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King RAW novel - Chapter 547
546 종장
“잘 지냈나?”
“빌어먹을 종자 같으니라고, 편히 쉬더니 살만 포동포동 쪘구나.”
“억울하면 자네도 쉬지 그러나.”
“나와 싸워 보자는 겐가?”
취선이 살짝 물러서며 손사래를 쳤다. 무림맹의 맹주에 올라 십 년을 보낸 검제는 날카로웠다. 괜히 신경을 건드렸다가는 몸성히 돌아가지 못했다. 자칫 개방에 누를 끼칠 수 있었다. 예전의 검제라면 몰라도, 성깔 더러워진 친구는 가능했다.
“정도무림을 이끌 사람은 자네밖에는 없지 않나.”
“이래서 검절 꼴 나는 거다.”
“말이 좀 심하군. 검절께서도 지금은 노년을 잘 보내고 계시네.”
“이게 다 그놈 때문이야.”
마신대전이 끝나고 십 년이 흘렀다. 그러나 누구도 그날의 기억에서 자유롭진 않았다. 아직도 눈만 감으면 해남도의 그날로 돌아갔다.
“그 녀석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술 한잔이라도 할 수 있었겠나?”
“그 미친놈이 한 짓을 몰라서 그래.”
지금에 와서 해남도는 사라졌다. 마신계는 흔적조차도 남길 수 없다며 해남도를 산산이 부숴 버린 것이다. 설마 그 거대한 섬을 통째로 날려 버릴 줄 누가 알았겠나.
그 이후로 사자동맹은 얌전한 고양이로 전락했다. 함부로 날뛸 엄두도 나지 않았다. 사사로이 작은 다툼은 있어도 선은 넘지 않았다. 작금의 평화는 무진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누구도 무림맹주를 맡고 싶어 하지 않게 되었다. 툭! 하면 찾아오는 무진이 들락날락하면서 줘도 안 갖는 자리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강호의 분쟁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놈은 자기 이권이 걸린 일만 해결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거 언제까지 해야 되냐고 물어보면, 알아서 하란 말만 했다. 그것도 아주 잘!
-사돈끼리 다 그런 거죠 뭐.
이놈은 명색이 세상을 구한 영웅이면서 대놓고 인맥과 파벌을 이용했다. 권력 남용이 분명한데도, 아무도 지탄하지 않았다.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그렇게 닦달을 했거늘, 장계 한 장 올라오지 않았다.
-전적으로 본문의 탓입니다.
-전적으로 본가의 탓입니다.
-전적으로 본방의 탓입니다.
-전적으로 본장의 탓입니다.
다들 그냥 성인(聖人) 나셨다. 언제부터 무림이 자기를 그렇게 잘 알았다고. 뒤로도 호박씨를 까고, 암습도 가하고, 뒤통수도 치고 그래야 하지 않나!
그러나 무진과 엮인 어떤 문파나 가문도 항의하지 않았다. 천운권의 아성과 해남도의 악몽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엮이지 않으려는 발버둥이 눈물겹기까지 했다.
게다가 무진의 뒤끝이 천하제일이란 걸 모르는 이가 없다. 단순히 무력만 강한 게 아니라 세력, 금력, 무력, 정보력까지 다 갖추었다. 천살이 무진의 뒤처리를 하고 있으니, 누가 감히 뒤통수를 노리겠는가.
“이딴 놈이 무슨 영웅이야!”
“자기도 영웅은 아니라잖나.”
“그래서 더 문제야! 눈치라도 좀 보라고! 위선을 왜 안 떨어!”
“볼 장 다 본 거지.”
영웅은 보통 대업이 끝나면 응당 은인자중하며 후학 양성에나 힘을 써야 마땅한데, 무진은 대륙을 자기 안마당처럼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어디 또 없나? 승냥이가 따로 없었다.
그런데도 명분은 또 만들고 다닌다. 깊이 파고들면 무진은 그저 무림의 법도를 따랐을 뿐이다. 무림 역사상 최악의 천하망종이었다. 자신의 신분과 무력을 너무나 잘 이용했다.
“대륙 천지에 지어 놓은 별장과 산장에 반나절씩만 머물러도 수년은 걸릴 걸세.”
“분명 알고 있었던 거야.”
황궁과 결탁해 금싸라기 땅을 모조리 다 선점했다. 차후 발전될 소지가 다분했기에 헐값에 사서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이미 차고 넘치도록 많은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 욕심이 하늘을 찔렀다.
있는 놈이 더한다고, 무림맹엔 기부도 안 한다. 그러다 싫은 소리라도 하면 티 나지 않게 무림맹의 재정에 타격을 준다. 알아서 잘하라는 협박이었다.
