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에필로그 (3)
“그러니까 전 편지 같은 거 잘 안 쓴다니까요.”
“에블한테 쓰는 건 예외로 해야지.”
“…흥.”
원래 전 정말로 편지 같은 거 잘 안 써요.
어렸을 때 류보라 생일에도 안 썼다가 된통 혼났지만, 지금도 안 쓰고 있어요.
물론 그 덕분에 전 매해 혼나고 있습니다.
“ 갑자기 왜 사춘기가 왔지?”
“이제 20살인데, 사춘기라뇨.”
“늦춘기인가….”
왜 그렇게 편지 쓰는 걸 싫어하냐구요?
낯간지러우니까?
가사로 말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려서….
줄글은 어려워요.
하지만 리더가 당부한 거기도 하고.
무엇보다 받는 사람이 에블이니까, 큰마음 먹고 써 볼게요.
…어떻게 시작해야 하죠?
안녕, 에블아.
나는 김금이라고 해.
잘 지냈니?
난 엄청 잘 지내고 있어.
“….”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야, 류보라.”
모를 땐 친구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좋죠.
옆방에서 쉬고 있는 류보라를 찔러 봅니다.
또 혼자 영화 보고 있네요.
오늘은 그래도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요즘 류보라는 시간 여행과 회귀, 루프물 장르에 푹 빠져 있어요.
그걸 볼 때마다 청청이 기겁을 하더라고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가.”
“용건은 아직 말하지도 않았거든?”
오늘도 류보라는 까칠합니다.
하지만 익숙해서 괜찮아요.
말은 저렇게 해도 제가 찾아오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 편지 어떻게 쓰지?”
“편지도 혼자 못 써?”
“응. 못 씀. 도와줘 봐.”
“넌 대체 뭐 하는 애니?”
류보라가 저를 째려보네요.
하지만 일단 제 편지지를 받아 주긴 했습니다.
1차 성공.
“…넌 진짜 편지 안 써 본 티가 난다. 이게 뭐야.”
“넌 뭐 잘 썼냐?! 니는 뭐라 썼는데. 봐 봐.”
“난 진작 다 써서 냈어.”
할 말이 없네요.
너 잘났다, 그래.
“잘 못 쓰겠으면, 네가 잘하는 방식으로 전해 봐.”
“어?”
“너… 노래는 잘 쓰니까. 그걸 이용해 전하면 되잖아. 마침 우리 곧 타이틀곡 데모 후보도 올려야 하니까. 후보곡 가사에 네 마음을 담아 보든가.”
류보라는 가끔씩 천재 같습니다.
자기도 그걸 알아서 재수가 없을 뿐이지.
그나저나 뭔가 기분 좋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나 노래 잘 써?”
“이제 진짜 나가라.”
솔직하지 못하긴.
쫓아내니까 뭐, 나가 볼까요.
아무튼 이제 좀 감이 잡혔어요.
가사라.
제가 편지는 잘 못 써도 가사는 잘 쓸 자신이….
아니, 열심히 쓸 자신이 있어요.
에블 앞이니까 겸손하게 굴게요.
“언니.”
앗.
주홍이입니다.
“편지 다 썼어용?!”
“난 이미 올클이지.”
“…안 돼! 금김보다 늦게 쓰면 안 되는데…!”
“너 진짜 혼난다.”
주홍이 머리에 꿀밤을 한 번 먹여 주고.
“나 작업실 갔다 옴.”
“금또작(금김 또 작업실)….”
작업실로 출근해 보겠습니다.
“금아, 다 썼어?”
청청이 저를 부르네요.
우리 청청.
오늘도 완전 엄마 같습니다.
청 엄마라고 부르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당연히 다 썼음메.”
“…진짜?”
청청이 절 의심하네요.
이거 마음의 상처가.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스블 소집 필요.”
“…들려줘?”
청청의 눈썹이 꿈틀거립니다.
아이고 무서워라.
“제 이름은 금김. 아이돌이죠. 아이돌은 노래로 말한다. 전 이번 타이틀곡으로 얘기하겠습니다. 뽀오너스로 컨셉도 제가 짜 옴.”
“….”
“캬. 이 시대의 참된 멤버 1위 김금. 알아서 뚝딱뚝딱 잘해 오는 멤버 1위 금김. 이런 멤버 또 없다 1위 김금. 리더의 최애캐 금김.”
“그음기임.”
“들어 보면 화 식을 거임. 일단 들어 보셈.”
청청이 화내기 전에, 황급히 멤버들을 소집합니다.
다들 거실에 모였네요.
“사실 타이틀곡은 아니고. 커플링곡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앨범이 첫 정규 앨범인데. 타이틀로 하기엔 조금 어두운 노래라서요.”
“어두운 노래?”
멤버들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네요.
하긴 제가 앨범에 들어갈 노래는, 대놓고 어둡게 만들지 않거든요.
제 개인적인 취향을 그룹에 반영하면 안 되니까요.
“어둠의 다크한 노래라고 할 수 있죠. 이제 우리 스틸블루도 다크한 노래를 한 번쯤 할 때가 됐다. 무려 3년 차니까.”
“….”
이제 안심한 것 같으니까 들려줘 볼까요.
사실 전 어두운 노래를 좋아하거든요.
사심 듬뿍 담아 만든 노래입니다.
“제목은.”
여기서 한번 뜸 들여 줘야죠?
“[Blue Sparkle>입니다.”
김 대리는 오랜만에 빔 프로젝터의 전원을 켰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김금이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볼 땐 가장 큰 화면으로 봐 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뮤직비디오를 틀기 직전.
