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39
339
[외전] 후회 없는 무대 하고 오자.
아위가 하프 타임 쇼 무대를 위해 한참 연습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소식을 듣고 마이튜브로 뒤늦게 관련 뉴스를 살펴보던 아위 멤버들이 표정을 굳혔다.
이런 사건은 예전에도 발생했지만, 그들이 한국에 있었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해도 쉽게 체감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현지에 머물고 있으니 더 피부로 와닿는 게 컸다.
“잠깐….”
뒤에 앉아 있던 이안은 손을 앞으로 뻗어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이거 우리 공식 굿즈 아니야?”
“어?”
눈썰미 좋은 이안은 피해자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가방에서 아위의 콘서트 굿즈를 발견했다. 그것도 최근 굿즈가 아닌 3년 전 월드 투어 굿즈였다.
“…맞네.”
한참을 멈춘 화면 속 아위의 굿즈를 쳐다보던 멤버들이 입을 꾸욱 다물었다.
현지에서 겪는 인종차별 범죄라는 것도 기분을 이상하게 만드는데,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안타깝게 사망한 사람 중에 팬이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있잖아.”
김 현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리 무대 좀 바꾸는 게 어때?”
“좋은 생각 같아.”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우선 퍼블리시스트인 조엘 영에게 이를 상의했다.
“*하프 타임 쇼에서 총격 사건 추모 무대를 한다고요?”
조엘 영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이 사건은 주목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그리고 수많은 셀럽들이 SNS에 추모 글을 올렸고, 미디어에서는 연일 이런 범죄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문제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유색인종 사회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었다.
“*네 그리고 저희가 직접 사건 현장에 가고 싶은데….”
“*어차피 스케줄도 다 끝났으니 여유롭습니다. 언제 갈까요?”
“*빠를수록 좋아요.”
“*그럼 내일 일찍 가시죠. 무대 준비에 지장은 없나요?”
“*음, 아마도요.”
아직 무대를 바꾸겠다는 얘기는 헤일리와 스티브에게 하지 않았지만, 그들도 아위의 얘기를 들으면 흔쾌히 수락할 것이다.
[해외토픽] 오하이오주 총격 사건 현장에 나타난 아위피해자가 그룹 아위의 공식 팬클럽에 가입했을 정도로 열성 팬이었다는 일화가 나오는 가운데, 아위는 직접 현장을 찾았다.
(사진)
그들은 마치 상복처럼 검은 정장을 입은 채 현장에 하얀 국화 꽃다발을 놓고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추모 후 아위는 그룹 공식 SNS와 개인 SNS에 피해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인종차별은 근절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기사 사진은 현지 파파라치가 아위를 알아보고 찍은 사진이었다.
뉴스 화면 속 아위의 굿즈를 알아본 사람들은 팬들도 많았다. 추모 현장에는 꽃과 초 그리고 아위의 공식, 비공식 굿즈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멤버들은 그 현장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 머물렀다.
현장 추모가 끝난 아위는 긴 이동시간 끝에 헤일리와 스티브에게 향했다.
“*무대를 바꾸겠다고?”
“*네. 추모 무대로요.”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티브는 제 턱을 만지작거렸다.
“*아아… 추모 무대…. 좋지. 근데 이제 와서 무대를 다 뜯어고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겠나.”
“*맞아. 우리 이미 준비는 다 끝난 상태잖아.”
헤일리도 추모 무대에 대해서는 찬성이지만, 현실을 봐야 했다. 시간은 그들을 봐주지 않는다. 이제 하프 타임 쇼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많이 바꾸겠다는 게 아니에요. 저희 가사를 조금 바꾸고, 무대 화면 영상을 다른 거로 교체하는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리고 영상은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있었던 총격 사건의 피해자를 다뤘으면 좋겠어요.”
당장 아위만 해도 동양인 최초라는 하프 타임 쇼 무대에 선다.
