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828
828화 여포, 낙양을 버리다! (1) >
“안 됩니다!”
태사국의 승(丞)들이 들러붙어 채옹을 말렸다.
“놓아라! 태사록이 불에 탄단 말이다!”
“지금 들어가시면 못 나오십니다. 죽는다 이 말입니다!”
“난대령사의 심정을 저희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나 지금 들어가신다고 해도 태사록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낙양성 밖에도 비고가 있으니 부디 지금은 참아주십시오!”
태사록과 같은 귀중한 기록을 단본으로만 보관하고 있을 리는 만무했다.
태사록의 보관 장소는 두 곳이다.
한 곳은 지금 이곳 태사국이고, 다른 한 곳은 낙양성 밖의 모처였다.
하나 낙양성 밖에서 보관하는 태사록은 이미 공인이 마쳐진 완본.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역사라고 할 수 없었다.
바로 이곳, 태사국에는 태사록을 보완할 사초들과 아직 공인되지 못한 태사록이 보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옹은 태사록이 소실되는 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가 없었다.
후대가 온전한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것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없다면 후대에 전해질 역사는 듬성듬성 구멍이 난 오류투성이의 불완전한 역사일 수밖에 없으리라.
“하나라도 더 죽간을 가져나와야……!”
채옹의 나이로 보자면 언제 귀천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태사승들을 뿌리치고는 태사국 전각 안으로 뛰어들었다.
“선생! 백개 선생!”
태사승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채옹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것은 두려웠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전각으로 뛰어드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콜록! 콜록!”
태사국 전각 안으로 뛰어든 채옹을 매캐한 연기가 환영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이 따갑고, 당장이라도 토악질을 하고 싶을 정도로 역겨웠다.
채옹은 연신 기침을 해 대면서도 서대에 놓인 죽간들을 집어 밖으로 던졌다.
하나 그는 혼자뿐인 몸이라 전각 안의 그 수많은 죽간들을 모두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죽간만이라도 가지고 나가야만 했다.
‘저거다!’
채옹은 난대령사지만 난대만큼이나 태사국에 걸음을 자주했었다. 때문에 중요한 기록물들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에 관해서도 밝았다.
그는 웃옷을 벗어 거기에 죽간들을 쓸어 담아 묶었다.
이제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만 서까래 하나가 떨어지며 서대 사이의 채옹을 덮쳤다.
콰쾅!
굉음과 함께 서까래가 서대 두 개를 박살 내며 채옹을 깔아뭉갰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팔다리 하나쯤은 부러졌으리라.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서도 채옹은 한 손을 뻗어 묶어 놓은 죽간보자기를 움켜쥐었다.
‘내가 죽더라도 이 죽간만큼은 반드시…….’
그런데 그때. 채옹에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바로 서황이었다.
그는 가후와 함께 난대로 향하다가 태사승들이 발을 구르고 있는 걸 보고 이곳으로 뛰어든 참이었다.
용케 채옹을 찾아낸 서황은 단번에 서까래와 서대를 들어 채옹을 구명했다.
그들이 전각을 나오자마자 지붕 전체가 주저앉아 굉음과 함께 크게 먼지를 일으켰다.
* * *
가후의 관심사는 난대.
그곳에 무엇이 있기에 가후가 만사를 제쳐놓고 난대로 향했을까?
그는 난대와 이웃한 계각까지 눈에 들어오자 한호를 불렀다. 여포군에 맹장과 강졸들이 숱하게 있었으나 입궁한 장수들은 몇 되지 않았다.
입경한 장수들 중에 화웅은 남문으로 향했고, 위월은 도성 안의 치안을 맡아 궁성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가후의 호위를 맡았던 미봉이 가후의 밀명을 받아 따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한호가 가후의 호위를 맡았던 것이다.
“한 장군, 장군은 지금부터 본 군사의 말을 잘 듣도록 하오.”
가후는 한호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려 했다. 그러자 한호는 그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이에 가후가 말을 이었다.
“난대와 계각에서 중요한 문서들을 확보해야 하오.”
한호는 가후의 부채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그곳이 계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정에 출사한 적이 없었기에 계각이 어떤 가치가 있는 곳인지는 커녕 그런 곳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불길이 닿기 전에 물을 뿌려 놓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한호의 제안은 불이 더 번지지 않게 미리 물을 뿌려 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궁성 안에 난 불은 맹화유로 일으킨 듯하니 물을 뿌려서는 쉬이 불길을 잡을 수 없소. 전각을 지킬 필요는 없소. 중요한 것은 서책과 죽간들이오.”
