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224
외전 5화
after Game (2)
“나는 실패한 감독이었어.”
늘 최고의 성공만을 거두는 김태성 감독에게 어울리지 않은 말이 흘러나왔다.
“운이 좋지 않았지. 원치 않은 타이밍에 강제로 감독이 되고 이후 하위권 팀을 전전하며 강등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불운한 세월을 보냈어.”
“…….”
“그러다 무슨 일인지 자고 일어나니 과거로 돌아온 거야. 그것도 10년 전으로.”
“그럼 감독님은 회귀의 이점을 살려서 지금의 위치까지 오신 건가요?”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서 이 위치까지 올라왔지.”
단순히 회귀해서 그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말을 황진호는 믿지 않았다.
그 자신도 ‘미리 보는 뉴스’와 시스템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의 노력과 실력이 없다면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감독님은 분명 실력 있는 감독님이 맞아.’
황진호는 그를 인정했다.
아니, 인정 안 할 수 없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쌓은 수많은 금자탑이 증명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감독님께서 과거로 돌아오셨을 때 제가 없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야. 자네 같은 선수는 존재조차 없었어.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재근 정도가 전부였지.”
“…….”
“내 회귀 생활에서 유일한 변수라면 바로 자네라고 볼 수 있었지.”
그런 말을 하면서도 김태성은 경계하거나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친구와 이야기하듯 편안한 태도를 보였다.
“어쨌든 자네 덕분에 나는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있었지.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경험이라고 자부할 수 있네.”
황진호는 선수 시절 김태성과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1번의 우승과 4강.
2회 연속 우승을 이룰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 맡은 위치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저희가 특별한 기연을 얻은 사이라고 해도, 이런 얘기를 굳이 해도 괜찮은 겁니까?”
평생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가져갈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김태성은 굳이 그에게 이런 대화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더욱 궁금증이 생기는 와중에 김태성 감독이 허허 웃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게 되었네.”
“네?”
“자네나 내가 쓰러져 가는 한국 축구를 구하기 위해 특별한 기연을 얻었다면, 또 새로운 위기가 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설마…….”
“그래. 새로운 기연을 얻은 자가 나타난 모양이야.”
“네!?”
“여태 자네만 기연을 가지리라 생각했었나?”
“…….”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의문이었다.
그런데 또 나타났다고?
“누구입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네?”
순간 황진호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드러냈다.
“모르는데 누가 기연을 가졌는지 알게 된 것입니까?”
“이걸 보면 알 수 있을 걸세.”
김태성 감독은 편지 한 장을 꺼내 건넸다.
황진호는 어리둥절하며 편지를 받고 바로 내용을 읽었다.
내용을 모두 읽은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며칠 전에 내게 온 편지일세.”
“누가 보낸 겁니까?”
“모르네.”
『당신과 같은 비밀을 가진 자가 조만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리라.』
편지에 적힌 내용은 이게 전부였다. 간단한 문장이지만, 그 의미는 엄청났다.
“어느 날 우리 집 집무실에 놓여 있더군. CCTV와 주변을 수색했는데도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었어.”
“도대체…….”
당황하는 황진호를 보며 김태성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이 편지를 보냈든, 우리는 이 편지의 의미를 좀 더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글쎄, 앞으로 어떤 미래가 오든 그에 관한 대비를 해야겠지.”
“…….”
“나는 이미 늙었어. 한계가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자네는 달라.”
“……감독님.”
“자네가 활약할 수 있도록 내가 판을 깔아줬다면, 다음은 자네 차례일세.”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네.”
* * * *
『[빌트] 황진호, 바이에른 뮌헨 코칭스태프로 합류!』
전설이 돌아왔다.
바이에른 뮌헨 팬들과 유럽의 수많은 팬이 들썩였다.
전설적인 선수 시절을 넘어 U-17 대표팀 코치로 성공적인 활약을 보인 황진호의 다음 행보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결정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황진호 코치가 다음 세대교체를 위한 밑 작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사실상 황진호 코치가 바이언의 다음 감독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정말 황진호 코치를 다음 감독으로 세울 생각입니까?”
