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826
826화 삼국지 여포전>
“장군! 아니 됩니다!”
곽가는 화극을 붙잡고 조조를 치려던 여포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론 연기다. 하 태후에게 여포의 입장을 알려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키시오. 이, 화극이 조 아만의 수급을 끊어 낼 거요.”
“안 됩니다. 어떻게든 조조를 설득해서 진류왕이라도 구명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조조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갔다.
“역사 양책의 곽 씨가 다르긴 다르구나. 오늘내일 할 줄 알고 거두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는구나. 이리 대세를 볼 줄 아니 여포에게 복이 있긴 하구나.”
하지만 하 태후는 달랐다.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으로 눈이 돌아가 있었다.
그녀는 조조를 노려보며 욕설을 쏟아부었다.
“더러운 놈! 찢어죽일 놈! 자손만대로 종질할 놈! 내 너의 살을 뜯고 뼈를 씹을 것이다! 네놈의 수급을 저자에 내걸어 만인의 침을 맞게 할 것이며, 처첩은 천하게 되어 죽기를 바라는 삶을 살게 해줄 테다!”
저주도 이런 저주가 또 있으랴. 하나 조조는 그녀의 욕설을 듣고서도 안색하나 변하지 않았다.
“태후, 욕이 너무 뜨뜻미지근한 거 아니오? 욕을 하려거든 제대로 해야지. 좀 더 센 걸로 해 보오.”
얼굴이 이 정도로 두꺼우니 하 태후가 그를 입심으로 당해 내기는 글렀다.
이를 알기에 하 태후는 여포에게 기대를 걸었다.
“여 장군은 들으라!”
“예, 태후 마마.”
조조에게도 장단을 맞춰 주었는데 하 태후의 장단에 맞춰 주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조조를 죽이더라도 하 태후의 공인을 받는 편이 좋다는 걸 여포는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조조를 참살할거라면 사사로운 복수로 여겨지기보다는 천자를 시해한 역적을 참살하는 것으로 포장하는 편이 좋았다.
“진류왕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 저 역적 놈을 죽여라! 당장!”
그러나 곽가가 다시금 여포를 만류했다.
“장군, 진정하십시오. 이럴 때일수록 상황을 냉철히 판단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태후 마마의 명이 떨어진 마당에 어찌 주저할 수 있겠소? 비키시오.”
“장군, 천자께서 붕어하셨으니 진류왕이야말로 선천자의 피를 이어받은 유일한 자손입니다. 진류왕이라도 살아남아야 한조가 그 명맥을 이을 수 있음을 어찌 모르십니까?”
* * *
곽가의 말은 논리에 합당했다.
당금천하를 지배하는 학문은 경학이다. 공자의 뜻이 그 당시에도 그러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혈통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환제가 자손이 없어 보위는 영제에게로 넘어갔다.
영제 역시 아들이라고는 달랑 둘을 보았을 뿐이다.
그 중에서도 적통이라 여겨지는 진류왕 하나만 남았다. 그가 후사 없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당금 한실의 명맥이 끊기는 것이다.
‘어차피 이리된 마당에 진류왕도 사라져 줘야만 한다. 하나 그 방법이 문제로다.’
여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여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
하나는 태후의 명을 받들어 진류왕이 죽든 말든 조조를 참살하는 것. 이 경우에 진류왕의 목숨을 구하려 하지 않았음이 후일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조조와 교섭하여 진류왕을 구명하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0’에 한없이 수렴하는 것이지만 실패하더라도 천하 사인들의 지탄은 피할 수 있으리라.
물론 이리되면 태후의 명을 거슬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조조와 진류왕이 죽는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여포는 조조를 살려 둘 마음이 없고, 곽가는 진류왕을 구명할 생각이 없으니까.
“하하하! 내가 가지지 못하면 세상 누구도 가질 수 없다.”
조조는 천자의 피가 묻은 검을 진류왕에게 겨누었다.
그리고는 여포를 향해 턱짓했다.
“자, 이제 태제 한 사람 밖에 남지 않았다. 살리고 싶으면 내 앞에 무릎 꿇고 구걸이라도 해 보거라!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져 보란 말이다!”
