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64
165. 격의 상승
드드드드드.
바닥에 잔뜩 뒤덮인 핏방울이 진동했다.
여전히 누워 있던 수혁의 얼굴과 팔다리로 핏방울이 튀어 올라 진득하게 적셨다.
“넌 이미 충분해.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야.”
“무슨 말이지?”
귀에서 속삭이는 노스페라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태 창을 봐.”
그의 말에 수혁이 오랜만에 상태 창을 불러 냈다.
[Lv.99 등급(슈퍼 슈페리얼)– 신체 : ????? + ????
– 마력 : ????? + ????
– 종합전투력 : ????? + ?????
– 경험치 : -/-]
더 이상 숫자가 표현되지 않는다.
또한 레벨도 오르지 않았다.
더는 볼 필요가 없던 상태 창을 불러왔지만 이걸로 뭘 하라는 건지.
“더 자세히 집중해서 봐. 껍데기가 아닌 그 너머를….”
다시 집중해서 들여다보았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다는 건지.
“음?”
상태 창은 눈앞의 공간을 뛰어넘어 나타난다.
뚫어지게 쳐다보니 희미한 글씨들이 작게 겹쳐있었다.
“저게 뭐지…?”
억지로 힘을 쥐어 짜내 손을 들었다.
힘겹게 올라간 손이 상태 창의 끝부분을 통과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마치 종이처럼 붙잡을 수 있었다.
“?!”
천천히 상태 창을 돌려보았다.
놀랍게도 상태 창의 뒤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적혀 있었다.
왜 이걸 보지 못했지?
[기척 지우기, 약간 질긴 피부(매우 질긴 피부), 위장 및 동화 능력, 분노 시 힘이 미약하게 더 증가, 작은 아공간 소환(유지), 미약한 고통 내성, 조악한 무기술, 미약한 마력 운용, 성페로몬. 미약한 독 내성, 절대적 친화력(모든 몬스터는 선제공격하지 않습니다), 예민한 후각, 단단한 손톱, 상처 재생력, 언어 습득력, 미약한 검술, 쓸만한 박투술, 마력 운용, 고통 내성, 강화된 상처 재생력, 강화된 마법 저항력, 향상된 공간 지각 능력, 정확한 활 솜씨, 정교한 방패술, 정령 친화력, 활성화된 두뇌 회전 능력, 강인한 근성, 강대한 독 내성. 예민한 촉각, 무중력 상태, 단단한 피부, 카멜레온(유지)……….]그동안 적을 죽이고 얻었던 특성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질긴 피부, 고통 내성… 그래. 이런 것들이 있었지.”
어떤 몬스터를 잡고, 어떻게 피를 빨며 특성을 얻었는지 하나둘 자세히 기억이 났다.
수혁이 특성을 살펴보고 기억을 떠올릴수록 상태 창에 적혀있던 특성이 사라져갔다.
동시에 바닥에 깔린 핏물이 조금씩 수혁의 몸으로 흡수되어 갔다.
“독 내성, 단단한 손톱, 상처 재생력….”
중얼거리는 수혁은 무아지경에 빠진 것처럼 계속해서 자신의 특성을 읊어 댔다.
그럴수록 핏물은 더욱 빠르게 수혁의 몸에 스며들었다.
하나의 블랙홀처럼 마구 핏물을 빨아들이는 수혁의 눈이 피처럼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콰콰-
이제는 파도가 치듯 핏물이 몰려들어 수혁의 몸을 덮쳤다.
철썩거리는 핏물은 창백한 수혁의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부족한 혈액을 뛰게 만들어 줬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멈춰 있던 영혼의 심장박동이 다시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상태 창에 적혀 있던 모든 특성이 사라지고 바닥에 피 한 방울 남지 않게 되자 이번엔 상태 창의 앞면에 적혀 있던 레벨과 등급, 물음표 등이 전부 물처럼 녹아 내렸다.
동시에 수혁은 격렬한 힘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드드드드드드드드.
수혁의 몸이 진동하고 혈액이 빠르게 가속하며 온몸을 휘젓는다.
필멸자였던 그의 영혼이 단단해지며 하나가 되지 못했던 마신의 파편이 가진 힘을 영혼에 부여한다.
높디높았던 마신의 신격이 수혁의 영혼을 신선한 피처럼 붉게 물들였다.
“으으으으…….”
수혁은 이를 다물고 몸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혈기를 견뎌 냈다.
온몸이 용암보다 뜨겁다.
