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827
827화 울부짖어라! >
“내 말 한 마디면 네놈을 울부짖게 만들 수 있다.”
여포의 속삭임에도 조조는 여전히 비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어깻죽지가 꿰뚫려 온몸으로 통증이 퍼지고 있었지만 웃고 있었다.
“할 수 있으면 해 보든지.”
이 짧은 말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담고 있었다.
어차피 조조 자신은 끝이라는 걸 잘 알았다. 이미 천자와 태제를 죽인 이상 살아 돌아갈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리 당차게 나올 수 있는 까닭이야 뻔했다.
범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했던가. 조조는 어떤 식으로든 한조를 끝장낸 역적 중의 역적으로 그 이름이 태사록에 남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여포는 조조에 대한 복수의 종지부를 통쾌하게 찍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여포의 말 한 마디에 조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무슨 소리냐?”
“귀가 먹었느냐?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 했다.”
“아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내게 하느냔 말이다!”
전세역전!
조소를 머금고 있던 조조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반대로 여포의 입꼬리는 호를 그리고 있었다.
“이 싸움의 승자는 나, 여포다. 이제 나는 경사의 주인이 될 테고, 주인 없는 황궁도 내 차지가 될 터. 하나 더 말해주랴?”
조조가 허락하지도 않았건만 여포는 혼자 신나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놈이 지금은 천자와 태제를 시해한 역신으로 그 이름을 태사록에 남길 생각에 죽음이 두렵지 않겠지. 하나 태사록에 이를 기록할 자가 과연 내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역사를 멋대로 주무르려 하지 마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네놈의 마지막을 비굴하고, 구차하게 기록하도록 할 수 있는데 왜……? 아예 다른 자를 흉수로 내세워도 좋겠구나.”
“이노옴!”
조조가 미친 듯이 고함치며 몸부림쳤다.
여포가 조조에게 했던 말은 그 목소리가 너무도 작았기에 하 태후도, 곽가도 듣지 못했다.
조조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기에 말의 앞뒤는 맞출 수가 없다.
그저 조조가 난리치는 소리가 이들의 흥미를 돋울 뿐이었다.
“태후! 내가! 이, 조 아만이가! 그대 아들…… 아니 천자를 시해했소. 마땅히 날 사로잡아 만인이 보는 앞에서 그 죄를 물어 목을 쳐야 하지 않겠소?”
조조는 마음을 바꾸었다.
이대로 여포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그 다음은 어찌 될 것인가. 진실은 묻히고, 자신의 이름이 태사록에 어찌 기록될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모든 것은 여포가 원하는 대로 기록될 게 뻔했다. 여포가 말한 것처럼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까.
여포는 하비성 최후의 날, 백문루에서 조조에게 들었던 그 말을 이렇게 되돌려 주는 것이 너무도 기쁘고 통쾌했다.
하나 아직 남은 것이 있었다. 복수를 마무리 지으려면 반드시 봐야 하는 하나가 남아 있었다.
* * *
여포는 다시금 속삭이듯 말했다.
“자! 조 아만이, 지금 네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태후를 설득해 보거라. 네 이름이 네가 원하는 대로 태사록에 남으려면 방법은 그것뿐이니라. 흐흐흐! 실패하면…….”
여포는 조조가 깊은 무력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백문루에서 책형을 당하던 그때 여포가 느꼈던 그 무력감을 조조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려는 것이었다.
“태후!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요! 나를 흉수라 밝히는 편이 향후의 정국을 주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소? 내, 태후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 드리리다.”
조조는 태후를 구워삶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태후도 바보가 아닌 이상 조조의 말을 들어줄 리 없었다.
“네놈은 본 태후의 청을 들어주었더냐? 내 아들을 해치지 말라 애원하던 내 말을 들어주었느냔 말이다!”
논리적으로는 반론을 펼칠 여지가 없었다. 주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는 것을 하 태후가 용납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도 조조는 뭔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여포가 이를 두고 볼 리 없었다.
그는 조조의 어깻죽지에 틀어박힌 화극을 천천히 흔들어 뽑았다.
그 때마다 조조의 신형이 들썩거렸다. 하나 어찌 그것으로 여포의 성에 찰까.
그는 화극을 완전히 뽑아내고는 피가 용솟음치는 조조의 상처에 손끝을 들이밀었다.
조조는 상처를 헤집어 놓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아직 자존심은 남았는지 아랫입술을 깨물어 어떻게든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흐흐흐! 조 아만이, 울부짖어라!”
