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81)
‘다른 것도 봐 볼까?’
강진후는 단번에 과거의 영상물에 빠져들었다. 어차피 밖에 나가서 할 것은 없었다.
다른 민간인 아이처럼 놀이터에 가 봤자 군인인 그를 끼워줄 아이들은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다른 어른들처럼 술집 같은 데를 갈 나이도 아니다.
좁은 집에서 과거의 유산을 찾아보는 게 유일한 여가 생활이었다.
“강진후의 모의 훈련 성공률은?”
“대단하군. 바로 다음 임무에 투입해도 되겠어.”
매체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과 갈등을 얼핏 이해하면서도 이도화가 부탁했던 것을 잊지 않았다.
인간성을 잃지 말고, 사람을 귀하게 대하라는 당부 말이다. 자신 대신 목숨을 잃은 이도화를 강진후 나름대로 기리는 행위였다. 그는 객관적으로 봐도 훌륭한 사람이었으니.
“저 애가 우리 팀장이라고?”
“너무 어린데?”
하지만 잘은 안 되었다. 그가 코드 네임을 부여받고 팀 리더가 되면서 불만을 가진 팀원들도 있었다.
다들 개조 인간으로 태어나 남들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새파랗게 어린 후세대가 자신들의 리더를 맡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불만 있는 사람 있나?”
하지만 강진후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실력으로 팀원들을 꺾고 이도화가 했던 것을 따라 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에게 사람이 몰렸다.
“우리 대장이 고스트야?”
“고스트면 믿을 만하지. 임무 실패할 일은 없겠군.”
냉철한 판단으로 임무를 성공시키면서도 제 팀원은 확실히 챙기는 모습에 다들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쾅!
“안돼!”
하지만 그가 팀원들에게 인정받고 아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잃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강진후는 2207에 전사하기 전까지 가장 오래 살아남은 S 구역 태생 군인이었다. 그가 사는 동안 그가 아는 사람들은 모조리 죽었다는 뜻이다.
“대장······.”
“말하지 마!”
“죽기 싫어······.
“제발······ 제발······!”
그가 타인의 삶을 알아가고, 이해할 무렵에는 동료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럴수록 이도화가 생각났다.
‘왜 그랬습니까.’
왜 나한테 인간성이라는 것을 알려 줘서 이런 죄책감을 줍니까. 강진후는 탓할 사람이 필요할 만큼 몰려 있었다.
“아쉽군. 쓸만한 놈들이었는데······.”
“······.”
“바로 다음 임무를 맡을 수 있나?”
“네. 대신 저 혼자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몸을 혹사했다. 다른 일에 몰두해야 죽은 팀원들의 비명이 안 들릴 것 같았다.
‘이렇게 사는 게 옳은 것일까?’
장래가 정해진 채 태어나서 죽음 가까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사는 것을 과연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는 살았는데도 죽은 상태였다. 기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치명상을 입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일부러 죽고 싶지는 않았다. 이도화가 구해준 목숨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도화는 그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여태껏 그를 가르쳤던 교관과는 다른 말을 했었고, 자신에게 타인의 삶과 이야기를 알려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언제 죽을지 모르는 군인은 먹는 것도 사치였다. 살기 위해 팔뚝에 식사 대용 영양 주사를 대충 꽂아 넣은 강진후는 좁은 침대에 누웠다. 이제 이도화가 추천한 목록의 영상은 다 봤다.
‘만약 내가 저 영상 속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과거 자료를 표류하면서 보고 싶은 것을 봤다. 그럴수록 오히려 바깥에 나가 괴물을 상대하는 것보다 좁은 집에서 다양한 영상 매체를 보면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만약 시간 여행이 진짜 있다면······.’
그래서 삶을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이도화의 꿈은 강진후의 꿈이 됐다.