바이에른 뮌헨과 황진호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기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여전히 바이에른 뮌헨은 최고의 클럽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 팀의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는 황진호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건 당연했다.
바이에른 뮌헨 단장 토마스 뮐러가 대변했다.
“모든 것은 지켜보면 압니다.”
김태성 감독이 이야기했던 대로 바이에른 뮌헨은 다음 세대를 위한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황진호는 세대교체의 축으로, 바이에른 뮌헨과 김태성 감독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흘렀다.
『황진호, UEFA P급 자격증 획득!』
향후 감독으로 크게 활약하기 위한 UEFA P급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황진호가 P급 자격증을 딴 후, 바이에른 뮌헨은 기다렸다는 듯 신속한 오피셜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오피셜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오피셜] 바이언의 김태성 감독, 이번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 내려놔…』
바이에른 뮌헨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오피셜에는 김태성 감독의 은퇴 소식이 적혀 있었다.
김태성 감독은 황진호가 P급 자격증을 따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성공적인 분데스리가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발표가 나왔다.
『황진호, 다음 시즌 바이에른 뮌헨 감독으로 선임. 계약 기간은 3년.』
한동안 독일 내에 소문이 파다했던 황진호 후계자 루머가 현실로 이루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첫 한국인 감독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이러한 구단의 결정에 의외로 바이에른 뮌헨 팬들은 반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하는 눈치였다.
“황진호의 바이언이라. 기대가 되는데?”
“김태성 감독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감독 황진호도 기대가 되네.”
사실 황진호가 1군 정식 감독으로 취임하기 전, 팀 내 유소년 팀과 2군 팀 감독을 맡았었다.
상당히 좋은 성과를 보였다.
“지금 1군에서 활약하는 알폰소와 데이비드가 황진호 감독 작품이라며?”
“두 선수를 발굴할 능력이면, 확실히 선수 보는 능력은 탁월한 것 같아. 김태성 감독도 선수 보는 능력이 좋았잖아?”
이제 약관의 나이를 지난 알폰소와 데이비드는 지난 시즌부터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은 현재 바이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이 되었다.
그런 두 선수의 재능을 제일 먼저 발견한 황진호가 적극적으로 코치하여 1군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확실히 황진호가 가진 위상이 대단하기는 해. 구단 레전드가 뭐라 말하면 누구 하나 거스르는 사람이 없어.”
바이에른 뮌헨 내에서 황진호가 가진 입지는 절대적이다.
구단의 영광을 함께 한 전설적인 레전드.
게르트 뮐러 이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던 그가 이제는 감독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니 누구도 그에게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분데스리가 마지막 경기가 끝났습니다! 김태성 감독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는데요. 바이언이 유종의 미를 거둡니다!』
김태성은 마지막 시즌마저도 리그 우승과 포칼 우승을 기록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접전 끝에 우승하며, 마지막 시즌 트레블을 이룩했다.
전설적인 감독의 마지막 모습을 황진호도 경기장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다음을 부탁하네. 황 감독.”
“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부담 갖지 말게. 자네는 자네의 방식대로 나아가면 그만이니.”
“네.”
마지막 경기에서 황진호는 김태성 감독과 포옹했다.
그 모습을 중계 카메라가 비춰주며, 전설과 전설의 만남으로 기록했다.
그 후, 바이에른 뮌헨의 지휘봉을 잡은 황진호.
시작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변칙적인 전술로 프리시즌을 보낸 바이에른 뮌헨. 과연 분데스리가에서 얼마나 통할까?』
누구도 선보이지 못했던 전술로 무장한 황진호의 바이에른 뮌헨.
프리시즌은 그저 몸풀기에 지나지 않았다.
『황진호의 바이언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뷔 시즌에 전반기를 무패로 마감합니다!』
황진호 감독의 데뷔 시즌 전반기 성적은 무려 17승 1무(15연승).
김태성의 바이에른이 단단함을 과시했다면, 황진호의 바이에른은 대단히 파괴적이었다.
