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방구석 천재작가. 에필로그.
에필로그. 김지현.
2년 전 그날 나는 김지현을 선택했다.
나의 첫 배우이자 나만을 바라봐 주는 김지현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다른 사람들에겐 거절의 의사를 밝힌 뒤 김지현과 만난 나는 차 안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지현아.”
“네?”
평소 존대를 하던 김시우가 말을 놓자 잔뜩 긴장한 김지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이 분위기가 무엇인지 알기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
“작가님….”
“나랑 만나줄래? 작가와 배우가 아닌 남자와 여자로.”
“좋아요….”
반지와 함께 고백을 받은 김지현은 고백을 승낙한 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제가 더 잘할게요…앞으로는 짜증 안 낼게요. 미안해요.”
김지현은 자신이 고백받을 줄은 몰랐는지 과거에 있었던 일까지 이야기하며 펑펑 울었다.
“그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다신 못 볼 것만 같아서…그래도 꾹 참고 계속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김시우는 우는 김지현을 껴안고 달래주었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진짜…못됐어….”
“미안해.”
“사랑해요. 오빠.”
“나도. 사랑해.”
김시우와 김지현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뒤 바라보았고, 이내 입맞춤을 했다.
시간이 지나 김지현과 김시우는 비밀연애를 시작했다.
물론 업계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시상식에서도 김지현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고, 그녀는 시우 필름으로 소속사를 옮기기도 했다.
그렇게 김시우가 31살이 되던 날 김지현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두 사람의 연애 소식에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결혼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오빠 어때?”
“예쁜데?”
“….”
“아니, 정말이라고. 다 예쁜 걸 어떻게 해.”
김시우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차라리 글 쓰는 게 더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 아무튼 나는 이게 좋은 거 같아. 그리고 몸은 어때? 나 살찐 거 같아?”
“너 키가 171아니야?”
“사실 172야.”
“몸무게는?”
“51.”
“체지방은?”
“14퍼센트.”
“그 정도면 피트니스 모델들 평균 체지방량이야. 오히려 좀 먹어도 돼.”
“그런가?”
“나 믿지?”
‘응.”
결혼할 때가 다가올수록 김지현은 불안함이 느는지 자꾸만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후 무사히 결혼식을 마친 김시우는 신혼여행을 떠났고, 김시우는 떠 있는 비행이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김지현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아…나 오디션 보던 날?”
“응. 그때부터 이렇게 만날 인연이었나봐.”
“그러게 말이야. 김 작가님.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네, 김 배우님.”
“그리고 오늘 밤도….”
“오늘은 조금 피곤한데….”
에필로그. 김지현. 끝.
***
에필로그. 이유진.
김시우는 평소대로 시우 필름 사무실에 출근해 이유진을 집무실로 불렀다.
“이유진 감독님.”
“네, 작가님.”
김시우가 무게를 잡고 이야기하자 이유진은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생각하며 의자에 앉으려 했으나 이유진이 앉기 전 김시우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앞으로도 제 대본을 맡아주실래요?”
“네?”
“평생. 제 대본의 감독이 되어주세요.”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반지를 건네는 김시우를 본 이유진이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어…거절인가…?”
이유진이 뒷걸음질 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김시우가 반지 케이스를 닫으려고 하자 이유진이 서둘러 소리치며 김시우의 손을 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아니…거절당한 줄 알고….”
“아직 대답 안 했잖아요! 남자가 뭐 그렇게 급해요. 고백할 땐 밍기적거리더니!”
갑자기 이유진의 호통에 김시우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모습이 답답한지 이유진은 손을 내밀며 한 번 더 다그쳤다.
“뭐해요! 반지 안 끼워주고….”
“아, 알겠어.”
김시우는 일어나서 이유진이 내민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축하드려요!”
“두 분 헤어지면 큰일 나는 거 알죠?”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우 필름의 팀원들이 들어와 축하의 말을 건넸다.
“고맙다.”
“그럼 오늘 회식하나요?”
“그러자.”
“아싸!”
시우 필름 팀원들은 회식이라는 소리에 날뛰었고 이유진은 조용히 김시우를 잡아당기며 말을 건넸다.
“오빠.”
“어?”
“이제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이미 부르고 있잖아.”
“그래서 불만이에요?”
“아니. 좋아. 그보다 오늘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자.”
김시우는 이유진을 데리고 송파구의 높은 빌딩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함께 밥을 먹으며 이유진은 문득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의 김시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우리 연인 사이인 건가?”
“그렇지….”
“뭔가 실감이 안 나네….”
“나도 그래.”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은데.”
“그러게…그럼 우리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이야기하자.”
“오빠는 아이는 몇 명 낳고 싶어?”
“글쎄…2명?”
“나는 3명이야. 조금 더 분발해야겠네.”
“노력할게.”
“우리 커플 브이로그도 찍을까?”
“네가 하고 싶으면 해야지.”
그렇게 이유진과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갔다.
***
에필로그. 홍수연.
김시우는 홍수연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연락해서 그녀와 데이트를 나왔다.
