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80)
‘특이한 애야. 후세대라서 그런가?’
이도화는 묵묵히 뒤를 따라오는 작은 아이를 쳐다봤다. 자신도 같은 구역에서 태어났지만 강진후처럼 무언가 결여되어 있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같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개조 인간이지만, 인간이라는 게 공장처럼 찍어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각자 다른 성향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모의 훈련 동안 강진후는 완벽한 훈련 성과를 보였지만, 감정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런 성향의 군인이 흔치 않아서 아마 윗분들이 좋아할 만한 인재일 것이다.
‘애는 애다워야지.’
하지만 이도화는 그게 신경 쓰였다. 그래서 기계 같은 애한테 뭔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키운 사람들은 우리를 전우로 묶었지만, 전우애를 바라지는 않았다. 오히려 쓸모없는 팀원은 버리든지 방패로 세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 것이다.
‘쟤는 곧 팀 리더가 될 거야.’
워낙 범상치 않아 보여서다. 강진후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되면 임무 성공률은 높아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생존이 희박해진다. 그중에는 이도화가 간신히 살린 전 팀원들도 있을 것이다.
“11시 방향에 괴물이 보입니다. 블랙 타이거입니다.”
“블랙 타이거? 쉽네. 잡고 가자.”
그들은 갑작스럽게 출현한 괴물을 상대해냈다. 강진후는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자신 몫의 괴물을 처치했다.
“팀장님!”
“뒤로 빠져! 내가 한다!”
강진후는 이도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쓸데없는 정은 임무 수행에 방해만 될 뿐이다. 팀원들의 부상을 줄이기 위해 팀장이 직접 나서는 건 지휘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왜긴 왜야. 죽으면 큰일 나잖아.”
“우리는 부품일 뿐입니다. 왜 팀장님이 나서는 거죠? 오히려 팀장님의 부상이 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심각하게 다치지는 않았다. 다 계산한 거야. 근데 그 말은 정 교관이 가르쳤냐?”
하지만 이도화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고 곤경에 빠진 팀원을 구하느라 팔뚝에 작은 상처를 입었다.
“그 사람이 주입했던 건 잊어. 실전은 다르다. 따라 해. 사람은 귀하게 쓰는 거야.”
“사람은 귀하게 쓴다.”
“그래. 내가 하는 걸 잘 보고 배워. 넌 첫 임무니까.”
그렇게 강진후는 이도화의 뒤에 밀착해서 그가 뭘 하는지 자세히 관찰했다.
이도화는 중간 지점에서 야영해도 불침번을 마다하지 않았고, 팀원들의 작은 변화도 눈치채 농담을 걸었다. 어쩌다 마주친 괴물을 가장 먼저 상대하고, 위험에 빠진 팀원을 버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팀 분위기는 좋았다.
“······뭔가 있습니다.”
“대기.”
그렇게 무명의 괴물 근처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그들의 임무 목적인 무명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 커졌잖아?”
“이거 우리만으로 되겠습니까?”
“해야지.”
그렇게 무기를 치켜들고 괴물에게 돌진했다.
“정신 차려!”
충분한 훈련을 거쳤지만, 괴물은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들이 알고 있던 패턴이 깨지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괴물은 이도화의 팀원을 마구잡이로 잡아 던지고 찢었다.
“윤제야!”
“조심하십시오!”
“이런 시발······!”
총 아홉 명의 팀원들은 하나둘 목숨을 잃었다. 이도화는 아끼던 팀원이 목숨을 잃어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남은 팀원이라도 살려서 데려가야 해서 침착하게 괴물의 약점을 찾았다.
‘등과 목 사이 저 부분 살이 유독 약해 보이는데······.’
이도화가 눈치챈 것을 강진후도 눈치챘다. 강진후는 땅을 박차고 아이다운 가벼운 몸을 이용해서 괴물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도화가 포착한 곳에 폭탄을 부착했다.
“됐어!”
약점에 폭탄이 터졌다.
“자, 잠깐만······!”
