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77
50화
아침 아홉 시 좀 넘어서 황민성이 출근을 했다.
“자, 그럼 오늘은 뭐부터 할까?”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시원하게 오미자차 한 잔 드시고 시작하세요.”
배용수가 붉은색의 맑은 오미자차를 잔에 따라주자 황민성이 잔을 들어 마셨다.
“크윽! 좋다. 새콤해.”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들어오시죠. 오늘은 어묵볶음을 알려드릴게요.”
“잡채는?”
“걷지도 못하시면서 뛰려고 하세요? 잡채는 일단 칼 좀 다루시고 난 후에 알려드릴게요. 들어가시죠.”
배용수가 주방에 들어가자 황민성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에 강진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일단 어묵부터 꺼낼게요.”
배용수가 어묵과 그에 따른 재료들을 꺼내며 말했다.
“일단 밑반찬들이라 형이 배울 반찬들을 오늘 다 하기는 할 거예요.”
“오늘 그걸 다 배우는 거야?”
“배운다기보다는 어묵볶음은 오늘 배우고 나머지는 어떻게 만드는지 한 번 눈으로 보는 거죠. 그리고 내일은 다른 반찬 만들고, 그다음 날은 다른 반찬 만들고요.”
그리고는 배용수가 어묵이 담긴 봉지를 풀었다.
“그런데 봉지가 검은 봉지네?”
어묵은 마트에서 파는 규격화된 포장 비닐이 아닌 검은 봉지에 담겨 있었다. 의아해하는 황민성을 보며 배용수가 웃었다.
“시장에서 파는 수제 어묵이에요. 오늘 새벽에 사 와서 아직 말랑말랑해요.”
배용수가 한 장을 건네주자 황민성이 그것을 받아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뻣뻣하지 않고 맛있네.”
“뭐든 바로 만들면 맛있죠.”
배용수가 어묵을 놓고는 칼을 들었다.
“일단 어묵을 자르세요.”
배용수가 시범으로 어묵을 자르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따라 황민성이 어묵을 잘랐다. 그것을 말없이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자, 그럼…….”
말을 한 배용수가 황민성이 자른 어묵을 손으로 흩어내고는 몇 개를 집었다.
“보이세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자신이 자른 어묵을 보았다. 자신의 어묵은 제대로 잘리지 않아서 얇은 어묵 조각들이 붙어 있었다.
“아직 칼이 익숙하지 않아서 한 번에 스윽 나가지 않아서 그래요. 보여드린 건 어묵 자르는 것도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거예요.”
“그렇네.”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오늘은 쭉 순서대로 진행할게요. 어묵을 잘랐으면 거기에 들어갈 야채도 준비해야겠죠. 어묵볶음 가장 간단하게 할 때는 간장하고 맛술, 올리고당, 마늘만 들어가면 돼요. 여기서 조금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고춧가루를 조금 넣거나 많이 넣거나 하면 되고요.”
배용수가 양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조금 복잡하고 이쁘게 먹으려면 당근하고 고추와 같은 야채를 넣으면 됩니다.”
말을 한 배용수가 당근을 하나 꺼내 황민성에게 주었다.
“당근은 단단한 야채라 얇게 채썰기 쉽지 않을 거예요.”
배용수가 보라는 듯 당근을 들어 보이고는 썰기 시작했다.
얇게 편을 썰고 그 얇은 당근들을 주르륵 놓고는 채썰기를 했다.
타타타탓! 타타탓!
리듬감 있게 당근을 썰어대는 배용수를 보며 황민성이 칼을 들었다.
드륵! 드륵!
하지만 황민성의 칼은 쉽게 나가지 못했다. 당근이 너무 단단했다.
게다가 황민성이 쓰는 칼은 검수림의 칼도 아니었다. 일반인에게는 검수림 칼은 너무 날카로워서 다칠 수 있어 일반 식칼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얇게 썰리지도 않았고 채를 썰어도 두꺼웠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근은 안 넣어도 괜찮아요. 색감 때문에 넣는 거니까.”