“수연아.”
“자…잠시만요. 우리 일단 밥부터 먹어요.”
“어…그래.”
김시우가 고백을 하려 하자 홍수연은 고백을 듣지 않으려 했다.
이 모습은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 같았다.
그 대결은 데이트 내내 이어졌고, 데이트가 끝날 때까지 김시우는 고백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느새 밤이 되었고, 홍수연의 집 앞까지 온 김시우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수연아. 내 대답 안 들을 거야?”
“아니, 그게…너무 떨려서….”
김시우의 대답이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양쪽 다 떨리는 홍수연이었다.
“나랑 만나줄래?”
그 때문에 기습적으로 고백한 김시우였다.
“네? 지금 뭐라고….”
“내가 좀 나이가 많긴 하지만…우웁.”
김시우가 말을 이어서 하기도 전에 홍수연은 키스로 대신 대답했다.
그렇게 한참을 키스한 두 사람은 키스가 끝나고서 상기된 얼굴을 하며 마저 대화를 이어갔다.
“아니…그렇게 갑자기….”
“그냥. 하고 싶었어요. 그보다 이거 꿈 아니죠?”
“아닐걸? 너 키스 못 하던 게 느껴지던데?”
“뭐…뭐라구요!”
퍼억.
김시우의 장난에 홍수연이 발끈하며 김시우의 가슴을 때렸다.
“이제야 좀 너 답네.”
“진짜 꿈 아니죠?”
“아니야.”
“정말이죠?”
“응.”
홍수연은 이내 훌쩍이며 김시우를 다시 껴안았다.
“바람피우면 안 돼요.”
“그래.”
“아파도 안 돼요.”
“노력해 볼게.”
김시우는 그렇게 한참 동안 홍수연의 조건을 들어주었다.
“오빠.”
“왜?”
“그냥요. 좋아서요.”
“실없기는…할머니 걱정하시겠다. 얼른 들어가.”
“네. 오빠 그럼 내일 봐요.”
“그래.”
첫사랑을 이룬 홍수연은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행복한 소녀였다.
그녀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 나 시우 오빠랑 사귄다. 결혼식은 언제가 좋을까? 상견례부터 할까? 아이는 몇 명이 좋을까? 5명? 오빠를 닮았으면 좋겠는데….”
부산에서 올라온 소녀 홍수연의 바람은 추후 모두 이루어졌다.
김시우와 함께….
에필로그. 홍수연.
***
에필로그. 아리무라 노아.
김시우는 여전히 골골거리는 아리무라 노아에게 요리를 해주며 말을 건넸다.
“노아 씨.”
“네?”
“제가 전업주부 해도 상관없나요?”
“글쎄요…아마도 그럴걸요? 이제 마음을 되돌리기엔 조금 늦은 거 같아서요. 솔직히 글 쓰는 작가님이 더 멋지긴 하지만요. 요리하는 모습도 멋지거든요.”
“그래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드실래요?”
“네?”
“앞으로도 제 집에서 계속 살아달라는 말이에요.”
“…그거 고백이죠?”
“네.”
김시우의 고백에 얼떨떨한 아리무라 노아였다.
“저…열이 더 나는 거 같은데 어쩌죠? 일을 못 갈 거 같은데….”
상황 파악이 끝난 아리무라 노아는 더욱 빠르게 뛰는 심장과 얼굴에 올라오는 열기에 현기증이 났다.
“반칙이에요. 아플 때 잘해주면서 고백하면 어떻게 거절해요.”
“거절하려고 하셨나요?”
“아뇨. 헤헤…그냥 시우 씨도 제 아픈 마음을 알았으면 해서요.”
“미안합니다.”’
한차례 아리무라 노아의 고백을 거절한 전적이 있던 김시우는 사과를 건넸다.
“사과 대신 다른 건 해주면 안 돼요?”
“네?”
아리무라 노아는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아픈 사람이 무슨….”
“빨리요.”
아리무라 노아의 말에 김시우가 그녀의 얼굴을 잡은 뒤 진한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리무라 노아의 감기는 깔끔하게 나았다.
대신 김시우가 감기몸살에 걸려 몸져 누웠다.
“이런…어제 한 키스 때문인가?”
“어쩔 수 없네요. 오늘부터는 제가 간호해 드릴게요. 일단 병원부터 갈까요?”
아리무라 노아가 감기몸살에 걸렸을 때 보살핌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엔 김시우가 보살핌을 받았다.
“제가 특별히 간병해 드릴게요.”
“일 가야 한다면서요. 저는 괜찮으니까….”
“가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직원들도 이해해 줄 거예요.”
“네….”
확고한 아리무라 노아의 눈빛에 김시우는 얌전히 그녀가 건네주는 죽을 받아먹었다.
“그나저나 결혼식은 2번 할 건가요?”
“글쎄요…벌써 결혼까지 얘기하기엔…너무 이르지 않나요?”
“에이. 서른 살이면 이제 결혼할 나이인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테니까.”
“그래도 연애는 좀 한 다음….”
