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Year Max Level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49)
제 1249화
1249. 인간 군상 2
“심 검사, 이 미친 새X야! 너 죽고 싶어? 임의동행이 네 편한 대로 사람 잡아다 협박하는 데 쓰는 제도야 엉?”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사람은 바로, 서울남부지검장 백동형이었다.
“지검장님?”
심윤창 검사가 백동형 남부지검장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남부지검의 수장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심윤창 검사는 곧장 날 노려본다.
어떻게 지검장까지 알고 있냐는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나 역시도 이번 생에서 백동형 지검장과는 일면식도 없다.
대신에 한 가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심윤창 검사가 국회의원으로 공천받으려고 하는 강동구 을 지역구에, 백동형 지검장이 공천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모에카 대표에게 심윤창 검사가 강동구 을 지역구를 공천받기 위해서 날 이곳에 소환했다는 사실을, 지검장에게 전해 달라 말했다.
그 결과, 마음이 급해진 지검장이 저리 헐레벌떡 달려온 것이었다.
“너 인마, 당장 풀어드리지 않고 뭐 해!”
백동형 지검장이 재차 호통을 치자, 심윤창 검사가 이를 악물고 외친다.
“아무리 지검장님이라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사람을 풀어 주라 마라 하시다뇨! 이제 막 조사 시작했으니까, 제대로 조사한 후에 보고서 따로 올리겠습니다!”
수직적인 검찰 조직이라고는 해도, ‘사건’의 수사는 전적으로 담당자가 결정하는 구조였다.
그렇기에 윗선의 지시에 항명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백동형 지검장은 콧방귀를 뀌며 심윤창 검사의 발악을 짓밟아 버렸다.
“까고 있네. 너 인마 박상곤 의원 지시받고 이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앙?”
“그건…….”
“검사가 정치인 오더받고 사람을 잡아다가 조지려고 해놓고선, 뭐 조사 중? 지X하네. 넌 도저히 안 되겠다. 전근 명령 내릴 테니까, 내일 당장 통영지검으로 출근해!”
심윤창 검사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다.
지방 한직으로 내려가게 되면, 지방 선거 공천도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지검장님! 박 의원 쪽은 그냥 고발인 조사차 만났을 뿐입니다! 그리고 굴렁쇠 엔터 주가가 너무 폭등해서, 한국증권거래소에서도 예의 주시 중이라고요!”
백동형 지검장이 더는 참지 못하고 외친다.
“내가 검사 원투데이 하는 줄 아나. 야, 심 검사. 너 지금 강동구 을에서 출마하려고 줄 댄다는 제보 다 들어왔어, 새X야! 어디서 이 새X가 선배 밥그릇을 노려 놓고선 모른 척이야? 왜? 정 실장 잡으면 박 의원이 그 자리에 나 제치고 너 공천이라도 준다고 하디?”
심윤창 검사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설마, 자신이 노리는 지역구를 정확히 찍어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설사 진짜 고발이 들어왔다고 해도, 임의동행을 요청하려면, ‘범죄 수익’ 실현이 난 이후에 데리고 와야 하는 게 정상 아냐? 그런데 고발장이 들어오자마자 냉큼 데려와 놓고는 정당한 수사? 너 정 실장이 검찰청 로비에서 기자들 불러 놓고 인터뷰하면 어떻게 될 거 같아? 그거 감당 가능해?”
내가 인천 공항에서 들어오면서 인터뷰를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기자들을 검찰 앞에 모조리 부른 다음 인터뷰할 생각이었으니까.
“그건…….”
“그러니까 결정해. 너 지금 통영으로 안 내려가면 난 바로 총장님한테 직보할 거니까. 자, 어떻게 할래? 통영으로 조용히 내려갈래, 아니면 버티다가 내사받고 끌려 나갈래?”
외통수에 걸려 버린 심윤창 검사가 다급히 외친다.
“지검장님. 아니, 선배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절대로 강동구 쪽으로는 쳐다도 안 보겠습니다!”
“총장님께 직보하라는 거지?”
심윤창 검사는 머리를 굴려 봤지만,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는지 고개를 떨군다.
“내려…… 가겠습니다.”
백동형 지검장이 그제야 화를 누그러뜨리며 말한다.
“그래. 거기 내려가서 머리 식히고 있어. 앞으로 여의도 쪽은 쳐다도 보지 말고.”
심윤창 검사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백동형 지검장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내게 조심스레 말한다.
“조사는 이걸로 종료할 테니 안심하시고 나가시죠.”
미안하지만, 이대로 나갈 순 없지.
불러올 땐 마음대로 불러왔지만, 나가 주는 건 당신들 마음대로 안 돼.
