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96
제 1296화
의원은 경악했다.
연 학사와 당아가 다가와서 물었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맞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 보통 광산이 이렇잖느냐. 여기서 좀 더 나으면 밧줄에 바구니를 주렁주렁 매달아서 위에서 사람들이 도르래로 끌어올리는 형태 정도?”
진천희가 버럭 화를 냈다.
“미친 사람들! 전부 미친 사람들이야!”
일광의 소리를 듣자 되레 두 사람은 억울해졌다.
진천희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발견한 은광은 이런 일 없다고!’
생각해 보니 거기 인부들도 반발이 심했다고 총관 유호에게 들었는데.
알아서 잘 하라고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날 저녁 피와 살이 튀는 비무를 벌인 건 덤이지만.
아무튼 중간관리자의 비애였다.
원래 윗놈이 직접 설득할 일 따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여우 놈이 없다.
신엔진을 탑재한 무월-MK4도 지금 곁에 없는바.
진천희가 직접 해야만 한다.
“……그래. 이 또한 천명이겠지요.”
하늘이 내린 시련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음, 그때 유호의 고통을 느껴보라는 뭐 대충 그런 시련?
진천희가 말했다.
“제가 올바른 광산 운영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우선 준비가 될 때까지 광부들은 광산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겠습니다.”
“광부들이 일을 안 한다면 저들의 임금은요?”
철금현이 버럭 말하자 진천희 말했다.
“하하하, 내 알 바 아닙니다. 철금방에서 알아서 지불하시든가요.”
‘아, 대적자여. 지금 굉장히 저기압이구나.’
오랫동안 당아가 진천희를 지켜본 결과.
사람 목숨이 걸려 있는데, 돈 이야기부터 한다?
그건 꽤나 악수다.
진천희 본인 말로는 내면의 ‘빠, 빠, 빠, 빨간 맛’이 솟아오른다고 했는데.
마라 맛과는 다른 그런 맛인 모양이다.
진천희는 그렇게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 * *
일단 마스크.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마스크 키트도 가지고 왔지. 하필 ‘주머니’에 용광로 제조 키트만 집어넣어서는…….”
진천희는 투덜거리며 마스크 만들 준비를 했다.
이게 다 양력 때문이다.
양력이 만든 주머니가 더 많이 담을 수 있었다면 이런 고생 안 했을 거다.
애초에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용광로 제작 DIY★’ 같은 것을 소매에서 꺼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짓이지만.
본디 최고 경영자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들은 양력 같은 존재를-
‘후, 영원히 졸업 못 하는 나의 연구 동반자(feat. 대학원생).’
황금알을 낳는 오리 정도로 생각하고 철썩철썩하다 보면 뭔가 뱉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도 약간……
그리되고 있다.
진천희가 물고 오는 어마어마한 선업.
그 선업으로 인해서 황금알을 낳는 요괴 오리들은 점점 진화를 하고 있는 중이니까!
어쨌거나.
아랫놈들을 부려 먹을 수 없는 최고 경영자(특, 스승님은 최최최고 경영자).
진천희.
그는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이쪽 언어로 하면 면구(面具)를 만들기로 했다.
이 시대의 직조 기술은 당연히 현대의 것보다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옛날 옷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현대에 와서 최저가 옷을 최저가 재료를 써서 최저 임금을 주고 드르륵 돌리다 보니 그런 거고.’
잘 찾아보면 괜찮은 질의 옷들도 많다.
그건 이제 비싸서 문제지.
옛날도 물론 목화나 양모가 주는 안정감과 따뜻함.
또는.
지금은 실전된 어느 섬의 직조 기술 같은 것이 대단하긴 하다만.
의원이 보기에는.
플라스틱조차도 천의 재료로 사용하는, 매년 신소재가 나오는 현대 지구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면 신소재가 없는 이 시대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대 원시 방독면이지.’
그렇다고 천 끝에 밧줄을 달아서 하는 방식의 면 마스크는 의미가 없다.
곡괭이질을 하다 보면 계속 벗겨질 테니까.
제대로 된 공업용 마스크여야 할 터.
이 광산 마을에도 간단한 도구 제작 및 수선을 위한 대장간은 존재했으므로.
바로 그쪽으로 달려가서 제작을 시작했다.
뼈대 프레임은 구리로 만든다.
코에서 입까지 전부 가릴 수 있는 형태.
그 모양은 지구 별의 방독면 마스크와 유사하게 생겼다.
그리고 정화통이라는 원통을 만들어서 탈부착하게 만든다.
이 정화통 안에는.
필터로 사용할 활성탄과 면포가 겹겹이 채워져 있다.
진천희 혼자서 전부 만들 수 없으므로 대장장이들의 도움도 당연히 받아야 했다.
‘숨쉬기 쉬운 쪽은 면포인데 활성탄이 더 여과는 잘될 거야.’
어떻게 층을 만들지에 따라서 성능이 결정된다.
