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Man RAW novel - Chapter 873
상남자 873화
이런 사실과는 별개로, 기사 행간에 녹아있는 유현의 진심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를 반영하듯 댓글의 반응이 뜨거웠다.
-역시 리비버 대표님! 덕분에 저 리뷰로 부자 됐어요!
-일본, 미국, 유럽 시장을 다 석권한 게 우연이 아니네.마인드 멋지다 진짜.
-한유현 대표님.샐러리맨의 애환을 대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유현을 국회로!
-괜히 미국 대통령 취임에 초청받은 게 아니네.이러다 진짜 교과서에 실리는 거 아냐?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라잖아.인기 있는 데는 이유가 있음.
부우웅.
고급 세단 뒷자리에서 댓글을 보고 있던 유현이 당황스러워 했다.
“일이 이렇게 커지네.”
대기업 회장들이 유현의 말을 일부러 언론에 흘릴 이유도 없건만, 구멍은 따로 있었다.
옆에 앉은 우리일보 오은비 편집장이 빙긋 웃었다.
“현일 자동차 회장 손자분의 파워죠.”
“하, 민준이 자식.”
“그날 받은 감동이 무척 컸나봐요.SNS에 남긴 글에서 대표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역시 한 대표님 연설 최고였어.10대 총수들 앞에서 직원들을 아껴달라고 하다니! 역시 나의 롤모델.
강민준의 SNS는 대기업 회장의 손자답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런 그가 강봉석 회장에게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전해들은 유현의 경영 마인드에 감동받아 곧장 글을 올렸다.
당연히 그게 기사화 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일련의 과정을 떠올린 유현이 한숨 쉬며 말했다.
“다 좋은데 좀 과장이 되어서 그렇죠.”
“강봉석 회장님이 다 맞다고 인정하셨어요.오히려 칭찬하시던데요?”
“그분이야 워낙 기분파시고요.”
“하하.그렇긴 하죠.자, 바쁜 분이니까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할까요?”
“네.그러시죠.”
달칵.
어깨를 들썩이던 오은비 편집장이 녹음기를 켰다.
“먼저, 오늘 받는 훈장 이야기부터 갈게요.대통령이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직접 산업훈장을 주려한다는 소문이 도는데요.대통령께서 그렇게 신경 쓰시는 배경을 알 수 있을까요?”
“음.어떤 배경이요?”
“좋아요.이건 오프더레코드로 하고 직접적으로 물을게요.여기에 힐러리 클린턴의 입김이 들어가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오은비 편집장은 소문이 무성한 내용을 바로 꺼내들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지난 달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부터 꺼내야하나?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게 북 핵 포기가 자네의 공이라는 얘기를 했나봐.자네 덕분에 러시아와 중국과의 협상이 원활했다나? 하여간, 대통령 입장에선 얼마나 고맙겠어.
아니면, 얼마 전 신입 산업부 장관 자리에 오른 정우혁 장관이 전한 말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칼 아이칸과의 싸움이 시작이었다.
그의 거대한 음모를 막아냈기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분쟁이 일순간 잠잠해질 수 있었다.
유현이 굴린 눈덩이는 굴러 굴러 국제 정세를 뒤바꿔 놓았다.
칼 아이칸에게 동조했던 중국과 러시아는 약점이 잡혀 큰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됐다.
덕분에 힐러리 클린턴은 이를 이용해 북한의 평화조약을 이끌어내며 큰 정치적 성과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또한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북한의 핵 문제가 싹 정리됐다.
유현이 일으킨 변화로 인해, 과거 절대 풀 수 없었던 문제까지 단번에 해결 된 셈이다.
이런 세부적인 배경은 아직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파편화된 정보가 소문의 소문을 낳고 있는 걸 그냥 나둘 수만은 없었다.
뜬소문이 와전되어 불필요한 문제가 양산되기 전에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인터뷰에 응했던 거기도 하고.’
결심을 굳힌 유현이 오랜 인연에게 비밀을 조금 꺼내놓았다.
“사실…….”
방향성만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선 상식을 넘어선 거대한 스케일이었다.
듣고 있던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철컥.
차에서 내린 유현 앞으로 청색 기와지붕의 건물이 보였다.
옆에 선 오은비 편집장이 유현에게 물었다.
“대표님.마지막 질문 하나 더 해도 될까요?”
“네.그럼요.”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과연 대표님의 생각대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변화될 수 있을까요?”
유현은 리비버를 통해 대한민국 산업을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오은비 편집장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유현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유현이 3년 전 신경수와의 일전을 벌일 때 오은비 편집장에게 받았던 행운의 동전이었다.
“어려운 질문엔 늘 이 동전이 방향을 알려줬어요.”
“아직 가지고 계셨네요.이거 영광인데요?”
“그럼요.자, 앞면이 나오면 이뤄지는 겁니다.”
“네? 그건 양면이 다 앞면인데…….”
팅.
황당함도 잠시, 오은비 편집장은 빙글빙글 도는 동전 뒤를 바라봤다.
거기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기어코 성공 시켜온 유현이 서 있었다.
“역시.대표님이라면 충분히 해내실 거예요.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네요.”
그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오은비 편집장이 환하게 웃음 지었다.
청와대에서 상을 받은 유현은 곧장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 끝자락에 차를 댄 후, 양 옆으로 나무가 쭉 뻗어 있는 골목길로 올라갔다.
산 능선 위로 남산타워가 보이는 풍경이 도심 속 답답한 마음에 평안함을 안겨주었다.