난 그 즉시 의자에 몸을 기대며 뻗대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이대로 가면 또 사람을 끌고 와서는 주가 조작했다고 뒤집어씌울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냥 조사를 끝까지 받겠습니다.”
그때였다.
지이이잉.
내 폰에서 전화가 울린다.
발신자를 힐끔 보니, 한영복 문광부 장관의 전화번호였다.
[발신자 : 한영복 장관]‘모에카 대표가 일처리를 잘하는군.’
난 밖으로 나가는 모에카 대표에게 또 한 가지의 일을 부탁해 놓았다.
한영복 장관에게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지는 말고, 그저 일본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고만 전해 달라 했다.
그러자 일본에서의 성과가 궁금했던 한영복 문광부 장관이 냉큼 전화해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백동형 지검장과 심윤창 검사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는, 유력 대권 후보가 내가 남부지검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선, 전화한 것으로 보일 테니 말이다.
그 또한 내가 의도한 바였지만,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었다.
드르르르.
테이블 위에 놓인 폰에서 우렁찬 진동이 울린다.
하지만 박상곤을 위협할 정도가 된 한영복 장관의 전화를 받지 않자, 백동형 지검장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니, 왜 전화를 안 받습니까?”
그때, 한영복 장관의 전화가 부재중 통화 1로 바뀐다.
“조사받는 사람이 외부와 통화를 하는 건 경우가 아닌 것 같아서요. 조사 끝나면, 나가서 받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조사하시죠. 어디서부터 하면 됩니까? 이름, 주민등록번호부터 말하면 됩니까? TV에서 보면 신상 명세부터 말하던데요.”
백동형 지검장이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심윤창 검사의 입에 묻은 짜장면 흔적을 보고 시계를 다시 한번 보더니, 발끈하고 외친다.
“이 새X. 조사인 모셔 놓고 밥도 안 먹였어? 와, 이 자식 인권 유린까지 하고 있었네?”
짜장면 한 그릇 안 먹였다고 인권 유린?
하긴 맞네.
그 정도면 심각한 인권 유린이지.
아니, 피를 토할 정도로?
“아무래도 너 안 되겠다. 직권 남용뿐 아니라 인권 유린까지 저질렀으니, 지금 즉시 직무 정지다!”
심윤창 검사가 놀라서 다급히 외친다.
“지검장님! 지방으로 가면 봐주신다고 하셨잖습니까!”
“봐주려고 했지. 하지만 그건 심각한 인권 유린을 저지르기 직전이고! 그러니까 넌 지금 배지 반납하고 내부 감사 대기해!”
백동형 지검장이 작정하고 조지겠다고 마음먹은 탓인지, 심윤창 검사가 빠져나갈 구멍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날 협박해 국회의원 공천을 받으려던 심윤창 검사의 원대한 계획은, 박살 나 버리고야 말았다.
‘잘 가세요~ 심 검사님.’
* * *
조사실을 나가자마자 바로 한영복 장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다음, 회사에서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백동형 지검장에게 잡혀 시간을 오래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동형 지검장은 다과라도 잠깐 들고 가라며 기어코 날 붙들었다.
결국 5분 정도의 티타임을 가지며, 그와의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서 지검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백동형 지검장이 껄껄대며 웃는다.
“하하하. 그래, 정 실장. 심윤창 저 자식은 나한테 맡겨!”
“예.”
“하하하. 그리고…….”
그때, 백동형 지검장이 내게 뭔가를 말하려 한다.
그러자 모에카 대표가 먼저 나서 말을 꺼낸다.
“아, 지검장님. 맞다. 깜빡했는데, 임기가 언제까지라고 그러셨죠?”
“내년까지입니다. 하하하. 사는 곳은 성내동이구요.”
백동형 지검장이 강동구 을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라며 은근히 말을 흘린다.
모에카 대표는 그 말에 화답하려는 듯, 이어서 말을 하려 한다.
하지만 난, 모에카 대표의 말을 막아 세웠다.
“두 분, 잠깐만요. 전화 좀.”
모에카 대표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멈춘다.
“예?”
“이칠성 비서관님과 통화를 좀 해야 해서요.”
“아, 네.”
난 이야기를 하다 멈춘 두 사람을 곁에 두고선, 곧장 이칠성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정 실장님. 지금 회사로 출발했습니다.
“그러시군요. 다름이 아니라 장관님 혹시 식사는 하셨습니까?”
-정 실장님이랑 약속 때문에 취소하시고, 가는 길에 간단히 김밥을 드실 것 같습니다.
