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9)
전쟁, 전염병 그리고 급격한 환경 악화로 황폐해진 지구, 일부 인간들은 화성의 정착지를 만들기 위해 우주로 나아갔고, 지구에 남은 인간들은 지하에 땅굴을 팠다.
지하에 남은 인간들의 목표는 지구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환경인지 데이터를 수집해 화성의 정착지에 보내는 일,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진화한 지상의 괴물들을 연구하고 활용할 방법과 괴물로 인해 생성된 자원을 캐고 지구가 정말 회생 불가능이라 판단되면 화성으로 이주하는 게 최종 목표였다.
인공 생명 잉태 장치 ‘이브’에서 한 사람이 태어났다.
힘겨운 출산을 끝낸 어머니의 품이 아니라 출산 보조 드론의 기계 팔로 옮겨진 아이는 부모가 고심 끝에 지어진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
강진후라는 이름은 그를 구성하는 많은 과거에서 무작위로 골라진 이름이었다.
“S 구역 부화는 오랜만에 보는데······.”
“난 처음이야.”
황폐한 지하 거리에서 살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드론이 옮기는 요람을 쳐다보았다.
S 구역은 유일한 개조 인간을 만들어내는 시설이었다. 군인으로서 중요한 임무를 맡을 예정이기 때문에 출산 장치에 심혈을 기울였고, 안전하게 태어나는 것조차 희소했다.
같은 구역에서 남들보다 일찍 부화한 강진후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자랐다.
S 구역에서 태어난 군인 예정자의 평균 수명은 30살. 개조 인간이라 자연 수명이 짧은 탓도 있지만, 어차피 바깥에 나가 임무를 수행하면서 멀쩡히 돌아온 군인은 없었다.
강진후가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전사했을 때 나이는 36살, S 구역에서 태어난 군인 중에 가장 오래 살았었다.
“움직임이 둔하구나.”
그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은 훈련 교관에게 나가떨어지는 한 아이였다. 같은 구역에서 같은 유전자를 받아 태어난 아이는 강진후와는 형제라 불릴 정도로 닮아 있었다.
같은 구역에서 태어났기에 가족이라 불릴 수 있지만, 애초에 정상적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가족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흑······ 흐어엉!”
게다가 그들을 훈련하는 교관들은 항상 감정을 죽이라고 했었다. 우린 전우일 뿐, 최전방 군인으로서 지하의 인간들을 보호하고 지하 사회를 위해 정해진 삶이라고 했다.
그들은 걸음마를 떼자마자 언어를 주입받았고, 바로 칼과 총을 잡았었다.
“······데리고 가.”
“네.”
결국 제 나이처럼 울어버린 아이는 교관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갔다. S 구역에서 태어난 사람은 쉽게 폐기 처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마 따로 집중 훈련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훈련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아마 다른 구역에서 생산 시설 일을 맡을 것이다. 아니면, 그냥 지상으로 올라가 고기 방패가 되거나.
“다음!”
아직 그 상황을 알지 못하는 강진후는 교관의 외침에 일어나 칼을 쥐었다.
‘눈빛이 괜찮군.’
교관이 그를 평가하는 와중에 강진후는 교관을 향해 기습 공격을 날렸다.
물론 체격 차와 악력 차가 있어서 쉽게 막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칼을 들었다. 가벼운 몸을 이용해 뒤로 몸을 빙글 돌며 물러난 강진후는 칼을 역수로 쥐고 다시 땅을 박찼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뛰어나군.’
교관은 그런 그를 적당히 받아주며 지도해 주다가 그의 배를 발로 가격했다. 뒤로 나가떨어진 강진후는 다른 아이들처럼 울지 않고 떼쓰지 않았다. 아픈 몸을 애써 일으켜 교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애는 위로 올려보내.”
“네.”
떡잎부터 남다른 것을 느꼈을까?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된 강진후는 자신보다 일찍 부화한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훈련을 받았다.
“······애잖아.”
“갓 부화한 것 같은데.”
그런 선배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강진후는 10살이 넘을 무렵 첫 임무를 받았다.
