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eturn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후개 용연비(2)
파아앙! 콰아앙!
두 사람이 허공에서 항룡십팔장 제사초식 잠룡물용(潛龍勿用), 제오초식 신룡파미(神龍擺尾)를 연달아 뻗어내며 부딪쳤다.
두 사람의 기(氣)와 장(掌)이 부딪치며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거기서 파생된 강기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난무했다.
파아앙! 파앙! 푸파파팡!
두 사람의 움직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서 똑같이 항룡십팔장의 육, 칠, 팔초식이 연달아 발출되며 무섭게 부딪쳤다.
발현되는 진력이 드높아지고, 두 사람이 더 숨 가쁘게 움직이며 상대에게 뻗어내는 장력의 기세도 점점 더 흉포해져 갔다.
“우우! 과연 항룡십팔장이야! 무시무시하구나!”
“두 사람의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 저렇게 빨리 움직이며 저렇게 웅휘한 장력을 연달아 발출해 내다니!”
“가히 천하제일장(天下第一掌)이란 소릴 들을 만해!”
“쉿! 조용히들 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보고 있던 개방도들이 소란을 떨자 불초생이 긴박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자기 입에다 가져다댔다.
항룡십팔장의 백미는 연환장법에 있으며 지금 두 사람이 연환장법을 발휘하려 한다는 것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제육초식부터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남은 초식들을 연환장법으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두 사람이 동시에 제육초식 돌여기래(突如基來)로 제자리에서 크게 원을 그리며 발동해 나갈 형세를 취했다.
파아아앗!
이어 두 사람이 제팔초식 현룡재전(見龍在田)으로 용이 현신한 듯한 웅휘한 모습으로 상대를 향해 돌진해 나갔다.
콰콰콰콰콰콰!
쿠아아아아아!
돌진해 나가는 두 사람에게서 폭풍같은 경기가 휘몰아쳐 나왔는데 그렇게 돌진해 가는 상황에도 두 사람은 항룡십팔장의 제칠초식, 제팔초식을 연달아 펼쳐내고 있었다.
콰아아앙!
이어 두 사람이 몸을 휘돌리며 회오리 같은 쌍장을 서로를 향해 떨쳐냈는데 그건 제구초식인 창천격타(蒼天擊打)였다.
굉음과 함께 경기가 폭발하듯 비산했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은 거기서 멎지 않았다.
푸파파팡! 콰아앙!
제십초식, 제십일초식을 연달아 발휘하며 허공에서 서로를 쫓고 쫓으며 더욱 어지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뭐야? 움직임이 얼마나 신묘하고 빠른지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가질 않아!”
“기세는 또 어떻고!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뒤집어엎고도 남겠구먼!”
“우와! 진짜 엄청나다! 항룡십팔장 연환공격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우린 지금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한 개방의 절대신공을 눈으로 보고 있는 영광을 누리고 있는 거라고!”
장중의 개방도들이 잔뜩 홀린 표정으로 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개방 최고의 신공인 항룡십팔장을 극성으로 수련한 두 사람이 연환공격으로 부딪치는 진경을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쿠콰콰쾅! 콰콰콰쾅!
눈 깜짝하는 사이에 두 사람이 십이초식에서 십칠초식을 연달아 뻗어내며 허공에서 부딪쳤다.
뒤의 초식으로 갈수록 움직임이 더 신묘해지고 위력은 점점 드높아졌으므로 휘황한 진기가 사방으로 난무하고 요란한 굉음이 본타를 뒤흔들었다.
파아앗! 파앗!
순간, 허공에서 격돌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서로를 밀어내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파아아아! 패애애액!
그리고 튕겨져 나간 두 사람이 동시에 팽이처럼 몸을 휘돌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강룡십팔장의 마지막 초식인 회룡천파(回龍天破)를 시전하기 위해서였다.
콰아아아아! 쿠아아아아!
거리를 벌렸던 두 사람이 팽이처럼 몸을 휘돌리는 서로를 향해 돌진해 나갔다.