‘나는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래, 배우가 좋겠다. 저 화면 속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사람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
유연서는 자신의 어깨에 느껴지는 감각에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멈춰 선 동생의 모습에 유은호가 그를 가볍게 친 것이다.
“아······ 어제 꿈을 이상한 걸 꿨거든.”
“꿈? 설마······.”
“그런 거 아니야. 무슨 미래 시대 같은 꿈을 꿨어. 시놉 보고 자서 그런가?”
이제는 기억하려 애써야 그나마 기억나는 옛 시절 기억이었다. 박승환의 시놉시스가 그의 과거였던 미래 시대와 흡사해서 그런지 꿈에 자주 나타났다.
그는 의심하는 형을 안심시키고 친척들에게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연서야!”
“오랜만이다.”
“형!”
이 세계로 온 초반에는 이 사람들이 왜 나를 반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의 정이라는 것을 못 느껴와서 그런지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점점 기억을 동기화하고 유연서의 삶을 되찾아 살아갈 무렵에는 이들의 관심과 애정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이들의 관심은 일반적인 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 그 농도가 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씨 형제’에서도 형에게 갈등을 일으켜 어떻게서든 보상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우리 아들들 왔어?”
“네.”
유연서는 대뜸 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유건민에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몸은 힘을 풀었다. 유건민은 양손에 아들을 꼬옥 안고 히죽 웃었다.
“여보. 이제 떨어지세요. 내 차례야.”
이제는 이런 애정을 그냥 즐기기로 했다. 머리로는 이해 못 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이제 아니까.
많은 영상 매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고 오롯이 삶을 살아 봐야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도 한번 안아보자.”
유건민이 떨어지자, 다음은 최유진 차례였다.
두 사람은 그가 계속 날을 세워도 놓지 않았다. 이들이 주는 관심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주는 행위였다. 가족이니까.
“그냥 호텔에서 하시지, 뭘 귀찮게 집에서 해요.”
“늦은 주제에 말이 많구나.”
“할아버지, 앞으로 10년은 더 사실 거 같은데 올해 생신 정도는 넘겨도 되잖아요.”
“이놈이!”
유연서는 할아버지가 화내든 말든 히죽 웃었다. 어릴 때는 무섭고 다가가기 어려웠던 사람인데, 지금 보니 그냥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원래 나이가 들수록 너무 공경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친구처럼 다가갈 때 더 좋아하는 법이라고 유연서는 맘대로 생각했다.
“왔어?”
“어, 누나. 애는?”
“너는 나보다 조카가 좋니?”
한때 이런 가족을 바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소망은 현실이 되었다.
유연서는 출산하고 요양 끝에 오랜만에 본 사촌 누나, 이서윤과 인사한 뒤 아이가 있는 곳에 조심스레 다가갔다.
“와, 되게······ 쪼그맣네.”
“그렇지?”
이희서 관련 사건이 해결된 후 큰고모부에게 자유를 허락받은 이서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안녕.”
유연서는 자신의 손가락을 쥐는 조그만 생명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내가 이 시대에 온 건 기적이었지.’
솔직히 트라우마가 너무 심한 몸에 들어와서 이게 혜택이냐고 불평했던 시기도 있었다. 온몸을 헤집어놓는 듯한 감각 그리고 내장을 쥐어짜는 고통은 피가 되어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무엇보다 그를 아프게 했던 건 이희서를 떠올리면서 느낀 많은 감정이었다.
가족, 그것도 어머니를 향한 애정 그리고 죄책감과 자기 학대에 가까운 감정들은 그가 강진후 시절에 겪었던 감정보다도 더 지독한 감정이었다.
‘그때 스스로 숨을 끊지 않아서 다행이야.’
강진후 시절뿐만 아니라 유연서의 과거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시간 여행을 목표로 끊임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이도화가 당부했던 것처럼 많은 팀원을 살리고 지하에 살던 사람들을 구해냈다.
