던 배용수가 급히 말했다.
“그런데 장례식에서 김치를 바로 담가서 내지는 않잖아.”
김치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을 장례식장에서 내놓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다른 음식도 다 만들어서 내지는 않지.”
강진이 소주를 따라 상을 보았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김치가 다 올라가지. 삼겹살집에서도 곰탕집에서도…… 김치는 어느 상이든 다 올라가.”
“그래서 김치를 담그라 하신 거구나.”
말을 하던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아가씨께서 어머님 생일상…… 떠나는 날 음식을 형이 하기를 바라시는 거구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르쳐 드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음식 가르치는 것이야 늘 최선을 다해 가르치지.”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음식을 다루는 것을 가르치는데 허투루 가르칠 배용수가 아니었다.
잠시 말이 없던 배용수가 입을 열었다.
“형님한테 말을 해야 하지 않아?”
“…….”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저승식당 사장이라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말을 하자니 그렇고 말을 안 하자니 그렇다. 말 그대로…… 어떻게 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말을 해서 형이 대비할…….”
말을 하던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게 대비가 되지 않지.”
말을 하고 보니 마음의 준비가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 삼 일 후에 돌아가세요.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머니의 죽음이 어떻게 대비가 되겠는가.
잠시 있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말하지 말자.”
고개를 저으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사흘 동안 어머니 돌아가신다는 것 알고 슬퍼하시는 것보다, 지금처럼 자신이 만든 음식 맛있게 드시고 즐기게 해 드리자.”
“그래…… 그러자.”
“그리고…….”
강진이 가게를 보다가 말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가게 문 닫는다.”
“가게 문 닫게?”
“어머니 일이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어머니가 아프신데 자식들이 옆에 있어 드려야지.”
강진이 홀을 보다가 말했다.
“내일 낮까지만 장사를 하고 단톡방에 알려 드리자.”
“그래, 그렇게 하자.”
이야기를 마무리한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소주를 마셨다.
‘민성이 형…….’
황민성이 어머니에 대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강진으로서는 마음이…… 아주 아팠다.
***
조순례와 김이슬은 정원의 나무 탁자에서 차를 마시며 꽃을 보고 있었다.
“어머, 정원 꽃이 참 좋아요.”
지나가던 아주머니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정원 꽃이 이쁘죠.”
“죄송한데 한 송이만 꺾어가도 될까요? 이뻐서 방에 꽂아 두고 싶네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하는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다 두면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이쁜 꽃과 정원을 보지만…… 방에다 꽂아 두면 나 혼자만 보게 돼요. 그리고 여기에 두면 계절이 변하기 전까지는 화사하지만, 방에다 두면 이틀이면 말라 버려요.”
조순례의 말에 아주머니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시네요. 제가 생각이 좀 그랬어요. 종종 꽃 보러 올게요.”
아주머니의 말에 조순례가 문득 그녀를 보았다.
“아이가 있으세요?”
“5학년 아들, 3학년 딸이 있어요.”
“딱 좋네요.”
그리고는 조순례가 김이슬에게 말했다.
“꽃 두 송이 꺾어 드려라.”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애들 방에 걸어두세요.”
조순례의 말에 김이슬이 꽃을 보다가 그중 분홍색과 붉은색 꽃을 두 송이 꺾어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네, 고맙습니다.”
웃으며 아주머니가 꽃을 코에 가져다 대며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김이슬이 화단을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
“저희 집 풍수가 정말 좋은가 봐요. 벌레도 안 꼬이고, 이렇게 꽃이나 잔디도 잘 자라고.”
김이슬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쪽에 있는 탁자를 보았다.
그곳에는 점심에 차려 놓은 밥상이 놓여 있었다. 귀신들 먹으라고 놓은 밥이라…… 겉으로는 그저 그대로 차려져 있는 밥상이었다.
“다 어르신들이 도와주고 살펴주신 덕이겠지.”
조순례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식탁을 보다가 말했다.
“이제 치울까요?”
“그래, 다들 식사는 하셨을 테니 치우거라.”
조순례의 말에 김이슬이 식탁에 있는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볼 때 집 앞에 푸드 트럭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건 이 사장님네 푸드 트럭인데?”
조순례 옆에 있던 장 여사가 푸드 트럭을 알아보자, 조순례가 푸드 트럭을 보았다.
“맞네.”
푸드 트럭에서 황민성이 내려서는 정원으로 들어오는 문을 열었다.