그렇게.
중원식 수제 방독면 완성!
* * *
“아니, 가뜩이나 채광 일도 힘든데 이것까지 어떻게 씁니까요? 무겁지, 답답하지.”
한 광부가 용기 내어 말했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해.’
분진 앞에서 폐가 어떻게 맛이 가는지.
꽤나 긴 대화의 시간을 가졌음에도 완고하다.
“그딴 재와 유독한 바람 같은 건 죽엽청으로 씻어버리면 됩니다요!”
“와하하하하! 맞아. 신의께서는 죽엽청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실 겁니다.”
약간 술에 대한 신앙도 존재한다.
지구에서도 몇몇 어르신들이 그러시곤 하는데.
강호는 더하다.
‘음, 알고 있어. 생각보다 사람들은 건강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걸.’
물론 입으로는 무병장수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트랜스지방, 탄수화물, 나트륨, 액상과당 안 먹을 거냐고 묻는다면 또 좀 그렇지.
마찬가지로 늙어서 폐가 건강하기보다는.
당장 이런 면구 같은 걸 쓰는 건 또 귀찮을 거고.
알고는 있다. 알고 있기에…….
“광부들 중 우두머리가 누구시죠? 거래를 하지요.”
“음?”
광부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말대로 안 하냐고 쥐어 팰 줄 알았는데?’
보통 군기를 잡을 때 하는 방법 있지 않나.
‘한 놈 본보기로 잡아다 패는 거.’
그걸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밖에 없고.
보통 강호인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했다.
‘왜인지 눈앞의 의원은 다르군.’
그들을 ‘사람’으로 여겨주는 느낌이다.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배타적이고 거칠기로 유명한 광부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
이윽고.
가장 덩치가 크고 나이가 제법 있는 광부가 걸어 나왔다.
“커흠, 제가 이 굴의 작업조장이오. 무슨 거래입니까?”
“이렇게 하지요. 만약 지게를 지고 다니지 않고 광을 캘 수 있다면 그때는 이 면구를 쓰시겠습니까?”
그 말에 광부들이 서로 바라보았다.
“…….”
거기에 한마디 더했다.
“또한 천장 역시 흔들리거나 무너질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더 탄탄하게 개축을 한다면요.”
이윽고 조장이 말했다.
“그런 꿈같은 일이 있다면 당연히 면구를 쓰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면구를 쓰고 싶어도 불가한 이유가 광을 지게로 지는 것도 힘든데 면구까지 쓰고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게 죽을 맛이라 그런 거니까요.”
역시 그렇군.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거기다 만약 굴이 무너질 조짐이 보이면 달려야 할 거고.”
“맞습니다. 이 면구는 앞을 보는 게 제한적이라 위험하다고요.”
광부들이 그제야 앞다투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역시 ‘귀찮다’는 말에는 꽤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 법이다.
아마 진천희가 다른 강호인들처럼 윽박질렀다면 절대로 못 들었을 속사정.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그건 이 의원의 가장 큰 무기.
‘하긴, 비누를 보급할 때도 그랬지.’
세균이라는 게 있고.
손을 씻어야 예방이 된다고 아무리 가르쳐도.
결국 수도관이 보급되지 않으면 비누의 전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작업조장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거 아닙니까.”
“흠?”
“만약 바구니로 걸어서 밧줄로 올리는 걸 뜻한다면 그건 구조상 그게 되는 굴에서나 가능합니다. 그것도 철광석이 아니라 보석 같은 작은 걸 캐는 곳이나 그게 되는 거죠.”
“맞습니다!”
“옳소!”
다른 광부들이 호응한다.
그들도 좀 편해지고 싶다.
조장이 기세를 받아 고갤 끄덕였다.
“철광석으로 해보니 하도 바구니가 터지고 끊어져서 불편하더라도 지게로 옮기는 걸로 바뀌었지요.”
“…….”
“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지신명도 아닌데 어떻게 굴이 무너지지 않게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게.
이 시대의 시선이긴 했다.
진천희가 말했다.
“……적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안정적일 겁니다. 그리고 지게는 확실하게 없애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광부들 모두 미심쩍은 눈으로 진천희를 바라보았다.
제아무리 천하신의라고 하더라도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냐는 시선.
“성공하면 약속을 지키시는 겁니다?”
“내 부모님 이름을 걸고 말하겠소. 내가 책임지고 모두 면구를 쓰게 해 주겠다고!”
‘유교 국에서 이건 좀 세군.’
그만큼 불가능하다 믿기 때문이리라.
“저도 부모 이름 걸겠습니다.”
“저도요. 저도요!”
광부들이 앞다투어 부모 이름을 걸기 시작했다.
‘칼 든 유교 월드에서 성공만 하면 대박이겠군.’
이러다.
평생 마스크 못 벗으시겠는데, 이거?
* * *
광산을 보강할 때는 보통 쐐기형이나 아치형으로 보강한다.
