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38
338
[외전] 와이어 타실래요?
아위는 잠시 휴식 끝에 현지 매체와의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들의 슈퍼볼 참여 소식은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화제였고 덕분에 불러 주는 곳은 많았다.
“*매시업을 하자고?”
“*어때?”
무대의 구성을 위해 잠시 만난 헤일리 폴스는 멤버들의 제안에 눈썹을 들어 올렸다.
“*괜찮은데?”
“*그래서 우리가 한 번 만들어 봤는데….”
“*뭐야, 이미 만들어 왔다고? 내 허락은 중요하지 않았던 거야?”
“*너라면 허락해 줄 줄 알았지. 들어 봐.”
아위가 히죽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헤일리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주칠수록 능글맞아지는 게 얄미웠다.
그녀는 아위가 내민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아위의 ‘Trouble’과 그리고 자신의 곡인 ‘Still Good’을 매시업한 일명 슈퍼볼 리믹스는 도입부에서 브라스 사운드로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 축제에 알맞은 가슴 뛰는 비트에 마냥 신나기만 하지 않고 중간에 템포를 느리게 해서 완급 조절을 했다.
“*인정하기 싫은데, 좋네.”
“*좋지?”
김주영이 어깨를 쭈욱 펴고 의기양양한 행동을 취했다.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 김주영의 근처에 두 손을 가져다 대고 반짝반짝 효과를 만들었다.
“*간단하게 안무도 만들어 봤어.”
“*뭐야, 너무 본격적이잖아. 진짜 내 의사는 필요 없었던 거 아니야?”
“*정말 짧게만 해 봤어. 어차피 시간 많으니 맘대로 수정할 수 있잖아.”
“*한번 보여 줘 봐.”
김 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가볍게 안무를 췄다. 헤일리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좋잖아. 이 부분은 수정 안 해도 되겠는데? 이 기만자들아. 그 바쁜 와중에 언제 이런 건 다 생각해 온 거야.”
“*틈틈이 만들었지. 소식 듣고 잠을 못 자겠더라고.”
그때는 한참 월드 투어 중이었는데,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혀도 카페인을 들이부은 듯 정신은 멀쩡했다.
“*하긴, 나도 그랬어. 꿈의 무대였거든.”
“*게다가 우린 동양인 최초니까….”
“*부담 장난 아니겠는데?”
아위의 뒤로 누군가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헤일리는 조용히 하라는 스티브 에버모어의 행동에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다른 아이디어는 없어?”
“*우리가 너 뒤에서 춤추는 거 어때? 가면 같은 걸 쓰고.”
“*나중에 벗어 던지고 깜짝 등장? 댄서의 반란 같은 건가?”
“*그것도 좋군.”
마지막 말은 헤일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아위가 화들짝 놀라 뒤를 바라봤다. 스티브 에버모어가 씨익 웃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스티브 에버모어네.”
멤버들은 그가 내민 손에 악수하고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모습과는 다르게 그냥 소탈해 보이는 어르신 같았다.
“*긴말할 필요 없고, 뭐 생각해 온 거 있나?”
명실상부한 팝의 전설, 심지어 새로운 음악 장르를 탄생시키고 선도해 거장 칭호를 달아도 이상하지 않을 스티브에게 아위는 어려워하지 않고 붙임성있게 말을 걸었다. 이미 신인 때 한국의 거장과 무대를 꾸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와이어 타실래요?”
“*오, 와이어! 나도 생각해 봤는데… 아내가 와이어 타면 당장 이혼하겠다고 하더군.”
“*아… 그럼 안 되겠네요.”
“*대신 자네들이 타는 건 어떤가?”
“*저희는 팬들이 이혼하겠다고 할걸요?”
사실 무서워서 다른 핑계를 대는 것이지만, 그들은 적당히 넘어갔다.
“*대신 얘는 탈 수 있을 거예요.”
“또 나냐….”
이안이 한숨을 쉬었다. 멤버들이 히죽 웃었다. 진짜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놀리려고 이러는 것이다.
“왜? 니가 경기장 꼭대기에서 원샷 받으면서 다이빙하면 반응 장난 아니라니까.”