조조는 생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즐거움을 최대한 만끽하고 싶은 모양인 듯했다.
“결국 죽일 것을 아는데 내가 그리 하겠느냐?”
“협천자를 하든 선위를 받든 네놈은 태제가 필요할 텐데? 어떻게든 날 설득해야 하는 건 네놈 쪽이다.”
조조는 그렇게 하 태후에게 의심의 씨앗을 심었다. 하나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는 또 한 번 의도치 않게 여포를 도왔다.
조조는 허리춤에 패용하고 있던 패검을 뽑아 던졌다.
그 패검은 하 태후와 조조 사이에 꽂혔다.
여포는 조조가 무슨 짓을 할 건가 싶어 노려보았다.
‘조 아만이는 상식으로는 평할 수가 없는 자다.’
어쩌면 지금의 조조는 조조 자신보다 여포가 더 잘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조조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원소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을 터.
그러나 원소는 이미 큰 세력의 지존이었고, 조조는 아직 제대로 된 군벌이 되지 못했다. 그 열등감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더욱이 여포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어버린 지금. 조조에게 남은 것은 세상에 대한 원망과 군웅들을 향한 질투. 그리고 일그러진 욕망뿐이었다.
“태후, 아들을 죽인 것은 내 미안하게 되었소. 대신에 진류왕의 목숨은 태후가 직접 끊어 버리도록 하오. 자, 그 칼로…….”
조조는 희지재에게 붙잡혀 있던 진류왕의 뒷덜미를 붙잡아 앞으로 던지듯 패대기쳤다.
그러자 하 태후는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검을 뽑아 들고 나아갔다.
* * *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내 아들이 죽은 것은 네놈 때문이다! 네놈만 아니었어도……. 네놈만 없었어도……. 네 어미처럼 너도 내 손으로 보내주마.’
진류왕 협의 어미인 ‘왕영’은 영제의 후궁으로서 큰 총애를 입었다. 때문에 당시 황후였던 하 태후에 의해 독살되고 말았다.
태후는 이제 왕영의 아들 ‘협’마저 자신의 손으로 제거하려 들었다.
‘조 아만! 정녕 그것을 원하느냐? 아니면 다른 노림수가 있느냐? 내가 조 아만이라면 어찌 했을까? 태후가 진류왕을 죽이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울까? 아니면 태후를 베는 것이 즐거울까?’
여포는 그러기 싫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조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러자 어려운 문제가 순식간에 풀렸다.
여포의 눈에는 조조가 희지재와 눈빛을 교환하는 모습이 제대로 잡혔다.
그들 둘이 뭔 짓을 하려는 것인데 여포는 그것이 무엇인지 직감했다.
순간 조조의 신형이 하 태후를 향해 폭사되었다.
그와 동시라고 할 만큼 희지재는 진류왕에게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움직이기로 무언의 약속을 나눈 것은 조조와 희지재 두 사람뿐이건 만 여포 역시 뛰어들었다.
여포의 신형도 빵 반죽 늘어지듯 잔상을 남기며 뻗어 나갔다.
“꺄아악!”
하 태후의 입에서 갑작스레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허리에 줄이 묶여 뒤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오체분시를 당하면 잠깐이나마 그런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
하나 그것보다 더 소름 돋는 것은 조조의 검이 그리는 궤적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여포가 제때에 하 태후에게 달려가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여포의 화극 밑동이 조조의 복부를 반 치 쯤 파고들었다.
단 일격에 조조의 신형이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용상 위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때에는 이미 희지재의 검이 진류왕의 목을 훑고 가버린 후였다.
쓰으으으~!
진류왕의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희지재는 진류왕의 피를 흠뻑 뒤집어썼다.
곽가는 다급하게 몸을 날려 희지재를 제압하려 했으나 진류왕은 이미 절명해버린 뒤였다.
그으으윽!
곽가의 보검이 희지재의 칼날을 뭉개며 궤적을 달리 했다. 곽가의 변초를 상대하기에는 무리.
희지재는 검예를 따로 익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처럼 방향을 바꾸어 곽가의 검이 희지재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하나 희지재는 이미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몸.
죽기를 각오한 그에게 지금은 황천길 길동무를 늘릴 절호의 기회였다.