“녀석 덕분에 새외가 조용하지 않나?”
“지들이 조용하고 싶어서 그러나. 처맞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지. 그나저나 웬일이야?”
“웬일이긴, 질녀가 혼인한다는데 안 가 볼 수가 있나.”
“그 불쌍한 녀석이 누구인가?”
“도원일세.”
“꼭 법명 같구먼.”
“법명 맞아.”
“잠깐, 도원이면 목탁혈불이란 녀석의 제자?”
“그렇네.”
검제는 기가 막혔는지 이마를 탁! 치고 말았다. 이걸 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신교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았던 소림은 제자를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솔선수범했던 승려가 오명이었다. 실제로 도원의 자질은 달마대사의 환생이라고 할 만큼 대단했다. 불과 오 년 만에 소림의 대금강신공을 팔성이나 터득한 귀재다.
“대체 어떻게?”
“나도 잘 모르지만, 듣기로는 밤에 몰래 데리고 갔다더군.”
“그걸 말이라고, 불존이 가만있고?”
“가만 안 있으면?”
“그도 그렇군.”
불존도 목탁에 맞아 열반하는 수가 있었다. 그 녀석의 딸 사랑이 어떤지를 대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물며 자기 딸이 첫눈에 반했다고 데리고 온 승려였다. 그날, 무진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눈에 선했다.
그래서일까? 도원은 그날 이후로 파계승이 되었다. 편치 않을 게 분명한 무진의 심기를 다독이기 위해서였다. 소림으로선 인재를 빼앗긴 억울한 일이나, 어쩌겠나? 힘이 왈패인 것을. 억울하면 강했어야 했다.
“가긴 가야겠군.”
“그냥 가려고?”
“……이런 미친놈을 봤나!”
“술 한 잔이라도 얻어 마시려면 잘 생각해야 할 걸세.”
검제와 취선은 한숨이 나왔다.
어중간한 선물을 가지고 갔다가는 문전박대 당하는 수가 있었다.
***
퀭!
피곤하다. 왜 피곤하지? 그냥 계속 피곤했다. 이것이 영웅의 말로란 말인가. 이럴 거였으면 영웅 따윈 되지도 않았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밤이 무섭다. 그리고 점점 더 무서워진다. 걔들이 사람인가? 어떻게 밤만 되면.
그렇다고 낮이 편하냐? 또 그렇게 물어보면 아니다. 놀아 달라고 때를 쓰면 답이 안 나왔다. 하나하나 놀아 주다 보면 날이 어두워지는 기적을 맛보았다.
그렇게 또 밤이 된다.
“숙부, 또 뭐 하세요?”
“넌 또 왜?”
“아, 몰라요.”
“미주가 또 뭐래?”
“걘, 그냥 미친년이에요.”
무호와 태진이 그나마 숨이라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뒷산이라도 없었으면 숨 막혀서 살 수도 없었을 거다.
언제부터인가 이 공간이 숙부와 조카의 대담 장소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일까, 숨겨 놓은 술상, 술, 술병, 안주까지 있었다.
“숙부는 자식이 몇 명이죠?”
“넌 그게 할 소리냐?”
“이번에 또 낳은 줄 알았죠.”
“하나일 때가 좋은 거야. 나처럼 되지 마라.”
“안 돼 봐서 잘 모르겠네요.”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마라. 령이는 다 안다.”
태진도 령 매가 이 장소를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숨이라도 쉬고 살라고 내어 준 협소한 공간이었다.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끝나지 않았다. 령 매의 개인 정보단인 송산에 걸리면 답도 안 나왔다.
“그래도 큰 경사는 끝났네요.”
“그날 이후로 그런 난리는 없을 줄 알았는데.”
미주의 혼삿날, 정말 상상을 불허하는 진상이 있었다. 울며불며 내 딸 돌려 달라고 질질 짜던 광경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미주! 아빠 버리고 혼인하지 않겠다며. 배신이야, 배신!
어떻게 된 인간인지, 머리 뚜껑을 열어 보고 싶을 지경이다. 따지고 보면 미주도 이제 서른이 다 되어 갔다. 그 나이까지 끼고 살았으면 됐지.
“어디 가서 떠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데요.”
“알지, 내 형인데.”
미주의 남편이 된 도원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당장은 서로가 좋아서 물고 빨고 하지만, 콩깍지가 벗겨지는 즉시 도원의 생사를 장담하기 힘들다. 부부 싸움이라도 하는 날엔 도원을 키운 소림사까지 화가 미칠 수 있었다.