여포의 손가락이 벌써 두 마디나 조조의 어깻죽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점점 더 파고들어 손가락이 완전히 파묻혔을 때 손목을 비틀었다.
“흐어업!”
조조가 헛바람 빠지는 듯한 신음성을 흘리자 여포가 다시금 속삭였다.
“하늘을 대신해 이, 여포 봉선이 네놈을 단죄할 것이다.”
여포는 조조의 입을 손으로 막고선 하 태후에게 물었다.
“태후 마마, 소신이 직접 이 역적을 처단해도 되겠습니까?”
이는 사실 묻는 것이 아니라 통보에 가까웠다. 태후 역시 돌아가는 판을 잘 알았다.
그녀는 이제 경사의 주인이 바뀔 것임을 직감했다. 그것은 곧 모든 것이 여포의 뜻대로 된다는 의미.
그녀에게는 여포를 막을 힘도 의지도 없었다.
“뜻대로 하시오.”
태후의 허락이 떨어지자 여포는 조조의 어깻죽지를 꿰뚫고 있던 손을 뽑았다. 한 움큼 조조의 살점을 움켜쥔 여포의 한 손이 조조의 입을 막고 있던 손과 교대했다.
자신의 살점을 입에 잔뜩 물게 된 조조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여포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은 채 다시금 화극을 움켜쥐었다.
“네놈, 조 아만은 하늘과 땅이 노할 만큼 악행을 저질러왔다. 그 죄를 이, 여포 봉선이 단죄하고자 하니 네놈을 책형에 처한다.”
조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으나 여포는 그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눈꼬리가 호를 그리고 있었다. 필시 비웃고 있음이라.
하기야 책형이라 하면 창병들이 일제히 찔러 죽이는 것인데 이곳에는 화극을 든 여포뿐이다.
그것도 큰 불길에 휩싸여 곧 주저앉을지 모를 보화전에서 무슨 책형이란 말인가.
“네놈과 관련된 모든 것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태사록에 네놈의 이름만 쏙 빠지게 될 터이니 후대에는 누구도 네놈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으리라.”
“으읍읍!”
여포는 조조의 신형을 냅다 허공에 던졌다.
그리고 그의 신형이 바닥에 처박히기 전에 여포의 손에 들린 화극이 잔상을 남기며 조조를 향해 뻗어나갔다.
마치 동시에 십 수 명의 창병이 창격을 뻗어 낸 것처럼 조조는 여포 한 사람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었다.
화극의 창극이 쉴 새 없이 조조의 몸뚱아리를 찔러 댔기 때문이다.
* * *
철퍼덕!
이 둔탁한 충격음은 조조의 몸뚱아리가 바닥에 처박히며 난 소리였다.
조조의 눈빛은 이미 그 총기를 잃었다. 그의 명이 끝났다는 얘기였다.
하 태후는 아들의 원수를 제 손으로 갚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여포가 통쾌한 복수를 대신해 주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아무리 칼을 휘두른다고 한들 조조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녀의 뒤를 따라 여포가 천자의 시신을, 곽가가 진류왕과 왕비의 시신을 가지고 나왔다.
이미 보화전에는 불이 번져 역대 천자들의 어진과 신위를 태우고 그 불길이 벽과 지붕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다른 전각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것은 남도 얻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조조의 생각이다.
그는 이제 죽고 없으나 그의 수하들이 질러놓은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황궁을 불태우고 있었다.
가후는 병사들을 움직여 황궁의 불을 끄려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몇 곳의 전각을 지키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실 가후는 그 몇 곳을 제외한 전각들이 모두 불타 없어지기를 바랐다.
‘조조가 마지막까지 좋은 선물을 주고 가는 구나.’
황궁에 불을 놓은 조조의 행각이 어째서 여포에게 유리한 일이 되는 걸까?
“군사 선생! 선생!”
곽가가 다급히 달려오며 가후를 불렀다. 그러나 가후는 곽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병력을 부리는데 열중했다.
“선생! 몇 번을 불렀는지 모릅니다.”
“아! 미안하게 되었소. 불길을 잡는 일에 정신이 팔려…….”
곽가는 가후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눈치 챘다.
“선생, 소생에게 숨길 게 무엇입니까?”
이 말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여포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천자와 진류왕을 제거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두 사람이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여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일들 대부분은 가후와 곽가, 이 두 사람이 공모한 것들이었다.
이 정도의 비밀을 공유한다는 것은 완전히 한편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은가.
