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에필로그 (4)
안녕하세요, 에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류보라.
다들 한글 이름일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지킬 보保에, 아리따울 나(라)娜를 쓰고 있어요.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셨습니다.
어떤 의미로 이런 이름을 지어 주셨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름다움을 지키라는 걸까요?
어렸을 땐 제 이름의 뜻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저는 지켜야 한다면,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안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름다움이라는 건 찰나이고, 본질은 영원한 거니까요.
하지만.
[나 오늘 제대로 씻지도 않았는데. 이제 씻을 거야.] [괜찮아요. 똑같이 예쁘니까.]이제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우리 보라, 입바른 말도 잘하네.] […백영 언니는 본인이 예쁜 걸 믿질 않네요.] [하하. 제일 예쁜 애가 그런 말을 하니까 설득력이 없는 거지.] [됐거든요.] [에고, 우리 보라 미모 조금이라도 따라가려면 열심히 씻어야지. 나 씻고 올게.]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라니까요.]아름다움이라는 건, 꼭 외적인 것만 뜻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야, 뭐야. 나 왜 찍어. 나 오늘 꼬질이임.] [항상 꼬질꼬질하잖아.] [님 도르신?]저는 요즘 멤버들의 일상을 찍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에요.
많은 분들이, 왜 제게 연기를 더 이상 하지 않냐고 질문해 주세요.
연기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스틸블루의 류보라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어요.
[지금 뭘 하고 계신가요?]저는 지금 청 언니를 찍고 있습니다.
스틸블루의 자존심 같은 사람이죠.
에버블루도, 스틸블루도 이 사람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사람의 멤버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응, 지금은… 프렌치토스트를 굽고 있습니다. 주홍이가 시나몬 가루를 뿌린 프렌치토스트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열심히 굽고 있어요.] [냄새가 좋네요.] [보라가 만들었으면 벌써 탄내가 진동했을 텐데. 그쵸.] […언니.] [농담, 농담.]아역 생활을 거치고 나서 제가 느낀 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사랑도, 호의적인 시선도.
아주 찰나였어요.
행복하고 사랑스럽기만 한 아역 연기를 그만두면, 세상도 저를 향한 사랑을 거둘 거란 걸 깨닫게 된 순간.
저는 도저히 연기를 더 할 수 없었습니다.
[보라, 내 업적 다큐 찍는 건 잘되어 가고 있어?] […안 찍는다니까요, 그런 거.] [섭섭해. 우리 사이의 약속은 어디 갔어.]하지만 영상은 또 달랐어요.
사람은 사라지지만, 영상은 영원해 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연기를 그만두자마자 영상을 닥치는 대로 보았습니다.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어떤 것이든요.
아.
다들 제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많죠.
저희 가족들은 제 이름을 내건 사업들을 모두 접었습니다.
듣기로는, 작년에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사실 연락은 많이 왔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온 매니저 언니가 제 가족들을 만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연락 온 적이 없어요.
다들 저를 잊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멤버들은 제가 가족 없이 살아가야 하는 게 많이 걱정되나 봐요.
하지만 저는 별로 슬프지 않습니다.
식상한 말이긴 하지만.
제겐 다른 가족이 생겼는걸요.
멤버들도, 에블들도 제 가족이 되어 주고 계시니까.
속상하거나 아쉽진 않습니다.
외롭지도 않아요.
멤버들이 좀 피곤할 정도로 옆에 있어 주려 하거든요.
가끔은 혼자 있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멤버들이 섭섭해할까 봐 그런 말은 못 하고 있지만요.
언젠간 할 수 있겠죠?
[나중에 꼭 위대한 윤청의 업적을 찍어 줘. 아니면 위대한 스틸블루의 발자취, 이런 건 어때?] [왜 자꾸 위대하다 하는데요.] [그럼 위대하지. 우리가 초라해?! 우리가 부끄러워?!] [넌 조용히 해, 김금.]아까부터 김금이 자꾸 끼어드네요.
김금은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성인이 되면 좀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김금의 입에 프렌치토스트를 물려 줍니다.
조용해졌으니, 다시 이야기를 해 볼까요.
[그래도 언젠간 보라가 보라의 이야기를 찍어 봤으면 좋겠어.] [아이돌을 하고 있는데도요?] [사람이 꼭 직업을 하나만 가지라는 법은 없으니까. 감독 류보라도 류보라야.] [….]청 언니는 제게 꾸준히 영상 촬영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스틸블루의 영상 몇 개를 직접 찍을 수 있게 되었어요.
기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청 언니가 모르는 게 있어요.
[쭈홍 힘차게 등장!] [주홍이 너 프렌치토스트 냄새 때문에 깼지.] [시나몬, 설탕, 버터 냄새에 안 깰 수 있는 사람 있어요?!] [장하다…. 우리 개코.]저는 단순히 영상을 찍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스틸블루를 찍는 게 좋은 거예요.
저만이 볼 수 있는 멤버들의 순간순간들.
멤버들이 반짝, 하고 빛나는 순간.