“너 어차피 액션에 미쳐서 가능하고도 남잖아.”
“내가 언제 액션에 미쳤….”
이안은 고개를 돌려 헤일리와 스티브를 응시했다.
“*제가 와이어를 타고 원샷을 받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거와는 달랐다.
“*음, 너라면… 화면에 얼굴 뜨는 순간 반응 장난 아닐걸?”
“*괜찮을 거 같네만….”
이안은 이목이 쏠리는 게 싫어서 곧바로 다른 화제로 넘겼다.
“*일단, 그건 나중에 결정하고. 무대에 증강현실을 이용하는 건 어때요?”
“*증강현실 받고, 드론 쇼도 들어가야지.”
“*오, 재밌겠다. 선생님, 와이어는 못 타도 다른 건 하실 수 있죠? 전동 킥보드라든가….”
“*못 타는 거라니, 안 타는 거라네.”
* * *
아위는 하프 타임 쇼 무대에 대한 윤곽을 잡아가면서 신곡 준비까지 병행했다. 뮤직비디오는 자연스럽게 미국 로케이션이 되었다.
그들이 미국 소속사에서 준비해 준 연습실에서 신곡 연습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불이 꺼졌다. 그래 봤자 아침 여덟 시라 불을 꺼도 밝았다.
“뭐야?”
조태웅이 음악을 끄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연습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람들이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김명진은 케이크 위에 불붙은 초를 꽂고 등장했다.
“10주년 축하해!”
사람들은 아위와 함께 미국에 온 소속사 스태프와 미국 소속사의 스태프들, 그리고 이종수의 다큐 팀까지 다양했다.
멤버들은 어리둥절하게 서 있다가 황급히 핸드폰 화면을 켰다. 한국 시각으로 2027년 12월 12일이 된 지 막 2분이 지나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와, 시차 때문에 몰랐네.”
“아 공홈에 글 올리는 거 깜빡했다. 지금 안 들어가지는데?”
“난 예약 걸어 놨었는데.”
“최이안, 머리 좋은 놈.”
일단 애써 준비해 준 사람들에게 허리 숙여 감사를 전했다. 데뷔 초부터 함께해 온 스태프들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김명진이 내민 초에 불을 껐다. 박수 소리가 더 커졌다.
“우리 기념으로 라방이나 할까?”
“이 순간에 우리 팬들이 빠질 순 없지.”
임진우가 기다렸다는 듯 방송용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미 멤버들이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때문에 바로 라이브 방송을 켤 줄 알았다.
“역시 진우 형.”
스태프들은 발 빠르게 책상과 의자까지 준비해 완벽한 라이브 방송 현장을 만들어 냈다.
“됐나?”
“떴다. 안녕 여러분.”
방송 알림이 울리자마자 접속자 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멤버들은 밝게 웃으며 팬들을 맞이했다. 9주년 때는 조용히 넘어가서 올해는 본격적으로 축하하기로 했는데, 일이 바빠서 또 이렇게 갑작스럽게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성대한 데뷔 10주년 파티는 없어도 충분히 행복했다.
* * *
“*슈퍼볼 하프 타임 쇼에 초청된 기분이 어떠신가요? 소식을 들었을 당시에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이미 몇 번이나 받아 본 질문이었다. 멤버들은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연습생 때부터 하프 타임 쇼 무대를 보고 꿈을 키웠는데 이젠 그 무대에 직접 설 수 있다는 게 영광이네요.”
“*솔직히 그 당시에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을 못 했어요. 아시다시피 한국은 미식축구 문화권이 아니라서…. 근데 지금은 생각만 해도 심장이 떨려요”
“*빨리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인터뷰어는 질문지를 넘겼다. 다른 매체에서 했던 답변과 비슷해서 아쉬웠다. 이래서 인터뷰를 먼저 선점해 뒀어야 했는데, 아위가 너무 바빠서 이제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어떤 무대를 하는지 미리 알려 주진 않겠죠? 이안 씨는 반응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장난 아니었죠.”
