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ner Music Genius RAW novel - Chapter 173
EP 21 – 성이름 (5)
시온은 신중한이 싫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담스러웠다.
시온이 데뷔를 하던 당시에 신중한은 이미 업계에서 능력 있는 매니저로 통했으며. 모든 걸 자유롭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시온의 입장에서 아티스트를 이용하는 신중한의 스타일은 거부감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신중한이 보여 주는 성적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여 주니, 시온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그렇다 보니 시온은 자신의 유일한 소속 아티스트인 유아진이 신중한하고 같이 일하는 성이름하고 열애설이 난다고 했을 때, 박규호한테 소통을 부탁했다.
개인적으로 엮이기 싫은 것도 있지만, 이런 사업적인 일은 확실히 시온보다 박규호가 더 잘하기 때문이다.
아이돌과 아이돌의 연애는 단순히, 그 둘만의 연애가 아니다. 열애설이라든가, 스케줄 같은 부분에서 팬들에게서 말이 나오지 않도록 회사에서 신경을 써 줘야 한다.
아이돌 활동 시절부터 잦은 연애를 했던 시온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아니, 잦은 연애를 해왔기에 잘 알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게 다른 소속사 연예인이라면. 사실 확인부터 시작해서 성명 발표까지. 이런 저런 조율을 해야 한다.
‘그냥, 연애에 불과한데 말이지.’
결혼도 아니고, 연애를 하는 거에 불과한데 너무 호들갑을 떤다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사하는 사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그 사실을 대표가 된 뒤로, 시온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아직은 사업가보다 아티스트 성향이 큰 시온의 입장에서 철저한 사업가인 신중한은 부담스러운 존재였고.
그렇기에 신중한에게서 개인적인 연락이 왔을 때, 시온은 많이 놀랐다. 그것도 유아진에게 있어 매우 긍정적인 연락을.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아진이를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들어주지도 않았겠지만.’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시온은 유아진을 아끼고 있다. 그것도 굉장히 많이. 과장 조금 보태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친동생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온은 최대한 유아진을 도와주면서, 가능하다면 유아진이 하고 싶은 것만 해주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시온이 유아진을 보고 싶다는 신중한의 부탁을 들어준 건. 이번 시온의 이야기가 유아진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말의 불안함이 있기에, 시온은 유아진하고 같이 신중한을 만나겠다고 말한 것이고. 만약에, 신중한이 약속하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언제든지 유아진을 지켜줄 수 있도록.
특유의 무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유아진을 살펴보는 신중한의 모습을 바라보던 시온은 헛기침 몇 번을 한 뒤에 메뉴판을 보면서 말했다.
“제가 여기는 처음이라. 음식은 뭐가 괜찮을까요?”
“갈비가 좋겠군. 여기 갈비가 맛있거든.”
“그러면 갈비랑 국물 메뉴 하나 시키죠.”
“그래.”
“아진이 너는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시온의 말에 다소 갑작스러운 신중한의 등장에 얼타고 있던 유아진은 멍하니 시온을 바라보다가 괜찮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술은 안 되겠고. 음료수나 한 잔 하시죠.”
“그래야지. 각자 남은 스케줄이 있으니.”
거기까지 이야기를 한 신중한은 입을 다물고, 유아진을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어떻게든 데려오고 싶었던 가수.
‘작군.’
그 가수를 처음 본 가장 첫 번째 느낌은 예상보다 작다는 것이었다. 무대 위에서 유아진의 존재감이 엄청나서 막연히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굉장히 작다. 거기다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모습을 보니, 확실히 앳된 티가 난다. 얼굴만 본다면 곧 성년이 될 나이가 아니라 갓 고등학생이 된 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성이름 취향이 이런 거였나?’
그나마, 내년에 성인이 된다고 해서 봐주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이건 성이름의 취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유아진한테 고맙다고 해야 할 수도.’
재계약을 맺었더니 15살짜리 신인 아이돌하고 열애설이 난 성이름의 모습을 상상하자 신중한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금도 미성년자랑 만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그래서 유아진이 성년이 됐을 때, 공개 열애를 하라고 말을 했다-, 만약 15살짜리랑 열애설이 났다면 성이름은 매장을 당했을 거다.
신중한이 유아진을 보면서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할 때. 유아진은 신중한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래, 유아진의 세계에서 신중한은 악惡 이었다. 대표라는 자리에서 회사의 이득을 위해 소속 가수들을 이용해먹는 못된 사람.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일까?’
