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에필로그 (1)
“근데요, 저 어제 진짜 이상한 꿈 꿨음.”
일출을 보러 가는 차 안.
나를 제외한 멤버들은 손에 각자 간식을 쥔 채 떠들고 있었다.
서백영은 조수석에 앉아서 통감자를 내게 먹여 주고 있었고.
김금은 새우 핫바.
류보라는 델리만쥬.
연주홍은 젤리와 사탕, 초콜릿을 잔뜩 쌓아 놓고 먹고 있었다.
“헐. 저도 완전 이상한 꿈 꿨어요!”
“다들 그랬어? 사실 나돈데.”
“….”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류보라도 비슷한 꿈을 꿨나 보다.
“무슨 꿈을 꿨는데?”
내 질문에 김금이 제일 먼저 대답했다.
“제가 솔로로 활동하는 꿈이었어요. 래퍼로 혼자 활동하는 거였는데…. 진짜 기분 이상했음.”
“기분 이상했어?”
“당연하죠. 심지어 제 입으로 전 아이돌하기 싫었다고 막 그랬다니깐요.”
음.
이거 어째 꿈이….
나랑 만났을 때의 그 기억인 것 같지?
“그래서 지금은 어때? 아직도 아이돌 하기 싫어?”
“장난함? 제 천직임. 반박하는 사람 있을 시 스틸블루 죽을 때까지 계약 갱신.”
“왜 니 마음대로 갱신해.”
류보라랑 김금이 투닥거릴 동안.
나는 서백영이 건네는 이온 음료를 받아 마셨다.
“언니는요?”
“응?”
“언니는 무슨 꿈 꿨어요? 금이처럼 악몽?”
“음… 악몽인가?”
서백영이 씩 웃었다.
알 듯 말 듯, 묘한 미소였다.
“재밌는 꿈이었던 것 같아.”
“재밌었어요?”
그걸 보는 나는 딱 죽을 맛이었는데.
서백영 당신은 재미있었단 말이지.
나는 속으로만 투덜거렸다.
“응. 난 꿈에서… 되게 반가운 사람을 만났던 것 같거든. 그게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반가운 사람?”
“응. 누가 찾아왔는데…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도. 이상하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랬구나.
어쩐지 되게 밝게 맞이해 줬었지.
그나저나 당신.
진짜 어떤 세계에다 떨궈 놔도 좋은 것만 보는구나.
“보라는?”
“글쎄요.”
류보라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 말끝을 흐렸다.
“그냥…. 이상한 꿈이긴 했죠.”
“뭐가 이상했는데?”
차의 룸 미러로 본 류보라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냥…. 모든 게 다 이뤄졌는데. 또 모든 걸 다 잃어버린 것 같았어서.”
“그게 뭐야.”
류보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막연히 궁금했던 적은 있어요. 만약 데뷔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그대로 도망갔다면 어땠을까, 하고.”
류보라의 말에 모두가 숨죽여 귀 기울이고 있었다.
“한때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으니까.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일이…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으니까요.”
다들 아마,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데뷔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 뭐. 그런 삶은… 생각보다 별로더라고요.”
“왜?”
“조용하긴 하지만… 그건 제가 걸어야 할 운명이 아니었어요.”
류보라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시선만 내 쪽으로 던졌다.
그 시선엔 묘한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그래서 그냥 이거, 개꿈이구나 했죠. 현실보다 못한 꿈이라니. 그딴 건 개나…”
“워워. 워워. 미성년자 듣잖아.”
김금은 유일한 미성년자, 연주홍의 귀를 막는 척하며 낄낄 웃었다.
“지금 언니들 저만 미성년자라고 애 취급 하는 거예요?! 6시간 전까진 같은 미성년자였거든요?!”
“하지만 이제 너만 미자죠. 나는 이제 술 먹을 수 있죠.”
“덤으로 자유의 몸이기도 하지.”
웬일로 류보라와 김금의 쿵짝이 잘 맞았다.
“어떻게 언니들이 저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청청. 가다가 우리 맥주라도 한 캔….”
“약속은 지켜야지. 다들 주홍이가 성인 될 때까진 금주하기로 했잖아.”
“우우. 리더의 막내 편애 우우.”
김금이 소심하게 항의하는데.
서백영이 슬쩍 끼어들었다.
“주홍이는 무슨 꿈 꿨어?”
“저는 완전히 악몽이었어요. 그냥 개꿈 수준이 아니었어요!”
“왜?”
연주홍은 씩씩거리며 입에 사탕을 왕창 넣었다.
“저는 사탕도 젤리도 못 먹는 그런 꿈이었어요. 어떻게 그러고 살아요?! 아무리 인기 있어도 그런 팍팍한 인생은 싫어요.”
연주홍은 서백영에게 젤리를 슬쩍 건네며 덧붙였다.
“…글구 웅니들도 없었어서 서러웠움.”
“그랬어, 우리 주홍이?”
서백영이 하하 웃으며 젤리를 받아 들었다.
“하나 더 줘, 청이도 주자.”
“오케잉.”
연주홍은 아예 봉지 하나를 서백영에게 줬다.
“이건 언니들 먹으라구 샀어요!”
“어이고 기특해.”
그렇게 다들 히히, 떠들고 있는데.
창밖으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헉. 청청. 해 뜨려나 봄요.”
“아이, 그니까 제가 미리미리 출발하자구 했잖아용!”