“작전명 ‘동백’의 명단을 발표한다.”
홀로 눈높이가 낮은 강진후는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선배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무자비할 정도로 빠른 습득력과 훈련 속도 때문이었는데, 심지어 그들도 상대하기 애먹었던 교관을 제압한 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진후.”
“네.”
“전투 훈련을 종료하고 내일부터는 정예 군인으로 활동한다.”
“네. 알겠습니다.”
군인으로 태어났지만, 지하 세계에서 군인의 계급 따위는 없었다. 위에만 올라갔다 하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라서 그저 이름으로 통했다.
대신, 코드 네임을 부여받으면 임무의 리더를 맡아 활동하게 되는데, 이 코드 네임의 이름값을 높은 계급을 받은 것처럼 대우했다.
“잘 부탁한다. 꼬맹아.”
“강진후입니다.”
“그래, 꼬맹이.”
‘동백’의 팀장은 강진후보다는 윗세대의 개조 인간으로, 24살의 나이에 여러 공적을 쌓은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팀원으로 고작 10살의 아이가 들어왔다고 불만이 있는 기색은 없었다. 강진후의 훈련생 시절 활약상은 군인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우리 임무는 지상의 여기, 이 포인트로 가서 무명의 괴물을 상대하고 자원을 빼 오는 일이야.”
“무명? 이름도 안 붙은 괴물이라고? 이 작전 괜찮은 거 맞아?”
“드론 띄워서 패턴 파악은 끝난 상태야.”
‘동백’의 팀원은 강진후를 포함해 아홉 명이었다. 강진후를 제외하고 다들 팀장을 신뢰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팀 리더를 맡으면서 팀원들의 생존력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모의 전투 프로그램에 넣었으니까 임무 시작 전까지 완벽히 숙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네.”
강진후도 모의 전투 훈련장에 들어가 팀원들과 장비를 점검했다. 이윽고 실제 같은 홀로그램이 출력되면서 바로 작전 훈련에 돌입했다.
“달려온다. 옆으로 피하고.”
훈련은 팀장인 이도화의 지시를 따르면서 시작됐다. 도감에서나 봤던 괴상한 생물은 집채만 하게 찢어진 입을 벌린 채 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3시 방향. 꼬리 날아온다.”
“6시 방향으로 이동.”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강진후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팀장인 이도화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배울 점이 많았다. 팀원들의 믿음을 받는 팀 리더는 흔치 않았다.
“진후! 1시로 이동해서 폭탄 발사해!”
“확인.”
강진후는 실전과 유사한 경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대로 해도 변수는 늘 발생했다. 괴물이 한 팀원을 공격했을 때, 홀로그램이 멈췄다.
“잠깐, 훈련 종료. 윤제야.”
“네.”
“거기서는 5시 방향으로 튀어야지. 왜 멈춰 서 있어.”
“죄송합니다.
모의 전투 훈련이 워낙 사실적이라서 벌어진 헤프닝이었다. 이도화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읊은 뒤에 제 팀원들을 바라봤다.
“나 너희랑 무사 귀환하고 싶다. 잘하자.”
“네.”
“5분 정도 쉬고 다시 시작한다.”
강진후는 그런 팀장이 이해되지 않았다. 괴물이 윤제라는 팀원에게 한눈판 사이 결정타를 날리면 끝나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십니까?”
고작 훈련이 아닌가? 실전도 아니고. 우리는 단순 소모품이 아닌가. 어차피 군인은 ‘이브’에서 찍어낼 수 있다. 한 명을 버리고 무명의 괴물을 죽이는 게 훨씬 이득 아닌가?
“당연한 거 아니야? 내 판단에 따라 죽을 수도 있는데.”
“책임감입니까?
“그렇지.”
뭐라 말하려던 강진후는 팀장의 눈에서 강력한 열망 같은 걸 읽었다.
“그것 때문입니까?”
“아니지. 우리가 군인으로서 공적이 쌓이면 우리가 죽기 직전에 ‘시간 여행’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시간 여행이요?”
“아 너 10살밖에 안 됐지.”
