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8)
“윤호 씨!”
JSENM에서 유연서의 비서이자 최측근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차윤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눈웃음이 마치 여우를 연상시키게 되는 차윤호는 속으로 눈앞의 사람들을 훑었다. HR팀이군.
“안녕하세요. 주말 잘 지내셨어요?”
“네. 그런데······ 오늘 이사님 오시는 날인가 봐요?”
그를 불러 세운 직원들은 차윤호가 들고 가는 태블릿 패드를 흘끔 보고 넌지시 물었다. 이 이 시간에 로비에서 저걸 들고 서 있으면 높은 확률로 유연서가 출근한다는 알림이나 마찬가지였다.
“네. 예능 촬영차 겸사겸사요.”
“와······ 저 이사님은 처음 봬요.”
“뒤에 분은 신입 분이신가 보네요?”
차윤호는 맨 뒤에서 볼이 빨갛게 상기된 앳된 직원을 쳐다봤다. 본인은 숨긴다고 숨기는 거 같은데, 내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게 차윤호의 눈에는 다 보였다.
“네. 이사님 보려고 우리 회사 지원했대요.”
“우리 이사님이 사람을 저절로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으시죠.”
유연서에 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차윤호는 산하 제작사 말단 직원에서 현장 일을 익히며 구르다가 우연히 최유진의 눈에 들게 돼서 본사로 오게 된 특이한 케이스였다.
[이거 기획 짠 사람이 누구죠?]단번에 최유진의 눈에 들 정도로 일머리는 비상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텃세를 부리는 본사 직원들을 신묘한 주둥이질로 감화시킬 만큼 친화력도 발군이었다.
[······이사님 비서에 차윤호 씨를요?] [연서 옆에는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해요. 애가 너무 날을 세우잖아. 옆에서 이렇게 쫑알쫑알 떠드는 사람도 있어야지 분위기가 괜찮지 않겠어요?]그의 행동은 소문이 되었다. 부회장님이 직접 꽂은 제작사 말단 낙하산이 그렇게 말이 많다더라. 따위의 것으로 말이다.
회사에서 나오는 모든 소문은 최유진의 귀에 들어갔다. 그 때문에 유연서의 비서로 얼떨결에 고속 승진했지만, 차윤호는 자신이 드디어 천직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 오시네요.”
마침 유연서가 임승현이 열어주는 유리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직원들 그리고 유연서를 보려고 1층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주섬주섬 핸드폰을 들었다.
유연서가 매일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와서 방대한 일을 처리하고 가기 때문에 같은 직원들도 그를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유연서는 나오지 말라고 해도 굳이 나와서 서 있는 차윤호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왜 나와 있어요?”
“저도 이사님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중이랍니다.”
차윤호는 이해를 못 해서 고개를 기웃거리는 유연서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사님 비서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 장난 아니거든요.”
작게 한숨을 쉰 유연서가 중얼거렸다.
“······왜 내 주변엔 이런 사람들밖에 없지?”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사람들이란, 백서준과 차윤호를 말하는 것이다. 칭찬 아닌데······ 유연서는 과하게 반짝거리는 차윤호의 시선을 무시했다.
그래도 초반에는 내 눈치를 봤던 거 같은데······ 그래도 얄밉지 않은 건 재주인가.
“이럴 거면 데뷔하지 그래요?”
“저는 이사님을 모시는 것만으로도 연예인 체험이 된답니다.”
결국 작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하긴, 그 할아버지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연예계와 인터넷 커뮤니티 그리고 유연서와 관련된 1타 강사를 자처했으니 말 다 했다.
“승현 씨도 오셨네요?”
“윤호 씨, 오랜만입니다.”
“태겸 씨는요? 태겸 씨가 있어야 내 키가 안 작아 보이는데······.”
임승현도 유연서와 비슷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주차하고 올라온답니다.”
“그럼 일단 올라갑시다.”
세 사람은 일로도 교묘하게 얽혀 있어서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임승현은 주성의 전략기획실에서 유연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검토하고 총괄했다. 유연서 개인의 재산 관리라던가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모든 것들을 말이다.
이태겸은 연예인으로서 유연서의 스케쥴 관리를 담당했고, 차윤호는 JSENM의 이사로서, 컨텐츠 제작 투자자로 관여하는 모든 일을 담당했다.