백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미식축구의 두뇌, 쿼터백은 프레드릭 다니엘스 같은 유색인종 선수가 유망주를 넘어 스타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의 인식만은 제자리걸음인가.
“*좋네. 취지가 아주 좋아. 우리 연출가 양반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희도 좋습니다.”
좋은 취지의 공연이니 커리어에도 남을 거고…. 하프 타임 쇼 연출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오하이오주 사건뿐만 아니라 2028년만 해도 다른 인종차별 범죄는 꾸준히 있었다.
한 달 전에는 흑인이, 그리고 새해 시작에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억울하게 사망한 사건이. 켜켜이 쌓인 증오범죄에 신물 난 유색인종은 주요 도시에서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위로하고 진정할 무대는 필요했다. 마침 시기도 적절했고.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건데. 너희라면 이미 생각해 둔 게 있겠지?”
“*당연하지.”
아위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헤일리의 질문에 답했다.
“*나도 세트 리스트를 바꿔야겠어.”
스티브 에버모어도 가담했다. 그는 도입부에 있을 신나는 밴드 곡을 지나간 친구를 그리워한다는 가사의 곡으로 바꾸기로 했다.
* * *
아위 하프 타임 쇼 출연, 2028 슈퍼볼 오늘 JBTC 스포츠에서 생중계
아위(AWY) 다큐멘터리, 슈퍼 볼 현장도 담는다.
아위, K팝 최초로 슈퍼볼 하프 타임 쇼 무대 선다
“어디서 많이 본 경기장이구먼.”
“뭐래, 어제도 리허설 때문에 와 봤잖아요.”
슈퍼볼이 펼쳐지는 경기장은 아위도 월드 투어로 와 봤던 곳이라서 나름 눈에 익었다. 박진혁의 상황극 시도를 박서담이 막았다.
“서담이 긴장했네.”
“우리 상황극에 참전 안 한다니.”
그렇게 말하는 멤버들의 다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진 온 듯 쉴 새 없이 떠는 모습에 지켜보던 임진우가 곤란한 듯 웃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긴장이 풀어질까.
“*저기….”
그런 아위의 대기실을 누군가 노크했다. 공연장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매니저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안 씨, 다니엘스 선수가 왔는데요.”
“어, 나 잠깐만.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뭐야? 아, 동창? 다녀와.”
경기 전인데 이렇게 대뜸 찾아와도 되는 건가? 이안은 일단 복도로 나왔다. 거구의 남자가 이안에게 손을 들이밀고 있었다.
“*이안, 오랜만이야.”
“*프레디, 오랜만이다. 와, 몸 장난 아닌데?”
이안은 일단 그 손을 잡았는데 어색하기만 했다. 프레드릭 다니엘스는 고등학교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제2의 성장기를 거쳤는지 키도 컸고, 현역 운동선수라 그런지 무슨 벽처럼 거대했다.
“*결승전인데 이러고 있어도 돼? 경기 전 팀워크 다진다거나 마인드 컨트롤이라거나….”
“*그런 거 안 해도 충분해.”
“*와… 인기 선수라더니 자신감 넘치네.”
고등학교 때의 주눅 든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얼굴은 예전 절친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프레드릭은 반갑게 웃었다.
“*너야말로 그런 차림으로 있어도 되는 거야?”
“*어차피 공연 당장 할 거 아니잖아. 준비 시간 많아.”
이안이 손을 휘적였다. 공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서 다들 편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안은 아위 중에서 유일하게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 사실 졸업하고 다 포기할까 결심했었는데…. 니가 한국에서 아이돌 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더 하자고 용기를 냈거든. 그거 덕에 여기까지 왔어.”
“*그, 그래? 다 니가 잘해서 온 거 같은데….”
이안은 여기서 살짝 찔렸다. 연습생부터 정신없이 살아온 탓에 주변인 근황을 한참 몰랐다. 뉴욕에 와 동창을 만나도 ‘걔는 뭐 해?’라는 안부만 묻고 돌아서면 잊었었다.
