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에필로그 (2)
To. 에버블루.
안녕, 에블.
저는 오늘도 출근 준비 중이에요.
지금은 새벽 3시.
멤버들은 아직 잠에 빠져 있을 시간입니다.
“웅니. 출근?”
아니다.
주홍이는 일어났네요.
웬일일까요.
우리 막내는 원래 제일 늦게 일어나는데.
“응. 더 자, 주홍아.”
“우우. 오늘 개인 스케예요? 어디 가요?”
“그냥 연습하러 가지, 뭐.”
“왜 쉬질 않아요!”
“쉬어서 뭐 해.”
“진심 언니랑 청청은 사람이 아니에요….”
아이코.
주홍이가 위험한 말을 하네요.
얼른 우유 한 잔을 주고 다시 재워 볼게요.
“이거 뭐예요?”
“우유.”
“꿀 탔어요?”
“응.”
“데웠어용?”
“응.”
“웅… 잘 가요….”
“잘 자, 주홍아. 다녀올게.”
성공했습니다.
주홍이가 우유를 먹고 들어가네요.
그럼 이제 정말로 출근해 볼게요.
“안녕하세요.”
“아, 왔어?”
이곳은 화이트노이즈 제나 선배님의 작업실입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저는 제나 선배님의 작업실에 자주 놀러 오기 시작했어요.
아, 놀러 온 건 아니고… 일하러 왔다고 해야 맞을까요?
“곡 나왔어?”
“네. 아직 시안이긴 하지만….”
“이게 다음 타이틀곡?”
“맞아요.”
“흠. 앨범 컨셉은 어떻게 잡고 있어?”
저는 요즘 제나 선배님께 무대 기획에 대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무대 기획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얼마 전, 이상한 꿈을 꾼 후부터였어요.
[신곡 또 준비하고 계시는구나! 저 ___ 님 노래 잘 듣고 있어요. 특히 [________> 좋아해요. 아, 이건 너무 예전에 나온 노래인가…. 아무튼 다 잘 듣고 있어요.]이상한 일이죠.
전 평소에 꿈을 잘 안 꾸는 편인데.
왜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이 꿈이 그렇게 마음에 걸릴까요.
사실 저 장면만 기억이 나는 건 아니에요.
어렴풋이 몇 개의 장면도 기억나더라고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제 꿈을 지키지 못한 꿈.
무언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 같은 꿈.
제가 스틸블루가 아닌 꿈.
그런 꿈이었어요.
꿈이어서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그게 현실이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물론 다른 멤버들에게 말하진 않았어요.
그냥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는 얘기만 했어요.
다들 마음이 여려서 혹시나 절 걱정할까 봐….
특히나 꿈이란 말에, 청이가 많이 걱정을 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본인이 자주 악몽을 꿔서 그런가.
다른 사람들의 꿈도 걱정을 한 것 같았어요.
그럴 필요 없는데.
“이번 앨범 컨셉은…. 아직 멤버들이랑 함께 구상 중이긴 하지만….”
아 참.
아직 스포일러를 하면 안 되니까.
이 부분은 살짝 스킵할게요.
“그러면… 이 부분에서 대형을 이렇게 했다가….”
“여기서 이렇게 바꾸면, 좀 더 가사랑 어울릴까요?”
“그래, 그거 좋네. 다음 파트에서는 다시 맞닿는 느낌으로.”
아무튼.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저마다 꿈을 꾼 이후로 멤버들은 뭔가… 각자 느낀 게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지금 옆에 있는 멤버들과 에버블루가,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지.
다시 한번 되새긴 거겠죠.
저부터가 그랬으니까.
“선배.”
“응?”
“컬러즈랑 재계약하신 거요.”
“아아. 작년에?”
“네….”
“응, 우리 다 잔류하기로 했지. 일단 2년만 더.”
“그럼 그 후에 대해서는… 대화 나눠 보신 적 있으세요?”
재계약에 대해서 물어본 이유는.
제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껴서였어요.
맏언니인데도 청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떠넘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나 떠날까 봐 걱정돼?”
“아뇨. 어차피 어디에 계시든 선배는 선배시니까. 괜찮아요.”
“얘 봐라.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사심은 없어요. 아시죠?”
“됐어. 뭐… 우리는 재계약하기로 했어, 다들.”
“그러셨구나.”
“응. 솔직히 컬러즈는 짜증 나고… 피곤하지만. 멤버들은 소중하니까.”
선배는 그 외에도 좋은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일단 법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제일 와닿긴 하네요.
멤버들 외엔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도 와닿고요.
“백영아.”
“네.”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려서 벌써부터 걱정을 해?”
“음.”
저는 대답하지 못했어요.
제가 정말로 마음에 걸리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의 어떤 사람 때문이니까요.
