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99)
399화 떠나는 자들 (1)
펑! 펑! 펑!
하늘로 솟아오른 폭죽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만세! 만세! 만세!”
거리에 나와 만세를 외치는 이들은 승리를 축하하고 있었다.
“이제 걱정하지 않고 산에 오를 수 있겠어.”
“모두 다 장 대협 덕분이지.”
“맞아! 장 대협이야말로 진짜 대협이지!”
거리와 찻집은 물론이고, 술을 파는 주점이나 청루와 홍루 같은 유흥가에서도 대협 장하의 이름이 끊이지 않고 언급되었다.
그러나 막상 그 주인공인 대협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이 쉽지가 않아.”
맞은편에 앉아 술을 따르고 있는 이는 천마신교 귀주지부 지부장 마융이었다.
“무림맹에서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명운의 앞에 놓인 전서는 무림맹에서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무림맹의 요직을 내리고자 하니, 무림맹 총단이 있는 개봉으로 와 달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융의 물음에 명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가 봐야겠지.”
의외의 대답이었다.
마융은 명운이 딱 잘라 거절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
“왜 그렇게 놀라나?”
“그것이…….”
명운이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내 신분을 듣고 난 다음부터 자네 태도가 바뀌었어.”
마융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어찌 바뀌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빙왕으로부터 명운의 진짜 신분에 대해 들은 바 있었다.
“그대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높은 것뿐이 아닌가?”
천마신교 교주란 삼단주나 사신대주보다 조금 높은 직위라 생각하면 된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융은 그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보석과 형제가 여럿 존재하는 보석은 그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상인답게 보석을 예로 들어 표현했다.
명운은 술잔을 비웠다.
“대산으로 오겠는가?”
원한다면 승진의 은사를 내려 주겠다는 말이었다.
“괜찮습니다. 전 이곳 귀주지부가 좋습니다.”
이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마융은 지금 삶에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야심이 없군.”
“야심은 없지만, 돈 욕심은 있습니다.”
명운이 혀를 가볍게 찼다.
“쯧, 돈 욕심도 야심과 같아. 지나치면 신세를 망치게 될 걸세.”
“조심하겠습니다.”
“뭐, 내가 조심하라고 해도 욕심이 난다면 손을 뻗을 수밖에 없겠지.”
“대협께서는 제가 망하길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마융이 살짝 농을 걸자 명운이 낮게 웃었다.
“후후후, 이제야 자네답군.”
“조금 빈정이 상했나 봅니다.”
“나를 상대로 말인가?”
십만마도의 주인이자 천마신교의 지배자.
그가 말끝을 올리자 마융은 이내 꼬리를 내렸다.
“가끔은 사냥꾼도 범을 못 알아볼 때가 있습니다.”
“사냥꾼인가?”
마융이 명운의 잔에 술을 따르며 대답했다.
“나무꾼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자네 같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대협, 제 목숨은 하나뿐입니다.”
마융은 자신의 무공이 십만대산의 요직을 맡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탁.
명운이 내민 책자에는 화운심공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화운심공은 일찍이 그가 정문과 조광에게 건넨 내공심법서였다.
“이것은?”
“내 선물일세.”
마융은 바로 선물을 받지 않았다.
“제가 이런 것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돈 대신 주는 것일세.”
“저는 돈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만…….”
“이쪽은 어디까지나 대협이니, 돈을 내어 줄 수가 없네.”
단리원의 대협 장하가 거액을 내놓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다.
“하긴, 그렇습니다.”
“하오문과 관계도 신경 쓰고.”
명운은 앞서 귀주의 하오문과 거래를 튼 바 있었다.
“틈틈이 신경 쓰겠습니다.”
“틈틈이라면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가?”
“제가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명운이 그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보름에 한 번은 챙기게.”
“한 달 이상 상행을 나갈 때도 있습니다.”
귀주를 떠나 사천이나 운남으로 갈 때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때는 자네가 알아서 하게. 내가 그것까지 일일이 알려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자네는 가끔 농이 심할 때가 있어.”