푸드 트럭이 조심히 정원 옆에 있는 마당으로 들어왔다.
“나와 계셨어요?”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드 트럭을 보았다.
푸드 트럭에서 강진이 내려 인사를 했다.
“이 시간에 어떻게 왔어?”
“어머님하고 맛있는 거 해 먹으려고 왔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푸드 트럭 뚜껑을 열었다.
“뭘 하려고?”
“어머니 편육 좋아하세요?”
“편육 좋아하지.”
“편육하고 김치 좀 담가서 먹으려고요.”
말을 하며 강진이 트럭으로 올라가자, 황민성이 그 앞에 다가왔다.
그러자 강진이 트럭에서 김장 봉투에 담겨 있는 배추들을 건넸다.
“무거워요.”
“형 힘 좋아. 으쌰!”
하나씩 봉투들을 계속 내리는 것을 본 조순례가 다가왔다.
“김치를 얼마나 담그려고?”
“삼십 포기만 하려고요.”
“삼십 포기나? 그거면 거의 김장 수준인데?”
“김장을 해도 좋죠.”
강진이 웃으며 김장 봉투에 담긴 배추를 보았다.
“제가 물을 다 빼고 와서 바로 버무리기만 하면 됩니다.”
“양념은?”
“물론 해 왔습니다. 김치 담그고 고기 삶아서 드시게요.”
“좋지.”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봉투를 내리고 황민성이 옮겼다.
그리고 이어서 차 한 대가 집 앞에 멈췄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차에서 내린 건 강상식과 문지나였다.
“상식이도 왔어?”
“오늘 김치 담근다고 하는데 당연히 제가 와야죠.”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김치는 가족들끼리 모여서 해야 하잖아요.”
“그래, 우리가 가족이지.”
조순례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서둘러 푸드 트럭에 다가왔다.
“나 뭐 할까?”
“지금은 힘쓰는 것부터 하세요.”
강진이 배추가 담긴 봉지를 밀자, 강상식이 봉지를 받아서는 옮기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뭐 할까요?”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김치 버무릴 김치 통이 있어야죠.”
“네!”
문지나가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자 김이슬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촤아악! 촤아악!
나란히 앉아 김치에 양념을 묻히는 강상식과 황민성의 모습을 보며 조순례가 웃었다.
“그렇게 양념을 너무 많이 묻히면 마지막에 양념이 모자라.”
“양념 많이 넣으면 맛있지 않아요?”
강상식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말을 하던 조순례가 장 여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 좀 일으켜 줘.”
장 여사가 조순례를 조심히 부축해서는 바닥에 깔려 있는 김치통 쪽으로 움직였다.
“끄응!”
신음을 내며 김치통 한쪽에 자리를 잡은 조순례가 고무장갑을 끼고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해.”
양념을 쥐고 배춧잎을 벌렸다가 바르고 벌렸다가 바르고는 하는 행동에 황민성이 말했다.
“저희가 할게요. 어머니는 쉬시죠.”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웃었다.
“아니야……. 오랜만에 김치를 담그니 기분이 좋네.”
미소를 지으며 조순례가 말을 했다.
“김치 양념을 할 때 빨래 하는 것처럼 해야 해. 이렇게.”
촤촤착!
조순례가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것을 본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잘하시네요.”
“그럼, 엄마가 김치를 얼마나 많이 담갔는데.”
조순례가 하는 말에 황민성과 강상식이 웃으며 같이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어머니, 이거 한 입 드셔 보세요.”
강진이 수육을 한 조각 내밀자 조순례가 웃으며 한입 받아먹고는 양념을 바른 배춧잎을 입에 넣었다.
“아주 맛이 좋네.”
“고기가 아주 맛이 좋게 삶아졌어요.”
강진이 고기를 한 조각씩 김장을 하는 가족들에게 하나씩 입에 넣어주었다.
그에 가족들이 김치통을 가운데 두고 강진이 넣어주는 수육을 하나씩 먹으며 즐겁게 김치를 만들었다.
“여기 좀 보세요.”
김치를 만들던 식구들이 황민성의 목소리에 그를 보았다. 황민성은 핸드폰을 들고 웃으며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사진 한 장 찍겠습니다. 자! 여기 보면서 웃으세요.”
황민성의 말에 사람들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자! 찍습니다!”
말과 함께 황민성이 핸드폰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