“이런 우연이.”
“윤호 씨, 안녕하세요.”
마침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에 이태겸이 타고 있었다. 차윤호는 드디어 자기가 덜 작아 보인다고 말했고, 이태겸은 그럼 내가 키가 작은 거냐며 투덜거렸다.
“그래봤자 두 사람 키 똑같잖아요.”
“이사님, 제가 태겸 씨보다 0.5센치는 클 겁니다.”
“윤호 씨 유치한 건 알았는데 진짜 유치하네요.”
“180 넘는 이사님과 승현 씨는 몰라요, 이런 심정을.”
‘유씨 형제’의 카메라 감독이 세 사람을 찍었다. 뒤따라온 작가는 차윤호의 인터뷰를 따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차윤호도 유연서와 관련해서 간간이 얼굴을 비쳤지만,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말하는 거 자체가 웃긴 사람은 처음이다. 이런 사람이 예능을 해야 하는데······.
“보고해 보세요.”
“네.”
여우처럼 실실 웃으며 농담을 건네던 차윤호도 업무를 시작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유연서에게 발표를 시작했다.
유연서가 회사에 자주 오는 게 아니라서 발표 형식으로 핵심만 딱딱 짚었다. 이것도 말하길 좋아하는 차윤호가 제안한 업무처리 방식이었다.
“······내가 이 회사도 가지고 있었나?”
“다른 회사랑 합병해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 회사도 이사님이 인수했던 회사입니다. 제가 사인받지 않았나요?”
“아, 기억난다.”
대표들 이름을 보니 낯이 익었다. 유연서가 입을 다물자, 차윤호는 발표를 이어갔다.
“이번에 영화제 출품작 반응이 좋습니다. 흥행 예상도 좋고요.”
“그래요?”
사업적 운도 따라주는지 유연서가 인수하거나 손대는 회사들은 제법 잘 나갔다.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고, 어차피 죽을 때까지 다 못 쓸 거라고 생각해서 이곳저곳 돈을 뿌렸는데, 그게 선순환이 돼서 돌아오고 있었다.
“영화제 일정은 다 됐죠?”
“네. 출품작 중에 이사님이 꽤 좋아할 만한 작품도 있더라고요.”
유연서는 국제 영화제에서 배우로서도 참가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워낙 작품 보는 눈도 좋고, JSENM의 이사로서 뿌린 돈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승환 감독이 시놉시스를 보냈습니다.”
배우로는 이미 정점을 찍고 감독으로도 궤도에 오른 박승환은 친분을 내세우지 않고 회사에 시놉시스를 넣었다.
“······SF인가 보네.”
“네. 유전자 변형으로 생긴 괴물들을 피해 지하에 숨은 인류가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화성으로 이주한다는 스토리입니다.”
유연서의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다.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인류 멸망이라던지 우주 배경 그리고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시놉시스도 있었다. 사람의 상상력이라는 게 뭔지, 2207년의 미래와 유사한 배경의 시나리오도 많았다.
“어, 이거. 우리 쪽에도 들어 온 시놉 같은데요.”
이태겸을 통해 오는 시놉시스는 배우로 출연해 달라는 제안이고, 차윤호를 통해 오는 시놉시스는 제작 투자로서 작품을 잘 봐달라는 제안이었다.
“주연이죠?”
“당연하죠. 이런 액션을 할 배우가 있나? 쟤밖에 없지.”
“역시······ 이사님만 한 액션 연기를 하는 분이 없으니까요.”
“제발 이제는 몸을 아꼈으면 좋겠는데요.”
두 사람의 이야기에 임승현이 덧붙였다. 워낙 스턴트를 안 쓰기로 유명한 데다가 어디 특수 부대라도 다녀왔는지 감독이 요구하는 것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문제는 그 액션의 강도가 꽤 높다는 거다.
임승현은 유연서의 경호팀도 관리하고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저렇게 예비 목숨이라도 달린 것처럼 행동하시면 우리가 경호해도 의미 있냐는 불만을 듣기도 했었다.
“음······ 승환이 형이니까 흥행은 괜찮을 거 같은데, 배우로서는 모르겠네.”
“왜? 그린 스크린 때문에? 너 그런 거 있어도 잘하잖아.”