괴물은 쓰러지면서 강진후를 잡아 땅바닥에 던졌다. 이윽고 괴물은 기괴하게 찢어진 입을 강진후 쪽으로 벌렸다. 내가 죽더라도 나를 죽게 한 이 인간만큼은 데리고 가겠다는 집념이었다.
“안 돼!”
그리고 그사이를 이도화가 가로막았다. 강진후 대신 괴물의 아가리에 몸을 던진 이도화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러셨습니까?”
강진후는 괴물을 확인 사살하고 피투성이 팀장에게 다가갔다. 이도화를 살피는 강진후의 목소리는 격양되어 있었다.
드디어 이 감정 없는 아이한테 감정을 끌어올리게 되었나. 목숨이 위험한 와중에도 실없는 생각이 나와서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긴 임마. 팀장이 팀원을 지키는 건 당연한 거야.”
“그래서 팀장님이 죽어가고 있잖습니까.”
임무 경험도 없는 10살 애송이보다는 이도화가 사는 게 나았다. 살아서 그토록 원하는 시간 여행 혜택을 받을 때까지 공적을 쌓는 게 나았다. 고작 몇 시간 본 어린 팀원을 위해 몸을 내던진다고?
“나는 그래도 오래 살았잖아. 넌 아직 열 살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도화는 곳곳에 쓰러진 제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꼬맹아.”
“네.”
“언젠가 네가 팀 리더를 맡게 되면······ 너무 매정하게 굴지 마. 네 팀원을 잘 보살펴.”
“팀장님처럼요?”
“그래. 나처럼.”
이도화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강진후의 손등 위에 제 손을 덮었다.
“우리는 부품 따위가 아냐. 정상적으로 태어나지 않아도 우리는 인간이다.”
“······.”
“인간성을 잃지 마.”
강진후는 인간성이 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도화의 상처가 너무 심각해서 물을 수 없었다.
“네가 팀원을 살릴수록 네가 살 가능성이 커져.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야.”
“말하지 마세요.”
“됐어, 난 틀렸어.”
이도화는 애써 지혈하는 작은 손을 뗐다. 그러자 피가 울컥 튀어나왔다.
“진후야.”
“네.”
뒷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강진후는 그의 눈을 감겨 주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가슴이 답답해져서 계속 한숨을 토해낼 뿐이었다. 후에 그는 이 답답함을 애달픔이라고 정의했다.
“전멸인가? 드론은 띄웠겠지?”
“이런.”
강진후를 보낸 상관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이도화의 코드 네임은 세인트. 성자처럼 모든 팀원을 살려서 돌아오는 것으로 유명했다. 군인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았고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훈련생은 이대로 죽기엔 아까운데.’
그래서 이도화를 팀장으로 붙여 줬건만······ 강진후를 가르쳤던 교관은 아쉬워서 탄식했다.
“누구지?”
‘동백’ 임무를 계획했던 상관과 그를 가르쳤던 교관들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문이 열리고, 작은 체구의 어린아이가 서 있었다.
“임무 보고드립니다. 무명의 괴물을 퇴치하고 에너지원을 가져왔습니다.”
“······팀장은?”
강진후는 등에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았다. 천을 걷어내자, 이도화의 시신 위에 축구공만 한 에너지원이 올려져 있었다.
“팀장 포함 8인, 사망했습니다.”
“이런.”
이도화와 팀원들이 죽은 건 악재이지만, 강진후가 가져온 에너지원의 농도가 짙은 것이······ 희생이 헛되지 않을 만큼의 자원이었다. 그들은 그걸로 만족했다.
“시신 수습은 왜 했나?”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야 할 것 같다라······.”
교관은 제 턱을 어루만지며 강진후를 쳐다보았다. 무표정이었던 얼굴에는 침울함이 언뜻 보였다.
“그래, 존경받을만한 군인이지. 잘했다.”
“팀장은 시간 여행을 갈 수 있습니까?”
“그만한 공적을 쌓았긴 했지만, 이미 숨이 끊어져서 안 될 거다.”