경기당 평균 4.5 골에 이르는 파괴적인 행보에 분데스리가를 넘어 유럽 전체가 놀랐다.
이후 겨울 휴식기에 팀을 재정비한 황진호는 후반기에도 파괴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결국 황진호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분데스리가 정복에 성공했다.
29승 3무 1패.
단 1패만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포칼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4강과 8강에서 떨어지며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첫 시즌에 이 정도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볼 수 있었다.
* * * *
성공적인 첫 시즌을 마치고 잠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는 황진호.
모처럼 한국으로 돌아가 고향에서 조용히 휴식을 보내고 있었다.
“여보. 건우는 안 오겠대?”
“네. 독일에 남아서 개인 훈련을 좀 더 하고 싶다네요.”
“하하, 녀석.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내 젊었을 적 모습이 떠오르네.”
“그래도 너무 혹사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건 우리가 잘 지켜봐야지.”
황건우는 성공적인 유소년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1년이 지날 때마다 빠른 속도로 월반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닮아 전 포지션을 아우르고 있는데, 그중 스트라이커에 월등한 재능을 보였다.
이에 유럽과 한국에서는 제2의 황진호로 평가하며 큰 기대를 보이고 있었다.
“여보, 잠깐 산책 좀 할까?”
“좋아요.”
영원한 동반자인 아내 이유림의 손을 잡고 조용히 동네 산책을 했다.
숲속의 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눈앞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음?”
자세히 보니 어린 소년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췄다.
건우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 그들 앞에 멈췄다.
얼마나 뛰었는지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이유림이 그런 소년을 향해 걱정스러운 표정을 드러내며 말을 걸었다.
“얘야 괜찮니?”
“헉. 헉. 헉.”
아이는 숨을 헐떡였다.
보다 못한 이유림이 황진호에게 말했다.
“여보, 저는 이 아이가 마실 물 좀 사 올게요.”
“어, 그래요.”
이유림이 물을 사러 잠시 자리를 떠난 사이, 겨우 호흡을 고른 소년이 말했다.
“황진호 감독님!”
“음?”
“황진호 감독님 맞으시죠!?”
“어, 음. 맞는데?”
소년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엇! 왜 이러니? 어서 일어나렴!”
놀란 황진호가 소년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소년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감독님!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뭐!?”
그 순간, 황진호는 볼 수 있었다.
『두고 봐! 반드시 성공하겠어!』
『황건우! 언젠가 너를 뛰어넘을 거다!』
소년의 어떤 미래?
아니, 이것은 미래인가?
이어지는 다른 영상이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또 한 번 세계 최고의 선수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패배감에 울부짖던 소년이 이번에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모든 영광을 손에 넣은 그의 얼굴에는 행복으로 가득했다.
“윽!”
짧은 순간 많은 영상을 본 황진호의 몸이 휘청였다.
“가, 감독님!?”
놀란 소년이 황진호를 붙잡으려고 했다.
황진호는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러고는 소년에게 물었다.
“네 이름이 뭐니?”
“조승우. 조승우입니다!”
“조승우?”
“네!”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황진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김태성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기연을 얻은 자가 설마…….’
놀라움은 곧 미소로 바뀌었다.
“내 제자가 되고 싶다고?”
“그, 그렇습니다!”
결국 이것 또한 운명인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찾아온 기연.
이번에도 갑자기 찾아온 기연이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
“좋다. 승우야. 내 제자가 되고 싶다면, 내일 오전에 여기로 다시 나와라.”
“네?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운명의 쳇바퀴가 다시 한번 굴러가기 시작했다.
외전 끝.
[작가 후기]본 작품은 2017년부터 연재를 시작해서 2018년에 완결되었습니다.
이후 완결된 작품으로 있다가 최근 출판사를 변경하면서, 그간 아쉬웠던 부분을 마무리 짓는 기회가 왔습니다.
이번 5편의 외전은 지난 기간, 작가인 제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채웠던 이야기로 볼 수 있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조만간에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