사실 회룡천파는 공력을 진기로 바꾸어 육신 전체로 발출하는 강룡파옥신풍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초식인데 이어져 온 앞의 초식들로 가속을 받은 데다 남은 진력을 몽땅 다 쏟아내는 최후, 최고의 절초였다.
쿠콰콰콰콰쾅!
그렇게 회오리 같은 진력을 몰고 진격해 간 두 사람이 그대로 장중에서 맞부딪쳤다.
회오리와 회오리가 부딪쳤으나 주변으로 비산하는 경기가 어마어마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쿠콰콰콰! 파아아아!
“으앗!”
“사, 사람 살려!”
“안 날아가려면 엎드려!”
주변의 개방도들이 그 엄청난 부딪침에서 비산해 나온 회오리 같은 강기를 맞으며 뒤로 튕겨져 날아가거나 바닥을 뒹굴거나 건물 기둥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아……! 안 돼!”
그때, 열린 창을 통해 그걸 보며 안타까운 탄식을 토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정화였다. 방주수신호위들이 무공력자인 정화가 혹시라도 다칠까 봐 방주전의 건물 안으로 모셔다 놓았던 것이다.
파아아아아아!
그녀의 눈에 최후의 진력을 다 쏟아내 부딪친 두 사람이 반대 방향으로 멀리 멀리 튕겨져 날아가고 있는 게 보였던 것이다.
탱그르르! 털퍼덕!
20장도 넘게 날아간 용연비가 바닥을 몇 바퀴 구르더니 꼴사나운 모양으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런데 맹호동은 그 용연비보다 10여 장을 더 날아갔다.
콰아앙!
맹호동이 처박힌 곳은 바닥이 아니라 본타의 서쪽 담벼락이었다.
우르르르!
그 바람에 담벼락이 무너지며 담벼락을 등짝으로 박은 맹호동을 무너진 기왓장과 벽돌들이 뒤덮어 버렸다.
“맹 가가! 아니, 이게 무슨……!”
그걸 본 정화의 낯빛이 하얗게 변했다.
“아, 아니야! 이,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가가가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거야!”
지금은 무공력자이지만 정화는 맹호동의 공력을 모두 흡취해 구 갑자의 공력을 지닌 적도 있었고, 그간 강호에서 쌓은 전적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용연비의 패기가 대단하다고 해도 십 갑자의 공력자인 맹호동을 절대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뭐, 뭐냐, 이건! 맹 방주가 더 멀리 튕겨져 날아갔어!”
“그럼 이거……! 맹 방주가 진 건가?”
“말도 안 돼! 천하제일인이 된 맹 방주를 저렇게 멀리 날려 보내다니!”
“허어! 저 용연비는 보이는 것보다도 대단한 뭔가가 있는 모양인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용연비와 무너진 담장에 깔린 맹호동을 번갈아 보며 개방도들이 황망성을 토해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맹호동이 지리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끄응……!”
충격을 꽤 받은 듯 신음을 흘리긴 했지만 쓰러져 있던 용연비가 꿈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맹호동이 처박혀 있는 무너진 담장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방주!”
쐐애액!
맹호동이 묻혀 있는 그 무너진 담장을 향해 조치성이 벼락같이 몸을 날렸다.
* * *
병인년 여름이 오는 시점에 개봉 본타에서 또 괴상한 일이 일어났다.
새 용두방주가 된 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맹호동이 그 자리를 후개를 자처하며 나타난 용연비에게 넘긴 것이었다.
아니, 넘긴 것이 아니라 빼앗겼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이었다.
용두방주 자리를 걸고 한 비무에서 맹호동이 용연비에게 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방주 자리를 자기 발로 차버리는 거냐고? 방주 하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걔가 진짜 엄청난 무공을 숨기고 있었다고!”
“네가 가진 공력이 자그마치 십 갑자인데 같은 항룡십팔장을 쓰면서 네가 지는 게 말이 돼?”
“나는 달랑 몇 달 그걸 수련했지만 걔는 10여 년을 오롯이 그것만 수련했다고! 승부의 세계에는 공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다고!”
비무 때문에 여기저기를 다친 맹호동이 간단한 치료를 받고 약왕당의 입원실에 들어 있는데 그곳으로 정화가 찾아왔다.