“아, 실은 저도 식사를 안 했는데, 그러면 저희 회사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예. 장관님이 제대로 된 한식만 드시잖습니까?”
한영복 장관은 젊은 시절부터 영화 세일즈 때문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의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늘 한식을 그리워하다 보니,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 제대로 차려진 한식만 고집하는 편이었다.
-하하. 역시 정 실장님이시네요.
“제가 좋은 백반 도시락 하는 곳 아니까, 회사에 준비해 두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장관님께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탁.
전화를 끊은 순간, 난 다급히 모에카 대표에게 말했다.
“빨리 가서 준비를 좀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아. 네. 네.”
모에카 대표가 어색한 표정으로 백동형 지검장에게 인사를 건넨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먼저 가볼게요.”
백동형 지검장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한다.
“네……. 다음에 뵙죠. 저기, 그리고 제가 수행비서를 시켜 회사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괜히 그러면 소문나잖습니까? 조용히 뒷문으로 나가서 택시 타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조심히 살펴 가십시오. 그리고 오늘 곤란을 겪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모에카 대표와 난 아쉬움이 가득한 백동형 지검장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띵.
1층으로 내려간 다음, 후문 쪽으로 향했다.
옆을 걷던 모에카 대표가 묻는다.
“저기…… 왜 그러셨어요?”
“국회의원 출마하는 데 자금 지원하려고 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모에카 대표가 깜짝 놀란다.
“그걸 어떻게…….”
“지검장이 이 기회에 저희한테 라인을 대려는 게 너무 뻔히 보여서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후원하면 우리 쪽 사람으로 만들기 쉽잖아요.”
“후배 검사가 자기 자리를 노리는 것도 모를 정도로 나태하신 분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되겠습니까?”
회귀 전, 백동형 지검장은 강동구 을에서 조만간 출마 준비를 시작하지만, 그는 당내 경선도 통과하지 못한다.
자기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뿐 아니라 아내의 갭 투자 건, 그리고 본인의 처세 문제가 겹치기 때문이었다.
“정치는 잘 모르신다더니…….”
“정치는 잘 모릅니다. 그저 사람의 욕심을 좀 아는 거죠.”
“그게 그거 같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 칠게요. 그나저나 괜찮겠어요? 박상곤 의원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 같은데요?”
“결국, 답은 한 가지뿐일 것 같네요.”
“뭐요?”
“한 장관님의 결심을 끌어내는 거요.”
한영복 장관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 마음을 먹는다면, 박상곤의 공격을 조금은 더 쉽게 막아낼 수가 있게 된다.
내 뒤에 한영복 장관이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이, 한 번 정도는 고민할 테니까.
그렇기에 그가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내 있는 힘을 다해 도울 마음을 먹었다.
그러자 모에카 대표가 입을 가리지도 않고 깔깔 웃는다.
“이것 봐봐. 정치를 모르기는커녕,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멈춰 서는 택시 소리에 대답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 * *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왔다.
현장으로 나가던 직원들이 로비에서 날 발견하고 환호성을 내지른다.
“정 실장님!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일본에서의 대성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탓에 굴렁쇠 엔터 주가가 상한가를 쳐서 65만 원이 된 터라,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대부분이 우리 사주의 주인이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저희 굴렁쇠가 업계 1위가 되는 날, 제가 전 직원 회식 화끈하게 한번 쏘겠습니다!”
주가 65만 원 기준으로 굴렁쇠 엔터의 시총은 무려 4조 원에 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퍼스트 엔터는 우리에게 따라잡히는 걸 막기 위해 LA 프리미어의 자금으로 다른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한 결과, 시총 규모가 4조 1천억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고작 1천억 차이.
손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진 고지를 보니, 곧 업계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쏟아지는 환호에 기뻐하던 그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날 기다리던 구성철 이사가 재촉한다.
“정 실장! 그건 그거고. 장관님 와 계시니까 빨리 올라가자.”
“예!”
난 직원들에게 인사를 한 뒤, 모에카 대표와 함께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 * *
대표이사실의 문을 열자, 한영복 장관과 그의 오른팔인 이칠성 비서관이 강감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내가 부탁해 놓은 백반 도시락들이 막 도착해 있었다.
그때, 날 발견한 한영복 장관이 말한다.
“일본에서 벌인 일은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네. 이번에는 국위선양을 제대로 하고 왔더구만.”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우린 도시락을 먹으며, 일본 쪽 사업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누기 시작했다.
AMOSE에 대한 투자는 어느 정도 규모로 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와 4차 한류라 불리는 현재의 붐은 얼마나 갈 것 같냐는 문화 관련 이야기들이 오가며 웃음꽃이 만발했다.
