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에필로그 (5)
“우와, 너무 추워요!”
“그러니까 위에 외투 걸치라고 했잖아.”
안녕하세요, 에블!
제가 누구일까요?!
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눈치채셨을지도.
음음.
맞아요!
저는 주홍이에요.
스틸블루의 막내.
스틸블루의 아트 디렉터.
스틸블루의 귀염둥이 마스코트…!
어떻게 불러 주셔도 좋아요.
앞에 ‘스틸블루’만 붙여 주시면 돼요.
저는 제가 누구든 간에, 스틸블루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우우. 하지만 제가 고른 옷이라 팬분들께 꼭 보여 드리고 싶었단 말이에요.”
“아직 무대 아래잖아.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괜차나용. 오늘만 지나면 저도 성인이니깐!”
“…대체 성인인 거랑 감기 걸리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오늘도 보라 언니는 잔소리가 많아요.
청 언니가 없을 땐 보라 언니 잔소리가 제일 심하다는 거, 에블들은 모르겠죠?
정말 의외예요.
우리 보라 언니, 세상사에 관심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에요.
“너 이따가 집 가서 유자생강차 꼭 마셔.”
“웅니… 웅니가 만든 유자청 다 소진시키려구… 저에게 강요를….”
“그런 거 아니라 했지, 주홍아.”
“이건 음모야…. 유자청을 빨리 해치우려는 음모….”
“자꾸 그러면 숟가락으로 유자청 퍼 먹이는 수가 있어.”
“무사와요….”
하지만 멤버들의 건강에는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이 보라 언니입니다.
아, 청 언니가 왜 없냐구요?
Oh, Wonderful Dream
그대의 손을 잡고 꿈꿀래요
영원히 깨지 않을 꿈이죠
청 언니는 저기,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요즘 청 언니는 정말 인기가 많아졌어요.
최근 참여한 OST들이 전부 대박 났거든요.
치솟는 인기가 언니한테는 걱정으로 다가가는 것 같지만.
저는 언니가 자랑스러워요.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워요.
“청청 목 상태 되게 좋네요!”
“그러게.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하하.”
백영 언니가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패딩을 열어 주네요.
솔직히 아주 조금! 살짝! 추워서 언니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어요.
제가 잔소리를 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백영 언니는 너무 잘 안다니까요.
옆에서 보라 언니가 저를 무서운 눈으로 보고 있지만.
저는 쫄지 않아요.
저는 이제 곧 성인이니까요!
“[플래티넘 뮤직 어워드>에서 대상 탄 이후로, 묘하게 더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아요?”
맞다.
다들 아시겠지만 얼마 전에는 아주 기쁜 소식이 있었어요.
저희가 [플래티넘 뮤직 어워드>에서 음원 플래티넘 상을 탔습니다!
[The Verdant Letter>로요!청 언니가 작곡을 하고, 보라 언니가 작사를 한 곡이에요.
사실 저는 이번 타이틀의 가사를 보고 조금 슬프다는 생각을 했어요.
[The Verdant Letter>.‘신록의 편지’라는 뜻도 되겠지만, ‘녹색 글씨’라는 뜻도 된대요.
보라 언니가 ‘주홍 글씨’에서 착안한 제목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오해를 마음에 새기는 대신, 우리가 우리의 글씨를 사람들에게 적어 드리자고요.
우리의 노래로요.
저는 보라 언니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언니지만 진짜 멋있는 언니예요.
사실 저희 모두 대상 자체에는 큰 욕심이 없었어요.
3년 차가 대상을 받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멤버들 모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티를 내진 않았지만, 청 언니가 대상을 바라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청 언니가 정말 잠도 안 자고 곡만 썼거든요.
옛날에는 어디서 숨겨 놓은 노래들을 꺼내 오더니.
이제 그 음악 보따리도 슬슬 다 떨어져 가나 봐요.
하긴 그게 정상적인 거죠.
금 언니는 청 언니의 음악 보따리가 대체 어디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어요.
컴퓨터에도, 태블릿 PC에도, 핸드폰에도, 작업실에도.
어디에도 노래를 저장해 놓지 않았는데,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노래를 가져오는 게 참 이상하대요.
저희도 청 언니가 신기하긴 했지만.
뭐, 청 언니한테 비밀이 많았던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니까요.
저는 청 언니가 비밀이 많아도 괜찮아요.
요즘 행복해 보이니까요.
그거면 됐다고 생각해요.
저희 어머니가 그러셨거든요.
‘돈보다 가족이고, 명예보다 행복이며, 권력보다 사랑이다.’
그러니까 저는 제가 사랑하는 우리 스틸블루 가족, 언니들이 행복하면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 엄마가 말해 준 것들을 다 가진 사람이에요.
가족처럼 사랑하는 언니들이 네 명이나 있는데, 다들 행복하니까요.
“맞음. 그땐 그냥 대상이 너무 타고 싶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하여튼 희한한 사람임.”
금 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그러곤 제 패딩 주머니에 핫팩을 슬쩍 찔러 넣어 주네요.
이 언니는 왜 그냥 정상적으로 주질 않고 항상 범죄 저지르는 것처럼 찔러주는 걸까요?
진짜 희한한 사람은 청청이 아니라 금김인 것 같습니다.
“저도 핫팩 있어요!”
“만져 보니까 다 식었더만, 무슨.”
“대체 언제 만져 본 거예요?!”
“방심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다.”
“….”
진짜 웃기지도 않아요.
우우.
금 언니에게 야유를 보내 봅니다.