김 대리는 멤버들이 자필로 쓴 가사지를 읽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의 제목은 [My Blue Letter For You>.
스틸블루가 에버블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컨셉이었다.
멤버들 모두가 작사에 참여했기 때문에.
스틸블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팬들에겐 ‘무덤에도 같이 묻혀야 하는 앨범’이라 불렸다.
더군다나 앨범에는 각 멤버들의 편지가 실려 있었다.
이거야말로 덕후 저격하는 컨셉 아닌가?
김 대리는 한껏 부푼 마음으로 김금의 편지를 확인했다.
이 노래는, 제가 에버블루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먼, 아주아주 먼 훗날.
어쩌면 에버블루가 우리를 잊는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에버블루가 가끔씩 꺼내 들어주며, ‘아, 그때 우리 참 행복했었는데.’ 하고 추억할 수 있는 노래를 쓰고 싶었어요.
사실 저희가 1월 1일마다 항상 바다에 가는데요.
올해에는 스파클라라고, 작은 불꽃놀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어요.
다들 해 보는 ‘LOVE’를 써 봤는데, 저희는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EVER’을 해 봤더니, 그건 또 이상하게 잘되더라고요?
더 어려운 알파벳들만 있는데 말이에요.
아마도 저희의 진심이 통한 거겠죠?
그날 쓴 글씨를, 사진으로 찍어 편지에 실어 보냅니다.
저희는 화려한 불꽃 축제 속 마무리 불꽃이 되기 보단.
에블의 손안에서 영원히 빛나는 작은 불꽃으로 남고 싶어요.
많은 애정과 사랑을 담아 보냅니다.
P.S.
가사는 제가 처음 가사를 쓴 날의 종이를 그대로 넣은 거라서.
글씨가 좀 엉망일지도 몰라요.
김금 보냄.
타이틀곡도 아니고.
커플링곡이었지만.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읽은 순간.
[Blue Sparkle>은 김 대리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그간 김금이 거의 도전해 본 적 없다던 R&B 팝.
삐뚤빼뚤한, 김금다운 손 글씨로 쓰인 편지와 가사.
김 대리는 뮤직비디오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갓 20살이 된 김금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멤버들이 캠코더로 직접 찍은, 1월 1일의 동터 오는 새벽.
[우와, 추워.]김금이 입김을 후, 불었다.
[불꽃놀이 사 왔슴다. 다들 하나씩 받기.]캠코더를 든 류보라를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한 명씩 스파클라를 들었다.
[…라이터 어떻게 써용?]연주홍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못 한다.
결국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탁해, 간신히 라이터 사용법을 배우고.
[이거 불이 잘 안 붙는데.] [잘못 사 온 거 아니에요?!] [아 거, 잘 사 왔거든?] [불붙었다, 붙었다!]불이 붙자마자, 멤버들이 황급히 일렬로 선다.
윤청의 신호에 맞춰.
[안녕하세요, 에블!] [Forever Blue, 스틸블루입니다!]멤버들이 구호를 외친다.
그와 함께,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나는 파란 Spark
너의 검은 밤을
메우기 위해 태어났어
멤버들은 ‘LOVE’를 쓰기 위해 애썼지만, 잘되지 않아 헤매는 듯했다.
그때 류보라가 뭔가를 김금의 귓가에 속삭이고.
김금이 알겠다는 듯,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너는 말했지
너라는 불꽃을 영원히 사랑해
나는 말했지
널 위해 전부 터트려 빛낼게
서백영이 E.
윤청이 V.
김금이 E.
연주홍이 R.
네 사람이 열심히 손을 흔들자.
‘EVER’라는 글씨가 어렴풋이 완성되었다.
Spark Up
A shower of sparks spark up
Fly Up
Tell me fireworks will last forever
We are sparkling forever
and ever
그렇게 한 세트의 스파클라를 다 쓰자.
김금이 류보라의 캠코더를 빼앗곤, 류보라의 손에 스파클라 장난감을 쥐여 준다.
불꽃이 다 터지고 나면
빛은 어디로 갈까
그런 의문이 불씨처럼
타오른 적도 있었어
거절하며 손을 내젓는 류보라였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스파클라를 받아 들어 불을 붙였다.
밤은 검은 채로
너는 외로운 채로
남을 텐데
머뭇거리던 것도 잠시. 불꽃이 붙자, 류보라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캠코더가 김금의 웃음 때문에 흔들렸다.
내 목소리가 한차례의
불꽃 축제처럼 터지고 나면
남은 불씨를 가져가
너의 작은 불꽃으로 남을게
연주홍은 오랜만의 불꽃놀이가 신났는지, 새 스파클라를 든 채 모래사장을 뛰어다녔고.
Spark Up
A shower of sparks spark up
Fly Up
Tell me fireworks will last forever
We are sparkling forever
and ever
서백영은 불꽃을 바닷물 가까이에 대었다.
그러자, 수면 위로 빛이 일렁였다.
윤청이 그 옆으로 다가가 물끄러미 빛을 바라보자.
멤버들이 둥글게 모여 다 같이 타오르는 불꽃과, 그 아래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파란 Spark
너의 검은 밤을
메우기 위해 태어났어
어스름한 아침,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어려웠지만.
그 빛 하나에 조금씩 구별이 되었다.
자박자박한 물가, 발이 젖어들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그 빛만을 바라보았다.
김금도 모래사장에 캠코더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캠코더 화면의 반은 모래로 차고.
모든 축제가 끝나더라도
나를 가져가
네 마음에 꽃불을 피워 줘
반은 어슴푸레한 하늘과 다섯 명의 멤버들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