신중한이 백설아에게 저지른 짓거리는 확실히 나쁜 짓이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아티스트를 이용한 주제에, 케어는 해주지 않아서 무너지고 말았으니까.
그런 주제에 백설아가 무너지니까 이번에는 성이름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성이름도 굉장히 힘들어하고 괴로워했고.
거기다가 블루밍을 이용해 유아진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신중한은 분명, 악인이다. 하지만 장연수나 유아라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면 정말 악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연수가 특실에서 머물 수 있는 거나, 그녀가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전부 신중한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장연수 본인이 이야기를 했기도 했고.
유아라의 경우엔 아이돌로서 재능이 부족한 유아라를 데려와서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면서 믿어준 게 신중한이었다고 말했다.
더해서 이지아의 경우엔 신중한을 나쁜 사람까진 아니라고 했고. 그러다 보니 유아진 입장에서 신중한이 정말 나쁘기만 한 사람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신중한이 어떤 사람인가, 유아진이 생각하고 있는데. 신중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성이름하고 사귄다고요.”
“예? 아, 그게.”
다소 갑작스러운 신중한의 말에 유아진은 뭐라 대답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가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미래를 약속한 이상, 속일 필요가 없으니까.
“오늘 온 이유는 그거 때문입니다. 당신하고 이름이하고 열애 공개요.”
“……그, 저기. 제가 이런 걸 잘 몰라서 그런데. 소속 아이돌이 연애를 한다고. 그게, 그 상대를 대표님이 직접, 보시거나 하시나요?”
신중한의 말에 유아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쪽 업계에 있지만, 이쪽 업계에 잘 모르는 유아진 입장에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유아진의 대답에 신중한은 콧김을 불며 말했다.
“아니, 그렇지는 않지요.”
원래 그런 일은 대표가 지시한 직원들이 그 상대 연예인의 회사에 확인을 할 뿐이지. 이렇게 직접 만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대표란 직책은 그렇게 한가한 직책이 아니다.
“제가 아진씨를 보러온 건, 아진씨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
신중한의 말에 유아진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중한이 예전부터 유아진을 만나고 싶어했다는 이야기는 성이름에게 들어서 유아진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 저를 왜?”
“탐이 났으니까요.”
“어허, 이거 템퍼링입니다.”
신중한의 말에 시온은 약간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시온의 말에 신중한은 흥, 하고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걱정 마. 예전이면 모를까. 열애 인정을 하기로 한 이상 데려올 마음은 없으니까.”
“마음을 접으셨네요.”
“하도 차여서 말이지. 어쨌든, 그것보다 내가 유아진씨를 만나고 싶은 건. 그냥 확인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무슨 확인이요?”
시온의 말에 신중한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시온을 바라보았다. 트렌드를 만들지 못하고 빠르게 따라가는 입장인 신중한에게 있어서 시온은, 한때 열심히도 따라했던 존재다.
그렇기에 신중한은 시온을 잘 알고 있다.
열애설에 굉장히 예민한 팬들을 무시하며 온갖 여자들을 만나고, 아이돌들에게 금기라 불리는-적어도 팬들 앞에서 보이면 안 되는-술이나 담배를 뻔뻔하게 하며, 돈 자랑을 하던 규격 외의 아이돌.
만약, 시온이 아니라 다른 아이돌이었다면 욕만 먹고 묻혔겠지만. 시온은 그러지 않았다. 그건 시온이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아이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중한은 유아진의 2번째 앨범에서 시온의 모습을 보았다. 언더였던 ‘스트릿’ 문화를 메이저로 이끌어냈던 시온처럼, 언더 문화였던 ‘Y2K’를 대중적인 문화로 만들어낸 유아진.
“그런 게 있어.”
다음 시대의 아이콘은 유아진이 될 거라고 신중한은 확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러온 거고. 그렇지만 신중한은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남 좋은 일이야.’
그 사실을 말해준다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건 없기 때문이다. 신중한은 이런 사람이다. 가장 우선이 회사이며, 회사의 이득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
“이야기를 돌리자면, 성이름이 재계약 조건으로 공개 연애를 냈어요. 보통은 연애 불가 조항만 삭제해달라고 하는데 공개 연애를 내거는 건 처음이네요.”
“그래서 해주려고요?”
“해야지, 잡으려면.”
지금 ASKM에는 에이키스 말고 다른 아이돌이 있다. 다른 가수들이 있긴 하지만, 아이돌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기에 ASKM은 새로운 아이돌을 계획 중이고.
그 멤버 중에는 ‘유아라’가 있다.