팀장은 대단한 비밀 얘기라도 하는 듯 상체를 숙여 강진후의 귀에 얼굴을 밀착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과거의 화려했던 시대 말이야.”
“과거에는 뭐가 있습니까?”
이 당시 강진후는 새하얀 백지였다. 훈련 외 기본 상식 교육은 받았지만, 과거에 뭐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과거······ 너 아카이브에서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거 안 봤어?”
“그게 뭡니까?”
“너 집에서 뭐 하니?”
“저는 아직 집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정식 군인이 되면 훈련장 안의 기숙사가 아니라 관사를 배정받는다. 원래라면 군인 훈련은 15살에 끝나지만, 강진후는 그 훈련 시간을 무려 5년이나 앞당긴 천재였다. 벌써 교관들 사이에서 영웅이 등장할 거라는 예측도 나올 정도였다.
“햐아, 이런 핏덩이를 데리고 위로 올라가야 한다니.”
하지만 팀장인 이도화의 의 눈에는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그는 태블릿을 조작해 엄선한 컨텐츠 목록을 강진후의 태블릿으로 전송했다.
“집 배정받으면 이거부터 봐봐. 명작이니까.”
“······네.”
“하여튼, 우리 지구가 과거에는 이렇게 칙칙한 지하에서 안 살았단 말이지.”
“그럼 지상에서 살았습니까?”
“그래. 저런 괴물들도 없고 하늘을 뚫을 것처럼 높은 빌딩에 끝없이 펼쳐진 초록 숲도 있겠지. 그리고 땅이 멈춘 끝에는 바다가 있대.”
이도화는 멈춘 홀로그램을 가리켰지만, 강진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빌딩이라는 게 뭐지? 숲? 나무를 말하는 걸까?
팀장의 얘기는 사람을 집중시키게 하는 힘이 있었다. 과거에는 자원도 넘쳤고,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국가와 사회 체제 안에서 우리처럼 세포 때부터 미래가 정해진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대단한 거라면 우리를 만든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았겠습니까?”
“그거 때문에 지하 사회가 붕괴할 뻔한 적도 있었지. 그런데 시간 여행을 하려면 우리가 괴물에서 추출한 에너지원이 필요해.”
“쉽지 않겠군요.”
“그래. 우리를 만든 이유지. 하지만 정작 윗사람들은 시간 여행을 가기도 전에 화성으로 가 버렸지만.”
검증 안 된 시간 여행보다는 새 정착지에서 기득권 놀이를 하고 싶어서 떠난 것이다. 지하에 남겨진 사람들은 시간 여행을 미끼로 체계를 다시 구축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면, 그냥 전설 같은 거 아닙니까? 실재하는 게 아닐지도······.”
“아냐. 당장 1년 전만 해도 시간 여행 혜택을 받은 사람이 있어. 자신이 소망하는 삶을 사는 인간으로 살 수 있대.”
S 구역에서 태어난 1세대 개조 인간이라고 한다. 그간 누적된 괴물 섬멸 숫자가 가장 많은 군인으로서 숨이 다 끊어지기 전에 시간 여행 장치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팀장님은 무슨 소원을 빌려고요?”
“전쟁이 없는 세계로 가게 해달라고 할 거야.”
“그런 과거가 있겠습니까?”
“글쎄,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군인은 모든 감정을 죽이라고 세뇌했지만, 이도화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슬슬 올라갈 준비 해야겠다.”
장비를 챙기고 이도화의 뒤를 따르면서 강진후는 곰곰이 생각을 거듭했다.
‘시간 여행······.’
그렇게 ‘동백’에 참여하는 군인들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문이 열리자, 삭막한 모래 평원이 펼쳐졌다. 강진후는 눈 앞에 펼쳐진 진귀한 광경에 넋을 잃었다.
“어때?”
“저게 별입니까?”
“그래. 은하수.”
팀장인 이도화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 자신도 첫 임무를 나갔을 때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을 보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었다.
“어때?”
“······예쁩니다.”
“가자. 오래 있으면 괴물이 공격하니까.”
“네.”
강진후는 임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도 고개를 내리지 않았다. 이런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 살아간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 과거는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