눈이 내려서 앙상한 나뭇가지를 덮어준다면 더 멋질 것 같았다.
“일기 예보 상으론 내일 첫눈이 오긴 한다는데…….”
중얼거린 유현은 내일 이곳에서 정다혜와 함께할 때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걸음을 이었다.
저벅저벅.
한때 최고의 프로포즈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리비버 초기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정다혜만을 위한 깜짝쇼를 광화문에서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칼 아이칸의 공격으로 준비했던 모든 게 무산되어 버렸다.
일을 해결하고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게 정말 정다혜가 원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많은 사람들을 동원한 화려한 쇼를 좋아할 거 같진 않았다.
그녀는 남들의 부러운 시선보다 진심어린 고백을 훨씬 더 바랄 사람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이 프로포즈 할 순 없는 터.
어떤 프로포즈를 준비하면 좋을까 고심하던 유현의 뇌리에 과거의 기억이 스쳤다.
-아버님이 지은 집이 너무 멋진 거 같아요.저도 이렇게 정원 있는 집에서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살고 싶어요.
작년 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유현의 고향집에 처음 들렀던 정다혜는 그곳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었다.
계획된 프로포즈가 이미 무산되었기에 유현은 그녀가 처음으로 원한다고 말했던 걸로 고백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장소를 정하고 집을 짓기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다.
어느덧 건물은 완공 단계에 이르렀다.
스윽.
고개를 들자 언덕 위로 정원이 딸린 아이보리톤의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정원에선 남산타워가 보이고, 거실의 통창으로 서울의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절묘한 위치였다.
세련되면서도 깔끔한 건물과 넓은 정원이 고급스러운 조경과 무척 잘 어우러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2층 중정에 있는 야외 노천탕이었다.
둘 만의 공간에서 따뜻한 반신욕으로 피로를 풀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일.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정말 멋지네.”
완공된 모습을 보니 또 달랐다.
이 집을 설계해 준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이자 친구인 안드레아 거스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유현이 감탄하며 이리저리 정원에 들어섰을 때였다.
멀찍이서 정원 조경을 다듬던 아버지가 손을 흔들었다.
“유현아!”
“아버지.직접 일하지는 마시라니까요.”
유현이 다가가서 말리자, 아버지가 조경가위를 내려놓곤 옷을 탁탁 털었다.
“내일 며느리한테 처음 보여주는 거지 않냐.잘 다듬어 놔야지.”
“박 사장님께서 알아서 잘 해주시는데요, 뭘.”
“에이.그 친구는 꼼꼼하지 못해.마무리는 나 같은 철저한 사람이 봐줘야한다고.우리 집도 그래서 잘 나온 거라니까.”
유현은 처음 집을 지으려고 계획했을 때 가장 먼저 아버지와 상담했었다.
직접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챙긴 경험이 있던 아버지는 아들과 미래의 며느리의 집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종종 감독할 겸 들르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올라와서 마지막 점검을 했다.
유현의 친구 박원석과 그의 여동생 박원영도 유현을 돕고자 함께 왔다.
‘고맙네.’
두 사람의 도움 덕분에 프로포즈 준비가 훨씬 수월해졌다.
정리된 것을 확인한 유현은 아버지와 정원 가장자리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앞에는 하얀 조화로 꾸며진 큰 아치형의 철제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자리와 집 외벽, 그리고 허공에 이어진 선 위로 수많은 LED가 박혀 불빛을 냈다.
지금은 낮이라 살짝 불이 들어온 정도지만 해가 지면 이곳은 보석처럼 반짝일 터다.
구조물 너머로 설치된 스크린이 보였고 그 앞엔 핀 포인트 조명이 내려졌다.
2층 야외테라스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분위기 있는 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
잠시 음악에 심취했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장우 프로포즈보다 낫겠다.”
“사위랑 비교하면 돼요?”
“그 녀석들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뭘.그리고 기왕이면 난 다혜가 정말 멋진 선물을 받았으면 해.그동안 다혜가 얼마나 고생 많았냐.”
유현도 같은 마음이었다.
‘여기서 반지를 건네면서…….’
어떤 멘트를 하는 게 좋을까?
프로포즈 할 시간이 내일로 다가오니 은근 신경이 쓰였다.
잠시 내일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던 유현이 물었다.
“재희에겐 전화 와요?”
“걔가 연락할 애냐? 난 재희가 회사에 장기 휴가 낸 것도 한참 있다 알았다니까.”
“좀 갑작스럽긴 했죠.”
“회사는 재희 없어도 괜찮아? 뭐, 중요한 일 한다며.”
“미국지사는 이제 완전히 자리 잡아서 괜찮아요.그리고, 재희가 인수인계도 잘 했고요.”
회사 일을 잠시 내려놓은 한재희는 넘버원 체육관의 임시 매니저 자격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 배경엔 유현의 슈퍼펀치 지분 매도가 있었다.
‘디즈니가 넘버원 체육관도 지원하겠다고 할 줄이야.’
믿기 힘든 디즈니의 지분 인수 조건을 유현이 수락한 결과, 넘버원 체육관 관원들은 디즈니와 그들의 자회사인 ESPN의 전폭 지원을 받게 됐다.
운동 외에 영화, 광고 등으로 진출할 기회가 생긴데 이어, LA에 전용 훈련장도 세워졌다.
앞으로 더 잘 풀리지 않을까?
유현은 체육관 후배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