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Younger Sister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22)
EP31 – 과거, 현재, 혹은 미래에서 (4)
먼저 도착해서 김태영하고 둘이서 영화를 보고 있으니, 후발대로 출발한 한고요와 진소향 그리고 윤수연도 도착하였다.
“……둘이 뭐 하고 있어?”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셋은 나와 김태영을 보며 사정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나와 김태영은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손을 저었다.
“잠깐, 이건 오해야.”
“그래, 우리가 평소보다 붙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인 스킨십은 하지 않았어. 이거 봐. 몸은커녕 솜털 하나 닿지 않았다고?”
“그건 알겠는데 왜 그러고 있냐고.”
어쩐지, 수연이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차갑다.
그 목소리에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손가락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재생하고 있는 하얀색 스크린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지금 보고 있기 괴로울 정도로 무섭게 생긴 귀신이 턱을 딱딱거리고 있었다. 그 소리에 또다시 소름이 돋아 귀를 막는다.
“세상에, 공포 영화 보고 있었어?”
“아니, 난 노래 부르자고 했는데 하준이가 영화를 보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이게 지금 1위라서 봤는데…….”
“이렇게 무서울 줄 알았냐, 내가?”
“그러면 끄면 되잖아.”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는 고요의 말에 입을 다문다.
아니, 그러기엔…….
“자존심 문제가 좀…….”
사실은 당장이라도 끄고 싶었지만 김태영이 ‘난 이런 거 하나도 안 무서운데.’라고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길래 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짓을 하면 안 됐는데.
“어, 친구한테 좀 져 주면 어디 덧나냐?”
“너야말로 솔직하게 무섭다고 하든가. 왜 계속 ‘무섭냐? 무섭냐? 쫄보쉑, 난 하나도 안 무서운데? 아닌데?’ 이랬냐고.”
“바보가 따로 없네.”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이란 게 원래 이런 거니까. 그리고 거의 끝까지 봤으니까 후회는 되지 않는다.
밤에 잘 때, 좀 무서울 것 같기는 하지만.
아니, 사실 조금 많이.
아니, 아주 많이.
“그것보다 뭐 좀 먹을 거 없어? 우리 지금 배고픈데.”
“오, 그럴 줄 알고 내가 밀키트들을 구해 왔지. 그냥 다 때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괜찮아.”
대체 무엇을 챙겨 왔는데 저런 소리를 하는 걸까?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며 주방으로 향하니 다행스럽게도 떡볶이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오, 태영이 오빠치고 아주 센스 있는 선택이야.”
“그러게.”
“후후후, 그렇지? 거기다가 이거 그냥 떡볶이가 아니야. 엄청 인기 많은 닭떡볶이라고!”
김태영의 말에 여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떡볶이를 조리해서 점심을 해치운 우리는 김태영의 강력한 요청대로 각종 주전부리와 음료를 싸 들고 거실로 가서 같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였다.
아까 보던 공포 영화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총을 쏘고 차를 타고 다 박살 내는 그런 영화로.
크으, 그래. 이게 영화지.
아까 공포 영화를 볼 때는 속이 꽉 하고 막힌 기분이었는데 이런 영화를 보니 속이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영화를 본 뒤에는 노래방 시간을 가졌다.
김태영이 자랑을 했던 블루투스 마이크가 얼마나 좋은가 궁금했는데 실제로 써 보니 이거 진짜 좋긴 하다.
딱히 노래방 기계가 없는데도 제법 만족스럽게 놀 수 있는 수준까진 된다. 뭐, 그렇다고 노래방급으로 음질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노래방이 끝나자 이제는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저녁은 테라스에 마련되어 있는 바비큐 그릴을 통해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는데, 춥긴 하지만 제법 분위기가 괜찮았다.
“아까까진 그냥 멀티방에 놀러 간 기분이었는데, 이렇게 노니까 좀 놀러 온 기분이 드네.”
“그러게.”
“그런데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이거 칼로리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앗! 칼로리 이야기는 금지예요! 애써 잊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면 또 신경 쓰이잖아요!”
진소향의 말에 한고요와 김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 몸매 관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구나. 하긴, 수연이만 하더라도 활동 기간에는 그토록 좋아하던 단 음식들이나 탄수화물을 철저하게 금식해야 했으니까.
소스도 없이 샐러드만 먹던 수연이의 모습이 어찌나 처량했는지.
아직도 내 마음이 다 아프다.
“많이 먹어.”
