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78
51화
“갈비찜, 조기구이, 홍어무침, 나물 세 종류, 미역국.”
김소희가 말한 메뉴를 들은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 생일이세요?”
김소희가 말을 한 음식들은 보통 잔칫날, 아니면 명절날에 먹는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그 중 미역국은 생일날에 먹는다.
배용수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나흘 후에 생신이셔.”
“아…… 그럼 이번 어머님 생신에는 형이 생일상 차리겠네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께서 저와 어머니를 이렇게 생각해주시는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잠시 그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열심히 배우게나.”
“그리하겠습니다.”
김소희가 몸을 돌려 식당을 나서자,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쉽다는 듯 문을 보았다.
“김치찌개를 한 입만 드셨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아이들 자기 전에 들어가셔야 하니까요.”
그리고는 강진이 황민성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어머님 생신이 나흘 후에요?”
“맞아.”
매년 조순례의 생일날에는 식사를 같이 했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제가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알았네요.”
“내 생일도 까먹고 그러는데 우리 어머니 생일까지 어떻게 기억해. 그날 와서 밥이나 먹어.”
“그래야죠. 근데…… 저녁 장사하고 가면 일곱 시나 넘어야 할 거예요.”
“괜찮아. 와서 늦게라도 먹어.”
웃으며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내가 한 상 딱 벌어지게 차려 줄 테니까.”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갈비 하는 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줄 알고 그러세요.”
“갈비 양념해서 구우면 되는 거잖아.”
그게 뭐가 어렵냐는 듯 보는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하나, 둘은 건너뛰고 마지막 아홉, 열만 하려고 하세요?”
“뭐가 힘들어?”
황민성이 의아한 듯 보자, 배용수가 웃었다.
“갈비는 재료 손질이 반 이상입니다. 특히 갈비 손질은 손이 무척 많이 가죠.”
말을 한 배용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일 갈비 손질하는 법 알려 드릴게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갈비 손질하고 잡고기로 미역국 끓이면 되겠다.”
“그거 좋네.”
소고기 손질하고 나온 잡고기로 미역국을 끓이면 맛이 좋았다.
***
다음 날 아침 강진과 배용수는 홀 식탁에 갈빗대를 놓아둔 채 황민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딸랑!
문이 덜컥거리자 강진이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안으로 들어오다가 홀 식탁에 있는 갈비들을 보고는 말했다.
“갈비가 왜 이리 많아?”
“이왕 하는 거 저녁 메인으로 하려고요.”
“소갈비찜을 저녁으로? 한끼식당 음식 비싸게 안 하잖아?”
한끼식당은 음식을 저렴하게 팔아 많은 직장인들이 오고 있었다.
소갈비찜은 일단 소갈비가 비싸서 메뉴로 싸게 낼 수가 없었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좀 저렴하게 낼 거예요.”
“그럼 점심에 내지 왜 저녁이야?”
“고기 손질하고 물에 담가서 핏물 뺄 시간이 있어야 하거든요. 원래라면 새벽에 저희가 손질해서 핏물과 불순물을 제거하겠지만 형이 손질해야 해서 저녁 장사로 내야 해요.”
그리고는 강진이 황민성에게 말했다.
“손 씻고 오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방에서 손을 씻고 나왔다. 그런 황민성에게 배용수가 칼을 잡으라 하고는 말했다.
“보통 정육점에서 갈비를 사면 이 정도로 와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갈비를 보다가 말했다.
“이거 다 손질된 거 아니야?”
“그랬으면 아주 좋겠지만…….”
배용수가 갈비를 하나 집어 도마 위에 놓고는 칼을 들었다. 그리고…….
스슥! 스슥! 스슥!
배용수의 손길에 갈비에 붙어 있던 지방들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자 갈비 옆에 꽤 많은 양의 지방들이 떼어졌다.
“어때요?”
“이런 지방도 떼어내는 거야?”
작은 지방 조각을 가리키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갈비 먹을 때 작은 지방이 입에 씹히면 느끼하고 물컹거리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다 떼어내는 거예요.”
말을 하며 배용수가 갈비를 가리켰다.