그리고는 배용수가 황민성이 자른 당근을 옆으로 치우고는 감자를 꺼냈다.
“감자는 왜?”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황민성이 자른 당근을 자르며 말했다.
“이렇게 잘라 놓으면 나도 채썰기 힘들어. 차라리 이런 사이즈로 감자를 잘라서 야채 튀김 해서 간식으로 먹자.”
그리고는 배용수가 당근을 썰며 말했다.
“양념은…….”
배용수가 어묵볶음에 들어갈 양념의 양을 말해주자, 황민성이 숟가락으로 계량하며 그릇에 담았다.
“자! 드셔 보세요.”
황민성이 자신이 만든 어묵볶음을 내려놓자, 직원들이 둥글게 서서 젓가락을 들었다.
“일단 강진이나 용수가 만든 것이 아니라서 맛이 좀 없을 수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황민성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어묵볶음을 만들고 바로 먹어 봤을 때, 맛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직원들이 어묵볶음을 집어 한 입씩 먹었다. 하지만 딱히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는 좀 밍숭밍숭했다. 강진이 웃으며 어묵볶음을 먹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 좋네요. 제가 한 것과 별 차이 안 나는 것 같아요.”
“그래?”
말을 하면서 황민성은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보았다.
강진의 칭찬과 달리 그들의 얼굴은 딱히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귀신들이 음식을 먹으면 저희처럼 맛을 다 느끼지 못해요. 그래서 간도 약하고 식감이나 이런 것도 딱히 잘 못 느껴요.”
“네가 만든 건 맛있게 먹던데?”
“저는 저승식당 사장이고, 용수는 저승식당 주방장이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만든 음식은 귀신들의 입에 맛있게 느껴져요. 일종의 귀신에게 특화된 손맛이 있는 거죠.”
그리고는 강진이 어묵을 다시 집어 먹고는 말했다.
“이 정도면 영업에 반찬으로 내놔도 될 것 같아요.”
“진짜?”
“그…….”
말을 하려던 강진은 배용수가 작게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래도 맛있어요.”
맛있다는 강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어묵볶음은 어묵의 모양보다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잘 볶느냐가 중요했다.
옆에서 배용수가 양념 배합을 숟가락 기준으로 잘 알려 줬고, 볶는 불 조절도 잘 알려주었다.
그러니 황민성이 한 건 볶음 주걱으로 잘 볶은 것 정도였다. 그러니 맛이 없기가 더 힘들었다.
어묵도 시장에서 오늘 만든 수제 어묵이기도 하고 말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도 어묵을 집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들었지만 꽤 맛있네.”
“집에 가서 한번 해드려 보세요. 좋아하실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어묵볶음을 보다가 말했다.
“그래야겠다.”
황민성이 다시 어묵볶음을 먹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다른 거 하자.”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는 진미채로 할게요. 이게 또 반찬으로도 좋고 술안주로도 좋죠.”
“좋았어.”
황민성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배용수가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
아침 일찍 김이슬은 주방에 들어섰다. 그러다가 김이슬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민성 씨?”
주방에서 황민성이 싱크대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일어났어?”
무언가를 하던 황민성이 고개를 돌려 말하자 김이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오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하시는 거예요?”
황민성이 어묵을 자르고 있었다.
“어묵볶음 해 주려고.”
“어묵볶음이 먹고 싶으면 말을 하지요. 나오세요. 제가 할게요.”
김이슬이 물을 틀어 손을 씻으려 하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해 주려고.”
황민성이 어묵을 자른 것을 프라이팬에 넣고는 불을 켰다.
화르륵!
가스레인지의 불길이 올라오자 황민성이 잠시 있다가 미리 섞어 놓은 양념을 위에 부었다.
촤아아악!
양념이 뜨거운 프라이팬에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황민성이 빠르게 주걱을 움직였다.