멤버들에게 숨겨진 각각의 아름다움들이 발현되는 순간을 찍는 게 좋습니다.
제가 스틸블루라 가질 수 있는 특권 같거든요.
이 사람들을 영상으로 남겨서, 영원히 지키는 것.
이게 제가 아름다움을 지키는 방식이 되어 버렸어요.
[핫케이크도 만들어 주면 안 돼요?!] [오늘 음악 방송 녹화 날이잖아. 몸 가벼워야지. 너무 많이 먹다가 배탈 날라.] [힝.] [다녀와서 야식으로 만들어 줄게.] [아싸.]주홍이가 활짝 웃습니다.
얼른 찍어야 해요.
저는 멤버들이 웃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주홍이가 웃는 건.
정말 다르거든요.
[헉, 언니. 저 찍으면 안 돼요! 방금 깼단 말이에요!]반짝반짝.
주홍이는… 귀엽고 신기한 사람입니다.
멤버들 모두 주홍이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제일 두려워해요.
특히나 청 언니는 주홍이가 슬픈 표정을 지으면 거의 세상이 멸망하는 줄 아는 것 같습니다.
해 달라는 건 다 해 주면서 키우고 있어요.
애 버릇 나빠지진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먹어 봐.] [허어어어어어억. 맛의 점수 100점 만점에 1억 점.]…애가 귀여우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백영 언니 나왔다.] [다음 씻을 사람?] [저 씻겠음.]백영 언니가 다 씻고 나왔네요.
백영 언니는 좋은 사람입니다.
멤버들 모두 좋은 사람이지만… 백영 언니는 보기 드물게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래서 언니가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오, 프렌치토스트?] [언니 먹으라고 저기 밥도 해 놨어요. 먹어요.] [잠깐. 요리 누가 했어?] […청 언니가 했어요.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우세요?] [하핫. 보라야, 네 요리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그… 우리는 다른… 식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오늘은 저희의 첫 정규 앨범, [My Blue Letter For You>의 타이틀곡이 음악 방송에 공개되는 날입니다.
금이가 작곡한 [Blue Sparkle>을 짧게 보여 드린 후.
저희의 타이틀곡이 나올 거예요.
이번 앨범의 컨셉은, ‘스틸블루가 에버블루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저희는 모두 노래 가사를 통해 에버블루에게 편지를 썼어요.
하지만 타이틀곡은, 제가 멤버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스틸블루를 구원한 건 에버블루이지만.
류보라라는 사람을 처음 구원한 건, 멤버들이기 때문이었어요.
조금만 양해해 주세요.
[보라야, 안 먹어?] [먹을게요. 한 조각만 주세요.] [두 조각 먹어. 너는 너무 말랐어.]청 언니가 토스트를 주네요.
보기만 해도 달콤함이 뚝뚝, 떨어지는데.
거기에 주홍이가 시럽까지 붓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단 사람들이었을 거예요.
[밥 먹을 땐 카메라 내려놓고 먹는 거라고 그랬어요!] [누가.] [청청이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놔야 할 것 같네요.
청 언니의 말은 우리의 법이니까.
대신.
제가 찍은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어 주세요, 에블.
P.S.
아 참.
타이틀곡의 제목은 다들 아시죠?
제 마음을 담아 보내 드립니다.
보라 올림.
펖프는 오랜만에 왕천 쌀 축제에 류보라의 직캠을 찍으러 왔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은 선선하다.
어제 스틸블루도 3주 연속 1위를 지켜 내, 모든 팬들의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였다.
이제 여름 하면 스틸블루, 스틸블루 하면 여름이 생각날 정도였다.
‘헉.’
보라다.
펖프는 바로 카메라를 들어 류보라를 뷰파인더에 담았다.
7월.
여름과 어울리는 연두색 뷔스티에와 하이웨스트 하프 크림 진.
목에는 에메랄드 초커가 귀엽게 얹혀 있었다.
귀밑까지 오는 붉은색, 뱅 헤어 단발머리.
다들 어디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며 좋아한 머리였다.
새하얀 피부 위로 햇살이 드리운 순간.
류보라가 펖프의 카메라를 발견했다.
눈이 부신 듯, 살짝 찡그린 눈매로 웃어 주었다.
‘이제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
류보라는 행사나 팬 사인회에 오는 모든 팬들을 기억해 주기로 유명했다.
자기 팬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팬들도 다 기억해서, 멤버들에게 위치를 알려 줄 때도 종종 있을 정도였다.
‘천성이 다정한 사람이라 그런가 봐.’
펖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번 노래도 보라가 작사한 거였지.
다정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가사였다.
‘아, 시작한다.’
전주가 흘러나오고.
류보라의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초록색 네잎클로버 사이
너는 나의 푸른색 세잎클로버야
수많은 행운 속에서도
나는 망설임 없이
너를 선택할 거야
멤버들을 위해 썼다는 가사.
팬들도 그 다정함에 노곤노곤해지곤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펖프의 마음을 행복하게 달래 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류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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