“제가 하는 거 보고 해 보세요.”
배용수가 갈비를 천천히 손질하는 것을 보여주자, 황민성도 갈비를 잡았다.
그리고는 눈을 찡그렸다.
“차갑네?”
“냉을 먹인 거라 차갑죠. 그리고 차가워야 지방 자르기가 쉬워요. 따뜻하면 잘 안 썰리거든요.”
말을 하며 배용수가 갈비에 붙은 지방을 떼어내며 황민성의 칼질을 살폈다.
“칼 너무 들어가면 아까운 고기 다 날려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칼을 조심히 움직이며 지방을 떼어냈다.
“그렇다고 칼이 얇으면 지방이 남아요.”
배용수의 지적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조심히 칼질을 하는 황민성을 보며 배용수가 뭐라 하려 하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지방이 남는 것보다는 살이 파이는 것이 나아요.”
“그래?”
“지방이 남으면 손님 입에 지방이 남아요. 차라리 고기 날리고 입에 맞게 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잡고기 남으면 그거 손질해서 미역국 끓이면 되거든요.”
강진이 황민성이 잘라 놓은 고기가 붙은 지방을 잡아서는 칼로 고기를 잘라냈다.
“이렇게 해서 미역국을 끓이는 거예요.”
“거기에 지방 있는데?”
“미역국에는 지방이 좀 들어가도 돼요. 그리고 지방이 들어가야 국이 고소하기도 하고.”
강진이 직원들을 보았다.
“자, 우리도 다같이 하시죠. 이거 손질을 빨리해야 점심 장사 준비가 되니까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도 장갑을 끼고 갈비를 꺼내 하나씩 손질하기 시작했다.
“아…… 미역국 맛있네.”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소갈빗살에 붙어 있는 잡고기로 만들어서 맛이 좋습니다.”
“소갈빗살로 한 거예요?”
“소갈빗살이기는 하지만 잡고기라 상품성은 없습니다. 아!”
강진이 급히 뒷말을 이었다.
“하지만 맛은 좋아요. 뼈에 붙은 고기가 가장 맛있으니까요.”
“그건 맞죠.”
손님이 웃으며 답을 하고는 국물을 마시고는 웃었다.
“정말 맛이 진하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강진이 손님들의 테이블에 놓인 음식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부족한 반찬은 더 담아주었다.
주방에서 황민성은 홀을 보고 있었다.
“맛있대.”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죠. 우리가 만든 거니까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식당 장사도 괜찮은 것 같아.”
배용수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홀을 보았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음식 맛있게 먹는 것만큼 요리사한테 뿌듯한 것이 없죠.”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저렇게 먹어도 보기 좋은데…… 우리 식구가 먹으면 정말 기분이 좋을 거야.”
“좋을 거야, 가 아니라 좋죠.”
배용수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웃으며 홀을 보았다.
‘아가씨가 이런 기분 느끼라고 주방에서 일하라고 하신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진이 말했다.
“미역국 정식 두 개요.”
“알았어.”
강진의 주문에 황민성이 그릇에 불려서 잘라 놓은 2인분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
조순례는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를 곱게 빗고 있었다.
스윽! 스윽!
조순례가 머리를 빗는 것을 옆에서 살펴주던 장 여사가 말했다.
“황 사장님이 생일상 직접 차려 주신다고 하니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장 여사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요즘 민성이가 요리에 재미를 붙인 것 같아.”
“그러게요. 요즘 사장님이 아침마다 반찬 만드시잖아요.”
웃으며 장 여사가 말을 이었다.
“황 사장님이 한 김치찌개 정말 맛있더라고요.”
“그러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카락을 정돈한 조순례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장 여사가 급히 그녀를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
스르륵!
장 여사가 미는 휠체어에 앉은 조순례가 의자 옆에 있는 옥난에 코를 살며시 가져다 댔다.
“흡.”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청아한 향에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물론 기분 상이 아니라 정말 정신이 맑아졌다. 그것이 지옥에 나는 옥난의 효능이었다.