게다가 스포츠 만화 같은 동기 부여까지…. 이안은 내심 멋쩍어서 볼을 긁적였다.
“*내가 잘한 게 더 많지. 어쨌든, 무슨 그룹으로 데뷔한지는 몰랐는데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어.”
“*그러게.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그렇게 신변잡기를 하다가 이안은 뒤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아마 프레드릭의 매니저인가 보다.
“*일단, 그런 말랑말랑한 얘기는 나중에 할까? 경기 끝나고 시간 돼? 밥이나 먹자. 아, 우리 팀원이 따라올 수도 있어.”
“*그래. 데리고 와. 내일 바로 어때?”
“*모레로 해. 너 우승하고 팀원들이랑 뒤풀이 같은 거 할 거 아냐. 숙취로 고생할 텐데 하루는 쉬어야지.”
프레드릭이 웃었다. 당연히 친구의 팀이 이길 거라고 확신하는 모습에 없던 긴장도 풀리는 느낌이었다.
“*너는 여전하네.”
“*맞다, 사진 좀 같이 찍자. 우리 팬들이 좋아하겠네. 너는 변방의 미국에나 인기 있지, 우리 그룹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다고.”
“*농담도 늘었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레드릭은 이안의 옆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무대 기대한다.”
그는 이안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무래도 한국에는 학창 시절을 나눌 친구가 없었으니….
“나 왔어.”
“어, 얘기 잘하고 왔어?”
“어.”
이안은 여전히 다리를 떨며 긴장하고 있는 멤버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래서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거 같은데. 이안은 핸드폰을 들어 볼륨을 최대로 키웠다. 그가 재생한 곡은 군대 하면 많이들 떠오르는 그 노래. 한국 가요계의 레전드 싱어송라이터의 노래였다.
도입부의 하모니카 소리와 어쿠스타 기타 소리에 멤버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그리고 도입부 가사가 들리자마자 벌쩍 뛰었다.
“으악!”
“뭐, 뭐야! 누가 틀었어?!”
“나다.”
이안이 히죽 웃었다. 그 얄미운 표정에 멤버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 상황을 찍고 있던 스태프는 이안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 지금 우리한테 이 노래 금기인 거 알잖아요!”
“아 진짜! 최이안 지는 안 간다고 막 나가네!”
아 글쎄 인생 1회차 때 갔다 왔다니까? 이안은 입을 꾸욱 막고 웃음을 참았다.
“갑자기 이건 왜 틀어!”
“이 무대 끝나고 앙코르 콘까지 하면 정말 군대 가는데 긴장 때문에 후회 남는 무대 만들고 싶어?”
이안의 말에 멤버들이 몸을 우뚝 멈췄다. 다들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안 되지….”
“그렇지….”
그렇게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그래, 슈퍼볼도 지금껏 해 왔던 무대와 별반 다르지 않지.”
“여기 우리 처음 와 본 것도 아니잖아. 우린 이 경기장을 팬들로만 채웠다고.”
“그래그래 어디서 꿀리지 않는다고.”
다시 자리에 앉은 멤버들은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댔다.
* * *
아위와 헤일리 폴스, 그리고 스티브 에버모어가 한데 모인 가운데 드디어 2쿼터가 끝났다.
이제는 그들이 무대에 설 차례다. 미리 준비를 끝마친 아위 멤버들이 둥그렇게 모였다.
“이안이 말대로 후회 없는 무대 하고 오자.”
“We are who we are!”
“AWY!”
아위가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TV에서는 수십억을 썼다는 슈퍼볼 광고가 진행 중이었고, 무대 준비를 위해 수십 명의 스태프가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올려 주세요.”
와이어 장치를 허리춤에 단 이안의 몸이 서서히 경기장 위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