“걔들은 혼인 여행을 언제까지 하는 거야?”
“서장까지 간다던데요.”
“설마 위험하진 않겠지?”
“누가요? 세상이요?”
미주는 여중제일고수였다. 절대경에 오른 지도 꽤 됐고, 완숙한 경지에 도달했다. 성깔 못지않게 당대의 누구도 미주를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런 미주의 곁에는 소가 있었다. 그뿐인가, 천하오대야객이 전부 투입되어 편의를 제공받고 있었다. 하오문과 개방이 항시 주목하고 있기에 수작 자체를 부릴 수가 없다.
“게다가 아버지의 발은 천리보잖아요.”
“그렇지.”
미주를 위해서 축지를 개발한 무진이었다. 가고자 한다면 한걸음에 대륙을 횡단하고도 남았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세상이 불쌍했다.
알면 절대 못 건들지.
“해남도가 사라지던 날이 떠오르네.”
“아버지도 아버진데, 사부님도 대단했죠.”
“솔직히 이해가 안 되긴 해. 한데, 사부는 맞지?”
“어쩐지 아버지의 가르침 같지가 않았어요.”
말로 설명해도 되는 일을 주먹부터 날리는 걸 보면 전혀 달랐다. 하지만 그 둘이 있었기에 해남도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편으로 천하제일을 다툴 천외의 고수가 한 명 더 는 것이다. 친구는 닮는다고, 처음에는 무진과 같을 줄 알고 다들 식겁했었다. 천운권 하나만 해도 세상은 많이 버거웠었다. 그런데 둘이라고? 세상을 위해서 안 되는 일이었다.
응?
무호와 태진은 급히 자리를 박차고 물러섰다.
스왁!
쩌저저저적!
일검에 산의 절반이 얼어붙어 버렸다. 한여름인데 오싹한 한기가 휘몰아친다. 방금도 피하지 않았으면 동상 걸려서 죽었을 수도 있었다.
“숙부, 저는 이만.”
“이 배신자!”
부인이 찾아올 때까지 태진은 교묘히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숲에서 순백의 여신이 나타났다. 세월이 흘러도 처녀 때 모습 그대로 섬뜩하게 아름답다.
이서정이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늦었네요, 상공.”
“저기, 달도 밝은데 얘기라도 나눌까?”
“집에서 나눠도 돼요.”
“운치가 있잖아.”
“따라와.”
“옙!”
일단 옷매를 단단히 잠가야 했다.
***
최고의 성형은 환골탈태라더니, 철호의 외모는 사내다워졌다. 예전의 흉면을 기억한다면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지금의 모습이 거의 완성형이었다. 전설적인 미남과 비교하면 무리가 따르지만, 사내다우면서 야성적인 매력을 풍겼다.
“사형은 볼 때마다 달라지는군요.”
“아직 멀었어.”
“뼈가 남아 있는 게 신기하군요.”
“그러는 너는?”
“저야, 여전합니다.”
서문호는 구양옥설과 살림을 차렸다. 서문세가가 감숙제일가로 떠오르면서 많은 정도문파에서 매파를 보냈지만, 흑천부와 사돈을 맺었다.
사자동맹으로 정사가 예전과는 다르다 해도 마냥 좋다고 하긴 힘들었다. 정사 간의 이권이 걸리면 골치가 아팠다. 제발 우리 집에 좀 오지 말라고.
“상공, 주안상을 차려 왔어요.”
“도와 드리겠습니다, 형수님.”
“그만, 이런 일은 사내가 나서는 게 아니다.”
“남녀가 할 일이 따로 있겠습니까.”
철호는 당천예, 군소소, 팽무린하고 같이 살았다. 처음에는 서로 간의 대립이 심했지만, 철호가 균형을 잡았다. 싫으면 돌아가라고 매몰차게 대했더니 달라붙었다.
가라고 하면 다들 가 버렸던 기억이 떠오른 서문호였다.
‘정말 달라졌네.’
환골탈태에 목을 맸던 철호 사형이 아니었다. 이제는 꾸준한 자기 관리로 형수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저리 막 대하는데도 눈에서 여전히 꿀이 떨어졌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아직도 설레는 건 심한 거 아닌가!
서문호도 구양옥설과 처음에는 다 좋았었다. 그러나 애가 생기고, 생활에 치이다 보니 정으로 살고 있었다. 십 년이나 애틋한 감정을 가지다니, 사형이 대단했다.
“어쨌든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한 번 사형은 영원한 사형이야.”
“나이는 제가 더 많습니다.”
“강호가 언제부터 나이순이었지?”