“저희 동거한 날짜만 보면 웬만한 연인들보다 많을걸요?”
“그건…그렇네요. 동거가 그런 동거는 아니지만.”
“저 청소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예쁘고, 요리는…시우 씨가 잘하니까…딱 맞지 않아요?”
“그렇네.”
이후 김시우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아리무라 노아의 가족들과 자주 만났고, 아리무라 노아도 김시우의 부모님을 자주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식 당일 김시우는 아리무라 노아와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자신이 만약 일본 여행을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아리무라 노아.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본 김시우는 글을 쓰기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김시우였다.
***
에필로그. 심지영&김다온.
심지영에게 고백을 하려고 마음먹은 날 웬일로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온 김시우는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시우야. 집에 좀 와라.
“네?”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 오늘 집에 들렀다 가.
“일단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
김시우는 심지영에게 가는 것 대신 일단 집으로 향했고, 집에 도착하자 부모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있었다.
“너에게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 불렀다.”
“무슨 얘기인데요. 빚보증이라도 쓰셨어요?”
“뭐? 그건 아니고…크흠…네 동생이다. 인사해라.”
“네?”
아버지의 말에 작은 방에서 익숙한 아이가 쭈뼛거리며 걸어왔다.
“다온이?”
“그래. 다온이 우리가 입양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잘 챙겨주거라. 오빠로서.”
“10년 동안 여동생 필요하다고 말할 땐 들어주지도 않더니만….”
김시우는 말로는 투털거렸지만, 손으로는 김다온을 쓰다듬었다.
“관련 작업은 다 끝냈나요?”
“그래. 이미 다 끝냈단다.”
“다행이네요. 그렇지 다온아?”
“오빠는 괜찮아? 내가 동생이 되어도?”
“무슨 소리야. 이 오빠는 원래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보다 걔도 알아요?”
“걔?”
“김승오요.”
“승오한테도 연락하니까 내일 바로 내려온다고 하더라.”
“잘됐네. 앞으로 부모님한테 혼나면 오빠집으로 도망 와. 오빠가 숨겨줄게.”
퍼억.
“동생한테 잘하는 말이다!”
김다온에게 농담을 했다가 아버지한테 맞은 김시우였다.
그렇게 낮에 김다온이 진짜 여동생이 되었다는 소식을 저녁에 만난 심지영에게 전하자 심지영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왜요?”
“아니, 나중에 내가 입양할까 생각했었는데….”
“네?”
“아니, 내가 난자를 얼려놓긴 했지만 나이가 나이잖니.”
“아….”
김시우가 멋쩍어하자 심지영은 김시우에게 왜 보자고 했는지 물었다.
“그래서 오늘 왜 보자고 한 거야?”
심지영은 사실 김시우와 같이 부모님 집에 다녀온 이후 김시우를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사실 자신이 예쁘긴 하지만 나이가 많았고, 예쁘고 어린 여자들이 김시우에게 줄을 선 상태였으니까.
“누나만 괜찮으면 만나볼래요?”
“뭐?”
“아니…아이야 생길 수도 있고. 없으면 다온이처럼 착하고 예쁜 아이 데려와도 되구요. 아니면 둘이서만 살아도 되고….”
“….”
김시우가 부끄러워하며 이야기를 꺼냈지만, 심지영의 입에선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심지영이 대답하지 않자 김시우는 작전을 바꾸었다.
“누나. 저 싫어요?”
“아니….”
“그런데 왜 고백 안 받아줘요? 심지어 누나가 먼저 고백했잖아요. 그리고 부모님한테까지 데려가서 강제로 상견례도 시켰으면서. 그러니까 그냥 책임지세요.”
웃으며 말하는 김시우를 본 심지영의 동공에 지진이 왔다.
자신이 과연 김시우의 고백을 받아주어도 될지….
그가 자신을 만나는 게 행복한 일인지….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똬리를 틀었다.
그 모습을 본 김시우는 마저 말을 이었다.
“그런 모습 누나한테 어울리지 않아요. 누나는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구요.”
짜악.
김시우의 말에 심지영이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
“고마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랑이 쉽지가 않네.”
“그래서 받아주는 거예요?”
“너만 좋다면.”
심지영의 대답에 김시우는 그녀를 강하게 껴안았다.
“그럼 이번 주에는 우리 집에 가시죠?”
“어?”
김시우의 말에 심지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다…내 업보지….”
이후 심지영과 김시우가 만난 지 2달.
결혼보다 심하게 과속을 한 두 사람이었다.
평범하게 밥을 먹던 도중 입덧을 하는 심지영은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고,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결국 혼인신고만 먼저 한 뒤 결혼식은 아이를 낳은 뒤 하기로 결정했고, 임신을 했다는 소식에 양가 부모님이 모여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렇게 2년 뒤.
심지영은 또 다시 임신을 하며 결혼식이 또 다시 뒤로 밀렸다.
“아니…이게 무슨….”
심지영의 걱정과 달리 잘만 되던 임신 때문에 육아에 빠지게 된 김시우였다.
에필로그. 심지영&김다온.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