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404)
└유학생들도 저렇게 귀랑 입 트이려면 2년은 걸림.
―통역사 없이 해외 토크 쇼 나갔을 때부터 알아봤음. 저건 걍 재능이야.
└프리 토킹은 그렇다 쳐도 발음이 너무 달라졌잖아
└? 발음보다 프리 토킹이 더 어려운 거 아님?
―난 모르겠다 걍 신기해 인간이 아닌 것 같음
이연재가 ‘데드 익스프레스’ 촬영을 위해 몇 개월간 영어 특강을 최고 난이도로 받았다는 것을 몰랐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연재가 속한 1팀 직원들은 모니터링을 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 배우가 최고야.’
‘아틀라스 딜레마’에도 반응이 이런데, ‘데드 익스프레스’가 나올 땐 얼마나 놀랄까?
그 나이대의 흔한 말투를 쓰는 에단과 달리, 제이크는 거칠고 험한 말투가 입에 붙어 있는 캐릭터였다.
같은 사람이 연기했다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말투 변화.
내년에 ‘데드 익스프레스’가 방영되고 사람들이 놀랄 걸 생각하니 짜릿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일을 처리해야 했다.
직원들이 이 정도로 바쁘니 당사자는 오죽할까.
‘……죽겠다.’
이연재는 밀려오는 인터뷰를 쳐 내느라 연기 연습도 제대로 못 했다.
인터뷰 요청이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들어온 탓에 더욱 정신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고작 1화 출연한 배우에게 들어올 양은 아니었다.
‘이게 다 데이비드 탓이야.’
주연 배우인 데이비드가 드라마를 홍보하러 나간 토크 쇼에서 이연재 얘기만 주야장천 한 탓에 과열된 양상도 있었다.
할리우드 작품인 만큼 해외 인터뷰 요청이 많았는데, 굳이 미국까지 갈 필요성을 못 느껴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새로 유입된 해외 팬들은 주근깨가 없는 에단이 멀쩡히 인터뷰하는 모습에 안도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렇게 모든 미디어가 이연재의 행방에 주목하던 그때.
그는 불길에 기름을 쏟았다.
[이연재, 희귀 난치 질환 환자들 대상으로 총 1억 원 기부] [취약 계층 치료비 지원한 배우, 누리꾼들 반응 “이연재가 또….”] [아틀라스 딜레마 제작진들 기부 동참, 이연재로 시작된 기부 릴레이]바로 에단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 환자들에게 기부한 것이다.
재단을 통해 기부한 게 아니라, 환자들에게 기부금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었다.
이 덕분에 더 빨리 수술을 받게 된 환자들이 이연재에게 쓴 영상 편지가 SNS에 돌아다니며 화제가 되었다.
이연재는 관련 질문에 “비록 에단은 못 구했지만 다른 사람들을 구할 기회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보여 주기식 선행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존재했으나, 어찌 됐든 선행은 선행이었다.
할리우드 데뷔작임에도 연기력을 당당히 입증한 배우를 회사 직원들은 뿌듯해했고, 동료 배우들 역시 그를 치켜세우는 글을 올렸다.
이연재가 또 죽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속상해하던 비연도 ‘우리 애가 최고긴 하지’ 상태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도 한 사람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형, 이제 그만―.”
“말 걸지 말라고 했다.”
“…….”
바로 이정현이었다.
* * *
‘미치겠네, 진짜.’
내게서 등을 돌린 정현이 형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저걸 어떻게 달래지.’
달랠 수는 있을까?
이렇게 화난 정현이 형의 모습은 처음 봐서 막막하기만 했다.
“형, 제가 에단 죽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왜 몰랐던 사람처럼 구세요.”
“저렇게 슬프게 죽는다고는 말 안 했잖아!”
“죽는 게 다 슬프죠, 그럼.”
장르가 코미디도 아닌데.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는데, 진배 형이 내 손목을 잡았다.
“배우님, 지금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 정도냐고.
억울해서 입술이 튀어나왔다.
하필 그 상태에서 정현이 형이랑 눈이 마주쳤다.
“우씨, 너 뭘 잘했다고 입술을 내밀고 있어.”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뭐?”
“저는 형이 칭찬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기 진짜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형은 알아줄 줄 알았는데.”
투덜거리자, 정현이 형이 인상을 구겼다.
“너 연기 잘해! 어?! 내가 그걸 어떻게 몰라?! 내가 젤 알아! 내가 가장 먼저 알아봤어! 그래서 더 속상한 거야!”
“그러니까 왜 속상하냐고요. 에단이 죽은 거지, 제가 죽은 게 아니잖아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단 죽은 거 슬프지. 나도 슬펐어.
그래도 그건 연기고, 난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잖아.
‘형도 연기하는 사람이면서.’
동료끼리 왜 이러나 싶기도 했다.
내 말에 정현이 형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에단이 너랑 너무 비슷하니까 그렇지! 주근깨만 그리면 다야? 점 그리면 다른 사람 되는 줄 아냐고!”
진짜 네가 죽는 모습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는 말이 돌아왔다.
‘사람이 정이 많아도 문제구나.’
한숨을 삼키고 정현이 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형의 손을 잡고 토닥였다.
“걱정 마세요. 형, 저는 적어도 자살로 죽진 않을게요.”
“…….”
최대한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그러나 상대방의 반응은 싸늘했다.
“너 나가.”
“……하지만.”
여긴 내 집인데.
내가 어물쩍거리자, 정현이 형이 퍽 차고 일어났다.
“내가 나가 줄게. 그래, 내가 나간다.”
“안 돼요. 가지 마요.”
“애교로 퉁치려고? 어디서 이런 못된 버릇을 배워 왔어?”
“형한테 배웠는데요.”
“하!”
정현이 형의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 젠장.
‘이것도 안 먹히네.’
사실 이렇게 화내고 나가 봤자 이틀 후면 소파에 자연스럽게 누워 있을 사람이니 큰 걱정은 안 됐다.
진짜 걱정되는 건 차기작 때문이었지.
‘이 분위기에서 어떻게 말해.’
최대한 밝은 거 한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끙.’
일이 골치 아프게 됐네.
지금 윤 감독이랑 쓰고 있는 작품을 촬영하려면 시간도 꽤 남았으니, 그 전에 뭐라도 찍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팬 미팅, 팝업 스토어, 연말 시상식으로 일정이 꽉 차 있었다.
심지어 2월부터는 ‘데드 익스프레스’ 방영 시작이니, 그땐 미국 가서 홍보를 위한 인터뷰나 토크 쇼도 참가해야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한 작품을 찍을 만한 텀은 보이지 않았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막막해하고 있을 무렵, 오랜만에 한세영에게 연락이 왔다.
―연재야, 정말 미안한데 카메오 촬영 부탁해도 될까?
왔다, 내 구원자.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