“궁 안에 보물들이 차고 넘칠 것인데 그까짓 서책과 죽간들은 어디에 쓰시려 하십니까?”
한호의 생각에는 황궁 안이 평온을 되찾기 전에 돈이 될 만한 것들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했다.
제법 글줄 꽤나 읽었다는 한호조차도 난대와 계각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마치 항우가 함양을 얻고서 수많은 전각들을 모조리 불태웠던 것과 같았다.
“지금은 일이 시급하니 먼저 움직이도록 하오. 당장 병사들을 부려 난대의 서책과 족자, 죽간, 계각의 장계들을 모두 꺼내도록 하시오.”
한호가 가후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맡겨진 일은 다부지게 행했다.
그의 지휘력은 가히 오천의 군세를 수족처럼 움직일 수 있는 정도. 불타는 전각 안에서 문서들을 빼내는 일은 그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을 가진 자들은 수건을 적셔 입을 가리고 전각 안으로 들어간다!”
병사들 중에 물병을 지닌 자들이 없을 리 만무했다. 몸을 가벼이 한다고 해도 반드시 몇 사람 중에 하나는 물병을 지녀야만 했다.
입경을 한다고 해서 그 군령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물을 구하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이 우물에 독을 탄다든지 하는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으니까.
“자자! 장군의 명이 떨어졌다! 움직여라!”
몇 명의 졸백들이 휘하 병사들을 부리기 시작했다. 한호가 한 사람 한 사람을 붙잡고 지휘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서책이든 죽간이든, 족자든 뭐든 가지고 나와라! 너희는 물을 길어 오너라! 나머지는 가져 나오는 것들을 전해 받아 이곳까지 옮겨라!”
* * *
태사국, 운대, 난대, 계각에 이르기까지 여포의 군세들이 불과의 사투를 벌이며 문서들을 꺼내고 있던 그때.
여포는 태후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부귀영화는 연기와 같은 것이니 언제 왔다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 내 신세가 이리될 줄 누가 알았으랴.”
태후는 아들의 시신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 그 여인이 바로 하 태후다.
영제의 황후였으며 소제의 모후. 대장군 하진의 누이였으며, 수렴청정으로 잠시나마 천하를 경략했던 그녀가 아닌가.
그러나 지금은 지아비도, 하나뿐인 아들도 잃었다. 친인은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고통을 당해 보지 않은 자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태후 마마, 고정하십시오. 이미 흉적은 참살되었습니다.”
여포가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이란 이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조적이 죽었다고 해서 내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잖소?”
하 태후는 여포를 할 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긴 한숨을 토해 냈다.
여포는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북적에 의해 친인을 모두 잃었던 경험이 있으니까. 눈앞에서 연인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니까.
‘어쩌면 하 태후에게는 조조가 살아있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놈이 살아서 도망쳤다면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힘을 냈을 테니까.’
여포는 하 태후의 뒷모습이 너무도 측은했다. 모든 것을 잃어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상실감, 무력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 태후는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여포의 말대로 원한을 갚아 버렸으니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녀는 돌연 머리에 꽂고 있던 비녀를 뽑아 그대로 자신의 가슴팍을 찌르려 했다. 하지만 여포의 손이 하 태후의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무례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 태후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대가 무엇이건대 본 태후를 막는 것이냐? 본 태후에게는 살아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 가련한 아이는 내 전부였다.”
하 태후가 말을 하고 있는 사이 여포는 태후의 손에 들린 비녀를 빼앗았다. 그리고는 다시 머리를 한데 묶어 비녀를 꽂아 주었다.
“태후 마마, 지아비를 잃고, 자식을 잃었다고 해서 태후 마마께서 하실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태후로서 하셔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도망치지 마십시오.”
마지막 말 한 마디가 하 태후의 심금을 울렸다.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단 말이오?”
“태후께선 여염집 아녀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 태후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오? 설마 조적의 말처럼 그대는 용상을 탐내는 거요?”
“아니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하 태후가 피식 웃었다. 여포의 진의를 알 길이 없었다.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포에게는 그만한 공이 있다는 것이다.
“전국옥새가 필요하다면 내어 드릴 것이오. 그러니 이만 본 태후를 보내주오.”
조금만 생각해보면 수렴청정을 해온 그녀에게 전국옥새가 있다는 건 당연하다는 걸 능히 짐작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여포에게는 전국옥새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까짓 인장 하나 받겠다고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태후께서 하셔야 할 일은 사예를 아니, 천하를 안정시키는 일입니다.”