“이제 곧 우리 차례다.”
“오늘은 우리 [Blue Sparkle>도 하잖아요. 완전 기대 중!”
“도입부에서 폭죽 터트린다니까 조심해.”
“그럼요. 완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때 실수하면 3억 날아가는 거다. 불꽃놀이 뒤지게 비싼 거 알지?”
“허어어어어어억.”
사실 저는 이번 앨범에서 [Blue Sparkle>을 제일 좋아해요.
금 언니가 작사한 거라 믿기 힘든 다정한 가사도 좋고.
보라 언니가 찍어 준 뮤직비디오도 좋고.
백영 언니가 만들어 준 예쁜 안무도 좋고.
청 언니가 부르는 후렴구도 너무너무 좋아요.
전 그 노래에서 뭘 했냐구요?!
언니들이 전 존재 자체가 이미 뭘 많이 하고 있는 중이라 괜찮댔어요.
“청청 노래 다 끝났어요!”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저는 우리 멤버들에 비해서 너무 초라한 사람인 것 같았거든요.
언니들에겐 다 한 가지씩 멋있는 재능이 있는데.
저는 딱히 특출 난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 슬펐어요.
그나마 최근엔 아트 디렉팅을 배우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언니들은 이미 너무 잘하고 있어서.
항상 초조했어요.
너무 멋있고 너무 자랑스러운데.
솔직히 속으로는 조금 초조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우리 언니들은 저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면서, 그렇게 다 완성되어 있을까요?
금 언니도, 보라 언니도 저랑 한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작곡도 잘하고, 작사도 잘하고.
조금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거기다 저는 노래 실력도 멤버들 중에서 가장 약하니까요.
더 이상 라이브 논란은 생기지 않지만, 멤버들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한 기분이었어요.
언니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닐까, 속상한 마음이 들었던 때도 있습니다.
“스틸블루, 스탠바이하실게요.”
“네!”
하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작년 딱 이맘때쯤, 아주 이상한 꿈을 꿨거든요.
“청청!”
“다들 준비됐죠?”
“청청은 준비됐어요?! 무대 연달아 두 개 할 수 있어요?”
“난 괜찮아. 옷만 갈아입으면 돼. MC 멘트 칠 때 후딱 준비합시다, 모두.”
“네!”
으아아아.
일단 얼른 무대부터 하고 올게요, 에블.
왜냐하면-
나는 파란 Spark
너의 검은 밤을
메우기 위해 태어났어
이번 노래 도입부는 바로 제가 부르거든요.
펑!
헉.
불꽃놀이가 시작되나 봐요.
다들 불꽃 말고 저 봐 주고 있어야 해요!
“곧 새해 카운트다운 한다.”
“우와아.”
이제 다들 따뜻하게 입고 왔습니다.
에블들이 열심히 응원해 준 덕분에 무대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어요.
10분 후면 카운트다운을 한대요.
그럼 저도 이제 성인이 되겠죠?
원래는 일찍 들어가야 하지만, 10분만 지나면 성인이니 특별히 오늘만은 괜찮대요.
“벌써 우리가 함께하는 세 번째 12월 31일이에요!”
“그니까. 시간 참 빠르다, 그치.”
사실 전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어요.
언니들은 어른인데, 저만 아이인 것 같아서 조금 슬펐거든요.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1년 전 꾼 꿈에서.
저는 다 큰 어른이었는데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의 저보다 훨씬 더 멋있어 보이고, 훨씬 더 예쁜 사람이 되어 있긴 했지만.
그게 어른이 된다는 거라면, 저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느꼈어요.
진정한 외톨이는 저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그 덕분에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거란 걸요.
그 꿈에는 언니들이 없었지만, 제게는 언니들이 있거든요!
“주홍이, 소원 미리 생각해 놨어?”
“당연하죠.”
음음.
저는 준비성이 철저하기 때문에.
그런 건 미리 다 생각해 놨어요.
맞다.
왜 제가 이젠 초라한 주홍이가 아니라 멋있는 주홍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냐구요?
사실은요.
꿈에 나온 어른 주홍이를 봤는데요.
정말 정말 노래를 잘하더라구요.
어쩌면, 어른인 저… 나쁘지 않을지도?!
제법 괜찮을지도?!
성격은 좀 괴팍해 보였지만.
어른 주홍은 확실히 멋있는 언니였어요.
그 말은, 제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 언니처럼 멋있게 될 수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니까 이젠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언니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제겐 너무 소중하고 짧으니까요.
이 시간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에블들이 만들어 준 시간이니까.
잘 써야죠.
그래야 멋있는 어른이라고 언니들이 그랬으니까.
믿을 거예요.
“새해가 1분 남았네요. 새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이제 곧 법적으로 성인이기도 하니까요!
다들 저랑 함께 소원을 빌어요.
저, 이래 봬도 재작년, 작년에 빌었던 소원들이 모두 이뤄졌거든요.
에블들도 저랑 소원을 빌면 뭐든 다 이뤄질 거예요.
주홍이가 이뤄주겠주홍.
“5!”
내년에는 더 멋있는 주홍이가 되게 해 주세요!
“4!”
우리 에블들과 더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3!”
멤버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2!”
세상 어디에 있든 모든 에블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1!”
“해피 뉴 이어!”
“해피 뉴 이어~!”
나를 안아 주는 언니들의 품속에서 기도할게요.
해피 뉴 이어, 에버블루.
쭈홍쭈홍 드림.
P.S.
또 만나요, 우리.
[ 망할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