미디움 레어 정도로 구워진 꽃등심을 잘라 수연이에게 준다. 그러자 수연이가 웃으며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다.
“맛있어?”
“응, 존맛.”
맑게 웃으며 고기를 먹고 있는 수연이를 보고 있자니 내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래, 저렇게 좋아하는 것도 먹으며 사는 게 사람 사는 거지.
물론, 연예인으로서 사는 한 늘 저런 행복까지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수연이가 행복했으면 하는 게 내 진심이다.
그렇게 떠들썩하게 고기를 먹고, 뒷정리까지 하니 어느새 11시가 되었다.
보통의 학생들이라면 이제 슬슬 졸릴 시간까진 아니지만, 좀 피곤을 느낄 시간.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그냥 요즘 들어 다들 밤낮이 바뀐 것뿐이다.
활동 기간에는 다들 바빠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을 못 잤다면 지금은 그냥 놀고 있느라 밤낮이 바뀌어 버린 거다.
“자, 그러면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카드 게임이다!”
지금까지 아껴 놨다는 듯이, 가방에서 카드를 꺼낸 김태영은 그렇게 말하며 그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니, 뭐 카드 게임이 재밌기는 하지만 그게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는 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태영은 무언가 커다란 종이를 펼쳐서 바닥에 깔아 놓았다.
그리고는 수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쯧쯧, 이건 평범한 카드 게임이 아니야. 이건 패배하면 질문에 무조건 대답을 해야 하는 진실 게임 버전 카드 게임이야. 참고로 대답을 하지 않으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맞아야 한다?”
“그냥 대놓고 줘 패고 싶다고 말을 하지 그러냐.”
그렇게 말하며 아무런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 탓에 그때 나는 알 수 없었다. 진소향과 한고요의 호흡이 평소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 * *
카드가 섞인다.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 그럴듯하게. 그리고 그렇게 섞은 카드를 김태영은 하나씩 나눠 주었다.
게임의 룰은 굉장히 간단했다.
가장 높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승자다.
승자는 패자들 중 아무에게나 질문을 할 수 있으며, 그 질문에 대답을 하면 넘어가지만 대답을 하지 못하면 명석말이, 아니 이불말이를 당한다.
그리고 승자에겐 +1점을, 대답을 한 패자에겐 0점을, 대답을 하지 못한 패자에겐 –1점을 준다.
그렇게 열 판 정도 해서 최종 결과를 내고,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은 가장 점수가 낮은 사람에게 원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 가장 점수가 낮은 사람은 절대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해서도 안 된다.
이건 양심에 달린 일이지만.
어쨌든, 첫 번째 카드는 나뉘었고 곧이어 첫 번째 판의 결과가 나왔다.
첫 번째 판의 승자는 바로 윤수연이었다.
윤수연은 누구한테 질문을 할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다들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침을 삼켰고, 그 모습이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짓던 윤수연은 윤하준에게 말하였다.
“오빠, 지난번 정산금 얼마 받았어?”
설마, 윤수연이 자신에게 질문을, 그것도 돈에 관한 질문을 할지는 몰랐기에 윤하준은 눈을 깜빡였다.
‘아니, 여기서 정산금 이야기를?’
그 질문에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다는 듯이 윤하준을 쳐다보았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윤하준은 뺨을 긁다가 솔직하게 말하였다.
“대충…… 이 정도?”
“세상에!”
윤하준의 말이 끝나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전부 나이에 비하면 지나칠 정도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진소향을 포함해서 다들 연습생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 정산을 할 금액이 없으니까 버는 대로 바로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윤하준이 벌고 있는 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잠깐, 저게 4개월 정산분이니까 한 달로 나누면…….”
“거기다가 저거 꾸준하게 받는 거잖아. 우리처럼 한번 출연하고 끝난 단발성 출연료가 아니라 저작권료니까.”
“이건 차트에 계속 순위권에 있으니까 가능한 금액이고, 차트에서 내려가면 팍 줄지.”
어쨌든, 윤하준은 대답을 하였고 이제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다.
또다시 카드가 나뉘었고 이번 승자는 바로 김태영이었다.
김태영은 누구한테 질문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윤하준을 보며 물었다.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없다.”
김태영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 분위기가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고요와 진소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윤수연은 불편하다는 듯이 헛기침을 했고 둘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윤하준을 보고 있다.
그 묘한 압박감에 윤하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손을 들었다.
“패스.”
그렇게 윤하준은 이불 안에 들어갔고, 가볍게 집단 구타를 당해야만 했다.