아득한 신의 힘은 끊임없이 그의 영혼을 격에 걸맞게 씹고 뜯고 개조한다.
다행히 그간 단련된 그의 강인한 정신력은 영혼의 격이 상승하는 데 느끼는 고통을 전부 감당했다.
혈류의 격랑 속에 피로 담금질된 수혁의 영혼이 마침내 마신의 기운을 전부 빨아들였다.
모든 일이 끝나고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번뜩.
눈을 뜨자 눈동자 대신 핏물이 일렁이는 수혁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Lv. 100]상태 창에 보이는 만렙을 본 수혁의 입매가 올라갔다.
“이제는 의미 없잖아.”
손을 휘젓자 상태 창이 연기처럼 변해 휘리릭 사라졌다.
어째서 자신의 상태 창이 남과 달랐는지, 왜 많은 경험치를 요구했는지 전부 이해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결코 신의 힘을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노스페라투 자식… 아니지, 마신의 파편이 한 짓인가?”
노스페라투인 것처럼 보였던 존재는 그가 아니었다.
아득히 격을 뛰어넘었던 과거 마신의 조각.
그리고 이름조차 모르는 마신은 그에게 자신의 힘을 넘겨주었다.
끝없는 투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어찌 보면 그것은 저주와도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수혁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난 앞으로 나아갈 뿐이야.”
살짝 무릎을 굽힌 수혁이 가볍게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았다.
그가 손을 휘젓자 공간이 갈라졌다.
자신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정확히 아는 그의 신형이 갈라진 공간 너머로 사라졌다.
* * *
니쉬코트는 멍하니 서 있는 수혁을 바라보았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의 빈자리를 보자 군침이 돌았다.
“드디어-!”
조금씩 몸이 갈라지고 하얀 신성력이 빠져나갔다.
이 공간 내에서 육체는 하나의 감옥이기도 했지만 온전한 힘을 보관해 주는 갑옷이기도 했다.
어서 자신의 혼을 저 거대한 그릇에 옮겨 담아야 한다.
니쉬코트가 망설임 없이 곧장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수혁의 가슴에 가까워질 무렵, 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의 감각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신호.
좀 더 빠르게 손을 뻗어 수혁의 가슴에 손을 쑤셔 넣으려 했지만, 투명한 막에 가로막힌 것처럼 더 이상 진전할 수가 없었다.
“아니?”
신성력을 끌어모아 억지로 힘을 준 손끝이 용접봉처럼 빛을 내뿜으며 투명한 막을 뚫으려 애썼다.
분명 빈 그릇인데 무언가 방해를 하고 있다.
수혁의 등에 매달려 있던 붉은 망토가 빠르게 낡고 헤지더니 이내 불에 탄 것처럼 재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비어 있던 그릇이 빠르게 차올랐다.
니쉬코트는 저 빈 그릇을 마신의 파편이 차지했다고 생각했다.
저 탐욕스러운 마신의 파편이 어부지리로 그가 가져야 할 육신을 낚아채 갔다.
머리끝까지 화가 차오른 니쉬코트가 얼굴이 일그러지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건 내 것이야아아-!”
더욱 신성력을 끌어올린 니쉬코트가 투명한 막에 두 손을 찔렀다.
거센 그의 기운에 투명한 막에 틈이 생기고 양손을 쑤셔 넣은 그가 억지로 틈을 벌렸다.
“으아아아!!! 그건 내 것이야아아아!!! 절대로 양보 못 해에-!!!”
욕망과 분노가 뒤섞인 그의 눈동자에 울분이 차올랐다.
간신히 막을 찢은 그가 단숨에 수혁의 목을 졸랐다.
“꺼져-! 꺼지라고오-!!!”
“내 몸인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
“!”
돌아온 수혁은 탐욕에 일그러진 못된 신의 얼굴을 마주했다.
키프로스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미안하지만 너무 못 봐 줄 얼굴이었다.
“너나 꺼져.”
검붉은 혈마기(血魔氣)가 감싼 수혁은 니쉬코트의 손 쉽게 손을 쳐냈다.
수혁의 눈 속에는 눈동자 대신 핏물이 일렁거렸다.
“너… 너는?! 네가 어떻게!”
마신의 파편인 줄 알았던 니쉬코트는 수혁이 다시 되돌아오자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그의 격이 필멸자를 뛰어넘었다는 점에 더욱 기겁했다.
퍽!
송곳 같은 수혁의 주먹이 니쉬코트의 가슴을 강타했다.