그렇게 하면 하중을 분산시켜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
진천희는 이번에는 아치형이 아닌 쐐기형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시옷 자(ㅅ) 모양이다.
‘이렇게 하면 물리학적으로 천장의 압력이 좌우로 분산되면서 지탱이 가능하지.’
그렇게 천장을 보강하며 광산 보강 작업을 이어 나간다.
겸사겸사 진법을 약간 설치했는데-
“뭡니까?”
“별거 아닙니다. 공기의 흐름을 조금 바꾸는 것뿐이에요. 이렇게 하면 유독한 공기가 고이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거든요.”
“?”
“뭐, 대충 그냥 서비스라고 알아주시면 됩니다.”
그리 말하며 엄청난 속도로 광산을 보강하기 시작한 진천희.
“낙석이 떨어질 수 있으니 천장에 보강재도 바를게요.”
뭔가 치덕치덕 붙이고 바르는 게 아닌가?
이해 안 가는 소리를 하며 한참 광산을 만진 후.
“기다려 봐요! 으랏차차차차!”
용광로에서 만든 철을 이용해 철도를 깔아 버리는 게 아닌가.
“이게 가능하다고?”
“아, 현경의 경지면 가능합니다.”
“……!”
광부들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아니.
대체 왜 그 귀한 현경의 경지로 굴이나 보강하고 있는지 광부들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비싼 철로 길을 내다니!’
애초에 철을 캐기 위해 내려가는 건데.
그 작업을 위해 귀한 철을 이렇게 많이 쓰다니 그들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 광차를 이용해서 위로 운반할 겁니다. 내려갈 때는 중력을 이용할 거고 올라갈 때는 윈치(winch)…… 아니 그러니까, 위에 있는 강호인이 도르래를 돌려서 사슬을 감을 겁니다.”
“그렇다면 내려갈 때도 편하게 내려가겠군요.”
“네. 그런 셈이지요. 그리고 광차들끼리 연결할 수 있도록 여기 이음매를 만들었으니, 여러 광부들이 내려갈 때는 광차끼리 연결하면 됩니다.”
현대에는 그냥 디젤 모터 달린 기계가 올려준다만.
이 부분은 강호인을 쓰도록 하자.
“광을 더 파고 내려갈 때마다 철로만 더 달면 됩니다. 거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고요.”
“……아니, 이게 무슨……. 백린군에서 관리하는 광산은 대체 뭐 하는 곳이오? 광부에게 있어 젖과 꿀이 흐르는 안전한 노동터인가.”
‘나도 몰라. 그때는 유호 썼어.’
으레 대학원생 부려 먹는 교수들이 그렇듯.
진천희는 뻔뻔했다.
아무튼 해드렸습니다.
* * *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광부들은 사뭇 바뀐 광산과 광차를 이용해 아래로 내려간다.
“모두 약속했지?”
조장의 말에 광부들이 주섬주섬 면구를 쓴다.
“아, 당연합지요.”
“모자도.”
“알겠습니다요.”
모두가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모자를 썼다.
얇은 가죽과 철판을 덧댄 원시 헬멧 형태로.
낙석에서 머리를 보호해 준다.
‘원래 약속은 면구뿐이었지만, 이제는 모자도 쓰게 되었군.’
강호에서 ‘광부’는 보통 ‘파리 목숨’과 같은 단어로 쓰인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
이 작업에 보통 죄인들을 쓰는 이유가 다른 게 아니다.
자신들도 돈 때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그런 우리들의 목숨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군.’
기묘한 사내였다.
현경에 올랐다면 드넓은 하늘을 보기도 바쁠 텐데.
그럼에도 발아래를 늘 살펴보는 자였다.
‘이만한 호사를 누리게 해 주었는데…….’
당연히 그 정도는 들어줄 생각이 있다.
아니.
오늘을 늙어서도 잊을 수 있을까?
“자, 그러면 내려간다!”
그러자 광차가 주르륵 철로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광차 아래로 사슬이 이어져 있고.
그 때문에 아주 빠르게 내려가지는 못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꽤 재미가 있었다.
쿠화아아앙!
“이거 평생도 타겠습니다요?”
“아이고, 돈 빨리 벌어서 털고 나갈 생각해야지, 무슨.”
왜일까?
광부 몇이 갑자기 눈물을 훔쳤다.
멋쩍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아, 이거 너무 재미있어서 막 목이 막히는군.”
“그치그치? 바깥 사람들은 이 재미를 모를 거네그려.”
왜일까?
아이처럼 말하는 광부들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중에 한 번 더 타볼까?”
그래서 모르는 척 서로 농을 던지고 만다.
“아, 열 번, 스무 번도 타지요!”
목소리가 자꾸만 젖어서 소리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웃는다.
광부들은 한참을 아이처럼 웃고, 또 웃기 시작했다.
이 좋은 날에.
눈물 같은 걸 보일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