그러나 유아라는 아직, 프로젝트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중이고. 계약이 끝나려면 2년이 남았다. 그러다 보니 그때까지 에이키스가 버텨줘야 하다 보니 신중한 입장에선 성이름을 무조건 잡아야만 했다.
“그러면 ASKM에서 먼저 발표하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
시온의 말에 신중한은 어름도 없다는 듯이 답했다. 공개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줬다지만, 그렇다고 회사 입장에서 무작정 사실 성이름하고 유아진하고 사귄답니다! 라고 발표할 생각이 없다.
“그러면요?”
“연예 전문 매체에서 스캔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먼저 정보 주시려고요?”
“그럴 필요가 있나. 이미, 한 달이 머다 하고 계속 전화가 오고 있는데.”
코웃음을 치며 말하는 신중한의 말에 유아진은 깜짝 놀랐다. 유아진 입장에서 나름 숨어서 성이름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다 들키고 있었던 건가?
“저희는 온 게 없는데요.”
“타격이 큰 건 우리니까. 거기다가 우리 쪽에서 막고 있거든.”
“그게 막는다고 막아집니까?”
연애 전문 매체에게 많이도 시달렸던 시온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 물음에 신중한은 어느새 나온 음식을 한 입 먹으며 말했다.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없거든.”
“사진이요?”
“그래. 얘네도 느낌을 받긴 했는데, 그 증거까진 못 찾은 모양이야. 그러니 우리도 막을 수 있던 거고. 어쨌든, 내년까지만 막다가 1월이 됐을 때, 수긍할 예정이야.”
“그러면 바로 인정을 하고요?”
“맞아.”
신중한의 말에 시온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리 회사도 그때 그렇게 긍정하겠습니다.”
“그래야지. 한 쪽만 긍정하면 이상하잖아?”
“예.”
유아진은 멍하니 대화를 나누는 신중한과 시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성이름이 연애 때문에 회사의 대표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조금 복잡했다.
“맞아. 그리고 아진씨한테 부탁할 게 있는데.”
그때, 대화를 다 끝냈는지 갈비 한 점을 입에 집어넣은 신중한은 음식을 씹어 삼키며 유아진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유아진은 찌개를 먹으려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예?”
깜짝 놀라는 유아진을 보며 신중한은 다시 한 번, 성이름의 취향을 의심하면서 말했다.
“에이키스 다음 앨범, 작업 한 번 같이 하지 않겠어요?”
§
“다녀 왔어?”
신중한하고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자, 커다란 셔츠를 입고 있는 성이름이 나를 반겨주었다. 미리 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집에 오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연인이 될 사람이 이렇게 반겨주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일 힘들지 않았어?”
“일은 아니고. 그냥 대표님 만났어.”
“시온 오빠?”
“응, 시온 대표님하고 너희 대표님.”
나의 말에 냉장고에서 솔잎눈을 꺼내던 성이름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엄청난 속도로 내게 다가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대표님을 만났다고?”
“어.”
“뭐래? 너한테 협박했어?”
“아니, 그건 아니고. 어, 상견례? 그런 느낌이었어.”
상견례를 해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상견례가 딱 이런 느낌이었다. 나의 말에 성이름은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느낌인데.”
“네가 재계약 조건으로 공개 연애 걸었다면서, 그거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어, 아. 그랬구나.”
내 말에 성이름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재계약 조건으로 그런 걸 내밀었다는 게 부끄러운가 보다. 살짝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성이름의 모습에 어쩐지 나도 부끄러워져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리고 그 너네 새 앨범 같이 작업하지 않겠냐고.”
“오, 작곡으로?”
“응.”
내 말에 성이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 프로듀싱하고, 네가 작곡하는 건가?”
“그렇지 않을까?”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리 말한 성이름은 자연스럽게 쇼파에 앉았고, 자신의 옆자리에 손을 팡팡하고 두 번 내려쳤다. 아무래도 그 옆에 앉으라는 의미인 것 같다.
나는 착실하게 성이름의 손짓에 따라 앉았고.
성이름은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맞아, 나 말하는 거 잊고 있었는데.”
“응.”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내일 스케줄 없거든.”
“그래?”
“응, 그래서 말이야. 그게.”
거기까지 말한 성이름은 나를 올려다 보았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 보고 있자면 빠져들 거 같은 그 눈동자에 나도 모르게 천천히 성이름에게 다가가려는 그 순간.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어, 저기 누가 왔나 보다.”
그 소리에 어쩐지 어색해진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칫.”
뒤에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구석 음악 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