그런데 정화는 다친 맹호동을 걱정하기는커녕 일부러 용연비에게 줘 졌다고 맹호동을 대놓고 책망했다.
“흑……!”
털썩!
맹호동을 향해 독설을 내뱉던 정화가 침상 옆에 놓인 의자에 주저앉으며 얼굴을 감싸 쥐고 흐느꼈다.
“흐흑! 너, 몰라? 여자 팔자가 뒤옹박 팔자라는 거? 도사로서 장래가 짱짱하던 곤륜파를 떨치고 너 하나만 믿고 따라왔는데 이게 뭐냐고! 그리고 난 너한테 다 넘겨서 공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무공력자잖아. 이젠 무림에선 발도 못 붙이게 생겼다고, 히잉!”
“…….”
흐느끼는 정화를 보며 맹호동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솔직히 용연비의 출현은 맹호동도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어쨌든 맹호동은 오로지 대개방의 후개로서 무위를 높이기 위해 1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롯이 무공 수련에 바친 용연비에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 20대의 청춘을 몽땅 불사르지 않았는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혼자 힘으로 칠 갑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공력을 쌓고 항룡십팔장을 자신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쌓은 것도 대단했다.
막 철이 들 때부터 고아이던 아이를 데려다 키우면서 인간의 도리를 갖추도록 맹호동이 직접 가르쳤으므로 인성 또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사실 맹호동은 정화의 말대로 용연비에게 져 준 것이었다.
전력을 다했으면 마지막에 일어나지 못할 사람은 맹호동이 아니라 용연비가 되었을 터였다.
이제 개방에 침투했던 환희밀교의 사령들이 일망타진되고, 최근 숭산에서는 맹호동의 활약으로 일성도장으로 화한 구순음신 운현자를 물리쳐 개방의 위상은 더할 데 없이 드높아져 있었다.
정의파들의 숫자가 좀 불긴 했지만 그들도 이번 일로 인해 개방의 기본 정신을 다시 함양하는 계기가 되었으므로 큰 걱정거리가 되지는 못했다.
용연비라면 지금 상황에서 자기 못지않게 개방을 훌륭히 이끌어 갈 수 있으리라고 맹호동은 생각한 것이었다.
맹호동이 애써 웃는 얼굴로 훌쩍이는 정화를 달랬다.
“용두방주가 뭐 그리 좋다고? 그거 허울만 좋은 개살구라고. 위신과 체면 때문에 알게 모르게 통제받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뭐, 용두방주 엄청 해 본 사람처럼 말하네?”
“아니, 뭐 엄청 많이 안 해봐도 뻔한 사실이잖아. 그리고…… 이제 오의파 세상이 되었으니까 방주라도 개방도들이 동네방네 돌며 빌어 온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알아?”
“꼭 그걸 먹어야 해? 이제 개방 자체적으로 농사도 짓는댔잖아?”
“그래도 용두방주는 솔선수범해야 하는 자리이니 방도들보다 오히려 더 빈한하게 먹어야 하는 게 맞아. 쉽지 않은 자리라니까.”
“……”
빌어 온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먹힌 것일까?
정화가 팔뚝을 눈물을 슥슥 닦더니 맹호동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럼……! 뭘 해 먹고 살 건데? 그래도 전대 용두방주인데 용연비 밑에서 일할 수는 없잖아?”
그런 정화의 어깨를 다독이며 맹호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공력이 십 갑자에 알고 있는 무공이 얼마나 많은데, 설마 마누라 밥을 굶길까?”
“하긴, 네가 개방에서 파문하고 나온 걸 알면 사방의 세가들이 서로 식객으로 들이겠다고 난리를 피울 거야. 아무 세가에나 들어가서 객청에서 장기만 두고 있어도 급여가 만만치 않을 거고. 그래, 잘 생각했다. 마누라 먹여 살리려면 뭐든 해야지. 머지않아 애도 생길 텐데.”
맹호동이 놀라 정화의 배를 바라보았다.
“아니, 애가 생긴 건 아니고, 살다보면 생길 거잖아.”
정화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