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117)
10. 과거와 마주하는 방법 (3)
최보림이 내 표정에 발끈해서 쏘아붙였다.
“왜, 왜 너희가 훈장을 받아?”
왜냐니. 잘했으니까 훈장을 받지.
나는 다시 한번 순수한 햇살캐의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엿을 날렸다.
나현이는 아무것도 몰라요~ 근데 아무튼 너랑 같은 처지는 아님.
“응? 몰랐어? 우리 시우랑 바란이랑 같이 계층 보스를 쓰러트렸거든! 우리 나름 대단했어! 그치, 재윤아!”
“으, 응!”
나는 민재윤과 내가 훈장을 받는다는 사실에 당황해 순간 본색을 드러낸 최보림에게 웃으며 말했다.
민재윤도 그때를 떠올리는 듯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열등감 어린 표정을 애써 숨긴 최보림이 웃었다.
“아하, 시우랑 바란이랑 같이? 열심히 도와줬나 보다! 수고했어!”
말하는 꼬라지 봐라.
나는 내게 찰싹 달라붙어 최보림을 힐끔힐끔 보는 민재윤을 토닥였다.
이그드라실은 발을 굴러 그런 우리들의 시선을 다시금 자신에게로 모았다.
“그리고 출발일 말이다. 내일이다!”
“내일이요?!”
“저 입을 옷도 없는데요?!”
“학생이 교복이면 충분하지! 뭐가 더 필요하다 생각하나!”
이그드라실이 엣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자, 할 말은 다 전했다. 훈련이다, 꼬맹이들!”
궁금한 것들을 더 물어볼 틈도 없이 다시금 훈련이 재개되었다.
최보림은 한구석에서 이그드라실이 시킨 체력단련을 적당히 하다가 우리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쉬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다 우리와 이그드라실이 훈련하느라 바쁠 때면 적당히 농땡이를 치곤 하는 것이다.
나름 머리를 쓰는 것 같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대부분 눈치챘고….
이그드라실은 가볍게 혀를 찼다.
“…역시 안 되겠어요.”
그리고 그 행동이 결정적으로 그녀가 그녀에게 그나마 온건한 태도를 취하던 나유리의 마음에서 내쳐지는 계기가 된 듯했다.
이그드라실이 훈련의 훈련을 마치고 모두 너덜너덜해진 채로 이그드라실이 건넨 포션을 마치고 널부러졌다.
그때 아직 쌩쌩하다는 이유로 혼자 포션을 받지 못한 최보림이 슬금슬금 이쪽으로 다가왔다.
“다들 괜찮아? 음료수라도 사다 줄까?”
“아뇨. 포션의 효과가 돌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보다 최보림 씨.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나유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보림은 단호한 기색이 어린 나유리의 얼굴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법 순수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도 굴하지 않고 나유리는 냉정하게 결정지어진 사항을 그녀에게 고했다.
“최보림 씨. 그런 식으로 장난처럼 훈련에 참여하실 거라면, 저희와 함께 하시기보단 따로 다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지 건은 감사했습니다만, 그 건은 원하시는 다른 방식으로 보상하겠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왜 그런 장난을 쳐?”
“장난이 아닙니다. 진지하게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에요. 그리고 이런 말을 하긴 조심스럽지만… 현재 최보림 님의 수준으로는 저희와 합을 맞추기 힘들 것 같고요.”
나유리의 말에 최보림이 당황한 듯 우리의 얼굴을 훑었다.
마치 누군가 나유리의 말이 장난이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중 그녀의 의견을 반대할 사람은 없었기에 그저 침묵만이 자리에 감돌았다.
그녀는 나유리의 말이 우리 전체의 의견에 가깝다는 걸 깨달은 듯 점점 울상이 되었다.
“대체 왜?”
“말씀드렸잖아요. 저희는-”
“실력 부족? 태도? 다 핑계지? 내가 A반이 아니라서 그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게 아니에요.”
“거짓말. 그럼 너희는 왜 다 A반인데? A반이니까 나랑 비슷한 저 애도 끼워주고 능력 부족한 애도 끼워줘서 훈장도 받게 해준 거잖아? 아니면 저 애 같은 정부 지원 각성자가 훈장을 받을 리가 없잖아!”
최보림이 팔뚝으로 제 눈가를 거칠게 문댔다.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가식적인 톤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알았어! A반으로 올라가는 게 너희 그룹에 끼는 최소 조건인 거지? 그렇다면 내가 A반으로 올라갈게!”
“잠깐, 최보림 씨-”
“내 소원은 바뀌지 않아. 내가 A반이 되면 너희는 내가 도와준 대가로 너희 그룹에 들어가게 해줘야 해!”
최보림이 그리 말하며 살기등등하게 민재윤을 노려봤다.
그러고는 싱긋 웃었다.
마치 그녀를 노리기라도 하는 듯.
“그러니까, 기다려. 곧 올라갈 테니까.”
소설에서나 현실에서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최보림의 실력은 A반이 되기엔 부족했다.
현재 B반인 것도 1학기에 팀을 잘 만났기에 가능했던 것.
오히려 이번 중간평가에서 그녀는 등급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왜 저렇게 자신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알 수밖에 없었다.