옥난의 향을 맡으며 거실로 나온 조순례는 식탁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웃으며 황민성과 김이슬이 축하를 하자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해마다 오는 날인데 뭘 그리 축하를 해.”
“그래도 어머니가 태어난 날이시잖아요.”
조순례가 웃으며 상을 가리켰다.
“여기 있는 반찬, 밥 다 민성 씨가 했어요.”
김이슬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놓인 반찬들을 보았다.
“아이구…… 이걸 네가 어떻게 다 했어?”
“어머니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쌀은 강진이가 준 쌀로 했어요. 맛이 좋더라고요.”
말을 한 황민성이 조순례의 휠체어를 잡아 식탁에 붙였다.
그에 조순례가 웃으며 밥상을 보다가 물었다.
“정원에 상은 차렸어?”
“네.”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어른들도 드셔야지.”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미역국을 떠서는 앞에 놓았다.
달칵!
“소고기미역국입니다.”
“냄새가 아주 좋구나.”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말했다.
“소갈비 손질하고 나온 잡고기로 끓인 미역국이에요. 기름이 고소하고 고기가 쫄깃해서 맛이 좋아요.”
“잡고기로 미역국을 끓였어?”
“아세요?”
“그럼, 알지.”
조순례가 수저로 미역국을 떠서는 말했다.
“예전에는 엄마가 잡고기로 미역국을 자주 해 줬어.”
“그랬어?”
“옛날에 우리 살던 동네 정육점이 있었는데 거기 사장님이 갈비하고 등심 손질하면서 나온 잡고기를 주셨거든.”
어떻게 보면 팔지 못하는 것을 준 것이지만 조순례에게는 맛있는 식재일 뿐이었다.
게다가 아들도 잘 먹는 미역국에 쓰이는 식재였고 말이다.
“평화 정육점요?”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웃었다.
“알아?”
“알죠. 내가…….”
황민성이 말을 하다가 멈추자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평화 정육점 아저씨는 그냥 좋은 아저씨야.”
“그래도 어머니한테…….”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그래, 미워하지 말아라. 좋은 분이야.”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평화 정육점 아저씨는 기억이 남는다.
과부라고 어머니에게 수작을 걸려던 사람이니 말이다.
그래서 황민성이 무척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드셔 보세요.”
“그래.”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잠시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 맛있구나.”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맞은 편에 앉으려다가 문득 그녀를 보았다.
“어…….”
당황스러운 황민성의 목소리에 김이슬이 슬며시 손수건을 꺼내 조순례에게 내밀었다.
“어머니.”
김이슬이 내미는 손수건을 받은 조순례가 급히 자신의 눈가를 눌렀다.
“나이를 먹었나 봐.”
눈가를 닦은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내가…… 우리 아들이 끓여 준 미역국을 다 먹고…… 너무 좋……아.”
조순례의 떨리는 목소리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그렇게 좋으세요?”
“너무 좋아.”
그리고는 조순례가 숟가락으로 미역국을 뜨며 말했다.
“아들이 끓인 미역국이 너무 맛있어.”
***
저녁 저승식당 시간에 황민성은 자신이 끓인 미역국을 김소희에게 놓으며 말했다.
“아가씨 덕에 저희 어머니가 너무 행복해하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앞에 놓인 미역국을 보다가 말했다.
“왜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지 아는가?”
“그…… 잘 모르겠습니다.”
황민성의 답에 김소희가 미역국을 보다가 말했다.
“미역국은 산모가 먹지. 피를 맑게 해 주고 영양가가 있어 산모의 몸에 좋으니까.”
“네.”
“생일날에 미역국을 먹는 이유는…… 생일 당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날 그 아이를 낳기 위해 힘을 쓴 어머니를 위해 먹는 것이네.”
김소희가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먹고 싶은 것보다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네. 그러니 자식을 낳은 날 몸을 보했던 음식을 생일이라는 말로 미역국을 끓여 어머니도 먹는 것이네.”
“그렇군요.”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제 생일날에도 제가 미역국을 끓여서 어머니를 드려야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그를 잠시 본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음식 몇 가지를 더 배우게나.”
“말씀하십시오.”
“돼지 편육, 생김치, 육개장이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