촤아악! 촤아악!
빠르게 주걱을 움직이며 어묵을 볶은 황민성이 그것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는 김이슬에게 젓가락을 내밀었다.
“한 번 먹어 봐.”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어묵볶음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요.”
“그렇지?”
황민성이 웃자 김이슬이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요리에요?”
김이슬의 물음에 황민성이 말했다.
“요즘 강진이 가게에서 음식을 배우고 있어.”
“음식요?”
“아! 미안. 내가 말을 안 했구나. 나 요즘 강진이 가게로 출근해.”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왜 강진 씨 가게에서 일을 해요?”
“음식을 좀 배워 보려고.”
“음식요?”
의아해하는 김이슬을 보며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슬쩍 김이슬이 나온 방을 보았다.
그곳에는 황희와 황소희가 김소희에게 다독임을 받으며 자고 있을 것이다.
“귀하고 존경스러운 분께서 나에게 강진이 가게에서 일을 해 보라고 미션을 주셨거든.”
“귀하고 존경스러운 분요?”
“내 인생의 스승과 같은 분이시지.”
“아…… 당신한테 그런 분이 계신 줄 몰랐어요.”
처음 듣는 말에 김이슬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한 번 집에 초대하세요.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게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을 만나기 불편해하시는 분이라서…… 그건 안 될 것 같고 내가 말은 전해 드릴게.”
“알았어요.”
황민성이 접시를 식탁에 놓자 김이슬이 다른 반찬들도 꺼내 놓았다.
“어머니 모셔 오세요.”
말을 한 김이슬이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어머니가 당신이 어묵볶음을 만든 걸 알면 깜짝 놀라시겠어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어머니가 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
“좋은 아침!”
활기차게 들어오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기분 좋으신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내가 만든 어묵볶음을 정말 맛있게 드시더라고.”
말을 한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들이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기분이 좋다고 하시잖아. 근데 어머니 입에 음식 들어가고 웃는 것을 보니 내 기분이 좋더라. 그것도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까…….”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어.”
그리고는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았다.
“음식 진도 좀 빨리 나가자.”
“음식이 쉬운 것이 아니에요. 음식도 순서대로 하나씩 차근차근 가야죠.”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그의 머리를 손으로 흔들었다.
“형이 음식 장사할 것 아니잖아. 어머니 드실 음식 하고 싶은 거지. 그러니 지금부터는 신속하고 빠르게, 하지만 맛이 있는 요리 방법을 알려 줘야겠다.”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엄하게 가르칠 거예요.”
“물론이지.”
“그럼 들어가시죠. 오늘 반찬 세 개 한 번에 진도 나가겠습니다.”
“세 개만?”
“세 개도 쉽지 않아요. 들어가시죠.”
배용수가 황민성과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
“아가씨, 이건 제가 끓인 김치찌개입니다.”
황민성이 식탁에 김치찌개를 놓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김치찌개를 끓인 건가?”
“네.”
“실력이 많이 늘었나 보군.”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냄비를 가리켰다.
“드셔 보시지요.”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냄비를 보다가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국물을 뜨고 그 위에 돼지고기 한 점, 두부 조금을 잘라 올렸다.
그리고 김치를 올렸다.
“삼합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저를 다시 찌개에 살며시 담가 국물을 적셔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씹고는 소주를 입에 넣었다.
“어떠십니까?”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주와 먹기 적당하군.”
“감사합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찌개를 보다가 말했다.
“내일 순례에게 해 줄 때는 고춧가루를 넣지 말고 김칫국물로만 하게나.”
“네?”
“순례가 먹기에는 너무 자극적이네.”
“아…… 알겠습니다.”
황민성이 명심하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자, 김소희가 배용수를 보았다.
“받아 적게나.”
김소희의 말에 배용수가 핸드폰을 꺼냈다.
“갈비찜, 조기구이, 홍어무침, 나물 세 종류, 미역국.”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