뒤로 쭉 밀려난 니쉬코트의 하얀 신성력이 순간적으로 깨지며 속살이 드러났다.
가슴팍에는 시커멓게 변한 주먹 자국이 생겨있었다.
더불어 주먹 자국 주변으로 자그마한 실금이 생겨났다.
니쉬코트와 수혁은 서로의 수준이 비등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육체의 부담으로 인해 격의 붕괴가 이루어지는 니쉬코트는 조급함을 최대한 감추었다.
태연한 얼굴의 니쉬코트가 입을 열었다.
“격이 올라갔구나. 싸울 맛이 나겠지만 그렇다고 네가 날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네 말이 맞아. 이대로라면 승부를 내기 어렵겠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린 수혁이 오른손을 위로 쭉 뻗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니쉬코트와 달리 밖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비비안과 노르돌은 그의 신호를 확인했다.
“지금이에요!”
“알았어!”
비비안의 말에 노르돌이 손에 든 망치를 곧바로 땅에 내려쳤다.
그러자 푸르도록 맑았던 하늘의 해가 떨어지고 밤이 찾아왔다.
빛나는 별조차 없는 밤은 모든 시야를 흑빛으로 물들였다.
탑의 1층의 지형지물을 원할 때 바꿀 수 있도록 비비안은 노르돌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놓은 상태였다.
이것은 수혁이 마력 감옥에 들어가기 전 미리 준비해 놓은 그의 전략이었다.
“잘 작동했어요!”
“이제 지켜보자고.”
비비안과 노르돌은 이제 모든 할 일을 마쳤다.
세상이 어둠에 잠겼다.
오직 빛나는 것은 신성력을 내뿜는 니쉬코트뿐.
숨을 들이쉬고 내쉬던 그의 시야에서 수혁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다고 네가 이 공간에서 벗어날 것 같아?”
어차피 한정된 공간이었다.
니쉬코트가 모든 힘을 쏟는다면 이 어둠을 몰아내고 수혁의 신형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수혁의 힘을 판단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계산을 마친 니쉬코트가 신성력을 끌어 올리자 몸에서 뿜어지는 발광의 세기가 커졌다.
탑의 1층을 모두 밝힐 만큼 눈부신 빛에 비비안과 노르돌이 눈을 찌푸렸다.
“하하하하하! 고작 이따위 어둠으로 날 이겨내려 하는 거냐?”
“물론이지.”
수혁의 대답과 함께 니쉬코트의 빛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세상을 밝힐 위대한 화롯불에서 자그마한 촛불처럼 미약해진 니쉬코트의 빛이 간신히 형체를 유지했다.
자칫하다 어둠에 먹혀버릴 뻔한 니쉬코트가 처음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어둠이 찾아왔을 때 수혁의 기운이 더욱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마신의 파편과 흡혈귀였던 노스페라투가 합쳐지며 생긴 암흑의 권능이자 어둠의 요람이었다.
조금의 틈만 보이면 무자비한 어둠의 영역이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 분명했다.
저벅. 저벅.
어둠 속에서 수혁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느껴진다.
니쉬코트가 억지로 힘을 짜내 전방에 빛을 날렸다.
“물러나라!”
주먹만 한 크기의 빛이 어둠을 파헤치며 나아가지 못하고 금방 사그라들었다.
“제길.”
니쉬코트의 표정이 절망에 물들었다.
어둠이 찾아온 순간부터 그의 승산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넘실거리는 어둠이 조금씩 자신을 잠식하기 위해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이 살아 있는 어둠은 음식을 앞에 둔 것처럼 니쉬코트를 앞에 두고 그를 관찰했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향을 살피고,
빛의 색을 관찰하며,
할짝, 어둠의 혓바닥이 니쉬코트의 몸을 발끝부터 머리까지 맛보았다.
도망도 칠 수 없고 접시 위에 놓인 하나의 음식이 되어 버린 니쉬코트가 절망감에 물들었다.
오랜 세월 기다려 온 결과가 이렇게 끝날 줄은 그는 상상하지 못했다.
“운명의 실은… 날 위한 것이 아니었구나.”
“내가 얘기했잖아. 실이 끊어지는 쪽은 너라고.”
형체가 완전히 어둠에 동화가 된 수혁이 니쉬코트의 앞에 나타났다.
피처럼 붉은 눈매만 드러난 그가 미약한 빛을 내뿜는 니쉬코트를 바라보았다.
“먹어 치워.”
수혁의 말에 입처럼 벌어진 어둠이 그대로 니쉬코트를 삼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