“내게 무슨 힘이 있어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오?”
“하루아침에 한실이 사라지면 백성들은 큰 혼란에 빠지고 말 겁니다. 아직 한실이 건재하다는 것을 천하만방에 똑똑히 보여주십시오.”
여포는 제위에 욕심이 없었다. 천자의 자리는 하늘이 정하는 자리다.
물론 여포 휘하의 맹장과 현사들은 여포의 즉위를 바라지만 여포가 바라는 것은 달랐다. 그가 바라는 것은 백성들의 평안이었다.
지금 당장 태후가 중심을 잃는다면 여기저기서 유 씨 황가의 혈통을 이은 자들을 앞세우고 앞다투어 개국을 할 것이고, 천하는 열국의 시절처럼 오랜 세월 전란에 빠질 터였다.
“태후 마마, 부디 자신의 책무에서 도망치려 하지 마십시오. 하늘이 인간을 이 세상에 낼 때에는 저마다 천명을 맡깁니다. 태후 마마가 받은 천명은 아마도 지금을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대의 말은 잘 알겠소. 단언컨대 천하가 평안은 얻기 전까지 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짓은 하지 않으리다.”
“그리 말씀하신다면 소신, 더는 당부하지 않겠습니다. 아직 도성 안의 변고가 진정되지 않았으니 소신은 태후 마마의 곁을 잠시 떠나려 합니다. 소신의 수하들이 태후 마마의 호위를 맡을 터이니 잠시만…….”
“그대는 본 태후를 걱정하지 말고 할 일을 하오.”
* * *
화웅의 군세는 남문 인근에서 번조의 군세와 맞닥뜨렸다.
번조는 남문을 버리고 도망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일이 틀어지면 내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공성을 해오는 적이라면 남문의 성곽에 기대어 싸우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미 성 안에 진입한 적을 상대로 성곽에 의지해 싸우는 것은 스스로 수세에 몰리고자 하는 어리석은 병략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낙양을 간단히 포기하고 떠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번조는 아직 황궁의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지 못했다.
조조가 패업을 이루었을지도 모를 일. 그게 아니더라도 남문에는 자신의 군세가 먹고 마실 양식이 부족함 없이 보관되어 있지 않은가.
번조는 진퇴를 쉽게 하기 위해 남문 인근까지 나와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맞닥뜨린 상대가 하필이면 화웅이다.
“화웅이 아니냐?”
“번 장군! 오랜만이다!”
수십여 보 거리를 두고 마주선 두 사람은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한 때는 한 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번조는 서량출신이면서도 서역에서 온 화웅을 무시했다.
물론 번조뿐만이 아니었다. 화웅은 서량군 내에서도 겉도는 신세였던 것이다. 오직 용맹 하나만으로 동탁에게 인정받은 화웅은 서량의 용장들 사이에선 눈엣가시였을 터였다.
“여포의 문지기가 되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번조는 화웅에게 도발했다. 그가 여포 휘하에서 문후 벼슬을 하고 있는 것을 두고 비꼬아 말한 것이다. 하나 화웅도 맞받아칠 말이 있었다.
“그래도 주인을 무는 개보다는 낫지. 내게 협력하라 전령을 보냈거늘 답을 주지 않은 것은 필시 도성의 변고와 그대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냐? 쉽게 주인을 바꾼다면 천벌이 있으리라!”
“뭐라? 그러는 네놈은 주인을 갈아타지 않았더냐?”
“어찌 나와 비교한단 말이냐? 나, 화웅은 전 주인이었던 동 상국의 명으로 주인을 바꾸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의 허락을 받고 주인에게 반기를 든단 말인가!”
“누가 내 주인이란 말이냐?”
번조는 동탁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옛일을 간단히 부정해 버렸다.
“지금이라도 창칼을 버리고 투항하라. 그것만이 네 목숨을 보존할 유일한 방책이니라.”
“헛소리! 이, 번조가 그리도 하찮게 보였더냐?”
번조는 상대가 화웅이라면 한번 겨뤄 볼 만하다 여겼다.
서영이 왔다면 꼬리를 말았을 것이로되 화웅은 두렵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번조가 알던 예전의 화웅과 지금의 화웅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화웅 님께선 네놈 따위 안중에도 없느니라!”
“오냐! 한판 겨루어보자!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똑똑히 알게 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