“고치겠습니다.”
명운은 시선을 담장 너머로 돌렸다.
펑! 펑!
아직도 폭죽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고치지 않아도 좋아. 그런 면이 있어서 더 좋으니까.”
그는 모든 이가 자신을 어려워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대협, 정말로 가실 것입니까?”
마융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명운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내가 가지 않으면 자네가 귀찮아질 거야.”
그가 거절한다면 무림맹은 사람을 이곳으로 보내 설득하고자 할 터였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골이 나 있습니다.”
본바탕이 상인이었기에 이리저리 둘러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무림맹은 그렇게 만만한 자들이 아닐세. 그리고 자네의 신분도 걱정이 되고.”
최근 무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무림맹이지만,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곤란했다.
“제 목숨과 대협의 목숨이 어찌 같을 수 있겠습니까?”
“자네의 목숨 때문에 내가 간다고 생각하나?”
마융은 재차 고개를 숙였다.
“제 생각이 지나쳤습니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이참에 개봉은 물론, 황도까지 구경하고 올 생각이네.”
황도.
황제의 도읍이자 천하에서 가장 크고 넓은 거성.
마융이 숙였던 고개를 들며 물었다.
“대협, 정말로 황도까지 가실 생각입니까?”
“황도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가 아닌가?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못했으니, 이참에 다녀올 생각이네.”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이유가…….”
조금 부족하다.
명운도 그쯤은 알고 있었다.
“사실 그쪽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서 말이야.”
그는 사마진으로부터 황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전서를 받은 바 있었다.
마융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초행이시면 길잡이를 붙여 드리겠습니다.”
“괜찮아.”
“대협.”
“같이 갈 사람이 있네.”
“두 젊은이 말입니까?”
조광과 하후문.
두 사람은 아직 귀주를 떠나지 않은 상태였다.
명운은 그의 물음에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두 사람을 데려가면 너무 눈에 띄지 않겠나. 이번에는 빙왕과 함께 갈 것이네.”
마융은 빙왕이라는 대답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
“대협, 그게 더 눈에 띄지 않겠습니까?”
젊은 무인과 중년 여인.
어딘가 맞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명운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명성을 얻은 무인이 변방으로부터 귀부인을 호위해 황도에 간다고 하면 되지 않겠는가?”
“빙왕의 신분을 위장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냥 갈 수는 없지.”
마융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계책이 있으셨군요.”
“이건 계책이라고 할 것도 못 된다네.”
명운의 시선은 여전히 불꽃을 향하고 있었다.
“한번 가 보시겠습니까?”
마융은 조심스럽게 명운에게 나들이를 권했다. 그러나 명운은 오른손을 내저었다.
“됐네. 내가 갔다가는 난리가 날 걸세.”
대협 장하가 나타난다면 그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 뻔했다.
‘구경거리가 되는 것은 딱 질색이지.’
그는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럼, 미인을 불러 드리겠습니다.”
“미인?”
“아무래도 저 같은 사내보다는…….”
명운이 가볍게 혀를 찼다.
“쯧, 대협이란 자고로 여색을 멀리해야 하는 것일세.”
천마신교 교주가 아니라 대협 장하로 대하라는 말이었다.
“제가 또 실수했군요.”
“오늘따라 실수가 많군.”
“그게…….”
마융은 긴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긴장이 풀려서 실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명운은 시선을 다시 마융에게 돌렸다.
“소수 민족들은 어떻게 되었나?”
마융이 잔에 술을 따르며 대답했다.
“시신을 거두어 돌아갔습니다.”
“시신을 거두지 못한 자가 많았을 텐데?”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분위기가 좋지 않겠군.”
마융은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산의 전사들은 관병보다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에 사상자 또한 관병보다 많았다.
“그래도 그들은 대협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미워하지 않아서 다행이군.”
“대협을 어찌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명운은 오월교로부터 그들을 해방해 준 은인이었다.
“오월교 쪽은?”