“······그렇군요.”
그토록 바라던 시간 여행 혜택도 물거품이 되었다. 강진후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까부터 가슴을 누르는 답답함이 풀리지 않았다.
안내 드론이 앞장섰다. 강진후는 그동안 이도화를 검색했다. 그가 언제 무슨 구역에서 태어났고 어떤 임무에서 뭘 했는지에 관한 사항이 나열되어 있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훌륭한 군인이었다.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나았는데.’
왜 나를 살렸을까.
지하에 사는 민간인들은 과거에서부터 후손을 이어온 진짜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푸른 하늘 아래 쾌적한 공기를 포기하는 대신 지하에서 안락한 삶을 살고 있었다.
“군인?”
“저런 아이가?”
그들은 묵묵히 걸어가는 한 아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런 아이가 집을 배정받을 정도면 한 사람분의 몫을 해내는 군인이라는 뜻이다.
‘이게 내 집이구나······.’
강진후는 집안을 훑었다. 지금으로서는 공간이 꽤 넓어 보이지만, 어른이 되면 비좁게 느껴질 만한 크기였다.
‘어른?’
내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강진후는 제 가슴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이도화처럼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면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인간성을 잃지 말라는 이도화의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안고 참여한 두 번째 임무 ‘소나무’에서는 아예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탕!”
“어?”
“피해!”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강진후는 자신의 팀장이 쏜 총에 맞아 엄폐물 뒤로 숨었고, 그 사이 팀장은 자신의 팀원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너는 우리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아나?”
“······모르겠습니다.”
쓰러진 강진후가 생각한 건, 총에 맞는 건 더럽게 아프다는 사실이었다. 나중에 고통을 없애는 시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무리 팀장이라도 10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를 바로 죽이긴 어려웠는지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장황하게 늘여놓았다.
“우린 그저 부품이다. 저 아래 민간인들과는 달라. 이런 총을 조이는 나사 따위라고.”
“그래서 다 죽인 겁니까?”
“그래. 어차피 우리에게 희망은 없어. 그럴 바에는······ 다 같이 죽는 게 낫다.”
“싫습니다.”
그리고 그는 팀장이 방심한 것을 눈치채고 총을 들었다. 딱히 삶에 미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도화가 어렵게 살려준 목숨을 이런 상황에서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코드 네임은 ‘고스트’다.”
유령처럼 괴물의 숨을 끊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했지만, 다들 전멸했는데 혼자 살아남아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강진후는 단 두 번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쳤다. 이도화처럼 자신의 팀원을 구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있다면, 박상우처럼 자신의 삶을 비관해서 팀원을 다 죽이고 자신까지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한 리더가 있었다.
‘삶?’
삶이란 뭘까? 그는 이도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거는 달랐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삶을 누리고 살았지. 난 꼭 과거로 갈 거야.]“집, 아카이브 열어.”
강진후는 이도화가 보냈던 영상 컨텐츠 목록을 대충 훑었다. 그리고 아무거나 짚었다.
“2019년 드라마 ‘가상 현실’ 작가는 황미정.”
“그래.”
그는 멍하니 인공지능이 재생해준 영상물을 바라보았다.
‘삶이란 건 복잡하구나.’
그가 다른 삶을 꿈꾸게 되는 시작이었다.
***
“설마 아직도 자나?”
이태겸은 임승현과 함께 유연서의 집에 들어왔다. 원래라면 거실에 앉아 커피나 마시고 있을 유연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침실의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별일이네······ 내가 깨우러 갈게.”
이태겸은 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앉아 있는 유연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야, 깼으면 나와 있지.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잖아.”
“무슨 일은 무슨.”
“표정이 왜 그러냐?”
“뭐가?”
“악몽이라도 꿨냐?”
“뭐, 비슷하지.”
이미 다 잊은 과거 일을 꿈을 통해서 다시 겪는 것은 제법 이상한 일이었다. 유연서는 이태겸을 살짝 밀치고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그 사람도 시간 여행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