“조금은 참을게. 안녕!”
최보림이 돌아나갔다.
아마 그녀는 정규평가가 아닌 특수평가를 노릴 것이다.
…그녀의 능력상으로는 특수평가도 가망이 없었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노릴만한 상대가 하나 있다.
바로…
“괘, 괜찮아, 유리야?”
민재윤, 이 순해 빠진 애다.
최보림은 민재윤이 자신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특수평가에서 민재윤을 상대로 지목하고 민재윤의 마음의 상처를 마구 긁어내며 싸워 승리할 생각인 거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예요? 재윤 씨야말로 괜찮아요?”
“맞아! 너 아까부터 안색이 안 좋다고!”
나는 나유리와 신바란에게 걱정받는 민재윤을 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나유한도 힐끔 봤다.
원작 소설대로라면 그룹의 중심인 나유한에게 최보림이 집중적으로 치근덕대고, 나유한에게 심적으로 기대고 있던 민재윤이 극도로 불안정해졌었다.
하지만 현재의 민재윤은 훨씬 강건하고 안정감 있어 보였다.
원작 소설 속 나유한과 지금의 나유한이 많이 달라져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아마 소설처럼 특수평가에서 최보림이 민재윤의 마음의 상처를 긁는 상황이 벌어져도 민재윤은 폭주하지 않겠지.
다만… 민재윤이 입을 수도 있는 마음의 상처가 걱정될 따름이다.
“기분전환 겸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나는 빙그레 웃으며 민재윤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더 섬세하게 살피기로 결심하면서.
* * *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훈장 수여식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이그드라실의 말대로 옷은 교복으로 충분하다는 공지가 내려왔지만….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이거?
나는 ‘그런’ 현장에 가는 게 처음이라 영 찜찜한 기분으로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기숙사 앞 분수로 향했다.
집합 장소에는 친구들과 교장 선생님이 벌써 모두 나와 있었다.
“안녕?”
교장은 입을 가리며 후후 웃더니 눈웃음을 치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그녀에게 마주 웃어 보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인사를 나눈 그녀가 묘한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뭐지?
똘망한 눈으로 마주 바라봐줬더니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활약 기대하고 있어.”
“가, 감사합니다…?”
“후후, 그래. 잘하면 이 교장 선생님이 칭찬해줄게?”
칭찬… 교장의 칭찬이라.
나는 원작 소설을 떠올려보았다.
발데르 가에서 교장이 나유한과 만났을 때, 그녀는 일부러 유혹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를 농락했었지.
‘교장 선생님, 아니 이리나의 풍만한 가슴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녀가 내 귀에 바람을 불며 속삭였다. 그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내 귀에 살짝 닿는 순간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열심히 하면 더 칭찬해줄게?’
‘나는 얼굴에 열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음.
전혀 받고 싶지 않다….
“어머,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니?”
“어… 선생님과 학생 간에 건전한 관계를 묘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요.”
“음?”
교장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안녕.”
그리고 끼어든 익숙한 여우 수인 혼혈 남자의 목소리에 놀랐다.
“여… 미하엘? 너도 가?”
“응. 발데르 가와 관련해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양해받았어.”
“발데르 가….”
“우리 주인님을 보게 되면 잘 부탁해?”
여우가 장난스레 웃으며 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우의 주인, 발데르 가의 가주 니카 발데르.
이 훈장 수여식에서 만나야 할 상대이자 내가 협력을 얻어내야 할 상대다.
그녀는 내게 어떻게 대응할까?
내가 세워둔 계획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긴장감에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모든 일행이 모인 듯했다.
교장이 살풋 웃으며 제 짧은 나뭇가지를 깎아 만든 듯한 지팡이를 살살 흔들었다.
“대충 다 모인 듯하구나. 슬슬 출발할까?”
아카데미에는 와일드 헌터의 습격 이후로 텔레포트를 못 하게 하는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식장에도 비슷하게 결계가 설치되어 있어 우리는 아카데미 전용 버스로 아카데미 밖 텔레포트 존으로 이동 후 건물 근처의 텔레포트 존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일행들이 모두 버스에 오르고.
나유한은 자연스레 내 옆에 앉으려는 듯했으나 여우에 의해 힘없이 밀려났다.
“친구끼리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그런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뭐?”
“미안… 유한아.”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유한에게 양해를 구했다.
당연히 자기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서 그런가 나름 충격 먹은 모습을 보이는 게 웃겼다.
멀뚱히 서 있는 나유한을 나유리가 한숨을 한 번 푹 쉬더니 팔을 잡고 끌고 갔다. 자기 옆에 앉히려는 듯했다.
“저도 나현 씨 옆에 앉고 싶다고요-”
“…….”
둘이 뭐라 떠드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나는 내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모른 척했다.
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자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여우는 의례적인 안부 인사를 몇 마디 하더니, 더 못 참겠다는 듯 곧장 본론을 꺼냈다.
“내숭 부려?”
“무슨 소리야, 여우야?”
나는 똘망똘망하게 눈을 뜨면서, 말하면 죽여버리겠다는 진의를 담아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
여우가 소리 내어 웃었다. 히죽히죽 웃는 모습이 재수 없었다.
개자식.
“아니.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