“그렇긴 합니다만, 순리대로 가야지요.”
철호와 서문호는 시기마다 무공을 겨루었다. 서로의 무공 성향이 완전히 달라서 배우는 점이 있었다.
“두 사부님은 어떻습니까?”
“여전하지, 뭐.”
그분들의 다툼에 새우 등이 많이 터지고 있었다.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는 재앙이었다. 그 나이가 되어서도 얼마나 강한지 아직도 모르겠다.
“산호는 어때?”
“여황제의 남편인데 어지간하진 않겠죠. 황궁에서 나가고 싶다고 서신까지 보냈더라고요.”
“칠칠치 못하긴, 일단 마시자.”
“좋지요.”
철호와 서문호는 본격적으로 술잔을 나누었다. 원래 술이 약했던 철호였지만, 이제는 제법 강해졌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서문호는 객방으로 돌아갔다.
“상공, 치울게요.”
“내가 치울게. 아까는 고마워.”
***
배를 띄웠다. 무진의 전용으로 함선을 개조하여 강호 유람에 사용했다. 해남도에서의 편의성을 본 후, 강 형에게 부탁해서 하나 얻었다.
“갑판이 더럽네.”
“바로 닦겠습니다!”
“물기 없이, 상쾌하게, 알지?”
“물론입니다. 헤헤헤!”
선인들의 손발이 척척 맞았다. 하루 이틀 해 본 솜씨가 절대 아니었다. 천직이 뱃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신분을 아는 이들이 있다면 절대 그리 말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쩌다가!’
‘제발 그만해!’
‘차라리 우릴 죽여 줘!’
선인들의 정체는 태양신군, 흑천무제를 비롯한 정사의 배신자들이었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왜 그때 배신을 해서 평생 노예를 자처했을까?
하물며 금제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했다. 그들은 행여나 얼굴을 알아볼까, 항시 방립을 썼었다.
나를 나라고 하지 못하는 웃픈 현실이었다.
지글지글!
선수에 앉은 무진은 유진과 생선구이를 해 먹었다.
갓 잡은 생선의 비늘과 내장을 벗긴 후, 권능을 사용해 적당히 간을 하여 화로에 구웠다.
또르르!
귀주에서 얻은 모태주를 잔에 따랐다. 청아하고 맑은 소리가 마음을 청량하게 했다.
후르륵!
무진과 유진은 생선구이를 먹으며 서로의 잔에 술을 따르고는 마셨다. 잔잔한 바람과 아름다운 경관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을 같이할 유진이 있기에 행복했다.
“행복해요.”
“나도.”
대단한 진수성찬이 아니어도 생선이 달았다.
미주의 배신이 충격적이었으나, 아내가 있기에 참을 수 있었다. 일단은 서로가 좋아 죽는다고 하니, 소림에는 찾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불공을 드리러 가기로 했다. 부처에게 안부 인사는 해야겠지.
“장인어르신께서 마음고생이 심하시겠어.”
“어쩌겠어요, 자기들이 좋다는데.”
처제들은 본인들의 행복만 중요한 모양이었다. 장인, 장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자기들은 괜찮다고 해도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좋지는 않았다.
한 남자를 두고, 참!
그러고 보면 유진이는 남자 보는 눈이 참 좋아.
행복을 만끽하려는 때.
-야이 개자식아~~~~~!
우우우우우웅!
장강을 뒤흔드는 사자후가 울렸다. 어찌나 강력한지 파도가 거세게 일어 배를 흔들리게 했다.
촤아아아아!
저 멀리서 물살이 치고 올라 하늘에 거대한 물기둥을 새겼다. 강을 평지처럼 달려오는 녀석이 있었다.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사생결단의 결의가 보였다.
-사람을 땅바닥에 버리고 가냐!
무진은 어제 천경과 비무를 했었다.
황산의 봉우리 하나를 박살 내는 정도로 소소하게 끝을 냈었다. 물론, 비무의 승자는 보시다시피였다. 아직도 인정 못 하고 저러는 걸 보면 마왕이 아니라 마물이었다. 참으로 구질구질한 녀석이 아닌가.
무진은 아내와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마물을 승천시켜 주기로 했다.
유진이 주먹을 불끈 쥐며.
“여보, 힘내세요.”
“당연하지.”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무진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태양신군과 흑천무제에게 당부했다.
“마물에게 따라잡히면 알지?”
“……?”
그들에겐 누가 마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죽여 주기를 소원하나, 죽음은 불가능했다. 열심히 노를 젓지 않으면 종일 금제에 시달리게 된다.
“천경아, 성불하자.”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