그 뒤로도 게임은 계속됐다. 그런데 어째 윤하준이 승자가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고요와 김태영은 한 번씩, 윤수연이 세 번, 그리고 진소향은 무려 네 번이나 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벌칙을 받은 것은 김태영과 윤하준뿐이다.
김태영은 세 번, 윤하준이 두 번씩 명석말이를 당하면서 지금 점수는 둘이 동점이다.
그런 상태에서 이제 마지막 카드가 돌아갔다.
“아놔.”
이번에도 윤하준은 1등을 하지 못했다. 그에게 주어진 카드는 다이아몬드 1. 사실상 꼴등이다. 그리고 그건 김태영도 마찬가지다.
모양은 다르지만 김태영이 받은 카드 숫자가 1인 건 마찬가지다.
그러면 이 판의 승자가 누구냐 하면, 바로 한고요다.
“아, 이러면 이 게임 최종 승자는 고요 언니네.”
그러면서 게임의 승자가 정해졌다.
만약에 이 판에서 윤수연이 승자가 됐으면 동점이 됐을 텐데, 한고요가 되면서 진소향이 4점으로 최종 승자가 되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패자를 정하는 것뿐.
김태영하고 윤하준이 서로를 바라본다. 김태영이 대답을 패스한 횟수는 세 번, 윤하준은 두 번. 이렇게 보면 김태영이 꼴찌이지만 한 번 승자를 한 덕에 1점을 얻었다.
반면, 윤하준은 승자를 한 적이 없으니 점수로는 동점인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한고요에게 걸려 있다. 그리고 한고요는 고민도 하지 않고 윤하준에게 몸을 틀었다.
“좋아!”
그 모습에 김태영은 주먹을 굳게 움켜쥐며 소리쳤다.
그런 김태영을 보며 윤하준은 아직 아니라는 듯이 말하였다.
“내가 이거 대답하면 둘이 동점이거든! 그러면 리겜이지?”
“동점이면 가위바위보로 정해야지.”
윤수연의 대답에 윤하준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태영은 한고요를 보면서 아주 간절하게 말하였다.
“고요야, 제발. 절대로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을 해 줘! 제발!”
김태영의 말에 한고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김태영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한고요를 바라보았다.
‘혹시, 저 녀석 윤하준을 도와줄 생각인가? 하긴, 한고요 입장으로선 좋아하는 사람을 도와줘서 점수를 얻는 게 더 이득이겠구나. 아니, 잠깐만. 그러면 그냥 나한테 질문을 했으면 되는 문제 아닌가?’
김태영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고요가 윤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준아.”
“응?”
“나하고 소향이 중에 누가 더 좋아?”
한고요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 침묵이 가득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말만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한 한고요를 제외하면 다들 정색을 하고 있다.
오직, 한고요만이 웃고 있는 중이다.
그 질문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진소향은 웃지 않는 얼굴로 윤하준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윤하준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둘을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대답이 없는데, 이거 벌칙 받겠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지?”
한고요의 말에 김태영과 윤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윤하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보다 맞는 게 낫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굉장히 조용하게 벌칙이 진행되었고, 이제 게임이 전부 끝났다.
1등은 4점인 진소향, 꼴찌는 –3점인 윤하준.
남은 거라곤 1등이 꼴찌에게 벌칙을 주는 거뿐이다.
“꼴찌가 받는 벌칙은 1등이 한 질문에 무조건 대답해야 하는 거, 맞죠?”
무언가 확인하기 위해서 진소향이 김태영에게 묻는다.
그 질문에 김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윤하준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그건 아니지?’
질문을 하기 전, 진소향은 한고요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한고요는 대답을 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독심술이나 그런 것은 없지만 윤하준은 지금 더 둘이 무언가 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진소향은 윤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랑 고요 씨 중에 누가 더 좋아요?”
한고요와 똑같은 질문.
하지만 이번에는 무조건 대답을 해야 한다.
한고요와 진소향이 윤하준을 바라본다. 그의 입술을 바라본다. 그 입술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주먹을 쥔 상태로 침을 삼키며 경직된 표정을 짓고 있는 둘의 모습에 윤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난 졸려서 이만 가 봐야겠다.”
“나도 내 방에서 실연의 슬픔을 좀 이겨 내야겠어.”
그리고 자리를 피하는 윤수연의 모습에 김태영도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이제 거실에 남은 사람은 진소향과 한고요 그리고 윤하준 셋뿐.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진소향과 한고요의 모습에 윤하준은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동생이 천재였다