곽가는 희지재가 자신의 보검을 덥석 움켜쥐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희지재의 칼이 날아들었다.
다행스럽게도 곽가의 보검은 당대 제일의 도검장 진대의 걸작 중 하나였다.
발악하듯 검을 잡아당기자 검신을 쥐고 있던 희지재의 손가락들이 끊어졌다.
곽가의 검이 아래로 향하는 듯 하더니 뒤로 한 바퀴 회전해 사선을 그었다.
프쓰으으~!
희지재의 가슴팍에 사선으로 난 긴 검상에서 피 안개를 흩뿌렸다.
조조는 허물어지듯 쓰러지는 희지재의 뒷모습을 보며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검을 자신의 목에 가져갔다.
자결로서 생을 마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만 볼 여포가 아니다.
여전히 한 손은 태후의 허리를 감은 채로였지만 다른 손이 쥐고 있던 화극을 냅다 던졌다.
마치 강노가 쏘아낸 강전처럼 날아든 화극이 조조의 어깻죽지를 꿰어 벽까지 끌고 가 틀어박혔다.
역대 천자들의 위패가 어지러이 쓰러지며 촛대가 넘어졌다.
삽시간에 불이 번지며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포는 태후를 놓아주며 말했다.
“역적 조조를 처단하고 나갈 터이니 태후께선 먼저 나가 계십시오.”
하나 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적의 숨이 끊어지는 모습을 끝까지 보려하오. 그래야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소.”
“정 그러시다면…….”
* * *
조조는 여포의 화극을 어떻게든 뽑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나 그의 힘으로는 화극을 뽑아낼 수가 없었다.
이내 포기해버린 조조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포와 곽가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흐흐흐! 내가 이겼다. 천자도 태제도 모두 목숨을 잃었으니 여포, 네놈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리고 내 이름은 태사록에 남아 만대에 전해지겠지.”
그 말을 끝으로 조조가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그러자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지 곽가가 말했다.
“이미 순 문약 선생이 여 장군의 휘하에 들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테지?”
“신외지물 따위야 죽어서 가져갈 수도 없는 것인데 미련을 두겠느냐? 어리석다, 곽가야!”
“네놈의 처첩과 자식들은 물론이고, 하후 씨까지 그 씨를 말려 버릴 것이니라!”
“그러든지 말든지 내 알 바 아니다! 죽고 나면 자손들이 어찌 살지, 처첩들이 재가를 하든 독수공방을 하든 내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이냐? 마음대로 하라.”
곽가는 어떻게든 조조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말을 꺼낸 것인데 본전도 찾지 못했다.
하기야 조조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 상, 주를 지나 열국의 시절을 거치며 진이 명멸하고, 한이 서고, 또 그 한조가 황혼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왕조가 열리고, 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생겨난 왕족이 몇 일 것이며, 명문이라 불리던 가문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하나 만대에 이르는 명문은 없는 법.
과거에 왕족이나 공족이었던 가문의 자손이 지금은 빌어먹고 있거나 천하디 천한 신분이 되어 고생하며 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조상아 아무리 잘났든 영원불멸할 수 없으니 자손의 영화까지는 책임질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흐흐흐! 태후, 내 태후의 속살 맛을 못 보고 가는 것이 아쉽소.”
조조는 끝까지 상대의 부아를 치밀게 하려 걸리는 대로 말을 쏟아 냈다. 그래야 빨리 죽을 수 있을 테니까.
괜히 이곳에서 사로잡혀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미 다 시인한다고 해도 온갖 고문을 다하고, 비참한 방법으로 처형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곳에서 단칼에 목이 달아나는 편이 좋았다.
“그 입을 더 이상 놀리지 못하게 해주마.”
하 태후는 아들의 원수를 제 손으로 갚기를 원했다.
그녀는 다시금 검을 쥐어 들려 했다. 그러나 여포가 이를 만류했다.
“태후 마마, 소신에게 맡겨주십시오. 저 간악한 조 아만이가 절규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사실 누구보다 조조를 죽이고 싶은 사람은 여포다.
그는 어찌하면 통쾌한 복수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다가 이제야 나선 것이다.
그는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겨 조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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