“해 뜨는 게 뭐 대단하다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실시간으로 보여.”
“날이 맑아서 그런가 잘 보인다.”
고속도로 한복판.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해가 만들어 내는 빛만은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들 얼른 소원 빌어요, 소원!”
“소원 말하면 무효인 거 다들 알죠? 비밀 엄수임.”
“음, 난 소원 이제 더 없는데….”
“….”
룸 미러로 보니, 다들 두 눈을 꼭 감은 채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저마다 소원을 빌고 있겠지.
나는 두 눈을 감을 수도, 손을 모을 수도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멤버들과 같은 소원을 빌었다.
영원히.
영원히 이렇게 행복하고 싶어요.
“대, 대상을 타라고 했다구요?!”
다흰이 경악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것도 오, 올해에요?!”
나는 다흰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했다.
다흰은 어버버, 하며 말문을 떼지 못했다.
“응. 대상 타라네. 꼭 집어 [플래티넘 뮤직 어워드>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음원 대상인지 음반 대상인지는 안 짚어 줬으니…. 선택지가 두 개 있다는 것 정도겠다.”
다흰은 내 말에 입을 뜨악, 하며 벌렸다.
“데뷔 2년 차가… 어, 어떻게 대상을 바로….”
“뭐, 정확히는 이제 3년 차긴 하지. 어쨌든…. 타야지, 뭐 어쩌겠어.”
다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배님은… 되게 강하시네요….”
“응?”
“저였으면… 그냥… 도망쳤을 것 같아서.”
아아.
나는 눈을 내리깔고 수긍했다.
그래, 부담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다흰도 도망치지 않았을 거야.”
“네?”
“소중하잖아. 지금 멤버들.”
“!”
“그런 사람들을 두고 도망친다는 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쉽지 않으니까.”
다흰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나도 그래. 내 멤버들 두고 도망치기가 쉽지 않았어.”
차라리 그냥 내가 좀 더 고생하는 게 편하지.
“그, 그건 그렇죠….”
“그리고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네에….”
나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나저나, 나는 이제 아이템 못 사.”
“네?!”
“솜 뭉탱이가 그러더라. 내가 모든 것을 다 갖는 대신, 이제 다른 특전을 쓸 순 없을 거라고.”
원래 포인트나 아이템 같은 것은.
솜 뭉탱이가 자신이 먹어야 할 에너지를 변환해서 만들어 낸 기적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인심 써서 주는 거라는 뜻이었다.
물론 걔가 먹는 에너지부터가, 우리가 만들어 낸 것들이었지만….
솜방울
내가 이렇게 퍼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
이 양심도 인성도 없는 계약자야
혼자 힘으로 대상을 타야지
혼자 힘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난 혼자가 아니다.
멤버들이 네 명이나 더 있는데.
솜 뭉탱이는 두 개의 세계를 합치느라 너무 많은 힘을 써서, 당분간은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한동안은 핸드폰으로만 연락이 가능하다나.
뭐, 나야 그 얼굴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
상관없었다.
문제는, 솜 뭉탱이의 능력치가 팍 깎여서 다른 계약자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번애쉬나 다른 계약자들은 내 알 바 아니지만.
다흰은 좀 걱정되어서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뭐, 어차피. 그런 거 필요 없어.”
“하지만….”
다흰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보았다.
“불안하지 않으세요? 어떤 일이 생길지….”
“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별로 불안하진 않아. 어차피… 10년치의 기억은 잘 가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8년 정도는 내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나는 하하, 웃었다.
“내가 뭐 대상을 한 번만 타 본 것도 아니고….”
“으아.”
다흰은 머리를 쥐어 싸맸다.
“저, 저도 이제 남은 기한이 2년뿐인데…. 어떡하죠…?!”
“아, 그거.”
안 그래도 그거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혹시 어떤 시상식인지 정해져 있었어?”
“어…. 확인해 볼게요!”
다흰은 후다닥 핸드폰을 켜서 확인했다.
“그런 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문제 해결이지. 각자 다른 곳에서 타면 되니까.”
“…!”
“열심히 해 보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고.”
“저, 선배님…!”
“응?”
“호, 혹시….”
다흰이 날 붙잡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왜?”
“그… 저쪽 세계에서 저는… 뭘 하고 있었던가요…?”
아.
그게 신경 쓰였구나.
“잘 지내고 있던데.”
“네?”
내가 백녹하로 돌아갔을 때.
나는 1년 정도 그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동안 많은 것을 알아보았다.
멤버들의 근황, 그리고 혹시 몰라 다흰의 근황까지.
김금까지 만난 후.
나는 정말 마지막으로 용기를 쥐어 짜내, 윤청의 근황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지만.
계약한 시점 이후의 윤청은 ‘실종’ 상태로 처리된 것 같았다.
어디에도 기록이 없었다.
“운이 없어서 뜨지 못했던 아이돌을 다시 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너 거기서 우승했었어.”
“!”
“어떤 세계에 있든, 넌 잘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겁 안 먹어도 돼.”
나는 다흰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니까 이젠 정당한 경쟁자로 대할게.”
“허어어억.”
“화이팅.”
미안하다, 다흰아.
근데 이젠 내 코가 석자라.
나도 대상을 타야 하거든.
스틸블루 은퇴 3년 연기는 좀 너무하잖아….
나는 몰라도 멤버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는데.
멤버들까지 은퇴를 못 하게 할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