“배경이 안 끌려.”
아무래도 미래 배경의 SF 액션 영화는 끌리지 않는다. 이미 2207년에서 충분히 겪은 일인데 작품에서까지 겪고 싶지 않다. 그가 연기를 하는 목적은 다양한 삶을 살아보려는 목적이다.
업무 보고가 끝나고 유연서가 이것저것 지시하는 것을 받아 적은 차윤호가 드디어 소파에 앉고서는 입을 놀렸다. 유연서도 달리 할 일은 없으니 그의 수다를 받아줬다.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네. 잘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의 장기 휴가는 편안했다. 섬에서 돌아온 유연서는 게스트 백서준과 이번에는 국내 곳곳을 돌아다녔었다.
“다음에는 ‘유씨 비서들’로 한 번 더 찍어보시는 건 어때요?”
“차윤호 씨, 이럴 거면 데뷔하라니까요?”
“에이, 그렇게 본격적인 건 수줍어서······.”
차윤호가 능글맞게 웃었다. 이윽고 이태겸과 최근 들어오는 시나리오 그리고 컨텐츠계 전반적인 얘기를 계속했다.
“이사님은 나중에 감독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연출에 관한 이해도 좋으신데.”
“언젠가는 하지 않을까요? 아직 직접 연기하는 게 좋긴 하지만.”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이야기를 창작하는 능력은 없어서.”
경험담이면 모를까······ 유연서는 문득 박승환이 보낸 시나리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만 가 봐야겠네요.”
“아, 이사님. 비서실 직원 새로 뽑아도 되죠? 이거 다 관리하려면 제 허리가······.”
“그러세요.”
유연서의 뒤를 임승현과 이태겸이 따라갔다. 차윤호는 잔망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부산에서 뵙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하여간 캐릭터 참 특이한 사람이다. 유연서는 고개를 작게 젓고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스태프분들은 안 가세요? 왜 둘로 찢어지셨지?”
“저······ 차 비서님.”
“네.”
“저희 예능에 인터뷰를······.”
“어우, 좋죠. 어디 가서 할까요?”
합법 월급 루팡할 기회를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반색하며 스태프들을 빈 회의실에 안내한 차윤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제가 우리 이사님을 뵌 건······.”
그는 작가가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유연서와의 첫 만남 그리고 현재까지의 얘기를 나불거렸다.
“우리 이사님이 사람 챙기는 건 진짜 잘하거든요.”
사실 차윤호는 처음 유연서의 비서를 맡았을 때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워낙 마당발이라 성격이 괜찮아진 건 알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분위기를 읽느라 소극적으로 다가갔는데, 유연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기면 제 사람은 확실히 챙겼다. 그거에 감화된 차윤호는 유연서의 극성팬을 자처했다.
“아, 그러셨구나.”
“네. 그리고 우리 이사님이······.”
나중에 편집본을 받아본 유연서는 차윤호의 분량을 대폭 줄여달라고 지시했다.
믿을 만한 사람이 제 칭찬을 늘여놓으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 법이다. 하지만 적당히 해야지 부끄러워서 낯이 화끈거렸다.
***
“어, 형.”
(다음 주 알지?)
“기억하지. 벌써 그렇게 됐나······.”
유연서는 달력을 흘끔 쳐다보았다. 한 날짜에 동그라미 표시가 있었는데, 저 날은 할아버지의 생신이었다. 가족들이 많으니 챙길 것도 많다.
“뭐 이렇게 챙길 게 많아. 귀찮게.”
(예전이 그리워?)
그건 아닌데······ 유연서는 괜히 부끄러워져서 그 말을 삼켰다.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 끝에 통화를 끊은 유연서는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집중해서 생각해야 기억이 날 법한 2207년에서도 가족이라 불릴만한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따로 무언가를 챙기지 않았었다.
‘같은 임무에서 전사한 동료들도 시간 여행 혜택을 받았을까?’
그 시절이 그립지는 않고,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시간 여행 혜택은 철저히 비밀이었고, 누가 몇 명이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각자 소망이 다르니 동시대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들 각자 세계에서 행복하겠지.’
오랜만에 2207년에 관한 생각을 하다 보니 꿈에는 그가 강진후였을 시절의 기억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