이주혁의 답변을 시작으로 멤버들은 그 당시 이안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이안은 부끄러워서 제 볼을 긁적였다.
“*그래요, 마침 이안 씨에게 할 말이 있는데….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가 어제 NFL선수의 인터뷰를 했는데요. 결승전에 참여하는 뉴욕의 쿼터백, 프레드릭 다니엘스 선수가 당신을 언급했거든요?”
“*그래요? 잠깐, 프레드릭? 프레디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이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던데….”
“*잠시 봐도 될까요?”
이안은 인터뷰어가 내민 핸드폰 화면을 유심히 보다가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오, 와… 얘가 인기 선수인가요?”
“*NFL에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예요. 인기도 많고요.”
잠시 잊고 있던 동창의 소식을 이렇게 들을 줄은 몰랐다. 고등학교 때는 친했던 사이였지만 이안은 한국으로 가서 데뷔했고 가끔 뉴욕에 왔을 때 반가운 얼굴을 만났지만, 친구들 사이에 그는 없었다.
“*이 선수가 스타 선수가 된 지도 최근 2년 사이거든요. 연습하느라 그간 만날 기회가 있어도 안 갔다고 하더라고요.”
“*걔는 그럴 것 같았어요. 사실 저랑 프레디는 고등학교 때 별 볼 일 없는 선수였거든요. 저야 지금 일을 찾았고 천직이라고 느끼지만, 얘가 이렇게 스타 선수가 될 줄은 몰랐는데….”
“*다니엘스 선수도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경기장에서 꼭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 다 만나게 되어 있구나. 이안은 신기했다. 연습생 시절에는 최이안과 김용민의 삶이 혼잡하게 섞여 학창 시절에 대한 생각이 그렇게 생각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옛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고등학교 때 벤치를 데우던 두 명의 예비 선수가 NFL의 스타로 그리고 팝 스타로 만났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다니엘스 선수에게 할 말은 없나요?”
“*한국에서 활동하느라 NFL의 큰 팬은 아니지만, 제가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할지 확실히 정해진 것 같네요. 저도 꼭 경기 당일 날 꼭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원래도 기대하던 무대였는데,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안은 밝게 웃었다.
* * *
그렇게 아위는 스케줄을 간간이 다니면서 신곡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2028년 새해가 밝았고 미식축구 경기도 예선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결승전 경기가 다가올수록 하프 타임 쇼 무대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었다.
“*안전 이상 없습니다!”
“*올려!”
사람들의 고개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이주혁이 무전기를 들었다.
“야 이안아 거긴 어때? 공기 좋아?”
(와, 잠깐만. 너무 높은데?)
결국, 와이어를 매달게 된 이안은 밑을 흘끔 바라보고는 땀을 비질 흘렸다. 공연 시작, 이안은 경기장 위에서 미국의 국가를 짧게 부르고 내려가기로 했다.
멤버들은 지극히 농담으로 했던 말을 스티브 에버모어가 ‘괜찮은데? 진행 시켜!’로 밀고 나갔다. 어차피 이안도 미국 국적에다가 가창력도 탁월해서 노래로 현지인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어!)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와이어 다는 이유가 있네. 여기서 보는 바깥 풍경 죽인다. 카메라에도 엄청 잘 나올 듯.)
“아씨, 놀랐잖아.”
멤버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안은 겁먹었던 것도 잊고 빨리 적응했다.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기도 했다.
“와, 쟤는 벌써 적응한 거야?”
“안 무섭나?”
밑에서 바라보던 멤버들이 혀를 내둘렀다.
(다 올라온 거 맞지?)
“어.”
(음…. 여기서 어떻게 뛰어야 멋있게 내려갈 수 있지?)
이안은 뒤로 돌아 마치 침대에 편히 눕는 듯 서서히 아래로 몸을 던졌다. 밑에서 지켜보던 누군가가 놀라서 숨을 삼켰다.
그가 이렇게 떨어지면, 무대 바닥에 LED 화면이 화려하게 색을 띄울 것이고 증강현실을 이용한 특수 효과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재밌네.’
이안은 뒤로 쏟아지는 바람을 맞으며 씨익 웃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