그 와중에 지구는 더는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한 지하 세계는 곧바로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만큼 많은 개조 인간들이 지상으로 나가 괴물을 죽이고 에너지원을 채취해왔다.
[대장. 죽지 마십쇼.]가장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은 역시 강진후였다. 2207년에 참여한 마지막 임무 때는 그를 제외한 모든 팀원이 살 수 있었다.
[대장은 꼭 우리가 시간 여행 보내드릴게요.] [눈 감지 마세요. 계속 숨 쉬고 있어야만······.]물론 그 팀원들도 치명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강진후로 인해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 죽어가는 그의 시신을 이끌고 지하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그를 옮겼다.
[날······ 버려라······.] [싫습니다!]강진후는 이도화의 조언을 잊지 않았고, 그 덕분에 제 팀원들이 자신의 몸을 무사히 이끌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어쩌면 이도화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 웃는다.”
“내가 봤을 때는 막 울었는데.”
“음, 그게······ 연서는 잘생겼잖아.”
“설마, 얘 얼굴 가려?”
“응.”
“애가 벌써부터······ 아니, 나 정도면 괜찮지 않아?”
“쉿. 너무 큰소리 내면 애 울어.”
이서윤과 박선우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린 유연서는 자신을 보고 웃는 아이를 보고 활짝 웃었다.
***
“역시 돈이 좋아.”
이태겸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뒤를 흘끔 바라봤다. 이제는 유연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린 주성의 전용기였다.
“무슨 비행기에 침대가 있냐?”
“역시 회장님 스케일은 다르네요.”
심지어 늘 타던 게 아니라 회장이 된 유건민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비행기였는데, 영화제 관련으로 비행기를 탈 일이 많은 아내와 둘째 아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가죠.”
유연서는 해외 영화제에서 배우 겸 심사위원 그리고 최대 후원사의 대표 격으로 참가했다.
그래서 임승현과 차윤호 그리고 이태겸까지 그의 뒤를 따랐는데, 경호원까지 더해져서 제법 인원이 많았다.
“뭐야? 누구야?”
“유연서?”
유연서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고,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그래서 영화제가 벌어지는 도시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꽤 많았다. 그가 지나갈수록 행인이 카메라를 들고 그를 찍었다.
“아버지, 영화제는 오랜만이죠?”
“그래.”
그리고 같은 거리에 있는 사람 중에서 한 노인이 걸어갔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데도 지팡이 하나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던 노인은 저 멀리 우르르 다가오는 동양인들에 몸을 옆으로 옮겼다.
“지미! 너무 뛰지 마!”
“내버려 둬. 오랜만에 와서 신나는가 보다.”
노인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노인은 이제 제대로 기억도 안 나는 자신의 전생을 떠올렸다. 그때 그 꼬맹이도 지금 손자만 한 키였던 거로 기억한다.
‘난······ 죽은 게 아니었나.’
‘보관하고 있었다고······?’
‘왜?’
이도화, 지금 생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사는 노인은 자신이 살린 생명이 그 아이였을 거라고 확신했다.
“지미!”
“······헉.”
한눈파는 사이 팔랑팔랑 뛰어가는 손자는 지나가던 유연서와 부딪쳐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애 다친 데는 없나요?”
화들짝 놀란 노인은 딸과 함께 손자에게 다가갔다. 유연서는 과하게 아이를 경계하는 경호원들을 제지하고 웃으며 아이를 일으켰다.
“이사님, 이제 가셔야 합니다.”
“그래요?”
유연서는 아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면서 그들을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전한 노인은 유연서를 알아보았다. 전생에서도 그렇고 지금 생에서도 그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가만, 저런 배우가 미래 저장 장치에 있었던가?’
노인은 저 멀리 사라지는 유연서의 등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잘 보고 다녀.”
“네.”
“아버지?”
노인은 딸의 부름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기묘한 감각이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그에게는 먼 미래 전생보다 지금 삶이 소중했으니.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