“지금은 불길을 잡는 게 우선이오.”
“선생, 장락궁에도 불길이 번졌습니다. 그곳으로 보낼 병력을 조금만 나눠주시면…….”
“장락궁에도……? 곽 선생, 그곳은 내버려두오.”
“장락궁이 잿더미가 되면 태후가 기거할 곳이 없어집니다. 천자가 죽은 마당에 하 태후라도 궁을 지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후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후가 낙양에 남으면 안 되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동 상국도 죽었으니 여 장군이야 말로 명실상부한 경사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협천자는 못해도, 협태후 정도는 해야…….”
“우리 군은 낙양에 주둔하지 않을 거외다.”
오늘 곽가는 여러 번 놀랐다. 하지만 지금처럼 놀라기는 처음이다.
천하를 노리는 군웅이라면 낙양을 얻기를 바랄 터. 한조에 있어서 낙양은 천하의 중심.
낙양의 주인이 곧 천하의 주인은 아니지만 천하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낙양의 주인이 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가후는 여포가 낙양에 주둔하지 않을 거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어렵게 얻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낙양을 포기하자 하십니까?”
“아깝겠지. 실은 나도 아깝고, 아쉽소. 하나 지금 낙양에 발목이 잡히면 여 장군의 패업은 여기서 멈추게 될 거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하기에는 긴 얘기요. 곽 선생, 본 군사를 믿는다면 내 말에 따라주시오.”
가후는 주위 전각들을 태우고 있는 불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황궁을 태우고 있는 불길은 맹화유로 인한 것이오. 또 어디서 맹화유 단지가 더 터져서 불길을 키울지 모르오. 물로는 쉬이 불길을 잡을 수도 없소. 하나 서궁은 지켜야 하오. 다른 곳은 다 잿더미가 되어도 서궁 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하오.”
가후는 서궁에 집착하고 있었다.
호화로움이나 의미로 따지자면 천자의 침전이나 조정의 조회가 열리는 금란전을 지켜야만 할 것이다.
물론 보화전 만큼 중요한 곳은 없으나 이미 보화전은 회생불능. 그렇다면 조회가 열릴 금란전을 지켜야만 했다.
그런데 가후는 서궁에 병력을 집중시켰다. 대체 서궁에 무엇이 있기에 가후는 서궁에 집착하는 걸까?
“소생이 생각하기에는 차라리…….”
가후는 곽가의 말을 끊었다.
“서궁에 보물이 있소. 반드시 얻어야 할 보물이……. 곽 선생이 가서 처리를 좀 해 줘야겠소. 아, 남궁에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소. 소생은 서궁으로 갈 터이니 선생은 남궁으로 가주시오.”
가후는 곽가에게 뭔가를 한참 떠들어댔다. 그러자 곽가는 그에게 두 손을 모아 들어보이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 * *
곽가는 수백의 병사들을 이끌고 남궁으로 향했다.
‘남궁에 지켜야 할 곳이 있다면 역시나 운대뿐이지. 가 선생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남궁에서도 운대. 그곳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운대에는 공신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하나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기록. 그리고 그들이 반드시 남기고자 했던 보물들이 남겨져 있었다.
“물을 뿌리지 마라! 먼저 서책과 족자들을 밖으로 꺼낸 후에 불길을 잡을 것이다!”
곽가는 병사들을 부려 운대의 소장품들을 밖으로 꺼내는데 집중했다.
운대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졌던 것이 공신들의 초상화이지만 그런 것들 따위는 어찌되어도 상관없었다.
운대가 여포에게 줄 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운대에 그 초상화가 걸릴 정도의 인물이라면 천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당연한 얘기다.
그들이 후대에 전하려고 했던 것은 자신의 찬란했던 순간들.
그리고 자신들의 경험담. 정책부터 병법에 이르기까지의 것들을 회고록에 담아 두었다.
그 시각. 서궁. 태사국.
채옹은 난대령사로서 난대가 아닌 태사국에서 노구를 이끌고 무리를 하고 있었다.
얼굴에 그을음이 묻어 엉망이지만 그는 하나의 죽간이라도 더 밖으로 옮기려 애썼다.
그가 옮기는 죽간은 바로 태사록. 그것은 역사의 기록. 수많은 사관들이 남겨놓은 천하의 이야기.
이것을 잃는다는 것은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우지직!
기둥에 균열이 생기는 소리였다. 불붙은 기왓장들이 연달아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태사국의 전각이 무너지려는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도 채옹은 다시금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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