“신전과 사당, 그리고 산채를 모두 파괴했습니다.”
“잘되었군.”
“조정에 표를 올리겠다고 합니다.”
귀주순무는 오월교를 토벌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그러곤 황제에게 표를 올려 명운의 공적을 치하하겠다고 전했다.
“말만 들어도 고맙군.”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았습니다.”
명운이 잔을 들며 물었다.
“검은 돌려주었나?”
그는 앞서 귀주순무에게 패옥이라는 명검을 지휘용으로 받은 바 있었다.
“물론입니다.”
“잘했군.”
“귀주순무가 대협을 한번 보고자 하는 뜻을 비쳤습니다만…….”
“못 만날 것은 없겠지.”
“정말로 그를 만나실 것입니까?”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 민족들 문제도 그렇고, 순무와 안면을 터 둔다면 나쁜 일이야 있겠나?”
“그것은 그렇습니다.”
“빙왕 쪽 준비 말일세.”
“귀부인으로 신분을 바꾸는 것 말씀입니까?”
“자네가 맡아 줬으면 싶군.”
마융이 두 손을 모으며 그의 명을 받았다.
“대협, 맡겨 주십시오.”
명운은 그가 두 손을 모으자 손을 내저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주변은 이미 정리해 두었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명운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처럼 말한 것은 예가 과하다는 뜻이었다.
“다 잘되었군.”
“무림맹의 초대장만 빼고 말입니다.”
마융은 여전히 무림맹의 초대가 걸리는 듯했다.
“그렇게 걱정되면 자네도 함께 가겠나?”
“사양하겠습니다.”
“딱 잘라 거절하는군.”
“제가 함께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명운이 잔을 내려놓자 마융이 다시 술병을 들었다.
“두 사람에게는 제가 말을 할까요?”
그가 언급한 두 사람은 조광과 하후문이었다.
“아니, 내가 직접 하지.”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경 현위는 어떻게 되었나?”
현위 경총.
그는 마융과 함께 오월교와 싸운 관군의 지휘관이었다.
마융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경 현위는 전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나?”
“시신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수라장이었으니까.”
“그랬군요.”
명운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
“부교주를 직접 쓰러뜨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야.”
“시신은 찾았습니다만…….”
“진짜가 확실할까?”
명운은 후환을 남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가짜는 아닐 것입니다. 배신한 오월교도가 직접 증언했습니다.”
“흠.”
명운은 그에게 귀의한 오월교 향주 칠응아가 떠올랐다.
‘그녀가 있었다면 부교주의 신분을 확실히 알 수 있을 텐데 아쉽군.’
그는 칠응아를 운남의 단리원으로 보낸 바 있었다.
“다시 확인할 수는 없겠나?”
마융은 명운의 물음에 고개를 흔들었다.
“시신을 이미 태웠습니다.”
“빠르군.”
“강시가 될 수도 있어 오월교의 시신은 모두 태웠습니다.”
관군과 산의 전사들은 강시의 위력과 공포를 직접 경험한 바 있었다.
“알겠네. 사흘 뒤 떠날 테니, 준비하게.”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운은 허공에 뜬 달을 바라보며 술잔을 빙글 돌렸다.
‘남은 생은 진마를 쓰러뜨린 대가라 했던가?’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편히 인생을 즐길 여유는 없는 것 같군.’
오월교는 쓰러뜨렸지만,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당장 무림맹 총단을 방문해야 했으며, 황궁과 천마신교의 관계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북쪽으로 도주한 큰형 명천과 대족장 이누한도 문제였다.
‘파천궁도 건재하지.’
파천궁주 천혁과 그의 수하들은 아직도 서장에서 천마신교를 위협하고 있었다.
‘다 끝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적어도 삼 년.
길게 잡으면 십 년이 걸릴지도 몰랐다.
‘그 전에 일함에게도 다녀와야겠지.’
도민국 군주 일함은 아직도 서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명운은 그녀를 몇 년이나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큰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라는 말이군.’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