그런 건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퇴근했어요, 언니?”
숙소로 돌아오니, 청이가 깨어 있네요.
“응.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일부러 새벽 3시에 나가, 7시에 돌아온 건데.
이렇게 매번 들켜선 걱정만 끼치겠어요.
“음. 당이 좀 부족한 기분이라.”
“뭐 만들어 줄까?”
“저 고구마맛탕이요.”
“건강해서 좋다, 청이는.”
청이가 먼저 뭘 먹고 싶다고 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한번 실력 발휘를 해 볼까요.
다행히 주홍이가 전에 만들어 달라고 한 적이 있어서.
고구마맛탕은 만들 줄 알거든요.
“음. 냄새 좋네요.”
“청아.”
“네.”
꿈을 꾼 후로 매번 청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운 건.
왜일까요?
사실 빚진 건 없는데.
빚을 진 기분이에요.
“별일 없어?”
“요즘요?”
“응.”
“요즘 전 인생이 완벽한 것 같은데요.”
“그래?”
청이는 다 괜찮다는데.
왜 저만 이렇게 기분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어요.
“뭐, 마음에 걸리는 거 있어요?”
“응.”
청이가 당황하네요.
너무 솔직하게 말했나.
“뭐가 마음에 걸려요?”
“그냥. 왜 이렇게 나는 너만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드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요?”
“응. 뭔가 물가에 애를 두고서, 난 물에 빠졌는데. 그 애가 날 구해 준 기분.”
“대체 뭔 기분이에요, 그게…?”
그러게요.
무슨 기분일까.
사실 저도 잘 몰라서, 말한 거였거든요,
“나보다 작은 애가 날 구해 준 것 같아. 사실은 내가 그 애를 구해 줬어야 했는데.”
청이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고구마맛탕이 마음에 드나, 잘 먹기만 하네요.
종종 해 줘야겠습니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 희한하다. 그치.”
이상했어요.
그 꿈에서, 저는 그렇게 나쁘지 않게…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모든 게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든 건.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건.
뭔가 이유가 있었겠죠?
“그런 기분 안 느껴도 돼요.”
“왜?”
“그 애도…. 어쩌면. 옛날에 이미 언니가 구해 줘서…. 그래서 그냥 은혜를 갚은 걸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걸까요?
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청이는 언제나 옳았으니까.
청이의 눈을 보고 있자면.
언제나 희한한 용기가 샘솟았던 것 같아요.
어떤 길이라도.
아무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런 용기.
“언니.”
“응.”
“요즘 제나 선배님한테서 무대 기획 쪽 배우는 거예요?”
“어라. 1급 기밀인데. 어떻게 알았어?”
청이는 제가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어쩜 그렇게 용감하냐고 묻지만.
사실 전 그리 용감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 꿈에서도.
저는 몇 번이고 도망치고 또 도망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미안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
“…아니. 그냥 그런 게 떠서.”
“응?”
청이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립니다.
‘89라니…. 당신 대체 얼마나….’
이러네요.
사실 청이가 저러는 게 뭐, 한두 번이 아니에요.
청이는 모르겠지만… 청이에게 똑같이 생긴 핸드폰이 두 개 있다는 건.
멤버들 모두 눈감아 주고 있는 청이의 비밀이거든요.
청이는 참 비밀이 많아요.
하지만 그 비밀이 우리를 위한 거라는 걸 알아서.
우리 모두 비밀을 지켜 주고 있습니다.
“잘할 것 같네요. 재능이 있을 것 같으니까. 파이팅.”
“그래? 나 잘할 수 있을까?”
“언니가 못하는 게 있을 리가….”
음.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청아.”
“네.”
“우리 잘 돌아온 것 같아.”
“…네?”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 그치?”
청이가 너무 놀란 것 같네요.
오늘은 더 놀라게 하지 말아야겠어요.
“…네.”
아닌가.
아무튼.
저는 앞으로 더 나아가려고 해요, 에블.
다들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제가 맨 앞에 서진 못하더라도.
멤버들의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주고 싶거든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에블에게 불어오는 바람도, 제가 막을 수 있게.
그런 큰사람이 되어 보려고 합니다.
청이가 얼마 전에 그러더라고요.
자긴 100살까지 아이돌 해야 한다고.
설마 혼자 하겠다는 건 아니겠죠?
저희도 100살까지 아이돌을 해야 한다는 뜻이겠죠?
그러려면 아무래도 제가 더 강해져야겠어요.
체력도 기르고.
실력도 갈고닦을게요.
100살쯤에 20살 친구들에게 지면 안 되니까요. 그쵸?
그렇게 강해져서.
에블에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From. 백영
P.S.
I’ll be by your side forever.
영원히 스틸블루의 곁에.
그리고 에블의 곁에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