그런데 식사를 끝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한영복 장관이 조심스레 묻기 시작했다.
“여기 오기 전에 남부지검 쪽에 들렀다 왔다던데, 왜 입을 다물고 있나?”
“소식이 귀에 들어갔군요?”
“요즘 좀…… 모든 게 복잡해지다 보니, 내가 원하지 않는 온갖 정보까지 알아서 물어다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난 즉시 그의 이름을 판 것을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가? 자네는 거기서도 내 이름을 팔지 않았다던데?”
“아뇨. 적당히 팔았습니다.”
“흠……. 내가 들은 거랑은 다른데?”
“장관님이랑 만날 거라는 이야기를 흘렸습니다.”
“이 친구야. 그 정도는 괜찮아. 나도 상황이 곤란해지면, 대통령님 이름도 파는데 뭘. 내 이름을 팔아서 사기를 치거나, 뭔가 따로 이득을 본 것도 아니고, 지들끼리 착각하게 묘수를 둔 건데,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하하하.”
한영복 장관은 괜찮다며 껄껄 웃는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영복 장관이 장난스레 투정을 부린다.
“아니지. 그러고 보니 내가 사과는 받아야겠군. 난 대통령이란 자리에 욕심도 없었는데, 우리 정 실장이 밀어준 덕에 대권 후보 리스트에 들어간 게 아닌가? 이거 어떻게 할 건가?”
한영복 장관은 회귀 전,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정치에서 떠난다.
‘정치가 싫어서’ 더는 관여하기 싫다고 선언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회귀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날 돕다가 미래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박상곤 의원을 위협할 만한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하긴 한가?”
“예. 진심입니다.”
“그러면 책임지게. 자네가 한 일 때문에 일어난 파장이니, 뒷감당도 같이해야 할 것 아닌가?”
왜 이렇게 흔쾌히 만나겠다고 했나 싶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
역시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말 그 속을 짐작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그에 대한 호감이 사라지진 않는다.
내가 아는 부패한 정치인들은 백이면 백 이런 기회가 오면 들떠서 출마 선언부터 하려고 드는데, 부화뇌동하지 않고 고심하는 것만 봐도. 그의 인품과 심지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해야 했다.
“죄송하지만 전, 정치를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한영복 장관이 역시 그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그런가? 하긴, 이런 신기루 같은 인기에 의존해 움직인다는 건, 국가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지. 알겠네.”
내가 돕지 않겠다고 생각했는지 너무도 흔쾌히 포기하려고 한다.
그러자 오히려 주변이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난, 모른 척 다음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전, 누군가를 스타로 만드는 것만큼은 잘합니다. 알다시피 전, 누군가를 빛나게 만들어서 대중에게 선보이는 매니저니까요.”
“그 말은…….”
“예. 장관님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는 건, 제 소관 밖입니다. 하지만 스타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은,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대통령으로 가는 길 같은 건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대중 인지도를 높여줄 수는 있었다.
그건 매니저인 내가 늘 해오던 일이었으니까.
그러자 한영복 장관이 잠시 헛웃음을 지은 뒤, 가슴에 손을 올리고서 말한다.
“후…… 이 친구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만. 이보게, 정 실장.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누굽니까?”
“스타일세.”
“예?”
“대통령이란 국민의 스타여야 하네. 그래야, 가장 많은 ‘표’를 받으니까. 그래서 정치인도 스타들처럼 ‘인기’라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야.”
“그렇습니까?”
“그래. 그렇네.”
“다행이네요. 제가 잘하는 거라서.”
한영복 장관이 껄껄 웃음을 짓는다.
“이 친구 정치를 모른다더니 순 거짓말쟁이였구만. 누구보다 정치의 본질을 잘 알고 있어. 하하하.”
한참 동안 웃음을 지은 그가 정중한 자세로 말한다.
“알았네. 그럼 자네에게 부탁하지. 날 좀 스타로 만들어 주게!”
결심을 마친 그를 보며, 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기자회견을 하시죠.”
한영복 장관이 깜짝 놀라서 날 쳐다본다.
“설마 지금 출마 선언을 하라고? 그런 건 물밑에서 사전 조율을 하고 지금 대통령님과도 논의하고, 내 사람도 충분히 만든 다음, 내년 3월 정도나 되어서 못 이기는 척해야 하는 걸세.”
“그런 건 알아서 하시고요. 전 약속한 대로 ‘스타’로 만들어 드릴 겁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이 적기입니다.”
난 그 말과 동시에, 한영복 장관 스타 만들기 계획 1탄을 언급했다.
하지만 내 계획을 들은, 한영복 장관은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보고…… 그런 걸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